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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셰티? 황당하더라. 마셰티
novio21 2011-04-25 오후 8:54:53 456   [0]

  영화 포스터를 봤을 때, 유명한 배우들이 나오는 것도 놀랐지만 분위기가 어쩐지 B급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정말 B급 영화다. 유명배우들이 나온다면 뭔가 그럴 듯한 분위기에서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상식 아닐까? 하지만 이 영화, 보기도 전에 생각했던 그런 상황을 고스란히 재현했고, 그런 상식을 깨는 것을 미학이라고 이야기하듯 맘껏 B급 영화의 묘미를 선사한다.
  아마도 B급이란 표현 자체가 수준 낮다는 것으로 통용되고 있다. 아니 그렇게 표현해서 재미를 선사해주고 작품성도 나름 만들어가는 기획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피가 낭자하면서 코믹하고 어설픈 그런 장면들이 넘치도록 하는 그런 영화 말이다. 어린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구성, 세련되지 못한 내용, 그리고 어설픈 상활 설정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그저 그런 포맷을 지닌 영화로서 ‘마셰티’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 영화에 주인공 하기도 벅찰 그런 인물들이 주연도 아닌 조연으로 나온다는 것도 희한한 캐스팅이다. 정말 B급 영화처럼 이 영화 괴이하다.
  희한하게도 이런 B급 영화가 다루는 주제는 그런데 매우 묵직하다. 미국에서의 이민문제는 매우 첨예한 정치적 사안이다. 그리고 휘발성 가득한 민감한 내용이다. 멕시코와 미국 사이의 국경선에 담을 쌓고 아예 라틴계의 불법이민을 더욱 압박하려는 정치적 조치들이 난무하고 있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다 먹고 살자고 넘고, 그래서 먹고 살기 힘들다고 막겠다고 하는, 그런 충돌적 형국이다. 지금도 미국과 멕시코 국경들을 따라 거대한 담은 건설 중에 있다. 이럴 때, 이 영화는 흥미거리들만을 다루려는 B급 영화의 기존의 아성에 도전하는 듯, 매우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그것도 B급 영화 방식처럼 매우 투박하고 폭력적인 것은 물론, 거의 과격한 혁명에 가깝다.
  기괴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덕분에 괴이한 영상미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고 지금도 그것을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런 ‘썬 시티 시리즈’ 제작에 공동으로 참여한 로드리게스 감독도 그런 부류 중 하나다. 이번 영화는 아예 타란티노 감독과 합심해서 만들었던 영화 <그라인드하우스>에서의 예고편이었던 가짜 영화 <마셰티>를 진짜 영화로 만들면서 타란티노 식 장면 만들기에 충실했다. 아니 더했다. 영화 속의 영화, 즉 타란티노 감독과의 인연을 이 이상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또 다른 타란티노인 로드리게스 감독은 라틴계 미국인이다. 괴이한 영상을 타란티노 영화는 라틴 문학의 정수인 마술적 사실주의와 매우 유사하다. 그래서인지 라틴게인 로드리게스 감독이 타란티노 식 표현법을 차용하는 것이 그리 문제되지 않는다. 신화적이면서도 환상적이고, 그러면서도 잔혹하면서도 기이한 세상을 만드는 방식은 로드리게스 감독에겐 그다지 이상하지 않은가 보다. 
  히스패닉계가 갖고 있는 운명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론 라틴계의 불법 이민이다. 이 점에 대해 라틴계인 로드리게스 감독이 할 말이 많아 보인다. 사실 그의 이름 자체가 운명적으로 역설이다. First name은 영국식인 Robert이지만 그의 Last name, 즉 성은 Rodriguez다. 그는 분명 태생적으로 앵글로 아메리카와 라틴 아메리카란 두 가지 문화권이 결합된 미국인이다. 또한 텍사스 자체도 원래는 멕시코 영토였지만 미국과의 전쟁으로 멕시코가 빼앗긴 비극의 영토다. 사실 Texas란 이름 자체가 스페인어다. 알라모 전쟁으로 멕시코 너머의 영토가 된 이 지역을 중심으로 영화가 생산됐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가난한 라틴계의 삶이 터전이 되고 만 미국에서 다 쓰이다가 필요 없거나 미국 내의 백인들의 경제상황이 어려우면 그냥 내쫓기는 상황을 당해야 하는 불법라틴이민자들과 그는 같은 피를 나눠온 사이인 것이다. 그 지점에서 그의 영화는 단순한 오락거리 이상으로 넘어간다.
  밀림 속에서나 사용할 듯한 무자비해 보이는 칼인, 마셰티는 그런 편향된 결론 속에서, 보이는 이미지처럼 휘둘릴 때마다 핏물이 넘실거린다. 그 속에는 불법이민으로 어렵게 살고 실컷 이용당하다가 마약이나 정치와 관련된 이권에 의해 쉽게 내쫓기는 라틴계인들의 분노가 담겨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단물 다 뺏고 내쫓는 상황은 극단적인 분노를 일으키게 만든다. 악용된다는 것은 불법이든 합법이든 불편한 속내를 만드는 법이니까. 미국을 위해 봉사하다가 백인들의 음모에 악용되는 라틴계의 전직 경찰의 모습에서, 그리고 같은 라틴계인 불법이민자를 솎아내는 히스패닉계 이민경찰관이 사회의 정의와 미국의 법이 일치하지 못했을 때의 분노 표출과 선동하는 행동으로의 변화는 그런 불편한 속내를 형상화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같은 핏줄이라서 들고 일어선다. 그리고 무자비하게 백인들을 살육한다. 그들이 사적 국경 수비대이든, 불법을 자행하는 범죄인이나 정치인이든 상관이 없었다.
  영화에서 행동을 보이자고 선동하는 영화 속의 주요 인물들은 섬뜩함을 보여준다. 영화는 B급 영화다운 즐거운 재미를 줘야 하는데 강한 사회성을 바탕으로 한 현실인식의 의미를 보여주고 이상하게 강한 호소력과 주제의식을 드러낸다. 영화는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분노하고 있다. 불법이민에 대해 시시비비를 따지자면 복잡한 사회적 문제와 쟁점이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여기선 이미 불법이민을 단죄하는 미국 백인계는 다 악당들이다. B급 영화의 편향된 사고가 전혀 다듬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결론이다. 이 영화를 본 미국의 백인들의 마음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한국에서의 황인종이야 라틴계에 대한 동정으로 기울겠지만 백인의 마음은 뒤숭숭했을 것만 같다. 뭔가 바꾸지 않으면 크게 다친다는 식의 마카로니 웨스턴 B급 타란티노식 영화는 직설적이면서 협박 분위기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런 것들과 다른 것들로 화제가 됐다. B급 영화에 대니 트레조(마셰티), 로버트 드니로(맥로린 의원), 제시카 알바(사타나), 스티븐 시걸(토레즈), 린제이 로한(에이프릴)과 같은 거물들이 출현했고, 제시카 알바와 린제이 로한의 노출이 화제가 된 것은 영화 외적인 것에 너무 매몰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화제성이 될만한 것들이지만 마셰티란 제목과 그것이 담고 있는 미국 내에서의 라틴계의 분노와 그 위험성이 더 부각되어야 할 것이고, 미국처럼 공존의 문화를 거의 이루지 못한 한국 역시 그런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을 일깨워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가 너무 가치와 교훈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어설프게 여기면 안 될 것도 있음을 놓치면 안 된다. 마셰티는 그래서 마냥 웃고 즐겁게만 볼만한 것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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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셰티(2010, Machete)
제작사 : Hyde Park Entertainment / 배급사 : (주)화앤담이엔티
수입사 : (주)코리아스크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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