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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삭막한 풍경 마저도 감싸 안는 소녀...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ldk209 2008-08-12 오후 2:48:20 2185   [5]
도시의 삭막한 풍경 마저도 감싸 안는 소녀... ★★★☆

 

영화는 바삐 움직이며 청소하는 학생들을 비추며 시작한다. 초중등학교를 통틀어 전교생이 여섯 명인 학교에 새로운 전학생 히로미가 오는 날이다. 이 작은 학교의 맏언니 역할을 하고 있는 중 2학년 소요는 자신과 동급생인 전학생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드디어 등장한 전학생은 기대 이상의 완전 꽃미남. 그러나 소요의 기대와는 달리 히로미는 싸가지 없는 멘트를 날려주며 소요의 마음을 얼어붙게 하지만, 소요는 히로미가 동네 할아버지의 손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급격히 친근함을 느끼게 되고, 특히 히로미가 소요에게 대시하면서 둘 사이의 풋풋한 감정은 영글어간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은 구라모치 후사코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란다. 그 원작 만화의 이름은 <천연 꼬꼬댁>. 원작만화의 제목 때문인지 영화엔 닭장 속의 닭을 가끔 비춰준다. 원작의 제목이 어수룩하고 순진한 주인공 소요의 개인 캐릭터에 맞추고 있다면,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이라는 영화의 한글 제목은 소요를 감싸고 있는 마을 풍경, 그리고 소요와 영화를 보는 관객의 마음에 부는 잔잔한 바람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요즘 외국 영화의 한글 제목 추이가 원제를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가 많은데,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은 영화의 정서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정말 안성맞춤인 잘 지은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배두나가 출연한 <린다 린다 린다>에서 특별하거나 뚜렷한 사건 없이 학생들의 빛나는 한 때를 표현한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은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에서도 어떻게 보면 너무 익숙하고 전형적인 이야기를 아름다운 풍경 속에 녹아내어 보는 관객의 마음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영화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라야 바닷가에 놀러가면서 자연의 소리를 듣는 아이들의 모습, 마을 축제, 도쿄로의 수학여행, 오줌을 참다 방광염에 걸려 결석한 아이에 대한 소요의 안타까움 등 살면서 느끼게 되는 평범한 일상들이다.

 

어쩌면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은 이런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찬란한 빛을 찾아내는 데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이 영화에서 가장 빛이 나는 순간은 시골에서만 자라 온 순박한 소요가 수학여행을 간 도쿄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 하다가 어느 순간 도시의 소리를 귀담아 들으며, 도시의 소리(소음)와 도시의 높게 솟은 삭막한 빌딩들까지 따뜻하게 감싸 안는 모습이다. 소요는 도시 속에서도 시골의 소리를 느끼며 ‘너희들하고도 언젠가 친해질 날이 올지도 몰라’라며 오히려 도시를 위로한다. 도시에서 자란 소년 또는 소녀와 시골에서 자란 소녀 또는 소년이 만나는 이야기는 많다. 그리고 보통 이런 이야기들이 도시와 시골을 서로 대립시키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은 도시의 삭막한 풍경마저도 넉넉하게 끌어안는다는 점에서 훨씬 성숙하고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는다.

 

영화가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순수하게 느껴지는 건 마을의 풍경도 그렇거니와 등장하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에도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소요를 연기한 카호의 모습은 무엇보다 순수 그 자체로 자리 매김한다. 원작 만화의 작가가 카호를 보자마자 “완벽한 캐스팅”이라며 환호를 보냈다는 사실에서 카호가 소요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아버지와 히로미 엄마의 데이트를 우연히 발견한 순간의 표정은 불륜마저도(불륜인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따뜻하게 만드는 묘한 마법을 발휘한다. 또한 이 영화엔 작고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 아름다움이 담겨져 있다. “갑자기 없어져버릴 것 같으면 작은 것도 빛나기 시작한다”는 대사나 밸런타인데이에 돌고 도는 초콜릿은 바로 그러한 아름다움의 표현들이다.

 


(총 0명 참여)
wodnr26
재밌ㄱㅔ 읽고갑니다   
2009-01-21 09:39
ldk209
마지막에 칠판에 뽀뽀하는 장면.. 너무 인상적...   
2009-01-01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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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부는 산들바람(2007, A Gentle Breeze in the Village / 天然コケッ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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