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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는 달라도 여전한 콤비 플레이 <재생호> 위가휘 감독 & 유청운
재생호 | 2009년 8월 28일 금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한국에 언제 왔나? 충무로영화제를 둘러볼 시간은 있었나?
위가휘 감독(이하 ‘위’) 어제 저녁 늦게 도착해서 오늘 인터뷰 일정을 소화하고 내일 바로 떠난다. 즐길 시간이 없을 것 같다.
유청운 (이하 ‘유’) 어제 저녁에 밥 먹으러 나가면서 시내를 걸어본 정도?(웃음)

<재생호>는 가족의 사랑을 다뤘다. 기존의 영화들과는 다른 분위기다.
기존의 강한 영화들을 찍다가 가족에 관한 영화를 찍고 싶었다. 간단하게 가족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영화로. 그리고 어떤 가정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골랐다. 가족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의도적으로 판타스틱한 부분을 강조한 건가? 몽환적인 느낌도 난다.
어차피 사람이 죽고 난 뒤의 상황은 아무도 모르잖나. 아무도 모르는 어떤 세계나 공간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판타지 요소가 많이 들어갔다. 또 영화에 등장하는 소설 속의 귀신 이야기가 될 수도 있으니 더욱 그런 분위기를 만들었다.

기존과는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다. 사나리오를 받고 어떤 느낌이 들었나?
사실 캐릭터나 역할보다는 위가휘 감독이 하자고 해서 그냥 했다.(웃음) 역할을 받아서는 특별히 어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 개인적인 의견이나 생각을 넣을 곳이 많지 않았다.

맡은 역할이 맹인이다. 어떤 준비를 했나?
맹인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접하지 않아서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맹인학교에 가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특징이나 습성을 봤다. 요리하는 모습이나 타자치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배웠다. 정상인으로 맹인들을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상황 자체는 이해할 수는 있어도 그걸 똑같이 느끼기는 힘들다. 그 느낌은 배워서 나오는 게 아니더라. 눈을 감고 연기하는 것도 힘든데 눈을 뜨고 하니 더 어려웠다. 눈을 감아도 뇌에 모든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심지어 눈을 뜨고 하니 더 하지. 그래서 더 컨트롤하지 못 했다. 원래의 이미지나 형태가 있는데, 안 보이는 것처럼 하고 내 나름대로 이미지를 해석해야했기 때문에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영화 때문에 진짜 눈을 멀게 할 수도 없으니까.(웃음)

몸으로 직접 체득하는 과정도 필요했을 것 같은데.
연습을 많이 했다. 집안에서 눈을 가리고 여러 일을 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마음속으로 나 자신이 맹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단계를 넘지 못 했다. 계속 눈을 감고 맹인 체험을 하다가도 일이 생기면 바로 눈을 뜨거나 가리개를 없애 버리니까. 그래서 연습을 하면서도 마음으로 맹인이 되지 못 하고, 어떻게 모방할까만 신경 썼다. 그래서 어떤 때는 아무런 연습이나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닥치는 대로 한 적도 있다. 그게 조금 낫다는 느낌도 들었다. 연습해서 이상한 버릇이 생기거나 어떤 척을 하면서 모방하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울 때가 있다.

유청운을 캐스팅한 뒤 캐릭터나 연기에 대해 특별히 요구한 부분이 있나?
어차피 유청운이라는 배우는 너무 뛰어난 연기자이기 때문에 특별히 뭘 주문하거나 하지 않아도 된다. 워낙 잘 하는 배우니까.
눈빛만 봐도 서로 잘 아는 사이라서?
말을 많이 안 해도 유청운이 똑똑해서 다 안다.(웃음)
(웃음)

평소와 다르게 CG가 많이 나온다. 결과물에 만족하나?
CG 작업만 1년을 했다. 많은 시간을 들이고 손을 봤기 때문에 결과물에 대해서는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영화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보였으면 하고 바랐던 부분은 무엇인가?
이야기 안에서 소설을 쓰는 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 전체의 이야기도 결국 그 딸이 쓴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아빠가 쓴 소설 같기도 하지만, 그 역시도 결국 딸이 만들어낸 아빠의 모습이다. 여성이 쓴 소설이기에 영화 전체적으로 여성적인 느낌을 많이 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저승 기차나 날아다니는 책, 꼬마 마녀와 같은 귀여운 요소들이 눈에 잘 띄는 건가?
사람은 죽음 이후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고, 또 죽음 그 자체를 막거나 할 수도 없다. 근데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소설 안에서 보자면, 쓰는 사람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죽음이 조금 덜 슬플까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어떤 방법도 없겠지만, 영화 속 딸이 쓴 소설 속에서는 마법 같은 것을 조금 더 넣었다.

딸의 입장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설정인가?
소설을 쓰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의미로는 치료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현실과 소설을 왔다 갔다 한다. 나름 복잡한 구성인데.
간단하게 생각하면 또 간단하다. 소설을 쓰는 딸의 마음으로 영화를 보려고 하면 된다. 결과적으로 딸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죽는 이야기인데, 만약 모두가 안 죽었으면 어떻게 됐을까하는 영화 속 상상에 감정 이입을 하면 이해가 쉽다. 딸의 마음에 공감하는 것이 포인트다.

아빠는 감정을 절제하는 방식으로 슬픔을 강조한다.
재미있는 건, 촬영을 반 정도 하다가 점점 이야기 속의 딸이 안 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졌다. 근데 그걸 누구한테 말할 수도 없잖나. 신한테 얘기해서 나를 죽여도 좋으니 딸을 죽이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웃음) 현실적으로 감독한테 얘기해서 바꾸라고 해야하는데 그것도 말이 안 되니까. 연기를 할수록 그런 마음이 더 커져서 자연스럽게 나온 감정이다.

강한 이미지가 어울리는 배우인데, 이번 영화에서는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다. 연기를 해보니 어떤 기분이 들었나?
뭐가 더 어울리는지 잘 모르겠다.(웃음) 한 10년 전의 작품들을 지금에 와서 보면 저때는 왜 저런 생각을 하면서 연기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연기를 할 때는 어느 정도 자신의 생각이 들어있기 마련인데, 지금은 너무 많은 역할을 한 이유도 있겠지만 지나고 보면 왜 저랬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두기봉 감독하고 얘기를 하다가 “너는 이런 유형의 배우가 아니었잖아”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문득 내가 그랬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내 이미지나 캐릭터를 잘 모르겠다.
실제로 인생을 살면서 재구성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나?
예전하고 많이 달라진 부분은 슬픈 연기를 할 때는 이걸 얼마나 더 슬프게 보여줄 것인가, 얼마나 더 슬프게 해야 하나 하는 것에 고민을 많이 했다. 근데 지금에 와서는 정말 슬픈 감정은 가슴에서 우러러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얼마나 그랬으면 캐릭터인데도 안 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겠나.(웃음) 어떤 순간을 바꾸고 싶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지금이 좋다.
인생을 다시 재구성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근데 이번에 영화를 찍으면서 죽음에 관해서는 다시 생각하게 됐다. 항상 눈을 뜨면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볼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끼고 있다.

영화 속에도 이승과 저승이 명확히 구분되는 편인데,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이 궁금하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많은 공부를 했다. 죽음이나 삶에 대한 다양한 책과 자료를 접했다. 근데 그런 것들을 보면 볼수록 삶과 죽음에는 답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이런 것들을 생각해오고 연구해왔다지만 그들 역시 답이 없었다. 아마도 영원히 답이 없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답이 없기 때문에 계속 문제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계속 함께 작업하는데, 서로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배우한테 감독을 평가하라고 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웃음)
너무너무 훌륭한 배우고 좋은 배우여서 단점이 없다.
유일한 단점은 이번 영화에서 진짜 눈을 멀게 하지 않은 것 정도?(웃음)
진짜 그렇게 했다면 정말 무서웠을 거다.(웃음)
위가휘 감독과 작업하는 것은 너무 즐거워서 오랫동안 함께 작업하고 있다. 항상 작업을 하면서 색다른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못한 어떤 것을 만들어낸다. 단점을 얘기하자면 항상 숙제를 내주듯이 뭔가를 안겨준다는 것. 그래서 집에 가서 머리를 싸매고 도대체 그게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근데 그런 고통의 과정이 지나면 뭔가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래서 그걸 계속 즐기고 있다.

배우에게 일부러 숙제를 내주는 건가?
실은 나도 집에 가서 머리 싸매고 고민하고 있다.(웃음)

홍콩 영화 시장은 어떤가? 예전에 비해 활발한 제작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알다시피 홍콩영화 산업은 점차 내림새를 걷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예전에 없었던 다양한 장르들이 만들어지고, 흥행에도 성공하면서 희망을 주고 있다. 최근 <절청풍운>도 색다른 소재와 작품성으로 홍콩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부분에서 홍콩영화의 미래가 보인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영화인들이 더욱 힘을 내고 있다.

최근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무엇인가?
구상 중인데, 사랑을 소재로 한 멜로 영화가 될 것이다. 간단한 이야기로 풀어가고 싶다. 근데 지금은 간단해도 하다보면 복잡해질 것도 같다.(웃음)
고천락과 함께 <포커킹>을 촬영하고 있다. 아직 촬영이 진행 중인데 조만간 끝날 것 같다. 그 다음에는 두기봉 감독과 함께 작업하게 될 것 같다.

위가휘 감독의 차기작에는 또 유청운이 주인공으로 나오나?
아직 정하지는 않았지만, 유청운이 해준다고 해야 되는 거라서.(웃음)
난 간단한 얘기는 안 하는데? 복잡한 얘기라면 생각해 보겠다.(웃음)

2009년 8월 28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2009년 8월 28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8 )
again0224
잘 읽었습니다   
2010-03-23 01:03
kisemo
잘봤어요   
2010-03-20 20:04
youha73
잘 읽었습니다   
2010-02-27 20:44
pretto
좋은작품 기대할게요~   
2010-01-27 10:02
ninetwob
잘보고갑니다   
2010-01-21 17:59
mvgirl
유청운, 배우출신처럼 보이는데   
2009-08-30 20:26
kwyok11
콤비 플레이   
2009-08-29 07:38
ooyyrr1004
재생호라 그렇군요 ~.~   
2009-08-28 21:2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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