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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를 통해 폭넓은 소통을 꾀하는 임은경
인터뷰 | 2004년 7월 28일 수요일 | 서대원 기자 이메일


정말로 비현실적으로 생겼구나 싶었다.
시사회를 며칠 앞두고 약속된 장소로 출동해 테이블 하나를 가운데 두고 임은경을 바라본 순간 아무 가감 없이 떠오른 이 같은 단상은 조막만한 얼굴과 단아한 외양에 비해 생뚱맞은 비율로 떡하니 자리한 그의 큼지막한 눈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러한 인형 같은 모습에서 왁자하지만 시끄럽게 느껴지지 않는 차분한 수다가 스타트하는 찰나부터는 고운 인형을 애지중지 매만지며 가슴에 폭 껴안은 필부필녀에 다름 아닌 소녀였다.

물론, 의도적인 측면이 전혀 없다고는 볼 수 없다. 즉, 신비주의 마케팅 전략을 내세우며 최대치의 호응을 이끌어낸 TTL CF부터 과분하게 드리워진 자신의 정지된 듯한 인상의 거대한 아우라에 고의적으로 균열에 내기 시작했다는 거다. 대중에게 깊게 각인된 겹겹이 덧씌워진 이 같은 이미지의 장막을 제 스스로 한 꺼풀씩 걷어내는 과도기.

그러기에 임은경은 생면부지의 본 기자를, 다시 말해 배우로 따지면 소재가 극히 제한된 나쁜놈 전문 캐릭터의 안면을 달고 다니는 인터뷰어를 마치 오래 전 안면을 튼 오빠 또는 아저씨처럼 대하며 그 짧은 시간에 스스럼없이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아냈다.

기대도 엄청 크지만 걱정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았다. <인형사>의 미나 캐릭터가 종래의 그 온기 없는 이미지와 포개지는 부분이 적잖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은경은 내심 요번 배역에 꽤나 흡족하고 자신도 있는지 미나에게 생기를 불어넣고자 다부지게 노력한 자신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발견해 주길 겸손하게 부탁했다.

우좌지간 인터뷰가 끝난 후 마음이 흐뭇해진 건, 버려진 인형들의 절망감을 슬픈 공포로 표출한 <인형사>의 구체관절인형처럼 사람(대중)에게 내쳐지기 싫어 조바심내며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용쓰기보다는 20대 초입에 들어 많은 이들과 소통을 꾀하고 남을 껴안으려고 하는 사회 초년생의 밝고 예쁜 의지가 그녀의 모습에서 엿보였기 때문이다.

<성소>, <품행제로>에 이어 이번 영화가 세 번째 작품이다. 공포 장르는 처음인데 어떠셨나?
일단,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 큰 거부감은 없었어요. 게다, <인형사>의 시나리오를 보니 무서움에만 집중하는 그런 기존의 공포영화들과는 차별되는 슬픈 감정의 정서가 많아서 상당히 맘에 들었고요. 다만,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저희 <인형사>는 하루 반 동안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는데 저희 배역인 ‘미나’라는 캐릭터가. 우는 신이 너무 많아 감정 잡기가 힘들어 연기하는 데 애 좀 먹었죠. 뭐!

흔히들 이야기하듯 눈이 다라이처럼 무지하게 커서 무서움이 많을 거 같다.
ㅎㅎㅎ... 예전에는 두려운 것도 무서운 것도 없고 그냥 즐기는 스타일이었는데 지금은 안 그런 거 같아요. 공포영화는 혼자 못 보겠더라고요, 같이 봐야지. 꿈속에서 잔인한 생물체가 나타날 것 같은 영화들은 꺼리는 편이에요. 어쨌든, 시간이 흐르면서 변한 게 아닌가 싶어요.

이번에도 은경양의 오리지널 이미지라 할 수 있는 신비감이 깃든, 그러니까 극중에서 미술관을 배회하는 비밀을 간직한 여고생 미나로 등장하는 걸로 알고 있다.
저 역시 그런 시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해요. 많은 분들이 요번에도 신비주의로 나가는구나 그러시던데 사실이긴 해요. 그러한 느낌이 어쩔 수 없이 들 수밖에 없는 슬픈 캐릭터니까요. 하지만 그 안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뭔가 다르게 보이려고 노력한 흔적도 있으니까 그런 측면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완성된 영화는 아닐지라도 가편집본은 봤을 텐데.
예, 보긴 봤고요. 느낌은........... 상당히 좋았어요. 폴란드 스텝이 참가했는데 그분들이 표현한 질감이 구체관절인형과 잘 어울러져 엔티크한 분위기가 더욱더 잘 나온 거 같아요. 굉장히 공포스러우면서도 슬픈 느낌.

이번 촬영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아까 말씀드린 거랑 비슷한 얘기인데 감정이 쌓여 있다가 나중에 한번에 폭발하고 발산하는 그런 흐느끼는 정서가 요구되는 눈물 흘리는 장면이 많았는데 그게 정말 어려웠어요.

촬영에 임하면서 또는 임하기 전 <인형사>에 도움이 될 만한 호러 영화를 접한 적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아니면 뭐, 감독님이 한 번 보라고 권유를 한 작품이 있었다든가.
특별하게 감독님이 보라고 한 영화는 없었고, 저 같은 경우는 인형이 소재인 영화라 애니메이션 같은 거 많이 봤어요. 또 그 전에 봤던 영화들 중에서 <인형사>랑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들을 자주 떠올리기도 했고요. 나름대로 그러한 작업을 통해 뭔가 끄집어낼 게 분명 있다고 생각한 거죠.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구체관형인형들이 하나당 백만 원을 호가한다고 들었다. 작업하면서 꽤나 신경 쓰여겠다.
그 인형을 처음 봤을 때 무척 기분이 묘하고 슬펐어요. 특히 눈을 보니까.
마니아들은 이 인형들을 자기 자식처럼 끼운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입양이라는 표현도 쓰고......어쩔 수 없이 워낙이 비싼 인형들이다 보니 조심, 조심해서 다뤘어요.

근래에 나온 공포영화들과 <인형사>가 차별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지?
음...저희 영화, 물론 무섭긴 해요. 하지만 음향효과나 깜짝깜짝 놀래키는 장치로만 일관하진 않아요. 슬픔이나 사랑 같은 이야기 그러한 절절한 정서가 상당부분 있다는 게 기존의 공포영화들과는 다른 점이죠.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을 게다.
제가 맡은 캐릭터 미나가 아주 심하게 분노하는 장면이 있어요. 눈물을 마구 흘리면서 오래 동안 쌓인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이죠. 정용기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거쳐 했는데도 기진맥진할 정도로 육체적으로나 심정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이제 자신이 영화배우라는 어떤 책임감이나 정체성이 강하게 와 닿을 시기라고 본다.
맞는 말씀이에요. 저도 그런 느낌이 요즘 들어 많이 들어요. 아무 것도 모를 때 대작영화에 출연해 흥행실패도 해보고.... 정말 힘든 시기를 겪었죠. 하지만 갈수록 연기하는 게 즐겁게 느껴지더라고요. 물론, 연기라 이렇다 저렇다 꼬집어서 말은 못 하겠지만 이것저것 발견하는 되니까 힘도 생기고.......거기에 따른 부담도 늘었지만 어쨌든 재밌어지는 건 사실이에요.

예비 관객들을 위해 <인형사>가 어떤 영화인지 간단하게 말해주길 부탁한다.
이번에 제가 출연하는 <인형사>는 잔인하거나 피가 난무하는 그런 공포영화는 아니고요. 반전도 있기 하지만 공포. 사랑이 절묘하게 합쳐 진 영화, 그렇게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쾌감보다는 보시고 나면 가슴 속에 잔잔한 그 무엇이 남는 영화.

인터뷰: 서대원 기자

10 )
cko27
ㅎㅎ인형같이 이쁘게 생겼죠.^^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 잘 찾아내시길 .   
2005-02-09 17:40
khjhero
임은경씨의 오묘한 생김새때문이 아닐런지...   
2005-02-0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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