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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부끄럽지 않은 순간 페임
jimmani 2009-09-24 오전 1:52:28 10809   [1]
 
요즘 들어 오디션은 굳이 연예계를 지망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국내외적으로 TV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의 한 형태가 바로 오디션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아메리칸 아이돌>, <아메리카스 갓 탤런트>, <유 캔 댄스> 등 오디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중대한 비중을 차지한지 수년이 흘렀고, 우리나라에서도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하는 <슈퍼스타 K>가 여느 인기 없는 공중파 드라마 시청률의 두 배를 뛰어넘을 만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범한 실력을 지닌 평범한 사람이 오디션을 거치며 스타로 성장해 가는 과정은 영화나 드라마의 허구 이전에 이미 실제 상황의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면서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불러 일으켜 왔다. 그리고 그러한 드라마틱한 카타르시스는 이제 다시 거꾸로 영화계로 넘어오고 있다.
 
리메이크작이긴 하지만 올해 새로 나올 영화 <페임>도 그러한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현재 대중은 이미 만들어진 스타에게는 조금씩 싫증을 느껴가고 있는 동시에, 타고난 재능을 지녔지만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일반인이 우리가 우러러 보는 스타가 되어가는 과정에는 동질감과 동경을 함께 품으며열광하고 있다.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현재와 우리가 꿈꾸는 미래를 함께 품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코드는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페임>도 이러한 요즘 대중들의 욕망이 반영된 영화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환상이 현실이 되어 가는 꿈같은 과정만을 쫓아가지 않았다. 마냥 현란할 거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영화는 생각보다 담백하고 진솔하다.
 
미국의 중심에서도 한복판에 위치한 뉴욕 예술 학교는 매해 수많은 학생들이 선망하는 최고의 예술 학교다. 그 두터운 경쟁률을 뚫고 올해도 신입생들이 들어온다. 실력은 있지만 매사에 긴장해 끼를 마음껏 발산하지 못하는 제니(케이 파나베이커), 뛰어난 가창력을 지녔지만 어디까지나 즐기는 게 우선인 마르코(애셔 북),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하지만 하고 싶은 것은 더 많은 드니즈(나투리 노튼),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예술 학교 진학을 결심한 말릭(콜린스 페니), 발레리노를 향한 꿈은 높지만 실력이 못미쳐 고민하는 케빈(폴 맥길), 작곡의 꿈을 펼치려는 빅터(월터 페레즈), 부잣집 딸로 무용에 천부적 소질이 있지만 지루해 하는 앨리스(케링턴 페인), 재기 넘치는 영화 감독의 길을 택한 닐(폴 이아코노) 등 분야는 다르지만 꿈을 향한 열정은 모두 같은 아이들이 정신없이 한 학기 한 학기를 지난다. 누구는 보다 즐거운 삶을 위해, 누구는 성공을 위해, 누구는 자신을 확실히 찾기 위해 꿈을 좇지만, 이들의 꿈을 순탄치 않게 할 진짜 시련들은 아직 다가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아간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학교 속에서도 치열한 다툼을 이어가야 하는 이 아이들에게, 진정 '명예'란 무엇일까?
 
 
이 영화는 굳이 분류하자면 뮤지컬 영화라 할 수도 있겟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정통 뮤지컬 영화와는 좀 떨어져 있다. 연기를 하다가 배우들이 불현듯 군무를 추며 이야기 전개의 수단으로 노래를 끄집어내는 그런 뮤지컬 영화 말이다. 이 영화에서 음악과 노래, 춤과 연기는 예술 학교 학생들이 전공하는 분야라 정통 연기와 구분되지 않고 학교 생활 속에서 연주하거나 노래하는 장면들로 자연스럽게 섞여든다. 정극처럼 연기하다가 갑자기 현실에선 하지 않을 것 같은 군무를 공공장소나 실외에서 난데없이 하는 장면에서 느끼게 되는 일말의 오글오글함은 덜하다는 얘기다. 음악과 노래는 때론 배경으로, 때론 학생들의 재능이 만들어낸 결과물로 등장하기 때문에 이 영화는 뮤지컬 영화이자 음악 영화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30년 전에 나온 영화를 리메이크했기 때문에 현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할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이 영화의 대표곡이라 할 만한 'Fame'과 같이 원작을 그대로 계승한 넘버도 있지만 2009년 버전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노래도 적지 않은데, 요즘 세대의 취향에 걸맞게 힙합/R&B의 기질을 고루 갖추고 있다. 물론 학교 식당에서 비트에 맞춰 끼를 발산하는 장면과 같이 원작에 있는 장면을 그대로 이어온 부분도 있으나, 이런 경우에도 원작의 락적인 부분보다 힙합적인 부분을 강화함으로써 21세기 <페임>의 분위기를 확실히 했다. 이렇게 바뀐 음악은 요즘 세대로서 들어봤을 때 한층 세련된 느낌이 있으면서도 파괴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무래도 난장판처럼 무질서하게 어우러져 자유를 발산했던 원작만큼의 폭발적인 해방감은 느껴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대표곡인 'Fame'이 본편 내용 안에 삽입되지 않은 것은 상당히 아쉬웠다.
 
 
하지만 그래도 시각적으로는 매우 호강할 수 있다. 일단 안무가 겸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의 감독이 만든 이 영화 속에는 노래와 춤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퍼포먼스가 등장한다. 뮤지컬 영화에는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랩도 노래와 섞여 하모니를 이루고, 관능적인 무용만을 위한 무대도 준비되어 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가 한 무대에서 만난 결과물을 보여주는 결말의 졸업 공연 장면은 뮤지컬 영화 또는 음악 영화로서 결코 부끄럽지 않은 강렬한 클라이맥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울, 가스펠, 현대무용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 장면은 영화 전체에 있어서 화룡점정의 부분이라 할 만하다. 재능의 분야가 다양하다 보니 등장하는 OST 넘버들의 장르 또한 다양해 힙합과 발라드, R&B 등 다양한 음악을 맛볼 수 있다. 거기다 선생님들로 등장하는 중견 배우들 외에 전원 신인 배우로 이루어진 학생들은 신선함과 실력을 동시에 지녀 젊음의 생기가 어색하지 않게 와닿는다. 이 중에는 실제 가수 출신도 있고(나투리 노튼, 애셔 북), 미국의 유명 오디션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유 캔 댄스'의 인기 출연자(케링턴 페인)도 있다.
 
이 영화의 전체적인 인상을 한 줄로 표현한다면 'MTV가 만든 다큐멘터리'라 할 만하다. 영화는 다소 평이한 스토리라인과 수많은 인물들을 넓지만 얕게 등장시키는데, 이것은 영화의 실수라기보다 약간 의도된 부분이 보이는 듯 하다. 영화는 1시간 50분의 러닝타임 속에 학생들이 오디션을 거쳐 입학해 졸업할 때까지의 꽤 긴 시간을 표현하는데, 특정 인물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지긴 하나 이들에게 일어나는 일이 그렇게 유별나고 대단한 일이라는 인상은 잘 들지 않는다. 퍼포먼스 장면에선 극도로 세련되고 다듬어진 촬영과 조명을 동원하지만 그 외 학생들의 학교 생활 장면들에서는 핸드헬드가 자주 쓰이며 이들의 일상에 손질을 가하는 것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이 한데 모여 무언가 거대한 프로젝트를 준비한다는 내용도 딱히 담겨 있지 않고, 어떤 거대한 시련이 닥쳐와 이들을 일제히 좌절케 하는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물론 졸업 공연은 이들 모두 졸업생이니 함께 만들어가는 무대이지만, 그 전까지 학교 생활 중에 겪는 일들은 이들이 인간 관계적으로 서로 얽히는 와중에도 각자의 고민들을 껴안고 있다. 이야기의 흐름이나 갈등 구조가 일직선으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중구난방이라 여겨질 수도 있겠으나, 한편으로는 각자의 일들 때문에 누구는 성공하는 반면 누구는 좌절하고, 서로 트러블을 일으키기도 하는 모습은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인상을 준다.
 
 
열정 하나는 똑같이 품에 안고 학교에 들어왔지만 학생들이 미래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들은 서로 다르다. 어떤 이는 보다 뚜렷한 미래를 위한 투자라 생각하고, 어떤 이는 그저 하고 싶은 일을 즐거이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다른 생각 때문에 학생들끼리, 선생님과 제자끼리 충돌을 겪기도 하지만 각자 다른 사정이 있기 때문에 영화는 섣불리 누구의 편을 들지 않는다. (뚜렷한 악역이 등장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공통된 부분이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 폭발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에 목숨도 아깝지 않을 만큼의 열정을 바치는 것이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각자의 마음가짐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 당장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모든 힘과 혼을 쏟아서 집중하는 그 순간만은 그들이 가장 빛나고 커다란 주인공이다. 그들의 그러한 젊은 열기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마지막 졸업 공연은 그래서 뜨거우면서도 뭉클하다. 졸업 후에 이들이 어떤 길을 가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좌절을 겪든 승승장구를 하든 자신이 원하는 일에 목숨 걸고 빠져들었던 이 순간은 어쩌면 앞으로 그들의 삶에서 가장 '명예(fame)'로운 순간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한텐 몰라도, 나 자신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떳떳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화 <페임>은 끼와 열정과 꿈을 지닌 젊은이들의 '현재'에 집중한다. 학교에서의 4년이란 시간은 긴 시간이지만, 이 시간 안에서 사실 뚜렷한 기승전결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곧 이 4년 또한 이들이 삶의 무수한 연속에서 겪는 무수한 순간 중 일부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굴곡을 겪어가면서 이들이 결국 얻게 되는 것은 성공이 보장된 해피엔딩이나 실패가 불보듯 뻔한 새드엔딩이 아니다. 자기가 하고 싶고 잘 하는 일에 온 힘을 쏟는다는 것, 아마도 살면서 우리가 갖게 될 가장 중요한 에너지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페임>은 현란함만을 좇지 않고, 의외로 꽤 현명하게 '지금 젊다는 것'의 의미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영화다.
 
 

(총 4명 참여)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1-21 20:57
kimjnim
나도...   
2009-10-10 12:42
seon2000
...   
2009-10-08 22:41
dodo2327
보고 싶었는데..   
2009-10-08 12:18
kimjnim
대단합니다   
2009-10-08 00:03
hyeoni7
저는 별루였는데   
2009-10-06 18:02
ljeboba
~.~   
2009-10-05 21:20
makipark03
멋진연기 대단함다~   
2009-10-05 14:50
seok2199
잘봤어요~   
2009-10-05 12:28
pinkoki
^^   
2009-10-05 10:20
jhekyh
잘봤습니다.   
2009-10-05 09:24
wjswoghd
멋지게 해요   
2009-10-04 16:32
monica1383
잘 읽었어요~   
2009-10-03 07:48
pinkoki
^^   
2009-10-02 09:18
jhekyh
잘봣어요~   
2009-10-01 09:44
foralove
영화가 좀 정신 없었음   
2009-10-01 03:57
nampark
꿈보다 해몽   
2009-09-30 20:22
khjhero
잘봤어요~   
2009-09-30 11:22
hmaljw
잘봣습니다.   
2009-09-30 09:44
sasimi167
리메이크작이군요   
2009-09-30 01:06
wjswoghd
신나네요   
2009-09-29 20:26
verite1004
오늘 봤어요!   
2009-09-27 16:15
ekduds92
잘읽었어요   
2009-09-25 21:49
hooper
잘봣어요   
2009-09-24 16:56
na1034
잘봤습니다.   
2009-09-2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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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임(2009, Fame)
제작사 : United Artists, Lakeshore Entertainment, Metro-Goldwyn-Mayer (MGM) / 배급사 : (주)다자인소프트
수입사 : (주)비싸이드 픽쳐스, (주)모쿠슈라픽쳐스, 필립 스튜디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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