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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렬의 영화칼럼
라이터 팔이 소녀의 몰락을 준비하라! | 2002년 10월 4일 금요일 | 정성렬 이메일

한국 영화계에 재앙이 내렸다. 그 정도가 상당히 심각한 지경이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한국 블록버스터들이 초를 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예 확인사살에 관 뚜껑에 못질까지 하고 말았다. 장선우 감독의 거대한 프로젝트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낳은 결과다.

한국 영화의 부흥을 힘입어 올 해 쏟아진 대작들은 어림잡아 5~6편. 제작비와 마케팅비를 포함해 80억이 투입된 <2009 로스트 메모리즈>로 포문을 열었던 2002년 극장가는 다행스럽게도 국내 시장에서 적자는 모면하고 해외 세일즈를 통해 약간의 이익을 거두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우리도 자본만 넉넉하다면 할리우드 대작들 이상으로 큰 규모의 영화를 만들 수 있음을 과시했던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드라마는 모자랐지만 특수효과나 음향효과 등 그간 영화 주변부에 있던 요소들을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공을 세웠다.

이어 또 다른 블록버스터로 기대를 모았던 60억원 짜리 SF <예스터데이>가 개봉했고, 고작 전국 45만을 모으며 '월드컵 때문'이란 핑계를 남기고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이때부터 삐걱 거리기 시작한 한국 블록버스터들에 대한 결과는 참담하기 이를 데가 없다. 이어 개봉한 80억 짜리 어드벤처 영화 <아 유 레디?>는 전국 20만을 모으더니 충무로에 유입되었던 금융 자본을 완전히 잠식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꽤 많은 기대를 모았던 작품들이 하나 둘 힘을 잃고 쓰러지기 시작하자 한국 영화계는 비상국면에 진입했다.

CJ 엔터테인먼트, 시네마서비스와 함께 한국 영화시장 3강 체제를 구축하려 했던 튜브 엔터테인먼트는 특히나 대작으로 승부를 보려는 시도가 이어졌는데, <2009 로스트 메모리즈>가 생각보다 미진한 성적을 보이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던 작품들의 제작비가 하루가 다르게 뛰어 오르자 튜브 엔터테인먼트 자체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어렵사리 CJ와의 공조 체제 협상에 성공한 튜브는 <집으로>라는 슬리퍼 히트작을 만들어 내면서 다시 한번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성공하고, 이어 한국 최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드디어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첫 기획당시 40억원 가량 책정 되었던 제작비가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에는 마케팅비 포함 110억원의 거인이 되기까지 투자를 담당한 튜브의 속은 새까맣게 타 들어 갔으리라.

영화사의 존폐 위기까지 몰고 갔던 <성냥팔이 소녀에 재림>에 대해 그러나 어느 누구도 흑자를 예상하지는 않았다. 다만 얼마나 출혈을 줄일 수 있을 것인가. 얼마나 덜 손해 볼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모아졌을 뿐이다. 그러나 결과는 눈물이 날 만큼 참담하기 그지 없었다. 한국 영화시장 최대의 성수기인 추석 극장가에 선보인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개봉 3주 동안 고작 전국 20만 명이 조금 넘는 성적을 기록하며 극장에서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낳은 흥행 결과는 산술적으로 계산해 볼 때, 100억 이상의 돈이 완전히 공중분해 된 사건이다. 혹자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아니라 '재앙'이라는 표현까지 썼을 정도다. 100억이라는 돈에 대해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로드 무비>같은 영화를 10편이나 만들 수 있고, <집으로>같은 작품을 4편 더 개봉시킬 수 있는 금액이라면 이해가 빠를까. 충무로는 술렁이기 시작했고 도대체 어디다 책임을 물어야 할지 갈팡질팡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단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몰락으로 그치지 않는다. 이어 개봉할 한국형 블록버스터 들에 대한 관객의 기대 심리 저하로 다른 대작들이 이 같은 꼴을 당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려 70억원이 각각 투입된 <튜브>와 <블루>를 비롯해 80억원 짜리 SF <내추럴 시티>, 제작비만 80억 이상이 소요될 무협 사극 <청풍명월>과 50억원이 책정된 <데우스마키나> 까지 한국 블록버스터들이 줄줄이 대기중인 상태에서 <예스터데이>와 <아 유 레디?> 그리고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까지 이어지는 흥행 실패는 이어 개봉할 영화들에 찬물을 끼얹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말았다.

문제는 돈이면 다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던 안일한 영화사들에게 일차적으로 그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상 초유의 제작비'. '100억원이 투입된 대작'이라는 가위는 오히려 영화를 짓누르고 압박해 더욱더 실망스럽고 초라한 모습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작비가 이만큼 들었으면 그만큼의 재미도 보장이 되어야 관객들이 찾는다고 하는 가장 기본적인 법칙이 무시된 채 자신의 고집만을 내세운 감독과 기타 스탭들도 잘못이 있지 않을까 싶다. '110억을 공양했다고 생각하라'라고 부끄러운 줄 모르고 떠들고 다니는 모 감독은 그 같은 인물 하나 때문에 헐벗고 굶주리고 있는 영화판 식구들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듯해 화가 나기까지 하다.

물질로 밀어 붙이기 보다는 관객들과의 소통이 강조된 영화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집으로>나 <가문의 영광>이 왜 흥행을 했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관객들의 편식을 탓하기 보다는 더 이상 이런 시행착오를 범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영화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면 관객들 역시도 인정하고 이해 할 만큼 우리 영화 문화 수준은 상당한 수준에 다다른 상태다. 앞으로 공개될 대작들이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닉네임을 부끄러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11 )
loop1434
별로   
2010-05-30 00:07
nomanners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재앙이었던 영화... 제작사 튜브... 여주인공 임은경... 그리고 가장 큰 책임자인 장선우감독에게도...   
2008-10-24 03:10
nomanners
이 영화에 임은경 아닌 다른 배우를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했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난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누가 캐스팅 됐어도 망했을 영화...   
2008-10-24 02:59
kpop20
명절에 개봉하면 사람들도 많이 보는듯...   
2007-05-25 15:45
js7keien
임孃... 최악의 영화에만 골라나오는 징크스는 올해엔 떨쳐버리기를 간절히 바라며...   
2006-10-03 19:34
soaring2
성냥팔이 소녀..제대로 망했죠..   
2005-02-13 17:11
na6423
한국형 블록버스터 잘 좀 나왔으면..   
2005-02-11 02:51
moomsh
배우보다도 스탭들의 고생이 한국영화를 이정도로 올렸다..   
2005-02-0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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