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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zz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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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15 오후 11:27: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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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는 현몽하여 억울하게 죽었음을 알리고, 견디다 못한 홍련은 장화가 죽은 못을 찾아가 물에 뛰어들어 죽는다........"
[장화,홍련]
-2003' 김지운
사랑해오던 그 누군가에게 실망 하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가! 하지만 그 보다 더 쉬운일은 그 누군가의 진실된 의도를 오해하는 것이다. ..특히 지금 이 시점에서 말이다.
전작 '메모리즈' 로 평소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한발짝 더 다가섰던 김지운 감독의 차기작이 드디어 개봉되었다. '장화홍련전'은 참 괴상한 위치의 이야기이다. 그 이름은 누구나가 알고 있음직한 것이지만, 정작 실제 스토리를 기억하고 있는 이는 많지 않다는 점이 그것이다. 많은 이들의 망각속에서 껍데기만 남아있는 장화홍련의 이야기는 김지운의 손과 입을 거쳐 현대적 모티브를 통해 새롭게 재생되었다.
원작을 최대한 변형하고 뒤틀겠다고 호언장담했던 바와는 달리 본인이 보기에는 그다지 파괴적인 발상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2003년 한국이라는 시공간적 현실에 관객이 호응할수 있는 이야기로서의 방향전환이 있었을 뿐이다. 계모, 무책임한 아버지, 학대박은 아이들, 죽음, 남은 아이의 죄책감, 그리고 복수. 원전의 모든 정서적 모티브가 그대로 녹아들어가 있고, 여기에 김지운은, 불안한 영혼의 이야기를 폐쇄적인 공간과 극단적인 색채의 대비를 이용해서 효과적으로 그려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본 작품의 관람시간 동안 본인은 몇번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뻔 했다. 그것은 김지운이 그려놓은 이 폐쇄적 공간이 그가 의도한 이상으로 숨막힐만큼 본인을 옥죄어 오기 때문에 그러했고, 빨간색과 푸른색 그리고 하얀색 새가지 색채의 연속적인 대비가 도무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게 불안감을 조성했기 때문에 그러했으며, 배우들의 나지막한 대사와 눈빛에서 소름끼칠 정도의 디테일을 발견했을때 그러했다. 마지막으로 상영시간내내 조잘대고 조그마한 김지운의 장치에도 과민 흥분하며 졸도를 연속하는 학생관객들 의 요란함때문에 여러번 일어날뻔 했던 것이다.12세 이상 관람가에 저주를. (염정아보다 내가 더 히스테리컬 했다)
최근 공포영화들의 특징은 일상적인 공포에 촛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과잉 고어씬이나 오컬트적인 종교적 접근 보다는, 우리 모두가 현실에서 체험하고 있으며, 또는 쉽게 할수 있는 행동들이 다른 관점에서 볼때 얼마나 두려움의 대상으로 변모할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아무래도 스토리에 이입되는 경우, 두려움은 배가 되고 '견딜수 없는 두려움' 을 의도했던 감독의 의도는 기대이상의 효과를 보게 마련이다. 김지운 감독의 경우 조금 다른 성격이지만 일상에서 다른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그의 능력은 남다르다. 평범한 일상이 한차례 뒤틀림을 겪으면서 현실과 괴리되고, 여기에서 비롯되는 극도의 비 현실성이 빚어내는 웃음과 공포는, 레슬링을 하는 회사원이나, 숙박업을 하는데 사람들이 자꾸 죽어나가는 상황등, 그동안의 김지운 감독의 영화들에서 쉽게 찾아 볼수 있는 성격들이다.
그런데 지난번 김지운 감독의 작품은 전작들과는 조금 다른 위치에서 읽혀졌다. '메모리즈'는 그동안의 필모 가운데에서 가장 김지운 적인 작품으로써 인정받을 만한 것이었다. 아내를 찾는 남편. 길에서 깨어난 아내. 아내는 집을 찾아나서고 기억을 거슬러 올라간다. 사건은 이미 일어났고 진실은 누군가가 알고 있다. 기억의 시작점까지 올라가서야 진실이 관객에게 노출된다. 불안한 영혼은 스태디 캠과 극렬한 색감으로 묘사되고, 갑자기 빨라지는 편집상의 호흡과, 아무렇지도 않게 건조하게 비춰지는 일상상의 잔혹함은, 김지운이 인간의 심리를 그리는데 얼마나 탁월한 감독인지 알려주는 동시에, 무지 새로울것은 없지만 뻔한 구석이라고는 한군데도 없는 이 문제작을 김지운의 작품 가운데 최고의 사생아로 나에게 기억되게금 하였다.
그리고 지금 '장화,홍련' 이다.
흡사 '메모리즈'의 동어반복이라 해도 믿을만큼 닮은 구석이 많다. 아무런 단서도 관객에게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는 찬찬히 수미의 시선을 통해 조금씩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관객은 질문한다. 저 등장인물에게 한마디만 물어볼수 있다면 간단하게 얻을수 있는 답변인것 같은데 지독하게도 극중 대사나 상황들은 묘하게 해답을 피해간다. 답답해 하는 관객들을 위해 몇가지 기가 막힌 호러적 장치를 선물로 준비해놓고 말이다.
이런 상황이 수미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한차례 격동적인 반전을 겪게 된다. 사실 본인은 영화 도입부에서 부터 아버지(김갑수 분)가 수미와 수연을 차에서 내리게 할때의 호칭 에서 부터 짐작했던 바였지만, 극을 전개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적절한 내용의 전환이었다고 생각된다. 이때 부터 '정말로' 무슨일이 있었던 것인지 수미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또한 문제가 있다. 훼손된 기억은 이미 진실을 잃어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죄책감으로 인해 변형된 기억은 또 한차례 관객을 혼란으로 이끌고, 또 한번의 반전이 관객을 맞이한다. 슬슬 이야기 정리 안됨에 집단 아노미 증상이라도 보일듯한 관객들을 잠재우는건 또 다시 그 예의 기가 막힌 호러장치이다.
많은 이들이 본 영화가 개봉되고 난 후 논쟁을 벌이고 있다. 영화가 너무 불친절 하다는 것이다. 도무지 플롯이 앞뒤가 맞지 않으며 이제는 작가주의 논쟁까지 벌어질 태세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에는, 본 작품의 문제는 너무 많은 것을 설명하려 했다는데 있다고 본다. 수미의 기억에 대한 과도한 설명, 과도한 해명이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여백의 미를 잊고 있다는 생각이다. 한편의 작품 이후에 해당 작품이 지닌 여백은 많은 화두를 던져줄수 있으며, 단순한 감독의 일차로 적인 내용 전달이 아닌, 관객과의 진정한 쌍방향 대화로써의 발전이 가능하다. 수미가 기억하는 수많은 기억들 중에서 어느 기억이 진실인지, 누가 범인인지, 진짜 두려운 것이 무엇이었는지 모든것이 여백으로 처리되어 관객에게 던져주는 해석의 여지로 남겼다면 본 작품이 진정으로 영원히 잊혀질수 없는 걸작의 반열에 올랐으리라 생각되는건 단순한 개인적 투정일까. (덧붙이자면, 서로 다른 세가지의 기억을 작품 내내 정신없이 보여지는 색채의 과잉을 역이용해서 색깔별로 각각 분리해주었다면---너무 영화적인가?)
또 한가지 이슈는 김지운이 선사하는 공포의 소재이다. 아무래도 어디선가 보아왔고 신선하지 않다는 평이다. 하지만 이 부분도 본인은 전혀 생각이 다르다. 하늘아래 진정한 의미의 창조란 없다. 모든 새로운 소재는 고갈 되었다. 문제는 결국 어떠한 장치와 갈등구조를 통해서 이 진부한 이야기들을 새롭게 이야기해주 느냐 하는 감독의 스토리 텔링의 깜냥 문제이다. 극단적으로 보면 이 영화는 기존 수많은 영화들의 짬뽕이다. 멀쩡한 등장인물이 죽은넘이더라- 식스센스, 머리 긴 여자가 스믈 스믈 기어나오더라-링, 알고보니 다중인격-헤아릴수 없이 많은 영화들,,, 문제는 화법상의 이슈인 것이다. 또한 김지운이 늘어놓은 호러장치들이 해당 영화들의 그것들과 디테일 하게 닮지도 않았을 뿐더러, 일단 모티브 자체가 다르지 않은가. 정작 이 영화에서 주목해 야 하는 것은 감독이 색채를 이용한 공간의 뒤틀림을 얼마나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인물들의 심리적 갈등을 표현하고 있으며, 이것이 배우들의 절대적인 호연과 맞물려서 얼마의 효과적인 공포를 선사 하고 있는냐에 대한 것일 것 이다. 더 이상의 이와 관련한 쓸데없는 소모성 논쟁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언뜻 보면 감독의 전작 메모리즈의 동어반복적 작품이라는 오해를 살만도 하지만 이 작품은 장화홍련전의 복수의 모티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내러티브의 창조를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 전작과 구별된다.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화하며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작품들을 하고 있는 감독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일 것이다.
김지운이 들려준 이 불안한 기억의 이야기 처럼 한국 영화계의 공기가 숨막힐 정도로 떨리고 있다. 올해 쏟아진 수준높은 한국 영화들이, 곧 길고 지루한 침체기로의 이행이나 파괴적인 결말로 치닫게 될 전주곡이라는 느낌도 문득 문득 떠오르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수작들이 계속해서 나와주고 관객들의 꾸준한 관심만 뒤따라 준다면 영화계의 현실이 결코 어둡지 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ozzyz]
BOOT 영화비평단 허지웅 (www.boot.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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