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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화려한 무대, 그 뒷편에서 드림걸즈
mansoledam 2007-03-03 오후 7:08:07 1001   [8]

 이번 골든 글로브 시상식을 휩쓸고 아카데미에도 8개 부문이나 노미네이트되었던 영화 ‘드림걸즈’를 보았다. 과거에 실존했던 그룹인 ‘슈프림즈’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뮤지컬을 다시 영화로 탄생시킨 작품인데, 과연 음악적인 재미는 극장을 꽉 채우고도 남았다. 뮤지컬이 영화로 진보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작품의 완성도는 조금 아쉬움을 남겨, 왜 그렇게 관심을 끌고도 정작 아카데미의 결과로 인정받지 못했는지 알게 해주었다.

 

 개인적으로는 뮤지컬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다. 그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에 가까운데, 뮤지컬의 특성을 영화로 표현해낸다는 것이 완전히 맞아 떨어지기 힘들다는 것 때문이다. 뮤지컬만이 가진 가장 좋은 장점 중 하나는 극의 진행과 대사의 전달을 음악과 가사를 통해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것이 영화에서 입혀졌을 때 충분히 느낌이 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는 뮤지컬 영화가 주로 외국 영화여서 그런 대사의 전달이 직접적으로 노래 가사가 아닌 자막으로 전달되어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받는 재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정확히 뮤지컬 영화인줄 모르고 감상했다. 그저 ‘앙코르’나 ‘레이’정도의 영화로 생각해서인지 그 감동과는 별개로 뮤지컬로 진행되는 극 중반부터 급격히 쳐진다고 느꼈다.

 

 영화의 초반부는 아주 좋았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꽉 채운 음악의 사운드를 보여준 공연 장면들을 통해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 갔고, 빠른 내용 진행으로 극에 완전히 몰입되게 만들었다. 또 지미 얼리 역을 맡은 에디 머피의 열연과 개성 강한 캐릭터인 에피 역의 제니퍼 허드슨이 만들어가는 갈등 구조가 볼만 했다. 과거의 고생한 흔적은 보여주지 않고 너무 승승장구해 나가는 드림메츠의 모습이 조금 억지스러울 수 있었지만, 그보단 다른 것에 더 눈길이 가서 자연스럽게 묻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진행되던 중 매니져를 맡고 있는 커티스가 지미의 백코러스를 맡고 있던 드림메츠에게 새로운 제안을 하며 영화가 바라보는 초점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잘나가던 그들의 앞모습을 위주로 공연장면을 섞어가며 비췄다면, 그 이후에는 그들 사이의 갈등을 부각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그 부분에서 커티스가 메인 보컬을 디나로 바꿀 것을 제안하며 에피가 반발하고 처음으로 대사를 노래로 전달하는 장면이 보여진다.

 

 이 영화에서 에피의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나온다. 어찌 보면 팀의 단결을 방해하는 고집 세고 제멋대로인 인물로 보일 수 있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는 솔직함과 자신의 실력을 믿고 고집해나가는 멋진 모습이 더 와 닿는다. 또 제니퍼 허드슨이 그 역할을 첫 연기라고는 믿기지 않게 잘 해낸 이유도 있다. 오히려 그녀의 그런 꾸밈없는 연기가 관객들의 마음을 더 그녀 쪽으로 끌고 갔고, 솔직히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토해내는 그녀의 노래까지 더해져 정작 주인공인 디나보다 에피에게 더 정이 갔다. 그것은 아카데미도 인정하게 만들어서 그녀는 결국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디나에게 주목되는 시선들을 반발하고 나섰던 에피를 모두가 Family임을 강조하며 다독거렸지만 결국 그들의 갈등은 해소되지 못하고 터지고 만다. 그 부분이 무대에서 모두가 에피에게 트러블을 일으킨다며 한마디씩 하는 장면인데, 그 노래가 끝나고 에피가 무대에 혼자남아 부르는 ‘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에서 마음속에 맺혀있던 그녀의 응어리가 터져 나온다. 제니퍼 허드슨의 인상적인 연기가 보여짐과 동시에 그녀의 마음상태와 잘 맞아떨어지는 격정적인 목소리가 무척이나 깊은 울림을 자아낸 부분이다. 이 부분을 전환점으로 영화에선 몇 년의 시간이 지나고, 갈등의 주제도 다양화되면서 변화한다. ‘드림걸즈’가 커티스의 뒷받침에 힘입어 백인 음악시장에 진출하고 더욱 승승장구하면서 커티스의 캐릭터가 조금 변하게 되고 힘을 쥐고 있는 커티스와 다른 인물들의 갈등들이 새롭게 등장한다. 에피와도 계속되는 것은 물론이고 C.C, 지미, 디나까지 모두 커티스와 갈등을 겪게 되고 그러면서 뒤늦게 이 영화가 말하고자하는 주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사람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것이 그가 안정을 찾게 되면서 내면에 숨겨져 있던 본래 모습이 드러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무조건 상업적인 성공에 목숨을 걸고 열심히 일하던 커티스는 돈보다는 그저 음악적인 성공을 꿈꾸던 이들과 본격적으로 대립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각각의 인물들이 다양한 노래를 통해 그들의 마음을 쏟아내기 시작하는데 디나 역의 비욘세가 부른 ‘Listen'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 커티스는 자신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런 주제를 가장 잘 나타낸 인물이 지미 얼리이고 가장 잘 노래로 표현한 것이 ‘One Night Only'다.

 

 지미 얼리 역을 맡은 에디 머피는 이 영화를 통해 그의 굉장한 연기 내공을 보여준다. 언뜻 영화상에서 에디 머피란 기존의 배우 이미지를 지우고 보면, 그에게 주어진 캐릭터에서 그리 튀지 않고 안정된 연기를 보여준다. 재기 넘치고 톡톡 튀는 언행을 보여줘도 원래 그런 캐릭터이니 해버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등장하는 장면부터 이미 그런 모습은 에디 머피가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연기의 모습이었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녹아들게 만들었다. 그렇게 관객들을 안심시켜 놓은 후에 뒷부분으로 갈수록 내면의 고민을 드러내는 깊은 연기를 보여주는데, 관객들은 너무 현실적인 그의 모습에 그저 끌려갈 수밖에 없게 된다. 그와 어울리지 않는 블루스 풍의 발라드를 부르다가 무대를 뒤엎고 자신이 좋아하는 신나는 랩 음악을 보여주는 그의 마지막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실제 주인공처럼 뒤에선 괴롭지만 무대에선 관객들과 신나게 즐기고자하는 ‘원래’ 지미 얼리의 모습이 아주 잘 드러난 공연 장면이었다.

 

 ‘One Night Only'란 곡은 에피의 오빠인 C.C가 커티스와 갈등을 겪고 레이블을 나오면서 야심차게 에피에게 써준 발라드 곡이다. 서글프면서 소울이 살아있는 멜로디를 에피가 기막히게 소화해내는데 그것을 들은 커티스가 생각하는 방식이 압권이다. 자신들이 과거에 백인들에게 당했던 모습과 똑같이 에피의 곡을 마음대로 편곡하여 뺏어오자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그 음악은 커티스 손을 거쳐 ’드림걸즈‘가 부르는 디스코 풍의 신나는 댄스곡으로 바뀌는데, 이 장면은 내용의 진행시키면서 주제를 전달하는 인상적인 부분이었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신들이 그토록 경멸했던 방법까지 쓰면서 에피를 누르려는 커티스의 모습을 통해 그가 얼마나 변했는지 확실히 보여주었고, 계속되는 C.C와 커티스의 갈등을 통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음악과 상업적으로 먹히는 음악이 대립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런 대립은 영화 속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실 세계에도 종종 벌어지는 일이라 더 느끼는 바가 크다. (여담이지만 그 곡은 원래 그렇게 만들어진 것처럼 댄스곡에 더 잘 어울린다.)

 

 과거의 정통 뮤지컬 영화들과 이 영화는 조금 다르다. 아예 뮤지컬 무대를 꾸며 보여줌으로써 내용의 진행을 보여주는 뮤지컬 영화들과는 달리 이 영화에선 내용의 전달보다는 감정의 상태만을 노래를 통해 전달한다. 마치 대사를 하듯 노래하는 장면들이 대부분인데, 그런 장면에서 전해지는 음악의 감성과 가사의 내용으로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을 잘 전달받을 수 있고 그래서 한층 더 감동받기 쉽다. 하지만 영화의 중반부 이후에 이런 장면들이 지나치게 계속되면서 극의 진행을 느낄 틈도 없이 노래만 계속되고, 그 결과 이야기의 힘이 떨어져 쳐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 앞서 말했듯 그 가사들이 자막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직접 귀로 듣는 것과 다른 효과가 일어나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노랫말이 아닌 글로 전달되어서 심하게 직접적이었고 그래서 낯간지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전체적으로 괜찮은 편이었다. 에디 머피와 제니퍼 허드슨이 너무 뛰어난 연기를 보여줘서 나머지 배우들이 덜한 느낌도 들었지만 그래도 무난했다고 본다. 비욘세는 연기보다는 이쁜 외모와 노래실력이 제대로 부각되었는데 주인공임에도 그 디나란 캐릭터의 존재감이 약했던 것이 아쉽다. 그러나 ‘레이’에서 너무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제이미 폭스의 연기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이 훨씬 아쉽다. 가장 중심에서 극의 갈등을 이끌어가는 중요 인물이었지만 그런 악독하고 성공밖에 모르는 커티스의 모습을 표현해내는데 부족함을 보였다. 그런 악역에 어울리지 않는 배우이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이상할 정도로 존재감마저 크게 떨어져서 많은 아쉬움이 들었다.

 

 아쉬운 점들도 눈에 띄었지만 난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한다면 음악이 잘 섞여있는 영화라는 것인데 그런 음악적인 부분을 너무 잘 표현해냈기 때문이다. 상황에 적절함은 물론이고 배우들이 직접 부른 노래 솜씨도 놀랄 만큼 뛰어나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귀가 즐거울 수 있었다. 흑인 음악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동시에 그 노래들을 배우들의 공연 장면을 통해 생생한 감동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특히 에디 머피의 공연들을 주목하면 이 영화의 주제가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음악으로 가득 차 있어 눈과 귀가 즐거운 뮤지컬 영화 ‘드림걸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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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걸즈(2006, Dreamgirls)
제작사 : DreamWorks SKG, Paramount Pictures / 배급사 : (주)영화사 오원
수입사 : (주)영화사 오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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