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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그 물기어린 눈이 눈물겹다...그리고 아름답다!
인터뷰 | 2004년 9월 21일 화요일 | 심수진 기자 이메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기자는 어느 배우들을 인터뷰하건 감정과잉 상태에 빠져 돌아오곤 한다.“아, 정말 멋있는 거 있지!”라고 다소 호들갑스런 행동을 보이면, 주위에선 ‘또 저런다! 저, 남자 밝힘증’과 같은 반응으로 면박을 주곤 한다. 하지만 남자든 여자든 대부분의 배우들에게서 그들이 지닌 갖가지 매력과 묘한 빛이 감지되는 걸 어쩌랴. 그 빛이 미미하면 미미한 대로, 강렬하다면 더더욱, 흉내낼 수 없는 삶의 에너지를 목격하게 되는 것.

최민식을 만나기 전부터, 드디어 만난다며 흥얼흥얼 노래를 불렀던 기자는 역시나 돌아온 뒤, 오랫동안 주위 사람들의 귀를 틀어막게 만들었다. 그 깊은 눈매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비유가 많이 섞인 그 풍부한 표현들이 얼마나 근사한지, 인터뷰어를 편안하게 만드는 여유와 프로 배우의 관록이 어떤지 등등을 쉴새 없이 늘어놨으니 말이다.

그런 그가 트럼펫 연주자로 분한 <꽃피는 봄이 오면>은 남루하진 않지만, 행복하지도 사랑스럽지도 않은 우리내 삶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지독한 염증, 열등감, 자기 학대가 범벅된 우울한 시선으로 인생을 살아가다가도, 또 누군가에게서 힘을 얻고 한동안 살아갈 수 있는 작지 않은 희망을 얻는 삶의 순환 과정.

아니, 적어도 바닥과 가까운 씁쓸한 인생의 맛이 뭔지를 진정으로 알 것 같은 최민식이 주연한 영화기에, 그의 극중 모습을 통해 새삼 인생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에 젖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절망’과 ‘희망’ 그 모두를 말이다.

개인적으로 <꽃피는 봄이 오면> 정말 잘 봤거든요. 내부 시사를 이미 했다고 들었는데 영화는 보셨나요?
기술 시사였는데, 기술 시사라는건 완제품이 나오기 전에 기술적인 결함을 점검하는 거죠. 색보정, 녹음상태, 편집 이런 것들을...그러니까 아무래도 객관적으로 봐지진 않죠.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하셨잖아요. 어떻게 괜찮으신지...
네..어제 보다가. 좀 갑자기...저도 놀래가지구. 군대있을때 5분 대기조 튀어나가듯이. (웃음). 노인내가 마음이 여리셔서 잘 찾으세요.

음, 다른 인터뷰에서 보니 이번 <꽃피는 봄이 오면>은 정말 쉬고 싶은데, 단순하게 놀면 심심할 것 같고 시나리오가 주는 느낌이 좋아서 선택했다고 말씀하셨더라구요. 이 영화를 선택했을 당시 많이 지치셨던 상태였나요?
예. 그렇죠. (웃음) 예를 들어 남녀가 연애하다가 헤어졌을때, 그 남자와 여자를 빨리 잊는 방법은 새로운 상대를 찾는 거에요. 이해돼요? 작품도 마찬가지에요. 빨리 전작에서 헤어나오려면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슬슬 여행도 다니고, 술도 마시고, 못 만났던 사람들하고 얘기도 나누구...여태까지 그렇게 충전을 했죠.
<올드보이>의 잔영을 빨리 없애려면, 말하자면 그 각을 빨리 없애는, 그 아주 예민하고 날카롭고 거칠어진 표면을 빨리 사포로 문질러서 맨들맨들하게 하려면 정반대되는 세상에 들어가는게 제판단에선 좀 힘들겠지만 빨리 잊는 방법이라고 생각한 거에요. 그러던 중에 이 영화가 걸린거죠.
보셔서 아시겠지만, 제목에서부터 촌스럽고, 이게 무슨 70-80년대 얘기냐 그럴 정도로. (웃음) 근데 그 촌시러움에 사실은 매료됐어요. 요즘엔 세련되고 비주얼도 강하구 아주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영화들이 많잖아요. 요즘 관객들은 그런 영화들에 익숙해져있고, 관객들 수준도 굉장히 높아져있고...하지만 관객들에게 주는 게 그런 세련된 맛만이 전부는 아니잖아요.
세련되거나 테크니컬한 영화는 아니지만, 사람이 보이는 영화, 좀 느릿하고 촌시럽지만 그 영화가 주는 의미, 맛, 이런 것들도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영화가 주는 하나의 기능 중에 그걸 빼놓을 순 없어요. 비주얼이나 그런 걸 따졌다면 못했죠.

(이때 기자에게 핸드폰이 걸려왔는데...) 앗, 죄송합니다!
어휴, 괜찮아요. 통화하세요! 남자친구일 수 있는데..만약에 전화 온 사람이 죽어가면서 전화한 거면 어떡해요? (일동 웃음)

흐흐. 진짜 그 대사 재밌었어요! 아까 말씀 계속 이어주신다면?
<꽃봄>이 주는 이미지는 왜 우리가 학교다닐 적 앨범을 보면 ‘이런 시절이 있었나’, ‘나 옛날에 이렇게 촌시러웠나’. 누구나 그럴거에요. 하지만 그런 앨범을 봤을때 기분이 나쁘지는 않잖아요. 물론 불행했던 추억이 있다 하더라도 사람은 간사한 면이 있어서 지나간 과거의 아픔이 미화되잖아요. 처절하게 아팠지만 지나가고 나면 아름다운 내 소중한 추억 중의 하나였다라고 자위하게 되고...좌우지간 씩 웃게 되는 느낌의 영화. 전 그런 영화가 될 것 같았어요. 시나리오를 보면서. 그럼 된 거 아니냐 그런 생각이 든 거죠.

‘현우’라는 캐릭터 때문에 살을 일부러 찌우신 건가요?
아뇨, 방치했죠. (웃음) 왜냐면 <올드보이>에선 헤어스타일도 그렇고, 스타일리시하게 살도 쫙 빼고...‘오대수’라는 캐릭터가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이지만, 철저히 가공의 인물이잖아요. 영화적인 설정 자체도 리얼리티보다는 영화적인 리얼리티가 강하고.
그런데 <꽃봄>에선 너무 살이 쭉 빠지구 뭐랄까 욘사마같은 흉내를 내려고 하면 그건 아닐 것 같았어요. 욘사마가 될 수가 없죠.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가 수십번 찢어지겠죠. (웃음) 그래서 퉁퉁하구 이웃집 형같구, 오빠같구, 평범한 얼굴, 각도 없구, 헤어스타일도 평범하게...그렇게 평범한 거에 주안점을 많이 뒀어요. 설정하고 만들고, 이런 것보다 평범해 보이면 된다고 생각한 거죠.

워낙 연기를 잘하셔서 그런지 최민식씨가 나온 영화 중엔 정말 찌릿하고 전율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많았거든요. 근데 개인적으로 이번 <꽃봄>에서의 모습이 참 좋았어요. 실례되는 말일지 몰라도, 왠지 연기인지 진짜 최민식씨 모습인지 모호해지는 듯한...왠지 겹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서요.
(미소지며) 그래요? 저하고 전혀 다른 인물이다라고 얘기할 순 없어요. 이런 드라마일수록 저 자신도 많이 보여요. 왜냐면 제가 하는 거기 때문이죠. 비록 가공의 드라마고, 가공의 인물이지만 저의 정서가 안 들어갈 수 없어요. 그렇다고 완전히 똑같진 않아요. 예를 들어 저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으면, 아무리 꾸질꾸질한 입장에 있어도 사랑한다, 결혼하자 하겠어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저질러 보자, 너 하나 먹여살리지 못하겠냐 이런 식으로. 그런데 ‘현우’는 그렇지 않잖아요. 물론 말은 그렇게 하지만 앞날이 깜깜하면서 고민은 하겠죠.
음, 전 가급적이면 남자 여자 꼭 성을 구분짓는 것보다 많은 여자 분들이 봤을때 ‘현우’라는 인물을 통해서 저건 남자지만 내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런 보편성을 확보하는 인물, 누구라도 그 인물에 거울에 자신을 비치듯 투영할 수 있는 인물을 상상했어요.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았는데요. 특히 전 TV에 나오는 노숙자 모습을 보고, ‘현우’가 라면을 먹다말고 젓가락을 놓는 장면이 재밌기도 하고, 공감되기도 하고, 묘하게 슬프고 아무튼 그랬거든요. 혹시 극중 ‘현우’와 같은 감정을 실제로 느껴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럼요! 자취생활을 오래 해서...그런 장면은 자신 있어요. 대학교때 딱 고만한 TV 놓고 밥해먹구 라면 끓여먹구, 진짜 그렇게 살았어요. 그런 모습은 정말 저에요.

술마시는 장면에서 얼굴이 붉으스름한게 진짜 술을 드신듯 자연스럽다고 느꼈거든요. 혹시 술을 드시고 찍은 건가요?
(고개를 저으며) 아뇨, 촬영할 때 술은 안 마셔요. 술 마시면 내가 나와요. ‘현우’의 심성과 정서의 변화가 배어져 나와야 하는데, 술취하면 자아가 세지잖아요. 인물의 자아가 아닌 최민식의 자아가 꾸물꾸물 올라와서.... 항간에 어떤 감독은 그런 작업들을 즐겨하는데 전 그건 반대에요. 배우는 연기를 해야 돼요. 술먹는 장면이니까 진짜 술을 마셔야 되는 거 아니냐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전 반대죠. 진짜 술먹은 것처럼 연기를 해야죠.
연기라는 행위 자체는 그 시퀀스에 맞는 밀접한 이모션을 요구하지만 그 이모션을 컨트롤할 수 있는 이성이 필요한 거에요. 그 이모션만 가지구, 연기하는게 연기가 아니거든요. 그 아주 뜨거운, 분출하는 이모션을 아주 차가운 이성으로 유효적절하게 연주하는 거에요. 통제 하는 것이구요.

극중 ‘현우’는 절친한 친구에게 가끔 수틀리면 욕도 하고, 자기 콤플렉스가 반영된 비아냥도 하고 그러잖아요. 어느 기사에서 보니까 최민식씨도 친한 상대에게 그렇게 욕(?)을 하는 스타일이라구 하던데, 진짜 그런가요?
네, 실제 그래요. 친한 고등학교 친구들을 오랜 만에 만나면, 다들 나이들 먹어가지구 학부형 되고, 배도 이렇게 나오구, 머리 까지구 난리가 아니에요. 그러면 온갖 욕 막하구. (웃음)

연예인 동료들에게는 그렇게 자연스럽기 쉽진 않죠?
아니, 해요. 경구(설경구)나 강호(송강호)한테 그러죠. (웃음) 물론 여배우들한텐 못 그러죠. 또 나이 어린 남자배우들한테 못 그러고...경구나 강호, 이 새끼들도 다들 나이 30대 중후반으로 넘어가구 40을 바라보는 나이로 치닫구 있는데 서로 욕먹구 욕하구 그러는 거죠. (웃음)

<꽃봄> 기자 간담회에서 류장하 감독이 처음에 최민식씨가 캐스팅을 거절하면 어쩌나 걱정하셨다고 하더라구요.
(미소지으며) 네, 욘사마도 있고 박해일도 있고, 유지태도 있구 그런데...왜 날 택했냐 얘기했죠.

그러다 최민식씨가 왜 자기를 캐스팅하고 싶냐고 했더니, “당신의 늙어가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답하셨다고. 그 얘기를 듣고 어떠셨어요?
늙어가긴요? (농담투로) 웃기는 감독이네. 허허허. 아직 젊은데...네, 그랬어요. 류감독이 “형은 센 거 같이 보이는데, 되게 바보같이 보일 때가 있다”, “그럼 내가 호구로 보였다는 얘긴데?” 그런 장난도 하구 그랬어요. 그래서 하튼 “나도 고맙다. 작품이 주는 정서가 촌시럽지만 되게 부드럽게 와닿고, (제가 즐겨쓰는 표현인데) 민박집에 들어가서 따뜻한 아랫목에 손집어넣을 때처럼, 파커도 안 벗고 그냥 잠들 수 있는, 그런 느낌의 영화가 필요했던 것 같다. 죽이 되는 밥이 되든 한번 해보자” 이렇게 됐죠.

이전부터 류장하 감독과는 아셨나요?
아뇨, 이름만 들었었죠.

류장하 감독도 그렇고, 아무래도 최민식씨 경우에는 감독들이 연기에 대해 따로 디렉션이 없을 것 같거든요.
흠, 많이 열어두죠. 믿어주고...그러니까 고맙죠. 열어주는 만큼 제가 뭔가를 해내야 돼요. 저같은 경우는 배우들이 연출 시각으루 작품을 통째루 다 먹구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대본을 배에 꿀떡 삼키고 있어야 돼요. 내 캐릭터 내 시퀀스만 중요한 게 아니고, 내가 안 나오는 씬이라 하더라도 다른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를 했나 어떤 감정으로 표현이 되어졌나 그런 걸 다 알아야 돼요. 그러니 죽을 맛이죠. 영화를 전반적으로, 연출가의 시각으로 통째로 말아먹구 있어야 그렇게 열려져 있을때 뭔가 나오는 거에요. 내 캐릭터, 내 씬만 협소하게 예상하고 있으면 유연해지지 못하죠.

이번에 트럼펫을 배우셨잖아요. 배워보니 트럼펫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정말 매력적인 악기에요. 일단 모양새가 너무 이뻐요. 옛날에 보면, 고동같은 걸 불었잖아요. 불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 중에 대표적인 악기가 트럼펫이에요. 이게요 정말 힘들어요. 처음에는 소리가 안 나요. 근데 소리가 굉장히 파워풀하거든요.
여자분이시니까 그런데, 군대에선 기상나팔, 취침나팔이 있어요. 이게 트럼펫이거든요. 이 기상 나팔 소리는 굉장히 액티브하고, 역동적이고 뭔가 새롭게 꿈틀거린단 말이죠. 반면에 잘때도 트럼펫을 불어요. 마치 자장가처럼. 이게 트럼펫의 양면성이에요. 재즈연주를 할때도 그 악단을 리드할 수 있는 악기가 트럼펫이에요. 파워풀하고 선이 명료하고 강한데, 한편으로 트럼펫 솔로 연주를 들으면 그렇게 고독하고 멜랑꼴리할 수 없어요. 아주 외로움이 절절절 묻어나는거죠. 그 양면성이 너무 매력적이에요. 강한 남성성을 갖고 있는 듯하면서, 고독하고 멜랑꼴리하고 서정적인 면도 같이 내포하고 있는 거죠. 그런 게 아주 매력적이에요.
전 이제부터는 영화에 얽매이지 않기로 했어요. <꽃봄>이 끝났으니까, 그때 연습할때는 영화가 요구하는 수준이 있잖아요. 이제 거기서 해방됐으니까 자유롭게 연습할 수 있어요.

O.S.T 앨범에 직접 연주한 4곡이 수록된다고 들었거든요.
아뇨 4곡 하려고 했는데 실력이 부족해서 2곡만 했어요. (웃음) 엊그저께 녹음을 했어요. ‘연희 테마’하구 김현식씨의 ‘다시 처음이라오’. 영화에서 보면, 모르고 옛날 집을 갔다가 씁쓸하게 다시 새 집으로 가서 어머니 이불 덮어주고 할때 흐르던 곡이 제가 연주한 거구요, 애들 지도해 주고 “한 곡만 더 해 주세요”라고 졸라대니까 창문가에서 연주하던 곡 있죠? 그것도 제가 연주한 거에요.

아, 그 장면에 흐르던 곡들이었구나! 와아~멋지세요!
그리고 엔딩에서 김범수씨 노래 나오잖아요. 그 전주곡과 간주곡도 제가 연주했어요. 녹음실에서 김범수씨를 만났는데, 같이 사진도 찍구 너무 좋아서 서로...“에이구 이거 괜히 내 트럼펫이 범수씨 노래에 누가 되지 않아야 되는데...”라고 얘기하고 그랬죠. (웃음)

최민식씨 웃을 때 보면, 그 주름살이나 물기가 느껴지는 눈이 어우러져서 페이소스라고 할까. 그런 느낌이 발산되는게 너무 좋거든요. 혹시 영화나 최민식씨 사진을 보면서, ‘나도 알 수 없는 내 모습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신 적은 없나요?
음, 인터뷰를 할때 제가 표정을 짓구 하는 것보다 영화 스틸 사진을 볼때 가끔 느껴요. 스틸을 찍을때 작가들이 저한테 포즈를 요구하지 않거든요. 제가 캐릭터에 몰입된 상황에서 카메라 의식 안 하구 저대로 하는 행위니까 저런 표정이 있었나 느낄 때가 있죠. 그런데 인터뷰를 할때의 모습은 제가 아니죠. 꾸며서 하는 거니까.

<꽃봄>에서 많은 아역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셨잖아요. 평소에 아이들과 재밌게 놀 수 있는 스타일이신가요? (웃음)
네. 근데 싸가지 없는 애들은 안 좋아해요. 식당에서 떠들구 뛰어다니구 뭐 그러는 아이들은 너무 싫어해요. 그 부모들하고 싸운 적도 있어요. 우리 도계중학교 애들은 너무나 착했죠. 영화 처음 찍는데, 싫은 표정 하나 안 짓고 참아내고 서로 도닥거려주구 챙기구 그런 모습 보면, 아무리 힘들어도 걔네들 앞에서 힘들다는 내색을 못 하겠다 생각이 들었죠. 입에 발린 칭찬이 아니라 진짜 대견스러웠어요.

‘아이들이 대회에서 우승을 한다거나 또 ‘수연(장신영)’과 ‘현우’가 직접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 같이 뭔가 강렬한 설정이 있었으면...’하고 아쉬워하는 관객들도 없진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최민식씨는 그런 설정 자체가 오히려 더 좋으셨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그렇죠. 대회 나가서 애들이 상을 타고 안 타고는 중요한게 아니에요. 마음껏 기량을 발휘해봤다 이거지, 결과는 중요한 게 아니죠. 또 수연과의 사랑? 그건 들끓는 사랑이 아니에요. 정말 꿈많고 자기 나래를 펴고 싶어했던 아가씨가 폐광촌에서 진폐증에 걸린 아버지를 모시고 눌러 앉았으니, 얼마나 많은 걸 체념하고 포기했겠어요. 그렇게 가슴에 골이 깊게 팬, 나이에 비해 너무 많은 걸 알아버리구, 다치구, 꺽여버린 한 여자와 또 ‘현우’같은 사람이 만났을때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그러니 들끓는 사랑? 이게 아니죠. 서로 적당히 거리감을 유지하구, 관조하구, 선문답같이 뭔가 넘어선 사람들의 이야기, 넘어선 사람들의 호감...이성적으로 전혀 호감이 없는 건 아니였지만, 누가 먼저 시작하기에는 너무 용기가 없구 이제는 지쳐버렸구 그런 느낌의 관계들이거든요. 근데 그게 참 중고등학생들이 보고 공감할 수 있을지...(웃음)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에 캐스팅되셨는데, 언제부터 들어가나요?
저는 한 10월초부터 합류하게 되죠.

권투 배우고 하느라 무척 바쁘실 것 같아요.
죽겠어요. 운동하느라구... (웃음)

다음 작품에서, 또 만나뵈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취재: 심수진 기자
촬영: 최동규 기자, 이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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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o27
최민식씨도 한국영화계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의 한사람인것 같습니다. 어떤 역활이든지 최선을 다하고 또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2005-02-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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