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재미! 재미! <마녀> 박훈정 감독
2018년 7월 3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박훈정 감독 하면 떠오르는 영화 <신세계>(2012), 한국 누아르의 새장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이전에도 <부당 거래>(2010), <악마를 보았다>(2010) 등의 각본가로 특유의 세고 어둡고 진한 장르성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신세계> 이후 장엄한 작품이지만 자신의 역량에는 버거웠다는 <대호>(2015), 괜히 있는 척 조금은 겉멋이 들었던 것 같다는 <브이아이피>(2017)를 거쳐 <마녀>(2018)로 다시 관객을 찾았다. 흥행 면에서 여성 원톱, 만화 같은 스토리, 신인 배우라는 우려되는 요소를 두루 갖췄지만, 그 부정적인 시너지를 물리치고 꾸리고 꾸려 완성한 <마녀>. 이제 서장, 즉 시작일 뿐이다. ‘마녀’의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 위해 앞으로 그가 갈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는 고등학교 때 이후 막연히 가졌던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실현한 지금 현재 100% 행복하단다. 어린 시절부터 꼭 만들고 싶었고, 언젠가는 만들었을 이야기라고 <마녀>를 소개하는 박훈정 감독. 영화란 무엇이냐고 묻자 ‘재미있는 것’ 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작가로서 감독으로서 ‘재미’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그다운 답변이다. 그에게 ‘재미’란 빵빵 터지는 웃음이고, 때로는 즐거움이며, 문득문득 그를 감싸는 행복감일 것이다.


<마녀>에 대한 평이 극과 극으로 호불호가 강하다.
영화에 대한 평을 잘 찾아보지 않는 편이다. 관객이 재미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만들었다.

관객의 평도 극단적으로 갈리는 추세다.후속편을 위해서 N 차 관람을 하자는 의견도 꽤 있더라. <마녀>를 통해 인간 본성과 선악의 대결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소재 선택 이유는.
‘마녀’가 인간의 본성을 말하기에 정말 좋은 소재라고 생각했다. ‘자윤’(김다미)은 ‘악’하게 태어난 아이지만, 양부모의 보살핌 속에 ‘선’하게 길러진다. 그 구성과 이야기 자체가 내가 다루고자 했던 주제 - 선천적인 본성과 후천적 습득 사이의 선택 문제 - 에 적합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드러날 거로 생각했다.

<마녀>를 구상하며 모티브를 얻거나 참고한 자료가 있다면.
일전에 기자 간담회에서 얘기한 적이 있는데, 모티브는 소설 ‘프랑켄슈타인’이라고 할 수 있다. 구성 자체는 거의 흡사하다. 소설에서 보면 인간을 초월한 군인을 만들려고 개발한 프랑켄슈타인이 (전쟁으로) 연구실이 폭발할 때 사라지고, 이후 뜻밖의 상황에서 나타난다. 이 구도를 거의 그대로 <마녀>에 가져왔다. 그 외 참고한 자료가 있다면 재패니메이션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거다. 원래 재패니메이션을 좋아한다. 시나리오 쓰면서 친한 친구한테 보여주니 - 그도 나와 함께 재패니메이션을 보던 친구다 - 재미는 있는데, 재패니메이션 속에서 헤엄치는 기분이라고 얘기하더라.

타고난 것이 아닌 인간에 의해 초능력이 부여되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한국 영화에서는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지만, 마블 시리즈 등 외국 영화에는 꽤 등장했던 소재다.
할리우드 영화는 생각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할리우드 히어로물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마블 영화 중 유일하게 좋아하는 게 <로건>(2017) 이다. <마녀>가 재패니메이션 세계관에서 많이 본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 그 익숙함을 피하거나 오리지널리티를 만들고자 하는 생각 자체를 못 했다고 할 수 있다. 아마 생각했어도 못 만들었을 거다. (웃음) 다만, 익숙한 설정을 가져와 재미있는 것을 만들고자 했다. 내가 특정 신이나 장면 구성에 있어, 특히 재패니메이션의 액션신을 원한다고 하니 무술 감독과 촬영 감독이 한숨을 내쉬더라. 아, 할리우드 영화에서 찾는다면 한 편 있다.

어떤 영화인가.
<맨 오브 스틸>(2013)이다. 사실 그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딱 만화 ‘드래곤 볼’이 생각났다. 만화 속 액션을 너무 잘 옮겨서 깜짝 놀랐었다. 무술 감독과 CG 팀에게 참고로 보라고 하니 딱 한마디 하더라. 그 영화 제작비가 얼마인지 아시냐고.(웃음)

특히 좋아하는 재패니메이션을 꼽는다면.
오토모 가쓰히라의 <아키라>를 좋아한다. 할리우드에서 실사화하려고 한다는데 쉽지 않을 거로 본다. 최근 실사화한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의 경우, 당연히 실패할 거로 생각했었다. 재패니메이션은 동양 철학이 기저에 깔려 있는데, 그들은 스토리만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그 정서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다. 할리우드 히어로물의 경우 절대 악은 절대 악이고 절대 선은 너무 영웅적인 모습이라, 그런 점이 좀 유치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마녀>에서 마녀 ‘자윤’(김다미)을 이기적이고 거리낌 없이 사람을 죽이지만, 친구와 가족을 위하는 마음을 지닌 다중적인 모습으로 그리려 했다.

<마녀>가 전,후 두편으로 기획됐다고 생각했는데, 들리는 얘기로는 3부작이라고 하던데?
정확히 3부작으로 기획한 건 아니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건 서장이라는 거지. 본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 캐릭터 소개하는 편 정도로 보면 된다. 이번 <마녀>에서는 ‘자윤’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고, 조직에 대한 소개가 없다. 전편에서 조직이 ‘자윤’을 쫓았다면, 이후는 ‘자윤’이 조직을 추적하는 과정이 될 거다. 그 결과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알게 될 것이고, 마침내 그녀가 타고난 ‘악’과 반대인 ‘선’ 중 선택하게 되는 거지.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와 사전 협의 시, 이번 편은 전편이고 앞으로 몇 편이 될지는 확정하지 않았지만, 프랜차이즈로 이어가려고 한다고 밝혔었다.

후속편은 전작의 흥행 결과에 좌우되는데 상당히 위험부담을 안고 가는 제작 방식이 아닌가 싶다. <마녀>의 러닝타임이 126분으로 결코 짧지 않다. ‘자윤’을 쫓는 조직 관련 등 서사를 좀 더 보충해도 충분한 시간 아닌가.
시간 여유는 있지만, 돈(제작비)은 없었다. 공간 배경이 바뀌면 세트 셋팅이 다시 들어가야 해서 제작비가 상당히 증가한다. 사실 영화 초반부에 조직과 연구소의 모습 등이 들어가야 했는데, 예산에 맞추다 보니, 이런저런 장면들을 날리게 됐다. 최대한 주어진 제작비에 맞춰 꾸린 결과라고 보면 된다. 어떻게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제작비를 감소하는 투자자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된다. 내가 작품에 관해 얘기할 수록 예산이 적어지기에, 포기할 건 포기하자고 마음먹었었다. (웃음)

얘기할수록 예산이 적어진다니! 이유는.
음, 그게 60억 정도의 여성 원톱, 만화 같은 스토리, 신인 배우 이 세 가지가 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시너지(?)를 발휘했겠지?(웃음) 주어진 여건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이야기 구조 설계에 최선을 다하려 했다. 아마도 제작비가 80억 정도 됐으면 좀 더 오락적, 상업적으로 잘 뽑을 수 있었을 거다.

좀 전에 제작자 측이 기피한 세 가지 중 ‘마녀’가 주인공이니 여성 배우는 당연한 거고, 만화 같은 스토리는 바꿀 수 없는 부분이니 그대로 간다고 하더라도, 굳이 주인공이 신인일 필요가 있었는지. 신인 배우를 고집한 이유는.
그러잖아도 투자자 측에서 꼭 신인 배우를 캐스팅해야 하냐고 하길래, 60억 원 원톱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여배우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다들 추천하지 못하더라.

음, 개인적으로 신인 캐스팅은 신의 한 수라고 본다. ‘자윤’역을 맡은 김다미 배우의 어떤 점에 끌려 발탁했는지.
시나리오 쓰고 영화를 준비하며 그렸던 ‘구자윤’ 이미지와 일단 매우 흡사했다. 순진, 억척, 맑음, 처절 등 많은 얼굴을 담을 수 있는 그 얼굴이 아주 좋았다. 영화를 봐서 아시다시피 극 중 ‘자윤’은 아버지를 도와 억척스럽게 농장일을 하고, 친구와 있을 때는 딱 그 또래의 명랑한 여고생이지만, 눈 한번 깜짝 안 하고 사람을 죽이는 극단적인 인물 아닌가. 김다미 배우의 경우 어떤 하나의 감정에 치우친 얼굴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연기 경력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여러 상황을 주고 오디션을 수차례 봤는데, 연기가 일정하고 안정돼 있었다. 우리끼리 그녀의 뒷조사를 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혹시 우리가 모르는 어느 나라에서 영화를 엄청나게 찍었던 배우일지도 모른다고 농담을 할 정도였다. 심지어 완전 생짜인데도 긴장도 안 해서, 충분히 ‘자윤’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영화의 흥행에는 개봉 시기와 대진운도 상당히 작용한다. 다음주에 <앤트맨과 와스프>, <변산>이 대기하고 있어서, <마녀>의 경우 썩 좋다고는 할 수 없다. 한 주 정도 앞당겼으면 좋았을 거 같은데.
경쟁작이 세긴 하다. 투자·배급사의 결정이고, 그들에게도 라인업이 있으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나 역시 제작자이기도 한 입장이라 아쉽지만, 이왕 결정된 거 ‘열심히 합시다’ 했다.

<마녀>의 주인공과 액션에 대해 대부분 호평이다. 특히, 액션의 경우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액션이라며 열광하는 젊은 관객층이 많다. 반면, 초반 서사가 늘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초반부에 (잠시 언급했듯) 조직과 연구실을 비추고, ‘귀공자’(최우식) 일행의 사연과 그들의 액션을 넣고 싶었으나, 그렇게 못했다.

후반부 ‘닥터 백’(조민후)의 설명이 과하다는 지적 또한 있다.
아, 인정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설명이 많은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행동과 대사로 보여줘야지 주야장천 설명하는 건 정말 별로다. ‘닥터 백’의 설명 시퀀스에서 - 관객은 어떻게 보실지 모르지만 - 개인적으로 설명도 설명이지만, 실험실 장비가 너무 열악해 보이지 않을지 걱정했었다. 사실 과거를 영상으로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자니 또 하나의 세트가 필요했다. 그 부분이 ‘자윤’이 묶여 있던 실험실. ‘닥터 백’이 위치한 관찰실, 그리고 액션신이 있는 복도 이렇게 세트가 세 개였거든. 예상외로 건축비용이 많이 들어서 다시 세트를 짓고 보여줄 수는 없고, 설명을 안 하자니 이해를 못 할 거 같고, 갈등하다 좀 덜어내기로 결정했었다.

어? 그런데 설명이 길게 이어진다.(웃음)
스탭들은 영화를 직접 만드니 내용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지 않나. 그러다 보니 관객도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긴 부분을 잘라낸 후 일반 모니터 시사를 했는데, 시사에 참여한 분들이 무슨 이야기인지 파악을 잘 못 하시더라. 그래서 ‘닥터 백’은 원래 말 많은 캐릭터니까 하며 그냥 편집된 걸 다시 넣었다. 이후 다시 모니터 시사하니 확실히 반응이 더 좋았다. 일단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당연히 재미없게 되니, 무엇보다 관객이 편하게 이해하며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누가 봐도 쉽게 이해되는 그런 긴 설명 시퀀스가 생긴 거다. 나도 정말이지 말 많은 거 안 좋아한다. (웃음) 그나마 ‘닥터 백’이 자뻑 캐릭터라 다행이라고 할까. 혼자 신나서, 자랑하고 싶어서 죽겠다는 듯이 떠들어 대니 말이다

‘자뻑!’ 정말 극 중 ‘닥터 백’을 단숨에 설명하는 적절한 단어다. ‘닥터 백’이 원래 남성 역할이었다고 알고 있다. 조민수 배우 캐스팅은 어떻게 성사됐는지.
‘닥터 백’이 자칫하면 전형적으로 되거나 사이코패스 같은 느낌만 날 수 있기 때문에 시나리오 쓸 때부터 약간 우려가 있었다. 그 나이대의 남자 배우 중에 딱히 떠오르는 인물이 없었고, 생각해보니 꼭 남자 배우여야 할 필요도 없겠더라. 스탭들에게 여자 배우가 하면 어떻겠냐고 묻자 다 좋다고 하더라. 그렇게 조민수 선배를 물망에 올렸는데, 비중은 크나 분량이 적어서 오케이하실지 자신이 없었다. 한데 선뜻 좋다고,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다고 하시더라. 지금 시나리오 그대로 가자고, 역할의 성별이 바뀐다고 해서 뭔가 여성적인 모습을 첨가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원래 바꿀 생각도 없었다고 했지.

당신에게 <마녀>는 어떤 작품인가.
어린 시절 일본 애니메이션은 참 훌륭한 작품이 많은데, 실사화는 저렇게밖에 못하나 싶어 의아해했었다. <마녀>는 어릴 때부터 만들고 싶었던 작품이고, 언젠가는 꼭 만들었을 작품이다.

지금까지 <악마를 보았다>(2010) 각본, 연출 데뷔작 <혈투> (2010), 대중에 널리 이름을 알린 <신세계>(2012)를 비롯해서 대체로 세고 어두운 장르적 속성이 강한 작품이 많았다.
아무래도 평소 좋아하는 장르다 보니 끌리는 것 같다. 홍콩 누아르를 비롯해서 60~70년대 누아르 영화를 아주 좋아한다. 특히, <대부> 시리즈, 정말 명작이다. 일본 만화 <아키라>도 그렇지만 철학이 어둡고 무거운 걸 좋아한다. 밝고 명랑한 작품을 시도는 해봤는데, 정말 시도에 그쳤었다. 아직도 노트북에 십 년전에 시도하다 만 시나리오가 있는데, 어렵더라. 쉽게 사람 성향이 바뀌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간 작품 중 <대호>(2015)가 서사와 분위기에서 가장 이질적인 작품인 것 같다.
내가 전업 작가일 때, 영업도 해야 하니, 어떤 시나리오가 잘 팔리는지 알고 있었다. 솔직히 <대호>는 철학적이고 시대에 대한 무언가 작별 인사 같은 작품이라 내가 연출하기 버거웠었다. 하면 할수록 나 자신이 감당할 그릇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했었다. 아마 다른 능력 있는 감독이 맡았다면 진짜 좋은 영화가 됐을 거다.

당시에 <신세계 2>를 기다리는 관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대호>를 선택했었다.
<신세계> 속편을 안 만든다고 나를 비난하시는데, 그게 내가 안 한 게 아니다! 알다시피 영화라는 게 감독이 만들고 싶다고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투자사, 제작사, 배우 다 각자의 입장이 있고 속편에 대한 생각도 각기 다르다. 내 경우 원래 스토리로 계속하고 싶었는데, 그러려면 먼저 정리할 문제들이 있었다. 그게 언제 정리될지 모르니 당시 시나리오 써 놓은 걸 먼저 하겠다고 했었다. 그렇게 <마녀>를 시작하려는데,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말리면서 갑자기 나보고 <대호>를 맡으라는 거다. 거짓말 안 하고 촬영 들어가기 전날, 계약서에 사인했을 정도였다.

흠, 개인적으로 <마녀>가 <신세계> 이후 바로 나왔다면, 더 큰 호응을 받았을 것 같은데, 이미 지난 일이니. 각본가로 출발하여 감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영화를 만드는 것이 원래 목적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었다. 다만 너무 준비 안 된 상태에서 <혈투>로 데뷔했는데, 결과는 뭐....

작가 박훈정을 스스로 평가한다면.
내가 나를? 음, 재미있는 걸 쓰려고 하는 작가다. 영화는 재미가 담보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극단적으로 예를 든다면, 재미와 작품성 중 하나를 우선한다면 난 재미를 택할 거다. 그리고 이야기의 종류, 즉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덕후로서 내가 빠져 있는 장르가 있는데, 그 안에 너무 좋은 작품이 많다 보니 그들을 뛰어넘어야 겠다는 생각보다는 닮고 싶은 생각이 강하다.

감독 박훈정은 어떤가.
작가 박훈정과 같다!(하하)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그런데, <브이아이피>를 끝내고 생각해보니 나도 모르게 겉멋이 들었다는 것을 느꼈었다. <신세계>로 좋은 결과를 얻었고, <대호> - 남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아주 장엄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 를 끝내고, <브이아이피>를 만들 때 뭔가 있는 척을 하려 한 것 같았다. 그래서 <마녀>는 초심으로 돌아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즐겁게 만들려고 했었다. 괜히 있는 척도 심각한 척도 안 하고 즐겁게 촬영해서 현장도, 감독으로서도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다만, 제작자 - 나도 <마녀> 제작자 중 한 사람이다 - 로서 예산 압박에 괴로웠을 뿐.

당신에게 영화란 무엇인가.
재미있는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 그나마 잘하는 거다. 시나리오 쓰고, 촬영하고, 개봉을 앞두고 약간 스트레스를 받긴 하지만, 영화 한 편이 나오기까지 모든 과정이 재미있다. 게다가 개봉 후 혹은 시간이 좀 지난 후 영화에 대한 반응이나 평을 읽으면 그게 또 다른 의미로 재미있다.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방향에서 색다른 시각을 제시하니 말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가졌던 막연한 꿈이 실현되어, 영화감독을 하는 지금 현실에 100% 만족한다.

영화 외에 재미를 느끼는 다른 일이 있다면. 아주 궁금하다.
혼자 노는 걸 싫어하는 편이 아니다.(웃음) 독서, 음악, 드라이브 등 하는 걸 좋아한다. 사교적인 성향이 아니라서 모임 같은 데 가면 좀 피곤하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지인들 한두 명씩 만나는 건 좋아한다.

좋아하는 영화는.
아까도 말했지만, <대부> 시리즈다. 3편이 1편이나 2편에 비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3편만 놓고 본다면 나쁘지 않다. <대부> 시리즈는 비단 개인의 삶만이 아니라 이민자 가문의 흥망성쇠를 다루는 에픽 장르인데, 나도 언젠가는 에픽장르를 하고 싶다. 한 가족을 중심으로 멜로, 가족애, 형제애, 권력투쟁, 타 조직과의 전쟁 등등 인간이 겪어야 하는 모든 게 다 들어있다.

마지막 질문! 최근 인상 깊은 일이나 행복했던 순간은.
사무실과 집을 왔다 갔다 하다가 가끔 친한 친구 만나서 밥 먹곤 하는 거의 그 날이 그날이다. 행복한 순간이라... 음, <마녀>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행복할 듯하다.

질문 하나 추가하자, 구체적으로 관객이 얼마 정도 들어야 후편이 제작되는 건지,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되는 건가?
만약 후속편이 이번과 같은 제작비라면 못 찍을 것 같다. 관객들이 본격적으로 액션이 터지길 기대할텐데, 지금 예산으로는 1시간 분량밖에 나오지 않을 거다. 딱 손익분기점은 아니고, 좀 더 유의미한 스코어가 나와야 한다는데, 나도 확실히는 잘 모르겠다.


2018년 7월 3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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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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