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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죄를 사하노라 빅화이트
kharismania 2005-12-20 오후 10:18:09 730   [3]

 


 돈벼락을 맞고 싶을 때가 있다. 필요한 돈은 많은데 주머니는 적자일 때 이런 생각 한번쯤은 허무맹랑하게 해봄직하다. 그리고 조금 더 흑심을 품는다면  '은행이나 털었으면 좋겠다'라는 장난스러운 말도 내뱉어보곤 한다.

 

 현실이 나를 비도덕적으로 몰아갈 때가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라는 세상을 흔들었던 지강헌이라는 탈옥수의 말은 윤리가 인정하지 않는 현실적인 격언이다. 또한 이런 심리를 극단적으로 대변하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자의 아픔을 두 눈 뜨고 봐야만 한다는 것은 사는 것 자체가 고문일테다. 물론 여자가 몸이 아파서 창백한 얼굴로 숨을 몰아쉬우며 오늘 내일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정신적인 질병으로 삶에서 혼돈을 느끼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마음 찢어지는 일이니까. 병을 고칠 방법은 있을지도 모르는데 돈이 없다. 죽어가는 환자도 일단 돈이 환자를 살리는 기본조건이된 빌어먹을 오늘날 현실에서 죽어가는 환자가 아닌 이상은 말할 것도 없다.

 

 폴 바넬(로빈 윌리암스 역)은 그래서 돈이 필요했다. 먹고살기 힘들어서라기 보다는 사랑하는 그녀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돌려주기 위해서 돈이 필요했다. 무엇이든 용기가 생기려면 계기가 필요하다. 생전 못된 짓만 배우던 망나니같은 인간이야 용기따위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양심을 팔아먹은지 오래니까 무엇이든 질러보세요겠지만 천생 바르게 살던 순둥이가 지닐 수 있는 용기의 계기는 사랑뿐이었다.

 

 어쨌든 그는 우연히 시체를 쓰레기통에서 주웠고 그로 인해 그의 사랑에 희망의 등불을 켜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나름대로 탄탄대로를 달릴 것만 같던 그의 계획은 생각보다 순탄치가 않다. 물론 그런 그의 계획이 순탄대로를 달린다면 이 영화는 심심했을테고 관객들 입장에서도 안타까운 일이 될테니까. 주인공에게는 죽을 맛이지만 즐거운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의 고행길은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는 필수일 수 밖에.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 로빈 윌리암스의 얼굴이 반가웠던 것이 사실이다. 나의 어린시절 푸근한 생김새로 재미난 웃음을 전달하던 로빈 아저씨가 한동안 보이질 않아서 궁금한 것조차 잊어버렸던 타이밍에 다시 그 인상에 주름살만 몇 개 덧붙이고 우리앞을 찾아왔다니 일단은 반가웠다. 그리고 그 반가움은 그의 존재감을 넘어 영화로 이어지는 듯 했다.

 

 영화는 나름대로 유머러스한 재미와 흐믓한 감동이 아기자기하게 엮여있다. 통쾌하고 가슴이 저려올 정도의 감동은 아니지만 소복하게 쌓인 웃음과 감동이 관객들의 눈길이 닿으며 살며시 녹아들어가는 느낌이다.

 

 특히나 폴 바넬의 적인 두 어설픈 갱인 게리(팀 블레이크 넬슨 역)와 짐보(W. 얼 브라운 역), 그리고 그의 범죄행위를 밝혀내 보험금 수급을 막으려는 테드(지오바니 리비시 역)와의 어설픈 적대관계는 귀여운 재미가 있다. 오히려 그들과 직접 악수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심적인 화해무드는 역시나 관객에게 흐믓한 미소로 돌아온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반가운 얼굴인 우디해럴슨이 연기한 폴의 망나니 동생 레이몬드 바넬과 폴이 비록 과격한 조우를 했지만 결말에서 비극적이지만 형제애를 나눔 역시 따뜻하게 다가온다. 

 

 또한 피아노의 주인공으로 우리에게 인생에 남을 열연을 보여주었던 홀리헌터의 귀여운 변신은 반갑다. 그녀의 캐릭터가 이 영화의 재미를 책임지는 역할인데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치 않은 '뚜렛 증후군'이라는 귀여운 질병을 지님으로써 비운의 인물에 가까워야 할 캐릭터지만 전혀 비운의 면모가 보이지 않는 오히려 생기발랄하고 깜찍한 면모가 돋보이는 인물이다. 덕분에 관객들은 그녀의 귀여운 웃음 제조를 흐믓하게 즐기면 된다.

 

 그냥 이 영화는 고만고만하다. 웃음도 감동도 고만고만하다. 설정은 독특하지만 평범한 일상의 고민을 담고 있는 영화다. 마음이 여린 사람들의 잔잔한 일탈을 흐믓하게 그려낸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지루함을 느낀다면 아마 우리가 너무나도 자극적인 영화에 길들여짐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박장대소보다는 미소에 가까우며 가슴을 울리는 감동보다는 흐믓한 여흥에 가깝다. 마치 설원위에 내리쬐는 태양빛처럼 매서운 추위속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느껴지는 영화라고 보면 된다.

 

 어쨌든 그네들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국은 웃었다. 그 웃음은 누군가를 속인 통쾌함이 아닌 삶의 희망을 얻은 자의 선한 미소였다. 나는 그래서 그들의 일탈을 눈감아주고 그들의 행복을 빌어주기로 했다. 그들이 지닌 따뜻한 사랑의 온기가 내맘을 살짝 덥혀주었으니까 그들의 착한 못된 짓쯤은 살짝 덮어줘도 손가락질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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