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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향기가 느껴지는 아름답지만 가슴 아픈 진실.. 인 블룸
ldk209 2008-09-29 오후 10:36:11 12017   [16]
꽃향기가 느껴지는 아름답지만 가슴 아픈 진실.. ★★★★☆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 영화 평론가가 이 영화의 시사회를 보고 난 직후 ‘도대체 어떻게 글을 써야 하나’ 난감함을 느꼈다고 하는데, 비슷한 심정일지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 난감함에 사로 잡혀야 했다. 스포일러 없이 이 영화를 어떻게 묘사할 것인가? 영화를 안 본 사람과 이 영화를 교류할 수 있을까? 이 영화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요구를 받으면 그저 단순한 스토리에 덧붙여 교내 총기 난사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고, 이미지 면에서 <엘리펀트>를 떠올리게 하며, 매우 몽환적인데다 아름다운 영화라는 정도? 그런데 보고 나면 가슴이 저릴 정도로 아픈 진실이 숨어 있다는 것까지 추가해서?

 

여러 가지 면에서 <인 블룸>이란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제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간편하다. <The Life Before Her Eyes> 그녀 - 다이아나의 눈앞에 펼쳐지는 삶은 과연 진실일까? 아니면 죄의식의 반영일까? 또는 삶의 무게감일까?

 

‘현재 또는 미래’의 다이아나(우마 서먼)는 교수 남편과 사랑스러운 딸을 가진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을 살고 있지만 늘 불안의 그림자가 따라 다닌다. ‘과거 혹은 현재’인 15년 전, 끔찍했던 교내 총기 난사 사고의 기억. 17살이던 다이아나(에반 레이첼 우드)는 단짝이었던 모린(에바 아무리)과 화장실에 있다가 총기를 난사하던 마이클과 대면하게 된다. 마이클은 둘 중의 한 명만 죽일 것이라며 누가 죽을지를 결정하라고 한다. 과연 누가 죽은 것인가? ‘현재 또는 미래’에 존재하는 다이아나가 살아남은 것인가? 아니면 모린이 살아남은 것인가?

 

이 영화를 보면서 <엘리펀트>가 떠올려진다고 하면 그건 단순히 소재의 일치성 때문만은 아니다. <엘리펀트>를 떠올리면 파란 하늘이 연상되는 것처럼, 이 영화에서도 파란 하늘과 파란 수영장물, 그리고 화사한 꽃들이 만발하는 아름다움을 연상하게 된다. 이건 아마도 젊음의 이미지다. 에반 레이첼 우드의 아름다움과 젊음의 화사함이 화면을 통해 시종일관 넘쳐난다. 그리고 영화는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를 아름다운 영상으로 대체한다. 꽃이 피고, 새가 날고, 햇살이 비친다. 너무 맑고 투명해 보이는 수영장의 파란 물, 세밀할 정도로 잡아내는 부엌의 풍경들. 상한 음식을 탐하는 벌레들의 징그러운 움직임. 그러면서 영화의 맥을 살피는 대사들과 표정들이 요소요소에 배치된다. 따라서 이 영화는 집중하지 않고 흘려보게 되면 이야기를 놓치게 될 우려가 있다.

 

영화는 ‘현재 또는 미래’와 ‘과거 또는 현재’의 장면을 계속 교차해서 보여준다. 물론 그런 교차가 영화를 이해하는 데 어려운 조건은 아니다. 사실 영화가 보여주는 방식은 교차라기보다는 과거, 현재, 미래가 교묘하게 겹쳐져 있음을 의미한다. 이건 현재일지도 모를 미래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게 아니라, 거의 동일한 시점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그런지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설명된다. 즉, ‘현재 또는 미래’, ‘과거 또는 현재’라는 연결은 이 영화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가 된다.

 

둘 중의 한 명만 살아남는 조건에서 우리는 두 가지 다른 버전의 장면을 본다. 모린이 자신을 죽이라고 말하자 마이클은 다이아나를 종용한다. 그러자 다이아나는 모린과 잡고 있던 손을 슬며시 풀며 살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한다. 자, 이후에 그녀의 삶은 어떻게 될까? 살아남은 다이아나는 죄의식 속에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어린 딸 엠마는 자기가 어렸을 때보다 더 심하게 말을 듣지 않고 말썽을 피운다. 이 부분은 마치 우리네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너가 커서 너랑 똑같이 닮은 자식을 낳으면 내 심정을 이해할꺼다’라는 일종의 악담(?)을 연상시키는 대목이긴 하다. 어쨌거나 살아남은 다이아나는 죄책감 속에 자신의 삶이 무너져 내림을 경험한다. 그렇다면 만약 15년 전으로 돌아가 선택을 바꿀 수 있다면? 그녀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죄책감으로 억눌린 삶을 사는 것보다는 ‘내가 무슨 복이 있어서 너 같은 친구를 만났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한 모린을 대신해 희생하는 쪽을 택한다. 이건 어쩌면 대단히 이기적인 결정일지도 모른다. 이제 살아남은 모린은 다이아나 대신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다이아나는 말한다. ‘인간의 몸에서 가장 강한 근육은 심장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은가봐’ 모린 말처럼 ‘창녀’, ‘걸레’라는 말만 나오면 스스로 기분이 엉망이 될 정도로 다이아나는 마음이 여리다. 겉모습은 그저 잘 노는 날라리 같지만 사랑에 가슴 아파하고 마음을 나눌만한 친구는 모린 밖에는 없다. 결국 최후의 선택을 한 다이아나는 총기사고 추모식에 참석한다. ‘생존자이신가요?’라는 질문에 다이아나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말한다. ‘생존자가 아닌데요’

 

※ 영화는 마지막 총기가 발사되면서 쓰러지는 장면에 모든 감정이 집중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느꼈다) 따라서 영화의 감정선을 잘 따라간다면 이 장면에서 매우 슬픈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이미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음에도 마치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잔디밭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 아름다움은 슬픔을 동반하는 것일까? 아니면 아름답기 때문에 더욱 슬프게 느껴지는 것일까?

 

※ 누군가는 혹시 살아남은 모린이 다이아나 행세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할지도 모르고, 어느 면에선 그것도 충분히 재밌는 결론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제목이라든가 특히 마지막의 다이아나(우마 서먼)의 ‘생존자가 아닌데요’라는 대사는 그런 해석과는 거리가 있음을 의미한다.

 

※ 바딤 페렐만 감독의 다음 작품은 한국 영화 <파이란>을 리메이크한 영화라고 한다. 미국 상황에 맞게 장백지가 맡은 역할은 러시아 이민자로 바뀌며 <인 블룸>에서 어린 다이아나 역을 맡은 에반 레이첼 우드가 맡을 것이라고 한다. 에반 레이첼 우드를 눈 여겨 보게 된 건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보고 나서 부터였다. 유명세 때문인지 <인 블룸>이 우마 서먼의 영화인 것으로 기사화되고 있지만, 두 다이아나의 영화이며, 사실은 에반 레이첼 우드의 영화에 더 가깝다.

 


(총 1명 참여)
ldk209
정말 최악인 영화들을 안 보신 모양이군요...   
2008-11-29 11:32
fghj456
내생애 최악의 영화ㅡㅡ   
2008-10-06 17:37
ldk209
글 처음에 "한 영화 평론가"라 함은 무비스트 리뷰를 의미합니다...   
2008-10-0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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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블룸(2007, Life Before Her Eyes / In Bloom)
배급사 : (주)케이디미디어
수입사 : 판씨네마(주) / 공식홈페이지 : http://www.in-blo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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