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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하고 끈적끈적한 상상력의 나래... 슬리더
ldk209 2008-11-10 오후 9:27:49 1025   [3]
기괴하고 끈적끈적한 상상력의 나래...★★★☆

 

조용하고 평온한 시골 마을의 숲 속에 외계로부터 운석 하나가 떨어진다. 매우 큰 운석 같아 보이지만 실제 매우 조그만 운석 속에는 행성을 옮겨 다니며 무차별적으로 살상을 일삼는 외계 생명체가 들어 있으며, 이들은 인간을 숙주로 삼아 살상 행위를 벌인다. 이들이 하나의 행성을 파괴하는 방법은 그 행성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를 먹어 치우는 것. 아내가 성관계를 거부하는 것에 화가 난 그랜트는 동네 술집에서 자신을 유혹하는 브렌다와 함께 숲 속을 걸어가다 운석의 공격을 받는다. 그날이후 엄청난 식욕을 느끼게 된 그랜트는 동물과 인간 사냥에 나서게 되고 외계 유충이 퍼져나가면서 조그만 시골 마을은 온통 좀비들이 들끓는 살육의 향연이 펼쳐진다.

 

<슬리더>라는 제목에서 연상되듯 기괴하고 끈적끈적한 상상력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는 이 영화는 대개의 B급 영화들이 그러하듯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스타일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감독인 제임스 건은 <트로미오와 줄리엣>의 연출로 장르 팬들의 환호성을 이끌어 냈으며, <스쿠비-두>와 <새벽의 저주> 각본을 통해 인정받은 재능으로 영화사의 전적인 지원 아래 <슬리더>를 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B급 영화로는 많은 제작비를 투여한 소위 블록버스터 B급 무비 <슬리더>의 최종 완성본을 본 제작사 측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하는데, 이건 도저히 흥행에 성공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제작사의 예상대로 <슬리더>는 흥행에는 참패했지만, 장르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2006년 최고의 호러 영화로 등극하는 성과를 올리게 된다.

 

<슬리더>는 매우 독창적인 영화는 아니다. 평화로운 시골마을을 외계 생명체가 습격한다는 설정은 많은 장르에서 만날 수 있는 내용이며(심지어 <슈퍼맨>마저도), 인간을 숙주로 삼는다는 설정도 흔하다.(대표적으로 <에이리언> 시리즈). 그리고 영화 안에는 오마주로 인정할 수 있는 많은 선배 장르 영화의 설정 또는 흔적을 만날 수 있다. 그럼에도 <슬리더>의 기괴한 상상력이 주는 재미는 쉽게 뿌리치기 힘든 종류의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상상력은 외계 생명체가 한 행성을 파괴하는 방법이 먹어 치운다(!)는 것이다. 마치 미끈한 민달팽이 모양의 외계 생명체는 사람의 입속으로 들어가 뇌를 조종한다. 이들에 의해 감염된 인간들(좀비)은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 일종의 ‘폭식증’ 증세를 드러내는데, 이러한 설정은 과학적(!)이면서도 현실 비판적이다.

 

과학적이라는 건 사람이 배가 부르다거나 배가 고프다고 느끼는 건 실제로 먹는 행위와는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감정은 전적으로 호르몬에 의한 것으로 사람이 음식을 어느 정도 먹으면 호르몬이 배가 부르다는 신호를 줘서 그만 먹게 하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호르몬의 영향 때문이란 건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의 경우, 배가 부르다는 신호를 주는 호르몬을 억제하면 영화 <슬리더>에서처럼 배가 터져 죽을 때까지 먹어 대며, 반대의 경우 굶어 죽을 때까지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설정이 현실 비판적이라는 건 현대인, 특히 소위 선진국에 산다고 하는 현대인들이 먹는 양은 인간의 살아갈 수 있는 기준치 이상의 과대한 양을 섭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과도한 음식 섭취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지만, 비만과 같은 개인적인 건강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지구 환경 파괴와 전 지구적 차원의 식량 배분 문제가 특히 심각하게 제기될 수 있다. 점점 더 많은 경작지 확대는 지구 온난화와 야생 동물 멸종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한 쪽에선 먹고 남은 음식이 버려지는 반면, 반대쪽에선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특히 미국은 과다한 음식 섭취의 상징적 국가이다. 이들은 단지 먹는 것뿐만이 아니라 일인당 가장 많은 일회용품을 사용하며, 가장 많은 CO2를 배출한다. 그러면서도 전 지구적 차원의 환경 규제 동참에 적극적이지 않는다. 가장 많이 소비하며 가장 많은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국가가 참여하지 않는 환경 규제가 제대로 된 성과를 올리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미국의 각성(!)은 그만큼 절실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오바마 당선자가 자동차 관련 문제를 제기한 것을 검토해보면, 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무역 불균형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미국 자동차 산업의 후퇴를 정말로(!) 무역 불균형에서 찾는다고 하면 미국 자동차 산업은 완전히 몰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불편한 진실>에서 고어가 지적했듯이 미국 자동차 산업이 몰락하고 있는 것은 외국과 비교해서 자동차 기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왜 떨어질까? 미국 자동차 업계는 온갖 로비를 통해 미국 정부가 자동차와 관련한 규제, 특히 환경 규제를 하지 못하도록 막아왔다. 반면, 유럽의 규제는 굉장히 까다롭고 강하다. 그러다보니 유럽이나 다른 국가의 자동차 업계는 유럽의 규제를 맞추기 위해 기술개발에 적극 나섰고, 많은 기술적 진보를 이뤄낸 반면, 미국 업계는 미국 정부의 보호 하에 온실 속 화초처럼 지내왔던 것이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기술적 차이는 결국 미국 국내에서조차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신뢰도를 하락시켰고, 이는 현재 미국 자동차 업계의 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자동차 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시킨 것이 오히려 산업의 몰락을 가져온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이것을 오바마가 모른다고는 생각지 않으며, 공화당 정부에 비해서 좀 더 진일보한 규제 정책이 시도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규제와 함께 어려워진 자동차 업계를 위한 시급한 지원책도 강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상해보면 단기적인 지원을 하는 대신에 좀 더 강화된 환경 규제를 수용하라는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당연하게도 단기적 지원 방안엔 한미 FTA의 자동차 관련 조항이 좀 더 미국에 유리하게 수정되도록 하는 강한 요구가 제기될 것이다.)

 

물론, <슬리더>는 이런 문제를 떠나 너무 ‘재미’있다. 영화 초반부 운석의 크기를 가지고 장난치는 것부터 해서 영화 요소요소에 스며들어 있는 유머는, 이런 스타일의 유머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킥킥’대며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좀비 호러 영화치고는 거액의 예산이 투입된 만큼 특수효과나 분장에 의한 시각적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신체가 잘리면서 내장이 쏟아지는 등의 장면은 꽤나 고어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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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더(2006, Sli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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