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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랄한 블랙 코미디 시체들의 새벽
cocteau 2004-05-03 오후 3:06:30 1715   [2]

< 데드 얼라이브 > 와  < Living Dead > 시리즈 이후의 좀비 영화는 태생적으로 불리한 입장일 수 밖에 없습니다. < 데드 얼라이브 >는 사람의 신체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모든 짓을 보여주었으며, < Living Dead >는 '좀비'를 단순한 공포의 대상으로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본주의에 포획된 소비대중의 메타포로 사용함으로써 이 장르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신랄한 문명비판의 수준을 보여주었으니까요. 이후의 좀비 영화는 이 두 영화에 대한 오마주이거나 심심한 재탕으로 평가받기 일쑤였고 그 조잡한 완성도에 대한 조롱은 곧바로 두 영화에 대한 찬사로 이어지곤 했습니다.

< Night of the Living Dead >에서 고립된 공간의 사방에서 밀어닥치는 좀비는 정말 무서웠습니다. 명암이 강조된 흑백화면으로 잡아낸, 자신의 부모의 시체를 뜯어먹는 소녀 좀비는 경악 그 자체였죠. 하지만 이 영화 < Dawn of the Dead >는 무섭다기보다 블랙 코미디입니다. 좀비들이 '본능'에 따라서 쇼핑몰을 배회하는 살풍경은 '기호의 소비'를 위해 끝도없이 상품을 사고 버리는 소비대중의 모습과 전혀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감독은 극중 Stephen의 입을 빌어 좀비가 쇼핑몰에서 어슬렁대는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Some kind of instinct. Memory, of what they used to do. This was an important place in their lives." 소비에의 욕구는 본능 차원으로 승화했고, 그 압도적인 충동은 우리의 의식을 좀비처럼 무의식의 상태로 만들어 버리죠.

네 남녀가 만든 일시적인 피난처는 역시 인간에 의해 침범당합니다. 좀비를 막기 위해 설치한 바리케이트를 파괴하며 일단의 약탈자들이 쇼핑몰에 침입합니다. 완벽한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빈둥대던 그들은 사유재산의 약탈에 분개한 부르주아처럼 총을 들어 약탈자들에게 맞서고, 그 와중에 그들의 공동의 적인 좀비가 자신을 파괴할 기회를 내주고 맙니다. 이건 탐욕의 말로일까요? 자신의 것도 아닌 재화를 필요 이상 많이 갖겠다고 서로 총질을 해대는 인간들의 난장판은 그 와중에 생산된 인간의 시체들로 조용히 허기를 채우는 좀비떼들의 모습과 대비를 이루며 어느 쪽이 더 심한 혼돈인지 관객에게 질문합니다.

이 영화는 前작인 < Night of the Living Dead >이나 後작인 < Day of the Dead >에 비해 위기감이 덜합니다. 네 명의 주인공에겐 언제든지 탈출할 수 있는 헬기가 있고, 세상은 아직 좀비에 의해 점령당하지 않았습니다. 아직까지는 인간들이 좀비를 사냥하며 희희낙락할 수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대신 영화는 정성들여 좀비와 소비대중을 매치시키며 소비사회의 본질을 해부합니다. < Living Dead > 시리즈 중 긴장감이랄까 공포는 가장 덜 하지만, 그 메시지는 여전히 직접적이고 신랄합니다.

78년 영화라 영화의 고어씬은 그다지 쇼킹하지 않습니다. 헬기의 프로펠라에 머리뚜껑이 날라가는 장면 정도가 기억에 남는군요. 전편과 마찬가지로 역시 흑인남성이 가장 유능한 인간으로 그려지고 여자 주인공은 임신을 하고 있습니다. 뭔가 희망같은 걸 얘기하려는 걸까요? 영화속 세상은 점점 파국으로 치닫지만 < Day of the Dead >의 McDermott 말처럼 어디 조용한 섬에서 여자는 아이를 낳고 아이들에게 세상의 아무런 '기록'도 가르치지 않으며 세상을 다시 만들어 갈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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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들의 새벽(1978, Dawn Of The Dead)
배급사 : (주)피터팬픽쳐스
수입사 : (주)피터팬픽쳐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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