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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퀄로서도,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으로서도 합격..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ldk209 2011-06-02 오후 6:13:23 1484   [2]
프리퀄로서도,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으로서도 합격.. ★★★★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는 <엑스맨 시리즈>의 프리퀄이다. 그러니깐 프로페서 X가 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 매그니토가 에릭 랜셔(마이클 패스벤더), 미스틱이 레이븐(제니퍼 로렌스), 비스트가 행크 맥코이(니콜라스 홀트)였을 때의 이야기와 이들이 어떻게 만나 친구가 되고 또 어떻게 분열하게 되었는지 전사를 담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 프로페서 X가 휠체어에 앉게 된 이유라든가 매그니토의 헬멧, 비스트의 변신 이유 등도 담겨 있어, <엑스맨>의 팬들이라면 아마도 도저히 그냥 지나치지 못할 영화일 것이다.

 

어린 에릭은 2차 대전 당시 폴란드 유대인 수용소에서 금속을 움직이는 능력이 있음을 나치 의사 세바스찬 쇼(케빈 베이컨)에게 들키고, 쇼는 에릭의 능력을 끄집어내기 위해 에릭의 엄마를 죽인다. 한편, 텔레파시 능력이 있는 찰스 자비에는 음식을 훔치는 레이븐을 발견하고 의남매로 같이 지내게 된다. 60년대 냉전시대, 쇼는 엠마(재뉴어리 존스) 등 돌연변이들의 힘을 이용, 미국과 소련의 핵전쟁을 유발하려 하고, 찰스는 CIA의 모이라 요원(로즈 번)과 함께 쇼를 잡기 위해 출동했다가 엄마의 복수를 위해 역시 쇼를 잡으려던 매그니토와 만나게 된다. 친구가 된 둘은 쇼를 잡기 위해 젊은 돌연변이들을 모아 훈련을 시키고, 쿠바 앞바다에선 쇼의 음모에 의해 미국과 소련의 함대가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전개된다.

 

사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엑스맨>이 나오기 전까지 슈퍼 히어로 액션 영화는 팀 버튼의 <배트맨> 두 편을 제외하고는 딱히 이야기나 주제의식이 중요한 영화는 아니었다. 유치찬란한 대사와 장면이 주를 이뤘고, 주제의식이라 해봤자 천편일률적인 권선징악에 국한됐다. 이러다보니 유치한 아이들용 영화라는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런데 2000년에 나온 <엑스맨>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슈퍼 히어로가 주인공인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음에도 어두운 분위기와 무거운 주제의식이 영화를 감싸고 돌았다. 누가 얘기했다시피 만약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이 나오지 않았다면, 아마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비긴즈> <다크나이트>가 만들어 지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잭 스나이더의 <왓치맨>은 연출자의 의도라기보다 원작 자체의 힘)

 

아무튼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은 다양한 은유와 비유로 사회에서 차별받고 있는 성적 소수자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단순히 악역, 나쁜 놈으로 규정하기엔 복잡한 캐릭터들.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는 단순히 선악의 대결이 아니라 흑인 민권 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말콤 X의 관계에 다름 아니었으며, 철학적으로 곱씹을만한 상황과 대사들이 슈퍼 히어로 영화에 무게감을 더해주었다. 거대한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에 깃들인 비주류적 감성은 아마도 브라이언 싱어 감독 자신이 비주류로서의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더욱 절실하게 화면에 배어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엑스맨 시리즈>의 최종판인 <엑스맨 : 최후의 전쟁>과 스핀오프인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은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과는 동떨어진, 그저 화려한 여름용 블록버스터로서의 위용만(!)을 과시했다. 물론 두 영화의 재미가 떨어진다는 얘긴 아니다. 재미 이상의 것을 보여주었던 시리즈의 최종판으로서 미흡했으며, 가장 매력적 캐릭터였던 울버린의 전사를 끼워 맞춘 듯한 억지가 아쉬웠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완전히 망가져버린 <배트맨>을 프리퀄로 완벽하게 부활시켰듯이 그보단 덜 망가지긴 했지만, 어쨌든 아쉬운 마무리를 보인 <엑스맨 시리즈>를 부활시킬 당사자로 선택된 연출자는 바로 <킥 애스 : 영웅의 탄생>의 매튜 본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매튜 본은 휘청거리던 <엑스맨>의 프리퀄을, 그리고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을 성공적으로 열어젖혔다.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는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마치 첩보물을 대표하는 <007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CIA 요원인 모이라가 ‘헬 파이어 클럽’에 잠입해 돌연변이들의 모습을 훔쳐보는 장면이라든가 잠수함을 타고 다니며 음모를 꾸미는 쇼 일당의 모습도 그러하고 엠마는 <007 시리즈>하면 떠오르는 여성 악역의 대표적인 이미지들의 총합으로 만들어진 듯하다. 이런 분위기는 바로 영화의 배경인 60, 70년대 냉전의 분이기이며, 첩보물이 주는 적당한 리듬감은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긴장과 흥미, 그리고 유쾌한 기분을 만들어 낸다. 또한 후반부 쿠바 미사일 위기라는 실제 역사를 끌어 들여 이를 쇼의 음모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가 저지하는 장면은 대체 역사 장르로서의 <왓치맨>을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엑스맨 : 퍼스크 클래스>는 여러 영화의 프리퀄들이 인물의 전사를 과도하게 억지스런 설정으로 짜 맞춰 아쉬움을 준 데 비해, 꼼꼼하고 짜임새 있는 전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찰스는 왜 인간과 돌연변이들이 자유롭게 어울려 지낼 수 있음을 확신하는 이상주의자가 되었는지, 매그니토는 왜 힘으로 인간과 맞서 돌연변이의 독자적 세력화를 추구하는 과격한 혁명주의자가 되었는지, 어째서 찰스와 의남매 지간이었던 미스틱이 매그니토 편에 서게 되었는지도 영화는 설득력 있게 풀어 나간다. 거기에 시리즈의 첫 편부터 존재했던 음속 비행기와 돌연변이들을 찾는 텔레파시 증폭기의 처음을 보여주며,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엑스맨> 팬들이 궁금해 할 만한 다양한 사건들이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어, 보는 내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물론 이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에서도 돌연변이들은 억압받는 성적 소수자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으며, 스스로를 드러내지 못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감추고 사는 이들과 자신과 다른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없애려는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다름은 그저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이 아님을 역설한다.

 

정치적, 철학적으로 옳은 가치관,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다 해도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에 재미가 없다면 그건 실패작으로 귀결될 것이다.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의 최고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재미에 있다. 첩보물로서의 재미에 덧붙여 액션 장르로서의 재미도 뛰어나다. 쇼 일당이 CIA에 침투해 벌이는 액션신이라든가 미국과 소련의 함정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거대한 잠수함을 들어 올리며 돌연변이들이 벌이는 액션, 쇼의 죽음과 인간들의 배신으로 연결되는 마지막 장면은 뇌리 속에 깊은 인장을 남긴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베트맨 비긴즈>로 성공적인 프리퀄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후 다음 편인 <다크나이트>에서 일종의 화룡점정의 꽃을 피웠듯이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를 보며 <엑스맨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에 기대를 갖게 되는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벌써부터 다음 시리즈가 기다려진다.

 

※ 많이 구사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개입하는 유머는 거의 100% 성공률을 보인다.

 

※ 마이클 패스벤더, 제임스 맥어보이 등의 배우들이 주는 매력도 상당하다.

 

※ <엑스맨> <다크나이트> <스파이더맨> <왓치맨> <인셉션> 등의 영화가 선보인 상황에서 볼거리를 위해 이야기를 희생했다는 얘기를 하는 감독은 설마 없겠지?

 


(총 1명 참여)
hiro1983
훌륭한 리뷰   
2011-06-12 16:28
cipul3049
글 잘읽었습니다. 동감하고요. 매튜본이 계속 엑스맨 시리즈를 다시 만들었음 싶더라고요. 또한, 다다음주에 우리나라에서 개봉될.. <슈퍼 8> <그린 랜턴>도 벌써부터 훌륭한 평가받고있는데, 이번 해 헐리웃 영화들 다시 일어서는거 같은 예감이듭니다. 블록버스터 시기라 그런지 몰라도, 분노의 질주5도 분노의 질주 시리즈 중 가장 좋았고, 토르:천둥의 신도 엔터테인 충분한 작품이었고요.

 이번 엑스맨은 명작 수준 반열에 오를 정도로 훌륭한 블록버스터 영화였습니다. 일단 슈퍼 8 완전 기대하려고요.   
2011-06-04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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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 X-Men: First Class)
제작사 : Donners' Company, Marv Films, 20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 배급사 : 20세기 폭스
수입사 : 20세기 폭스 / 공식홈페이지 : http://www.xmenfirstcla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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