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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나눌 수 없는 비정한 권력의 속성... 흑사회
ldk209 2010-02-10 오후 2:09:50 770   [0]
결코 나눌 수 없는 비정한 권력의 속성... ★★★★

 

영화 <흑사회>는 소위 세계 3대 폭력 조직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삼합회를 소재로 한 것이다. 삼합회는 중국 청나라 말기에 반청복명(反淸復明), 즉 청나라에 반대하고 한족을 일으키기 위해 결성된 비밀 조직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영화에도 나오지만 그만큼 뿌리 깊은 역사와 방대한 조직 구성으로 인해 소멸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한 조직이라고 알려져 있다.

 

삼합회의 한 갈래인 우싱회는 2년에 한 번 원로들의 투표에 의해 새로운 회장을 선출한다. 후보는 거두(양가휘)와 록(임달화). 거두는 조직에 엄청난 돈을 벌어다주는 반면 성품이 포악하고 신뢰하기 힘든 인품을 지니고 있으며, 록은 화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등 인자함으로 여러 원로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원로들의 결국 투표로 록을 새로운 회장으로 선출하지만 거두가 이에 거세게 반발하면서 조직은 분열의 위기에 빠져 들게 된다. 과연 누가 조직의 권력을 장악하게 될 것인가. 오랫동안 권력의 상징으로 전해 내려오는 용두(龍頭)를 먼저 손에 넣기 위해 록과 거두는 치열함 암투를 벌이기 시작한다.

 

2005년 제58회 칸 영화제 경쟁 부분에 출품되는 등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흑사회>는 차갑고 어두운 화면 질감 등 전형적 느와르 영화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두기봉의 장기인 액션은 별로 보이질 않는다. 두기봉이 단지 액션 때문에 이 영화를 만들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며, 그는 삼합회로 대표되는 홍콩의 폭력조직, 그 어두운 세계의 법칙을 통해 다른 세계의 법칙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싶다. 즉, <삼합회>는 그런 의미에서 중국어권의 <대부>라고 일컬을 만하다.

 

<흑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느리고 진중하고 무겁고 차갑다. 자신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겠지만 영화의 이런 분위기와 배우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질감은 묘하게 부조화를 불러오면서 나름 유머러스한 느낌까지 풍긴다. 영화가 느리다는 것하고 질질 끈다는 것하고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이를테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느리긴 하지만 결코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단적인 예로 영화의 초반부 거두와 제트(양가휘)가 작은 배에서 조우하는 짧은 장면은 거두가 어떤 인간인지를 - 잔인하면서도 강한 자 앞에서 꼬리를 감추는 -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용두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록과 거두가 벌이는 일촉즉발의 대결 장면은 비정한 권력의 세계를 명확히 말해준다. 용두가 손에 손을 거쳐 록의 손으로 들어오기까지 몇 차례의 대결이 펼쳐진다. 문제는 싸움의 대상이 우군인지 적군인지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그들에겐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 주로는 폭력을 사용해 - 용두를 상대의 품에서 빼내 내 품으로 가져오는 것, 그것만이 오직 선이다.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고 이기는 게 정의라는 명제는 이와 정확히 부합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영화가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모든 게 정리되었다고 여겨졌던 마지막에 펼쳐지는 권력의 비정한 속성 때문이다. 조선시대와 같은 봉건시대에 왕인 아버지가 왕자인 아들을 처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대적 관점에서 이를 두고 ‘너무 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당시엔 아버지와 아들은 인륜적 관계이기도 하지만 결국엔 최종적인 권력 경쟁자의 성격 또한 가지고 있다. 권력은 결코 부자 관계에서도 나눌 수 없는, 온전히 독점해야 할 힘인 것이다. 우리 현대사를 보더라도 이는 명확하다. 인자한 모습의 록이 권력 독점을 위해 잔인하게 거두를 죽이는 모습은 몸서리 처지도록 선연한 이미지를 남기며 영화의 막을 내린다.

 

※ 또 하나 말하자면, <흑사회>의 마지막 장면에서 잔인하게 거두를 제거하는 록의 모습을 록의 아들이 지켜본다는 것도 꽤나 의미심장하다. 아버지의 폭력 장면을 불안하게 쳐다보는 아들에게, 결국 아버지의 폭력은 자신이 성장해 수행해야 할 행위로서의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총 0명 참여)
hsgj
잘읽었어요!   
2010-02-19 16:07
snc1228y
감사   
2010-02-10 14:47
ldk209
이미지 직접 올리기가 안 된다고 게시판에 남겨 놔도 아무런 변화가 없구나   
2010-02-1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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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회(2005, Election / 黑社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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