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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 속 '희망'과 '화해'의 이중주 오래된 정원
nugu7942 2007-01-15 오전 10:29:32 1215   [4]
 
오랜 기다림 속 '희망'과 '화해'의 이중주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임상수의 <오래된 정원>
 
 
 

그 어느해보다 다사다난했던 2006년이 가고 새해 벽두 해맞이에 나서거나 보신각종을 들으며 새로운 다짐을 하는 우리 국민들에게 공통된 올해 화두는 '희망'과 '화해(또는 평화)일 것이다.

날로 커지는 소득 격차에 소시민들의 한숨은 늘고 소수에 집중되는 부의 이동에 따른 허탈감을 안기 마련이다. 게다가 현 정권은 임기 말기의 레임덕을 치르듯 최근 개헌 논의의 초강수까지 두는 등 정치 불안과 아울러 나라 안팎으로 사회문제들이 널려있어 대통령 선거가 있는 올해 한결같이 '희망'을 이야기하는 지도 모르겠다.

이 같은 때에 80년대 광주 민주화 항쟁을 배경으로 해 6개월 간 남녀의 사랑을 그린 영화 <오래된 정원>(제작 MBC프로덕션 감독 임상수)은 17년 장기 복역을 마친 무기수의 회고담을 통해 그 시대의 아픔을 상기시키며 이와 동시에 미래의 희망과 화해를 변주한다.

임 감독의 전작 <그 때 그 사람들>처럼 국민들 입에 오르내리기에 다소 무거운 실제 사건을 다룬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임 감독은 두 남녀 간의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며 영화 곳곳에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위트와 해학을 섞어가며 사회의 부조리 현상을 시니컬하게 꼬집는다.

영화는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 시국사범으로 수감돼 장기 복역을 마치고 출소하는 현우(지진희 분)가 사랑했던 시골학교 미술교사인 윤희(염정아 분)의 노트를 80년대 운동권 도피 시절 숨어 들었던 갈뫼마을에 들러 마을 주민으로부터 건네받고 현우에게 편지를 쓰듯 윤희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회한 섞인 눈물을 흘리면서 현우 자신과의 화해하는 감정의 물꼬가 트기 시작한다.

현우의 눈물은 남녀간 사랑하는 것이 사치스럽게 여겨졌던 혼돈의 시대에 자신을 일편단심 사랑하며 기다렸던 한 여자에 대한 죄책감 실린 반성인 동시에 오랜 세월 청춘과 열정을 바쳐 그토록 갈망해왔던 자신의 신념에 대한 현실감을 갖게 된 결과라고 할까.

"지금 여기 있을 때 만이라도 나만 좀 생각해 주면 안될까?" - 윤희의 대사 중에서

동료들에 대한 죄책감에 견디지 못하는 현우에겐 윤희의 이런 말이 영화 <청연>에서 경원(장진영 분)이 비행자금을 모금하기 위해 일본 전역을 순회할 때 그 동안 경원에게 정신적인 의지가 되었던 지혁(김주혁 분)이 뻔히 안될 줄 알면서도 "결혼 하자"며 매달렸던 말처럼 들렸을 것이다. 또한, 두 사람의 순탄치 않은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비내리는 어느날 밤 마을을 빠져나온 현우는 그 것이 윤희와 마지막이란 걸 알았을까.또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되뇌이는 윤희의 이런 마음을 알았을까. 아마도 이러한 원망 섞인 말은 출소 후 애통해하며 흘리는 현우의 눈물에 설들력을 더하고 있다.

▲ 영화 '오래된 정원'에서 당당하고 씩씩한 시골 미술교사 윤희로 변신한 배우 염정아 © MBC프로덕션

"숨겨줘 재워줘 먹여줘... 몸줘. 왜가니, 니가? 잘가라 이 바보야!"
- 영화 '오래된 정원' 윤희의 대사 中


매번 작품마다 사회적 반향을 몰고 왔던 임상수 감독은 주인공 현우의 회한 가득한 눈물과 함께 죄책감에 억눌려 어두운 시대를 살아온 윤희의 제자 영작(윤희석 분)이 현실 정치인을 꿈꾸는 인권 변호사로 변해버리고 부동산 투기를 통해 부자가 돼 천만원 짜리 코트를 스스럼없이 사는 현우의 엄마, 고위직 공무원인 아버지를 두었지만 노조 운동을 선동하는 '음산한 카프카' 미경 등 캐릭터를 통해 부조리한 사회의 단면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영작이란 캐릭터는 인권 변호사로 외도를 하는 90년대 부조리한 삶의 모습을 대변하는 영작이 주인공 이었던 전작 <바람난 가족>에 이어 이 영화 <오래된 정원>에서는 과거의 신념은 온데간데 없고 정치적 출세를 앞둔 인권변호사로 등장해 크게 다르지 않아 임 감독의 '페르소나'처럼 느껴진다.
 
과거 민주화 운동의 주역이었던 이들이 목숨처럼 지켜왔던 신념을 잃고 오늘날 국민들로부터 비난받는 현실 정치인이 되어버린 것과 비유될 수 있겠다. 또한, 어느덧 현우의 아이를 낳으며 교수가 되어 현우에게 그랬듯이 운동권 제자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는 윤희의 모습은 운동권 청년들 주변에서 갖은 고통을 같이 하며 '화해'와 '포용'으로 시대를 묵묵히 지켜온 우리의 어머니들을 대변해준다.

운동권 친구들로부터 투쟁 선봉에 서달라는 요청을 받고 윤희를 찾아와 "전두환을 죽여버리죠"란 말을 내뱉는 영작, 하지만 "인생 길어. 역사는 더 길어. 우리 제발 겸손하자. 그거 하지 마, 조직인지 지랄인지.."라고 충고하는 윤희의 말은 어둡고 두려운 시대에 대한 깊은 화해와 포용이 베어 있다.

▲ 시대사의 아픔과 화해를 시도하면서 미래의 희망을 상징하는 영화 속 현우와 윤희의 딸 은결(이은성 분) © MBC프로덕션

현우가 회상하는 윤희의 삶은 가족의 어머니이자, 갈 곳 없는 자의 고향의 다른 이름이다. 영작 친구 중 공장에 위장취업한 여대생 미경의 죽음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분신자살 장면이 떠올리며 그녀가 떠난 자리를 영작과 함께 찾은 윤희가 '얼마나 아팠겠니, 뜨거웠겠니'하면서 영작으로 하여금 대학생들이 추구하는 이념이나 신념보다 죽은 자에 대한 연민이 우선임을 이야기한다.

지난해 많은 화제를 낳으며 종영된 KBS 드라마 <서울 1945>에서 격동의 현대사 속에 이념도 모른 채 한 남자를 사랑한 여자 김해경(한은정 분)의 사랑처럼 윤희의 사랑은 20년여 간 연인에 대한 사랑을 담아내고 다시 현우에 의해 초상화가 완성돼 딸의 손에 전해지면서 불행했던 한 가족의 '화해'를 성사시키며 미래에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네온 사인이 번쩍이는 밤거리에 레게 머리와 초미니 스커트 차림으로 등장하는 현우의 딸 은결(이은성 분)은 언뜻 아픈 과거와 유리되어 보이지만, 딸이라 부르지 못하고 서성거리는 현우에게 부모 세대가 "행복했냐"며 묻고 자기 아버지임을 알고 기꺼이 초상화를 받아들고 힘차게 돌아서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는 현우와 윤희의 모습처럼..

"우리 자주 만나죠, .......아버지."  - 영화 '오래된 정원' 은결의 대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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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정원(2006)
제작사 : MBC 프로덕션 / 배급사 :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theoldgard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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