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응적이기보다는 자꾸만 밖으로 튀어나가려는 인성이 어느 시기보다 강하게 들끓는 삶의 한 자락인 청춘을 발레를 매개로 인간미 그득한 시선으로 담아낼 청춘영화이자 성장영화 혹은 보통 사람들의 소통에 관한 <발레교습소>의 두 주인공 김민정과 윤계상은 외관적으로는 일단 상당히 여유로워 보였다. 알길 없는 그들의 속마음이야 어떤지 모르겠지만.
자신들조차 헤아리기 힘든 내밀한 감정의 결을 변영주 감독에게 세밀하게 들여다보며 북돋워 달라고 부탁한 의뢰인의 입장이라 그런지, 아니면 싱그러운 육체와 풋풋한 미소가 과도하게 부여돼 있는 젊은 것들의 자만인지 몰라도, 여튼 그랬다.
마냥 어린애 같은 해맑고 귀여운 얼굴에 어느 덧 성숙한 여인네의 육감적 몸으로 자태를 휘감은 묘한 매혹을 발산하는 김민정. 그리고 단단한 육체와 달리 여린 심성의 장난기 묻어나는 말투와 몸가짐의 윤계상. 이들의 푸르른 젊은 날의 모습은 쇠진해가는 심신을 쉬이 놓지 못하고 개소주와 깡소주로 어케든 버텨보려는 본 필자를 여러 모로 서글프게 하는 데 모자람이 없었더랬다.
TV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과 <아일랜드>로 안방극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들이 좀더 넓은 세상으로 나와 관객과 어떤 소통을 이루며 청춘의 혹은 배우로서의 통과의례를 거칠지 벌써부터 자못 궁금하다.
● 해맑고 귀여운 얼굴, 그렇지만 육감적 몸으로 자태를 휘감은 김민정
그 동안 좀 쉬었다.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는 작품 공부하면서.....그리고 TV나 영화쪽 친구들 만나고 그랬다.
뻔한 질문이긴 하지만 오늘 포스터의 주제에 대해 말해 달라!
이른 시간부터 여러 가지 모습을 찍었는데, 방황하는 청춘, 그러니까 발레 하러 가기 전에 분위기 잡고 서 있는 모습 뭐 그런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발레를 소재로 한 평범한 사람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혹은 청춘들의 성장영화라 할 수 있는데 민정씨가 생각하는 <발레교습소>는 어떤 영화인가?
그냥 한마디로 쉽게 말하면 고3들의 방황과 사랑을 그린 청춘성장영화다. 내가 꼭 말하고 싶은 건 청소년 영화가 아니라는 거다. 오다가다 많은 분들이 “애들 영화겠다”. 그러시는데 절대 그렇진 않다. 우리 영화는 고른 연령이 볼 수 있는 영화다. 얘들 영화라 착각하시는 분들이 너무도 많아서 조금 걱정이다.
솔직히, 발레는 가까운 듯하면서도 거리가 있는 무용이다. 막상 발레를 소재로 한 영화에 출연해보니 발레가 어떻게 와 닿고 느껴지던가?
예전부터 발레 공연 보러 가는 건 되게 좋아했다. 몸이 가장 많이 드러나면서도 발레를 하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게 보였다. 볼 때마다 늘 “아~저 여자 몸 진짜 끝내준다”고 노래를 불렀다. 그래서 공연을 적잖이 즐겼다. 그런데 막상 발레를 배우며 촬영된 필름을 보니 내 몸은 그렇게 안 예쁘더라.ㅜㅜㅜ
또 직접 해보니 발레는 감정을 담고 하는 무용이라는 사실을 느꼈다. 물론, 난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나의 감정이 그대로 이입되는 거 같았다. 음 그러니까 기분이 안 좋은 상태에서 하면 정말 발레가 안 된다. 굉장히 예민한 무용이구나 싶더라.
이번에 맡은 황보수진이라는 캐릭터의 성격이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당찬 신세대적 분위기라 알고 있다. 수 년 전에 개봉된 <버스정류장>의 소희랑 포개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 질문 처음 받아보는데 감독님이랑 처음 그 얘기를 했었다. 소희랑 비슷하다고. 서로 방황하는 아이지만 소희는 마지막에 물음표를 준 캐릭터고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 반면에 수진이는 중간에 변한다. 여러 사람들과 민재를 만나면서 마음을 나누고 뭐 그런 점들이 다른 거 같다. 다시 말해, 수진은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다.
세련된 퇴폐미도 느껴지고 외양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캐릭터랑 잘 맞는 거 같다. 실제로도 그런가?
어렸을 때부터 TV에 나와 활동해서 그런지 깜찍하다거나 귀엽다는 말을 듣는 편이다. 하지만 말씀하셨다시피 퇴페미도 좀 있고 귀여운 이미지도 있고, 뭐 그런 거 같다. ㅎㅎㅎ 하여튼, 수진이란 캐릭터랑 어느 정도는 들어맞는 거 같다는 생각을 나 역시 한다.
나 역시 놀랬다. 굳이 계획되거나 그런 건 아니었는데 말이다. 두 분 다 여자라 좋은 점이 있다. 배려도 되고 더 빨리 친해지고 또 영화 촬영을 할 때나 사적으로도 여러 모로 잘 통통하는 부분들이 많다. 그나저나 변영주 감독과는 전부터 참 같이 일해보고 싶었다. 정말 행운이라 생각한다. 기다리던 기회를 잘도 잡았으니 결과도 좋게 나오리라 본다.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거나 곤혹스러웠던 장면이 있었을 게다.
글쎄, 그렇게까지 힘든 적은 없었고, 다만 무용 배우면서 몸이 고달픈 거랑 발레가 잘 안 될 때 짜증나는 거. 그리고 나머지는 뭐 캐릭터의 디테일한 문제 정도.
씩씩하면서도 늘 사람 냄새나는 영화를 만들어 온 떡대 좋은 변영주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예상대로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분이다. 굉장히 남자 같아 보이시만 의외로 여리고 귀여운 구석이 많다. 또 장난도 잘 친다. 촬영 장소에서 시간만 나면 놀려 먹기 좋은 얘라며 날 너무도 날 잘 갖고 놀았다. 물론, 기분 좋게, 그래서 그런지 촬영장 분위기도 좋았다. 정말 배울게 많은 감독이다. 이 영화를 하면서 얻은 건 딱 두 가지, 변영주 감독이랑 신혜은 피디를 만났다는 거. 정말이지 내 재산이 될 만한 분들이다. 너무 만족한다.
그렇다면 상대배역인 윤계상과의 호흡은?
영화배우가 아니라 가수였기 때문에 사실 처음엔 그리 편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한번 두 번 만나도 보니 감정 교류가 잘 돼 서먹서먹한 느낌은 금세 사라졌고, 영화 작업에 있어서도 각자의 캐릭터에 잘 적응하며 별 문제 없이 잘 진행 됐다. 참 멋지고 좋은 오빠라 생각되고 배우로서도 잘 되리라 믿는다.
이 영화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또는 기다리게 될 예비관객들을 위해 영화에 대한 홍보 멘트 비스무리한 한 말씀 부탁드린다.
좋은 이야기밖에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해야지(웃음).
굉장히 재밌고 즐거운 영화가 될 거다. 그러니 극장에 가서 우리 <발레교습소>를 꼭 보시길 바란다. 영화가 끝난 후 정확히 어떤 걸 얻고 가슴에 품을지는 사람마다 다르니 특별히 어떤 메시지를 가지고 가게 될 거다, 라는 말은 드리지 못하겠다. 하지만 그 무엇인가가 분명 영화에 존재한다. 정말이지 기대하셔도 된다,...........고 전해드리고 싶다.
● 단단한 육체와 달리 여린 심성의 장난기 가득한 윤계상
젊은 날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의상도 빈티지 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옷으로 준비했다.
가수로서는 뭐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고 볼 수 있다. 허나, 영화배우로는 초짜배기니만큼 나름대로 부담이 많이 됐을 거라 본다.
아~~~~~맞는 말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굉장히 부담이 많이 되고 있다. 드라마를 하고 있긴 하지만 영화는 처음 찍다 보니 이것저것 책임감을 팍팍 느낀다. 아직 배우로서는 여러 가지로 무지해서 그냥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만이 나로서는 최선을 다하는 길이라 본다.
사실, 조금은 의외였다. 변영주 감독의 작품을 통해 윤계상 당신이 배우로 등극할지 말이다. 캐스팅된 경위가 궁금하다.
나 역시 의아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캐스팅 된 과정은 크게 다른 거 없고, 변영주 감독이 다행히도 날 좋게 봤다는 게 결정적인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쑥스러운 말이지만 방송매체를 통해 비춰진 내 모습에 굉장히 만족하고 좋아했다고 하더라. 어린 모습도 있고 성숙한 모습도 있고 그래서 캐스팅했다고 들었다.
요즘 TV 드라마에도 출연하는 걸로 알고 있다. 연기자의 생활이 만족스러운지 묻고 싶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현재의 내 모습에 만족한다. 더 많은 기회가 주워 진다면 더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극중 민재는 수줍음이 많으면서 평범한 19살의 청춘이다. 대중에게 비춰져 있는 최고의 스타인 당신의 모습과는 사실 배치되는 부분이 많다. 민재로 분해 연기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글쎄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스토리상 민재라는 캐릭터는 그 나이또래의 남자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는 순수하면서 평범한 인물이다. 나 역시 그러했고, 지금도 진행형이라 본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분들의 걱정과는 달리 그런 면에서는 그리 큰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평소 몸에 밴 춤 솜씨가 발레 무용에 도움이 됐을 거 같다.
물론이다. 많이 도움이 됐다. 다만, 발레는 느낌을 요구하는 동작이라서 내가 가지고 있는 관념을 깨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처음엔 그냥, 몸의 선만 잡고 막 그러면 될 줄 알았는데 완전 판단착오였다.
상대역인 황보수진 캐릭터 김민정과의 작업은 어땠나?
나에게는 너무나도 고마운 분이다. 부족한 나에게 정말 두루두루 많은 걸 가르쳐주고 그랬다. 많은 걸 배울 수 있던 참으로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대선배 아닌가? 연기경력 15년차나 되는 여배우. 나중에 보시면 알겠지만 전작과는 다른 많은 모습을 보여줄 거다. 놀라실 정도로 흥미롭고 재밌을 거다.
네티즌 제위들에게 개봉에 앞서 영화 소개 좀 해줘라!
<발레교습소>는 드라마틱하고 감동이 있는 영화다. 보고나면 뭔가 남을 수 있는 유익하고 풋풋한 재미가 있는 영화. 많이들 찾아주시면 좋겠다.
취재: 서대원 기자
촬영: 이기성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