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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애덤스, 에밀리 블런트... 그리고.... 선샤인 클리닝
ldk209 2009-09-20 오후 5:20:15 1213   [3]
에이미 애덤스, 에밀리 블런트... 그리고....★★★☆

 

사회가 발달할수록 직업의 숫자는 늘어난다고 한다. 그러니깐 반대로 어떤 사회의 직업숫자를 세워보면 그 사회가 어느 정도 발달한 사회인지 확인 가능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직업 숫자가 늘어난다는 건 이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직업(이를 테면 컴퓨터 관련 업종들)의 등장과 함께 기존 직업의 세분화에 기인할 것이다. 이를테면 모든 청소를 대행하는 청소업이 특정 장소에 대한 청소업으로 세분화되듯이 말이다.

 

남편 없이 엉뚱한 사고력의 소유자 아들 오스카(제이슨 스페백)를 혼자 키우는 로즈(에이미 아담스)는 주로 파티 후에 어질러진 부잣집을 청소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자신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건만 아버지(알란 아킨)는 되지도 않을 일만 벌이고, 동생 노라(에밀리 블런트)는 조금만 맘에 맞지 않으면 직장을 때려치우며 로즈의 어깨에 부담만 지운다. 그러던 어느 날 로즈는 범죄 현장을 청소하는 일이 꽤 높은 수입을 보장한다는 사실을 알고 동생 노라를 끌어들여 ‘선샤인 클리닝’이라는 청소업체를 만들게 된다. 두 자매는 범죄 현장 청소업이 점차 자리를 잡아 가며 희망을 갖게 되지만,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인해 큰 불화를 겪게 된다.

 

실제 범죄 현장만 청소하는 직업이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왜 의문이 드냐면 그 업종이 돈을 벌 정도로 사람이 죽는 범죄가 많이 발생할까 하는 점 때문이다. 그러니깐 이 직업은 누군가의 불행이 자신에게는 수입이 되는 대단히 아이러니한 직업인 것이다. 물론 그런 직업이 한 둘 이겠냐만은. 어쨌거나 범죄 현장 청소업이라는 소재는 그 자체로 대단히 매력적이고 여러 가지 갈래를 예상하게 하는 지점이 된다. 그러니깐 범죄 현장 청소를 하던 중 결정적 증거를 발견해 자살로 위장한 살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스릴러 장르적 장치라든가 또는 미드 <고스트 위스퍼러>처럼 자살 또는 살해당한 가족이 있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주인공들이 삶의 의미를 깨닫고 성장한다는 드라마적 요소로도 뻗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선샤인 클리닝>에서 범죄 현장 청소라는 독특함은 영화의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 데 아무런 살을 보태지도, 더하지도 않는다. 이건 그저 하나의 직업으로서만 의미가 있을 뿐이다. 주인공들의 성장에도 범죄 현장 청소업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주인공들의 직업이 범죄 현장 청소업이 아니라 그 어떤 무엇이라도 가능한 얘기들을 영화는 한다.

 

정말 의아스러울 정도다. 이처럼 독특한 직업을 선택해 놓고는 그 직업으로부터 아무런 얘기도 하질 않다니. 좀 노골적으로 비아냥해보자면 이건 마치 한국 드라마 속 주인공의 직업이 경찰이면 ‘경찰이 사랑을 하는 드라마’, 의사면 ‘의사가 사랑을 하는 드라마’, 호텔 사장이면 ‘호텔 사장이 사랑을 하는 드라마’라는 비판 지점과 동일해 보이기도 한다.

 

거기에 연출도 평이해 보인다. 인물들의 동선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고, 분명 현실이긴 하지만 자매들의 성격도 전형적이다. 게다가 영화는 중요한 지점에서 멈칫거린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니깐 로즈를 도와주는 가게 주인과의 관계 진전이 아무런 추가 묘사 없이 중단되고, 자살한 엄마에 대한 원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의 이야기도 스리슬쩍 넘어간다. 반면 아무런 얘기도 없다가 처참한 범죄 현장에서 자살한 엄마의 모습을 살짝 비춰주며 두 자매가 가지고 있는 아픔의 근원을 건드린 부분은 애잔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소재의 독특함을 살리지 못하고 연출도 어느 정도는 평이한 <선샤인 클리닝>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 건 적격 캐스팅과 배우들의 연기에 힘입은 바 크다. 리뷰 제목을 ‘에이미 애덤스, 에밀리 블런트... 그리고....’라고 지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짧은 출연 분량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에이미 애덤스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준벅>과 <다우트>로 두 번이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발군의 연기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데 에이미 애덤스라는 배우에게 단지 연기력이 좋다고 말하는 건 그다지 좋은 표현은 아닌 것 같다. 어떤 평론가의 말대로 그녀는 종교와 동화를 동시에 담을 수 있는 얼굴이며, 그녀가 아니었다면 <마법에 걸린 사랑>은 현실성을 획득하지 못했으리라. <선샤인 클리닝>에서도 그녀는 우리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인상적인 데뷔를 한 에밀리 블런트 역시 충동적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노라 역을 멋지게 소화해 내고 있다. 그리고 알란 아킨. <미스 리틀 선샤인>에서 손자들에게 솔직한 충고를 했던 할아버지가 이번엔 자꾸 엉뚱한 짓으로 교사에게 혼이 난 손자에게 “넌 절대로 이상한 아이가 아니며, 널 이해하지 못하는 선생이 잘못됐다”며 격려하는 할아버지로 나온다. 묘하게 이미지가 겹치는 순간이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엔 강렬하진 않지만 곱씹을수록 인상적인 두 장면이 있다. 하나는 실수로 화재가 발생해 격렬하게 다툰 두 자매가 오스카의 생일에 얼굴을 마주대하는 장면이다. 이 자리에서 노라는 오스카의 생일 선물로 ‘꼬마 후레자식’(극장 자막은 분명 이렇게 적혀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떤 글에서 ‘꼬마 사생아’라고 되어 있다. 내 기억이 잘못된 겐지)이라고 적혀 있는 스티커를 붙여 준다. 후레자식이란 표현에 아프지 않다는 건 그 만큼 성장했다는 얘기일 것이다. 또 하나의 장면은 두 자매가 다투는 장면이다. 로즈가 “내 인생 하나 간수하기도 힘든데, 내가 너까지 챙겨야 해”라고 하자, 노라는 “내가 챙겨달라고 부탁한 적 없어. 그리고 이젠 날 보살필 필요도 없어. 애초부터 언니가 해야 할 일이 아니었어”라고 공격한다. 일반적으로 격렬한 파국이 예상되던 지점에서 로즈는 조용히 말한다. “그래도 누군가는 보살펴야 했어” 아.. 이 영화는 이토록 착한 영화였던 것이다.

 


(총 2명 참여)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1-21 21:25
hooper
이거 보고싶던데   
2009-09-21 17:21
jhee65
너무 매력적인 배우입니다.... ^^   
2009-09-21 15:51
cipul3049
가장 매력적인 여배우들 아닐까합니다.
이거 진짜 다른 여배우들 썼다면 어땟을까하는군요.
  
2009-09-2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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