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다, 정말 그랬다. 인터뷰 장소에 떡허니 등장하신 백윤식 염정아 박신양 이 혼성 사기꾼은 스크린 속에서 일이 안 풀리다 보니 현실에서 통쾌한 한탕을 벌이고자 걸어나온 듯했다. 허나, 안타깝게도 상대는 사기치고 싶은 마음이 있다가도 낼름 달아날 만큼 어딜 내놔도 쪽팔릴 수밖에 없는 남루한 행색의 본 기자였으니 참으로 민망할 따름이었다.
무릇 배우란 어차피 관객을 상대로 능수능란하게 사기를 치는 일군의 집단이라 볼 수 있는 법. 그렇게만 보자면 자신의 본분을 다하며 남 등쳐먹는 일에 일로매진한 이들의 이번 미션은 꽤나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기에 그네들은 시나리오, 캐스팅 등 제작 환경이 다 좋았다고, 특히 배우들간의 앙상블이 끝내줬다고 예의상 날리는 멘트가 아닌 확고한 경험론에 입각해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청진기 대보니까 시츄에이션이 딱 좋아!”라는 영화 속 업자용어처럼.
그렇다면 이제 청진기를 들고 진단에 나설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영화의 시츄에이션이 정말 좋은지, 그 안에서 자리를 바꿔가며 활개치는 사기꾼들의 팀웍이 그리도 탄탄한지 말이다. 물론, 현 시츄에이션에서 취해야 할 행동은 두말 할 필요없이 어렵사리 접선해 인터뷰한 아래의 글을 탐독하는 것이다.
점심식사는 했는지....
염정아: 아침을 늦게 먹었다.
박신양 아침 겸 점심으로 해결했다.
이미 <범죄의 재구성>은 기자들 사이에서 죽이는 영화가 되지 않겠냐는 소문이 파다하다. 물론, 뚜껑을 열어봐야 하고 기자들보다 관객의 시선이 중요하지만. 어쨌거나, 어떠한 점에서 이 같은 기분 좋은 소문이 났는지 저마다 생각이 있을 게다. 뭐 자신이 나와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백윤식: 저기 뒤에 있는 최감독의 영향이 클 것이다. 하!하!하!
박신양: 음 일단 등장인물이 여럿임에도 힘이 효과적으로 모인 것 같다. 이렇게 애기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웰 오거나이즈된......현장. 그게 화면에 제대로 드러난 거 같다. 좀 느끼하게 표현했나?
염정아: 처음 시나리오가 나올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주목을 해줬는데... 촬영장 분위기도 좋고 진행도 원만했기 때문에 그런 말들이 나오는게 아닌가 싶다.
수술시키다(사기치다), 영화배우(사기꾼) 등 그쪽 바닥의 업자용어들이 상당수 등장한다고 들었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밀폐돼 있고 은밀한 영역에 속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와 같은 캐릭터를 소화해내기 위해 촬영하면서 어떤 점에 신경을 쓰고 주력했는지.
백윤식: 모든 배우들이 그러겠지만 자기 역할에 대한 캐릭터 형성이 제일 중요할 거다. 그리고 작품을 분석하면서 같이 공연하는 배우들과의 조화. 그러면서 어떻게 극의 기승전결을 이어나가냐. 그리고 감독과의 디스커션, 이런 게 중요한 거 같다. 그런 점을 신경썼다.
염정아: 나만 빼놓고 너무나 훌룡한 배우들과 같이 해서 뭐 좀 어우러져서 조화만 이루면 성공할 수 있다 생각했다.
박신양: 처음부터 너무 재밌는 애기였다. 그래서 사실 뭘 해도 풍성해질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다. 결국, 어렵긴 했지만 다른 배우들과의 앙상블을 맞추는 데 주력했다. 그게 영화를 더 부드럽게 만들 수 있으니까.
박신양: 되게 고마운 질문이다. 줄거리를 물을 줄 알았는데. 음.. 그런 점에서 일단 내 스스로 흥미로웠던 시나리오와 인 거 같다. 왜냐하면 한국영화에서 특히 은행을 턴다면 으레 총을 들고 간다. 그리고 그 이후에 무슨 이야기를 하든 설득이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그렇지 않았다. 그런 방법이 아니라 좀더 구체적인 방식으로 털려고 했다. 재밌는 건 은행을 터는데 급급하지 않고 사람들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어쨌든, 나 역시 한국에서 은행을 턴다면 어떤 식일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해 흥미로웠다.
백윤식씨의 경우 <파랑새는 있다> <지구를 지켜라> 등 기존의 사기꾼스런 이미지로 적잖이 덕을 봤을 거 같다. 그래도 <범죄의 재구성>에서는 분명 다른 점이 있을 것이다.
백윤식: 보시면 알겠지만 분명 틀리다. 근데, 미덥지 않다....그건 초반에만 그렇고 보다보면 나중에 미덥게 될 것이다. 허허
<장화, 홍련>의 흥행 성공으로, 죄송한 말이지만 그 한방으로, 염정아씨는 평단은 물론이고 대중들에게 장난 아닌 시선을 송두리 채 받았다. 그래서 이번의 작품에 많은 이들이 상당한 호기심과 기대가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부담이 적잖이 됐을 텐데.
염정아: 지금까지는 부담을 못 느꼈는데 오늘 막상 영화를 본다니까 부담이 온다. 정말 부담된다.
<유리>에서는 승으로 <쁘아종>에서는 사기 당할 것 같은 순진한 택시기사, <인디안 썸머>에서는 변호사 그리고 조폭 그리고 이번엔 사기꾼 등 정말이지 그간 다종다양한 캐릭터로 분했다. 물론, 이번 영화에서도 말할 것도 없이 성형외과 의사, 은행원 등으로 변신한다. 그 중에 갠적으로 가장 자신이랑 개인적으로 포개어지는 역이 있다면 그리고 어긋나는 어울리지 않는 역이 있다면...
박신양: 독특한 직업에 색깔이 있으면 난 굉장히 즐기며 찾아가는 스타일이다. 물론 어려운 점이 있다. <유리>의 스님 같은 경우는 얼굴로 몸으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뭔가 갖고 있지 못한 표현의 수단을 통해 보여주어야 하기에 해도해도 끝이 없지만...이번엔 여러 직업을 했는데 굉장히 흥미로웠고 재밌었다.
염: 내가 꿈꾸는 사기...................................음 제일 쉬운 게 남자들 등치는 거....ㅋㅋㅋㅋ
백: 난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좀더 보편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돈이랑 관계가 있을 거 같다. 뭐 일확천금을 노리는 거, 하지만 남한테 피해주는 사기는 내 인생에는 없다.
박신양: 오늘 아침에 생각해봤다. 그런 질문을 받을 거 같아서, 근데 죄송하게도 그런 게 없다. 사기를 꿈꾸며 사는 게 아니라 뭔가 진짜 같은 걸 꿈꾸는....
진짜 사기꾼들이 이 영화를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이리라 생각하나?
박신양: 드디어 우리 영화 나왔네! 라고 할 거 같다. 그리고 아마도 동의를 안 할 것이다. 그런 순간 “난 사기꾼이야!”를 실토하는 격이니까
백윤식: 우리보다 단수가 고수네 라고 할 수도 있을 거고, 또 아 저건 아닌데 우리보다 못한데.....
마지막으로 <범죄의 재구성>를 볼 예비관객들에게 이 점만큼은 꼭 알아두거나 챙겨보거나 할 사항이 있다면 어떤게 있을지. 무비스트 여러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백윤식: 이건 어디까지나 드라마고 시나리오에 입각한 작품이기 때문에 너무 지나친? 시각으로 안 봐줬으면 한다. 흥미에 초점을 맞춰 봐주시길 바란다. 오락적인 개념으로 말이다.
박신양: 나 스스로도 이런 시나리오를 굉장히 바랬다. 인물도 확연하고 잘 짜여지고 잘 조합된....그것말고도 영화를 하는 사람으로서 “아 이건 정말 좋은 영화감이다” 가능성이 충분하고 좋은 사람이 조합돼서 좋은 힘이 모아질 수 있다는 그런 느낌. 이런 느낌 그리 쉽게 자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 면에서 만큼은 잘된 거 같다.
이 영화가 어떤 느낌을 전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일하는데 있어서는 충분히 충분히 효과적이었다.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접선: 서대원 기자
촬영: 이기성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