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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은 인디아나, 꼬리는 엑스파일....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ldk209 2008-05-23 오후 2:24:19 33717   [52]
몸통은 인디아나, 꼬리는 엑스파일....

 

언제였을까? 종로에 모든 개봉관이 몰려 있던 시절,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날, 중앙극장이었는지, 피카리디였는지, 또는 단성사였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레이더스>는 어린 동심을 홀딱 앗아가 버린 경이로운 체험이었다.(근데, 지금 확인해보니 청소년 관람불가다. 친구들과 보러 갔는데 어떻게 들어갔던 걸까???) 그렇다. 그건 관람이 아닌 체험이었다. 마치 놀이공원에 놀러가서 신나는 놀이기구를 타는 느낌. 당연하게 1980년대 나온 3편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어린 시절 나의 로망이었다.

 

3편인 <인디아나 존스 3 : 최후의 성전>은 제목에서부터 황혼을 배경으로 주인공이 떠나는 장면으로 마무리 지음으로서 이 매혹적인 어드벤처 무비는 사실상 종결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2007년에 들어와 12년 만에 <다이하드>, 16년 만에 <록키>의 새로운 시리즈가 선을 보였고, 이제 19년 만에 <인디아나 존스> 4탄이 공개되었다. 어두운 극장에 앉은 나는 너무나도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 뜀을 느꼈다. 물론 4편이 급작스럽게 결정된 건 아니라고 한다. 무려 15년 동안 수많은 시나리오들이 만들어졌다가 폐기되었다고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해리슨 포드가 맘에 들어 하면 조지 루카스가 싫다고 하고, 조지 루카스와 해리슨 포드가 좋다고 하면 스필버그가 맘에 안 들어서 접기를 여러 차례 였다는데, 하여튼 노인네들 고집이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매력은 무엇일까?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며 정신없이 벌이는 액션과 어떤 상황에서도 천연덕스럽게 구사되는 유머, 그리고 신비로운 능력을 가진 보물 정도가 아닐까? 제 4편에서도 인디아나와 그의 동료들은 미국에서 페루로 이동(지도로 표기되는 이동 경로도 인디아나 영화의 특징이다)하며 소련군과 수차례 조우하고, 만날 때마다 아슬아슬한 액션을 선보인다. 디지털 시대에 펼쳐지는 아날로그 액션의 매력은 이미 <다이하드>를 통해서 충분히 경험한 바 있는데, 해리슨 포드의 나이는 속일 수 없는 것인지 좀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노인네, 저러다 쓰러지는 거 아닌지 몰라' 해리슨 포드도 인정한다. "예전엔 펄펄 날았는데...."

 

인디아나가 펼치는 액션이 여전하긴 해도 새로운 느낌은 분명 아니다. 어쩌면 스필버그가 기존 시리즈의 오마주를 한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기존 시리즈를 연상하게 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즉, 새롭진 않지만 익숙한 액션을 제공함으로서 시리즈가 계속되어 있는 듯 한 느낌을 준다. 인디아나는 여전히 뱀, 벌레, 쥐에 이어 개미떼에 쫓기고 절벽에서 카 체이스를 벌인다. 이건 아마도 오래된 팬들을 위한 배려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가끔은 분명 대역인 듯 한 모습도 보여 새삼 세월의 흐름이 느껴진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 액션은 힘에 부칠지 몰라도 유머 감각은 여전하다. 특히 1편에서 뱀을 무서워한 인디아나의 캐릭터를 이용, 뱀을 잡아야만 살 수 있는 상황에 몰아넣은 부분은 백미라 할만하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의 시대적 배경은 3편이 끝난 19년 후인 1957년을 배경으로 하며 인디아나의 상대는 나찌에서 소련군으로 바뀌었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극대화된 시점인 만큼 자칫 예전 반공영화가 떠올려질 수도 있는데, 영화는 그런 점을 피해가기 위해 '공산당을 싫어하는' 인디아나가 매카시즘의 피해자가 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가며 반공시위 현장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기도 한다. (이 장면은 <브루스 브라더스>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어쨌거나 영화에서 냉전이라는 정치적 배경은 사실 그다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그저 배경일 뿐이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의 처음은 기존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와는 확연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특색 중 하나는 처음 시작을 마치 전편의 마무리를 보여주는 듯 한 장면으로 시작한다는 것에 있었다. 물론 전혀 별개의 장면인데, 1편인 <레이더스>를 돌이켜보면, 처음 장면에서 인디아나는 보물을 얻지만 곧 거대한 돌의 공격을 피해 그곳을 탈출한다. 그러고선 강의 장면으로 이어지며 이때부터 영화의 본 스토리는 시작된다. 이런 방식은 2편과 3편에서도 계속 유지되곤 했는데, 이번 4편의 시작은 본 스토리로 바로 들어감으로서 왠지 모를 허전함을 안겨준다.

 

그렇다면 성궤, 신비의 돌, 성배에 이어 인디아나가 찾아 나선 보물인 크리스탈 해골은 무엇일까? 마야 문명 유적지에서 발견됐다는 수정으로 만들어진 해골은 금속 도구를 이용해 조각한 흔적이 안 보인다고 한다. 아틀란티스 문명의 산물이라고도 하고, 외계인이 만들었다고도 하는 이 수정 해골은 미국 원주민의 오래된 전설에 따르면 13개의 크리스털 해골이 모이면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다고 하며, 현재 12개가 있다고 한다. <인디아나 존스 4>에서의 크리스탈 해골은 겉모습 자체에서 이미 외계인을 연상할 수밖에 없으며, 영화는 처음부터 우주선이 불시착해 외계인 시체를 발견했다는 로스웰 사건이 거론되는 등 외계 문명에 대한 문제로 초점을 맞춰 간다. 돌이켜보면,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보물들은 상상에서나 가능할 보물들이다. 따라서 전설 속 보물을 다뤘던 전편들이나 외계 문명이 거론된 이번 4편이나 크게 엇갈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분명히 기존 시리즈에 비해선 좀 튀어 보이는 건 사실이다. 익숙한 몸통은 분명 인디아나 존스인데, 꼬리는 엑스 파일이랄까.

 

중절모, 채찍을 든 해리슨 포드가 없다면 인디아나 존스도 없다. 그만큼 그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거기에 4편엔 반가운 얼굴과 새로운 얼굴들이 합세해 영화의 매력을 한층 더한다. 그 중 1편에서 인디아나의 애인으로 나왔던 다혈질 여성 메리온(카렌 알렌)은 단연코 제일 반가운 얼굴이다. 처음 스필버그는 <007 시리즈>의 본드걸처럼 매 시리즈마다 새로운 여성을 출연시킬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2편, 3편에 출연한 인디아나의 상대 여배우들에 비해 카렌 알렌에 대한 소구력이 너무 강했다. 팬들은 대부분 둘의 재회를 원했고, 무려 27년 만에 둘은 다시 만나게 된다. <트랜스포머>의 주인공인 샤이아 라보프도 마치 제임스 딘을 보는 듯 액션과 코미디 연기로 제 몫을 다하고 있고, 연기파 배우 케이트 블란쳇도 강한 악센트의 영어와 함께 역시 명불허전임을 증명한다.

 

이번 4편이 공개된 후 여기저기서 흥행성에 대한 호평이 줄을 잇고 있다. 심지어 외화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넘을지도 모른다는 예상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오래된 팬으로서 익숙함에 근거한 추억의 영화라는 점,(어쨌거나 일단 반갑다) 그리고 순수한 오락물로서 영화의 매력은 충분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흥행성이 그 정도로 높은 것 같지는 않다. 특히 <트랜스포머>나 <300>과 같은 빠른 영상에 익숙해진 눈으로 보면 이 영화는 자칫 지루하게 느낄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너무 빠른 건 노인네한테 무리라구요) 어쩌면 전편에 미치지 못하는 후속편일지도 모르지만,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최소한 이 영화는 부끄러운 속편은 아니다. 그리고 세 노인네의 노익장은 여전히 이름만큼의 충분한 값어치를 한다. 

 


(총 2명 참여)
okane100
좋은 글 잘 봤습니다   
2008-06-04 14:46
keiem
좋은 평 잘 봤습니다.. 그런데 제목이 너무 스포일러성이 짙어요~~ㅠㅠ   
2008-06-01 02:58
ldk209
그렇게까지 실망을 주는 작품은 아닌 거 같은데요...   
2008-05-31 15:07
molla88
저도 어제 봤는데..
어의 상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중 최악의 영화랍니다...   
2008-05-29 12:14
wjswoghd
좋으네요   
2008-05-27 17:33
acenata
좋은글 잘봤습니다   
2008-05-26 18:12
mucza
딱 맞는 표현이예요. 꼬리는 엑스파일.   
2008-05-26 13:34
wnwjq00
전 괜찮게 봤어요   
2008-05-25 21:55
lhohj
good   
2008-05-25 08:09
szin68
적절한 조합이로군~   
2008-05-25 00:41
shelby8318
글 잘봤어요   
2008-05-23 15:12
1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2008, Indiana Jones and the Kingdom of the Crystal Skull / Indiana Jones 4)
제작사 : Paramount Pictures, Amblin Entertainment, Lucasfilm Ltd.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수입사 : CJ 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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