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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들의 마음 속 영화관 탐방... 그들 각자의 영화관
ldk209 2008-06-03 오전 11:17:02 3915   [19]
거장들의 마음 속 영화관 탐방...

 

<그들 각자의 영화관>은 2007년 칸 영화제 60주년을 기념하여 조직위원장 질 자콥이 직접 제작과 편집을 맡고 '영화관'하면 떠오르는 느낌과 주제로 역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 35명이 3분짜리 스케치 33편(코언 형제와 다르덴 형제 포함)을 찍어 완성된 영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 상영작에는 코언 형제의 <월드 시네마>와 마이클 치미노 감독의 <통역할 필요 없음> 등 두 편이 빠져 있는데, 이는 두 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상업적인 목적으로 상영하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개봉 영화에서도 이 두 편은 빠져 있고, 오로지 2007년 칸 영화제에서 상영했을 당시에만 볼 수 있었다.

 

상영시간 고작 114분 동안에 31편의 영화를, 그것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거장들의 작품을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건 어쨌거나 매우 소중한 경험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 내가 실수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무려 31편의 영화를 머리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닌 내가 나중에 기억이나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영화 전문가도 아니고 어느 영화가 어느 감독 작품인지 나에겐 너무 어려운 미션이었다. 이런 영화를 볼 땐 펜과 종이를 준비해왔다가 메모하면서 봐야하지 않을까. 나중에 다시 한 번 봐야 하나....

 

우선 참여한 감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테오 앙겔로풀로스 (Theo Angelopoulos) 기타노 다케시 (Takeshi Kitano) 라스 폰 트리에 (Lars von Trier) 첸 카이거 (Kaige Chen) 구스 반 산트 (Gus Van Sant) 왕가위 (Kar-wai Wong) 데이빗 린치 (David Lynch) 데이빗 크로넨버그 (David Cronenberg) 장예모 (Yimou Zhang) 올리비에 아싸야스 (Olivier Assayas) 빌 어거스트 (Bille August) 제인 캠피온 (Jane Campion ) 차이밍량 (Ming-liang Tsai)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Alejandro Gonzalez Inarritu) 로만 폴란스키 (Roman Polanski) 빔 벤더스 (Wim Wenders) 유세프 샤힌 (Youssef Chahine) 쟝 피에르 다르덴 (Jean-Pierre Dardenne) 뤽 다르덴 (Luc Dardenne) 마노엘 드 올리베이라 (Manoel de Oliveira) 레이몽 드파르동 (Raymond Depardon) 아톰 에고이얀 (Atom Egoyan) 아모스 지타이 (Amos Gitai) 허우 샤오시엔 (Hsiao-hsien Hou) 아키 카우리스마키 (Aki Kaurismaki)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Abbas Kiarostami)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 (Andrei Konchalovsky) 클로드 를루슈 (Claude Lelouch) 켄 로치 (Ken Loach) 난니 모레티 (Nanni Moretti) 라울 루이즈 (Raoul Ruiz) 월터 살레스 (Walter Salles) 엘리아 술레이만 (Elia Suleiman)...

 

영화 줄거리를 그저 생각나는 대로 풀어 보면, 우선 두 번째로 상영된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작품. 영사기를 트는 인물이 바로 기타노 다케시 감독이고 단 한명의 관객이 영화관을 지키고 앉아 있다. 그러나 시골의 조그만 극장의 영사기는 자주 고장 나서 영화는 끊기고 훌쩍 건너뛰어 한 편의 영화를 보려면 잦은 휴식 시간을 가져야 하며, 내용을 이해하기에도 수월치가 않다. 데이빗 린치 감독의 작품. 거의 유일하게 영화를 보면서 감독을 맞춘 영화였다. 그만큼 독특하다고나 할까. 영화관 안에 큰 가위가 있고 그 가위가 움직이면서 춤을 추는 여인의 묘한 환영이 나타나고 그 뒤로 나래이션이 흐른다. 기이한 느낌의 서스펜스, 공포가 느껴진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 작품. 한 남자가 화장실에서 권총 자살을 시도하려 한다. 그리고 그 뒤로는 남녀의 나래이션이 흐르는데, 자살을 생중계하고 있다. 폭력에 대한 성찰을 시도한 기존 작품의 연장선에서 이해 가능하다. 안드레이 곤잘로프스키 감독 작품. 영화관의 표를 판매하는 여인이 혼자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고 뒤에서 젊은 남녀가 깊은 애무를 하는 중이다. 여직원은 둘의 은밀한 관계를 위해 매진됐다는 표지를 내 걸고 다시 영화 속으로 빠져든다. 장이모 감독 작품. 영화관 하나 없는 시골에 영사기와 스크린이 내걸리고 동네 주민들을 위해 영화가 상영된다. 동네 꼬마들은 신나서 상영이 되기만을 기다리지만 정작 영화가 상영될 땐 피곤에 지친 아이들은 잠이 든다. 따뜻한 느낌. 월터 살레스 감독의 작품. 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브라질의 한 마을. 서울 구경을 하지 않은 사람이 서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듯이 칸을 구경하지 않은 친구의 능청스러운 허풍이 이어진다. 두 남자가 극장에는 들어가지도 않은 채 북을 치며 마치 랩을 하듯이 3분 동안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영화 중 가장 흥겨운 느낌. 빔 밴더스 감독의 작품. 이 작품은 아마도 실제 주민들을 촬영한 듯 하다.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아프리카 콩고의 한 마을. 영화가 상영되고(아마도 블랙 호크 다운)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흠뻑 빠져 작은 TV 화면으로 영화를 보고 있다. 영화에서도 시종일관 총소리가 들리고 영화관 밖에서도 저 멀리 총소리가 들린다. 평화는 요원한 것일까. 빌 어거스트 감독의 작품. 덴마크의 한 남자가 이란 출신 여성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영화 속 대사를 엉터리로 통역해주고, 이 과정에서 관람객과 시비가 붙는다. 나중에 엉터리 통역이 들통 나지만 과연 이 남자는 이란 여성의 사랑을 얻을 수 있을까. 켄 로치 감독의 작품. 제목이 <해피 엔딩>이었으며 제목답게 맨 마지막에 상영되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영화를 보러 갔다가 도저히 고르지 못하고 그냥 축구나 보러가자며 나간다. 이건 아마도 요즘 상영되는 대부분의 말초적 오락영화에 대한 일침이 아닐까.

 

그리고 누구 작품인지 기억나지 않는 작품.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큰 웃음이 터져 나온 작품이다. 거의 포르노 수준의 영화(아마도 실비아 크리스텔의 엠마누엘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가 상영되는 극장. 뒤쪽에 한 남자가 누워 신음 소리를 낸다. 관객들이 항의하고 극장 관계자가 그 남자에게 "왜 2층 좌석표를 가지고 1층에 있느냐"고 묻자 신음 소리를 내던 남자 왈 "2층에서 떨어졌어. 아... (고통소리)" 이 얘기는 최불암 시리즈에 똑같은 내용의 유머가 있다. 혹시 이 감독이 최불암 시리즈를 읽은 것은 아닐지. 그리고 또 한 작품. 영화보는 도중 옆의 한 남자가 계속 말을 건다. 그것도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자신의 소개를. 한참 얘기하던 그 남자가 당신은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자. 옆에서 짜증나는 얼굴로 얘기를 듣고 있던 남자는 말한다. "나는 사람을 죽인다" 망치를 들고 사정없이 후려친다. 그리고는 조용히 영화를 본다. 그리고 장님을 주인공으로 한 두 편의 영화는 영화를 감상한다는 체험이 단지 시각으로만 가능한 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있다.

 

이 외에도 많은 영화들이 언뜻 언뜻 기억이 나긴 하는데, 정확치가 않다. 이 영화의 장점이라면 3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거장 감독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고, 그 짧은 시간 안에 감동과 유머, 공포,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는 진귀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31편이나 되는 모든 영화가 최고 수준인 것은 아니며, 수준에 미달하는 이른바 감독의 이름값을 못하는 작품들도 분명 있다. 그러나 아무리 지루하고 재미없는 작품일지라도 3분만 인내(!)하면 바로 다른 작품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강하게 가슴에 와 닿았던 건, 고작 3분짜리 영화 한 편 만드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공동작업의 결과라는 점이다.(각 영화마다 엔딩 타이틀이 의외로 길다) 정말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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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영화관(2007, To Each His Own Cinema / Chacun son cin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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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사 : (주)유레카 픽쳐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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