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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잔병없이 튼튼해요, ‘내 머리속의 지우개’ 손예진
인터뷰 | 2004년 10월 21일 목요일 | 서대원 기자 이메일

‘죽거나 혹은 시원찮거나’ 어떤 영화의 속편 제목이 아니라 손예진이라는 배우를 떠올릴 때 단박에 도출되는 이미지상이다. 순수 멜로 영화 전문 배우라는 꼬리표에 대한 지지와 반감이 포개져 있는 그녀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사실 그러하다.

그런데 그리 개의치 않는다. 멜로가 좋단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말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단다. 유독 멜로를 선호하거나 장르에 대한 편식은 없지만 지금 이 시기에는 순간 멜로가 하고 싶다는 열망이 자연스레 밀려온단다. 배우로서 갈 길이 태산 같은 꽃다운 나이 20대 초반의 그녀로서는 충분히 여지가 있는 생각이자 행보다.

순간 머릿속을 지우는 연기를 해야만 했던 <내 머릿속의 지우개>에서도 지금까지 보여준 자신의 흔적을 지우지는 못할 것이다.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그녀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 역시 기존의 그것을 과연 손예진이 지울까 말까에 놓여 있는 게 아니다. 배우 손예진이 기왕의 캐릭터의 연장선상에 있는 수진이라는 인물을 얼마나 탄탄하게 제대로 구현할지에 눈과 귀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식사는 하셨나? 행여 끼니를 거른 건 아닌가?
그런 건 아니고, 음......좀 늦게 먹었어요.

아시다시피 무비스트 역시 인터넷 영화 사이트다. 영화 정보를 찾고자 인터넷 사이트를 자주 이용하는 편인지 궁금하다.
한다고 해야 되죠. ㅎㅎㅎ 솔직히 그리 많이 서핑하는 건 아니고, 그냥 가끔 이용하는 편이에요.

8월 10일 전주를 끝으로 촬영을 마쳤다. 근 두달 반 동안 뭘 하고 사셨나? 혹 칩거라도 한 건가
영화 끝나자마자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폭 쉬었어요. 그러다 잠깐 태국에 화보 촬영하러 갔다 오고. 물론, 쉬면서도 영화 생각은 했죠. 어떻게 나왔을까 저 또한 궁금하기도 하고, 고생했던 거 기억도 많이 나고 뭐 그러면서 지냈어요.

보시다시피 아시다시피 보통 인터뷰는 매체가 정하거나 아니면 주최 측에서 찜한 장소에서 진행되기 마련이다. 혹 개인적으로 특별히 선호하는 곳이 있는지? 뭐 살맛나는 고기 집이라든가 술집 등등 말이다.
아니요. 아직은 특별히 그런 곳은 없어요. 그나저나 거의 다 그냥 이렇게 하지 않나요? 카페나 뭐 이런데. 어쨌든, 인터뷰 장소에 대해서는 곰곰이 생각해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인터뷰를 하기 전에 오늘 화장발은 잘 받았는지 혹은 영화에 대해 이런 부분은 꼭 말해야지 등 나름대로 오만가지 생각을 할 거다.
사실, 연기할 때랑 마찬가지로 홍보기간이 힘들기는 해요. 머릿속에 있는 걸 말로 전달해야 하고 또 내가 원하는 방향이랑 다르게 나가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어떻게 하면 내 말을 잘 표현하고 전달할까 고민을 많이 하는데 막상 하다보면 또 까먹고 그래요. 그래서 인터뷰 많은 날 아침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기보다는 그냥 순간순간 진실 되게 임하려고 해요.

그나저나 영화는 봤나?
아니요. 아직 안 봤어요.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를 미리 본 적이 없어요. 감독님을 조르면 볼 수 있겠지만 음악도 아직 입혀지지 않았고, 여러 가지로 완성이 덜 된 상태라 조금 기다렸다 제대로 된 필름을 극장에서 보는 스타일이에요. 궁금하기는 하지만....

당 영화의 홍보문구를 보면 <편지>와 <약속>을 잇는 정통멜로영화라며 마빡에 큼지막하게 박아 놨더라. 그렇다면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를 다룬 <내 머릿속의 지우개>가 기왕의 그것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뭐가 있겠는가
어, 우선 대부분의 멜로영화의 내용을 보면 여자주인공이 병에 걸리고 그러다 어떻게 되고 뭐 그렇잖아요. 많은 분들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사실, 우리 영화도 그렇긴 해요. 하지만 여자가 걸리는 병이 몸이 아픈 병이 아니라 정신적인 병이라는 거죠. 기억을 잃어감으로써 사랑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럼으로써 억지 눈물이 아닌 자연스런 감정이입을 통해 슬픈 감정을 끄집어낸다는 점이 특별한 시각이 될 거 같아요. 또 남자 주인공의 직업이 목수, 일일근로자라는 점이 독특하고요.

이번 영화를 출연하는 데 있어 결정적으로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요인은 무엇인가? 예를 들어 죽이는 외모의 정우성이 하니까 시나리오가 좋아서 등 다양한 요소가 있었을 게다.
음...............시나리오가 크게 작용한 거 같아요. 보통은 상대배우가 정해지지 않는 상태에서 시나리오를 건네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부차적인 요소는 깊게 고민할 필요 없이 시나리오의 내용과 여자캐릭터가 어떤지 보고 결정해요.

떡하니 시나리오를 보고 난 소감이 어떻던가
일단, 힘들 거라 생각했어요. 처음 시나리오 내용과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알츠하이머 병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정말 막막했다는 말이죠. 그런 애로점이 내 자신을 이 영화에 도전하게끔 만든 동력이지만요.

뭐 사실 우악스런 아줌마 스타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유부녀 역할을 당 영화를 통해 처음 겪어봤다. 나름대로 느낀 점이 많았을 텐데...
처음엔 정말 걱정 많이 했어요. 과연 나한테 유부녀 냄새가 날까? 어느 정도 삶이 녹아나야 되는데 과연 잘 될까? 그런데 내 안에 성숙한 면이 자리하고 있는지 열심히 하니까 조금씩 뭔가 느껴지더라고요. 키스를 해도, 같이 앉아 있어도, 설거지를 해도, 음식을 만들어도 유부녀로서 어색해보이지 않을까 작은 부분부터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촬영 전부터 많은 고민을 했어요.

기억력을 서서히 상실하는 알츠하이머라는 희귀병을 앓는 병자 역할을 하는 데 있어 도움을 받거나 한 자료나 역할 모델이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측면이 가장 힘들었는지 토로해보시라!
역할모델은 없었어요. 젊은 사람이 걸릴 확률이 크지도 않고 해서.
노인분들이 치매에 걸리는 초기 증상이 수진이가 보여주는 행동이랑 비슷하다 볼 수 있어요. 그러니까 건망증이 참 심한 여자다 그 정도로만 느껴질 수도 있다는 말이죠. 길을 가다 갑자기 내가 왜 여기 있는지 그런 연기들이 힘들었어요. 뜬금없다는 상황을 연출해야 했다는 거죠. 순간 머릿속을 지워야 하는 연기. 그러다보니 감독님의 의견도 많이 따른 거 같아요.

지금까지 당신의 영화 속 캐릭터는 죽거나 혹은 시원찮거나 했다. 몸이 말이다. 그러한 인물로 상징화된 거에 대해서 본인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제가 맡은 역할이 첫사랑 캐릭터가 많다보니 당연 그런 말이 나오는 거 같아요. 또 워낙 멜로를 좋아하고요. 물론, 그렇다고 다른 장르를 싫어하는 건 아니고.
멜로 영화 한 편 끝날 땐 다음엔 액션이나 딴 거 할 생각을 하면서도 영화 끝나고 차기작 준비하다보면 멜로를 이제는 정말 잘 할 수 있을 거 같은 생각이 막 들고 그러다보니....여하튼, 제가 연약하거나 아픈 역할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봐주시는 거 같아요.

실제로 예진씨의 건강상태는 어떤가? 잔병은 많은 편인가?
ㅎㅎㅎ 실제로 그렇진 않고요. 어렸을 때부터 의외로 좀 잔병 없이 튼튼한 거 같아요. 남들 다 걸리는 감기 걸릴 시즌도 전 증세가 없을 때가 태반이었으니까요.

주로 순수한 연애행각을 담은 영화의 청순 캐릭터로 등장했었더랬다. 개인적으로 심신을 화끈하게 불사르며 모든 걸 올인해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는지.
다른 장르도 물론 앞으로 되게 많이 할 수 있을 거라 봐요. 액션도 해보고 싶고 설정이 재밌는 코믹도 경험해보고 싶고 뭐 여러 가지 할 예정이에요. “이건 안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으니까.

관객의 눈물과 콧물을 무한정 빼낼 아름다운 장면과 대사가 유독 많다고 하더라. 생각나는 거 있으면 하나만 말해보시라!
철수가 수진이의 병을 처음으로 알고 난 뒤 야구장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요.
“우리 헤어지자” 그러니까 철수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가 너 대신 다 기억해 줄께!” 이 장면에서 많이들 공감하실 거예요.

사극을 제외한다면 주로 어느 정도는 맘먹을 수 있는 또래들과 작업을 해왔다. 허나, 정우성은 연배로서나 배우경력으로서나 마냥 만만하지는 않았을 거다.
태현 오빠가 은근히 나이가 많긴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정우성 선배하고는 다르긴 하죠. 아무래도 오래 영화를 하셔서.... 어렵다보기보다는, 음 맘먹는 건 아니지만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작업에 임하면 영화를 위해서도 안 좋기 때문에 편하게 지내려고 했어요. 선배님 역시 조언과 함께 도움을 많이 주셨고 저 역시 많은 얘기를 건넸고요. 뭐 결론적으로 잘 된 거 같아요.

무지하게 핸섬한 정우성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더라! 그런 안쓰러운 모습을 보니 심정이 어떻던가?
음................슬프죠. 저로 인해서 철수가 운다는 게. 수진이 기억을 하지 못하니까.
서로 우는 게 아니라 철수만 서글프게 우니, 그게 가슴이 아프고 슬프더라고요.

해외에서 주로 활동했던 이재한 감독이 여배우와는 처음 작업했다고 하던데.
저의 의견을 많이 들어주시는 편이에요. 그러니까 배우의 감정을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감독. 의견 차이가 나면 조용히 불러서 애기하고 타협하고 여배우든 남배우든 그런 걸 떠나서 대화를 많이 한 거 같아요.

당 영화가 멜로영화니만큼 물어보겠다. 개인적으로 몸이 확 달아오를 정도로 필이 강하게 와 닿았던 멜로 영화가 있다면 뭐가 있겠는가?
최근에 기억나는 건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이 나왔던 <매디슨 카운트의 다리>. DVD로 봤는데 봐도봐도 너무 좋더라고요. 저도 그런 연기 하고 싶은데 할 수 있을지....

<내 머릿속의 지우개>는 슬픔과 아픔을 표현해야만 하는 영화다. 일상 중 가장 슬프고 아플 때가 언제인가
때에 따라 틀리긴 한데 연기하면서 외적인 상황들을 떠올리면 그러한 마음이 생기는 거 같아요. 60~70명의 스탭들이 몸을 날리면서 작업이 이뤄지는 걸 보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또 연기가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내 뜻대로 안 될 때 그러니까 카메라 포커스가 나가 다시 해야 하는 등 현장상황이 잘 부응이 안 될 때 가슴이 아파요. 누굴 탓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알츠하이머 병은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력이 감퇴되는 병이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 내 기억 속에 영영 새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누구 하나를 선택할 순 없고 제 주위에 있는 모든 분들요. 많은 사람들과 두루두루 친하지 못한 편이라 지금 가까이 있는 분들하고는 오래 동안 잘 지내며 기억하고 싶어요. 일로 연관돼 만났지만 일이랑 상관없이 자주 만나고 놀고 뭐 그러고 싶은 마음이에요.

사실, 상당수의 사내들이 당신의 청순함에 사족을 못 쓴다. 허나. 여자들 중에는 그런 친구들도 있더라. 늘상 아픈 것이 어쩜 그리 피부도 곱고 머릿결도 한결 같냐고...
ㅎㅎㅎ 칭찬해주시는 건지 아니면 리얼리티가 너무 떨어진다고 구박하시는 건지. 어쨌든,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전 아무래도 남자 팬이 더 많은 편인데. 그나마 요즘 여자 팬이 많이 생겨 다행이죠 뭐. 워낙 멜로, 특히 첫사랑의 그 느낌을 살린 멜로만 하다보니까 남성들의 경우 더욱 좋아하는 거 같아요. 여성분들의 경우 보이시한 모습의 여배우를 좋아하던데, 저도 언젠가는 그런 모습 보여드려야겠죠.

근래에 접한 영화 중 가장 재미나게 본 영화가 있을 거다.
지금 딱 생각나는 건 그 뭐지 예수 나오는 영화 있잖아요. 아 맞아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그거 보면서 되게 많이 울었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성당을 다니긴 했지만 그거랑 상관없이 불교든 뭐든 용서라는 부분에 대해 생각하니 눈물이 많이 났어요.

개인적으로 어느 배우를 진심으로 존경하는가.
솔직히 데뷔 전에는 드라마나 영화 보면서 “내가 해도 저 정도는 되겠다”는 어린 생각을 자주 했었는데 데뷔 후에는 그런 생각이 싹 가시더라고요. 연기라는 게 인간을 탐구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그런 분들을 함부로 평가할 순 없겠더라고요. 모두가 대단하신 것 같아요. 송강호 최민식 아저씨, 아니 선배님들......너무 배울 점이 많아요.

앞으로 어떤 배우로 만큼은 대중들에게 남고 싶지 않은가
남기 싫으냐구요???.............음............처음 들어보는 질문이라서.....어떻게 남고 싶으냐만 들어봐서리.....

그럼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은지 말해봐라!
감동을 줄 수 있는, 어떤 연기 어떤 장르를 하던 간에 관객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줄 수 있는 배우로 인식되고 싶어요. 영화가 끝난 후 자기 인생이나 어느 순간을 다시금 한번쯤은 되돌아 볼 수 있는 그런 감동을 하나하나씩 주고 싶다는 말이죠.

그렇다면 관객에게 감동을 전해 주지 못하는 배우로는 남기 싫다는 말도 되지 않는가
예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ㅎㅎㅎ

마지막으로 당신의 멘트만 듣고서도 영화가 땡기게끔 <내 머리속의 지우개>에 대한 멋진 멘트하나 부탁드린다.
너무 어려운데요.
아~~~~ 이젠 깊어 가는 가을인데요. 저희 영화가 멜로 영화예요. 그러니까 지금 사랑을 나누고 계시는 분들 꼭 보시고요. 그렇지 못한 분들 역시 저희 영화를 보면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꼭 생길 테니 꼭 접해보세요. 꼭 보라고 하니까 좀 그렇다. 행복하세요~.

취재: 서대원 기자
사진: 이기성 피디
촬영: 이한욱

14 )
nara1022
그리고 손예진씨는, 지금까지 한번도 흔들린적이 없음 .취화선, 연애소설, 클래식, 첫사랑사수궐기대회, 내머리속의 지우개 까지 가면서 관객수도 점점 늘어났다는^^ 100만밑으로 내려간 영화가 없죠 ~   
2005-02-09 00:27
nara1022
시나리오 고르는 안목두 있구, 정말 최고의 배우가 될것 같습니다^^ 다음영화 외출도 너무 기대되네요^^   
2005-02-09 00:25
nara1022
손예진씨는 얼굴도 예쁘지만, 정말 연기력도 갖춘 배우인것같아요^^   
2005-02-09 00:24
nara1022
제가 가장 죠아하는 여배우^^   
2005-02-09 00:24
real3mong
나도... ㅋ 이렇게 이뿔수가 있는건지...   
2005-02-06 22:52
khjhero
이야..실제로 한번 보고싶다..얼마나 이쁜지....   
2005-02-0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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