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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사람은 결국 알아본다” 진정성으로 쌓아온 16년, <교생실습> 한선화
2026년 5월 12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볼 사람은 결국 알아본다고 믿어요.” 어느덧 데뷔 16년 차에 접어든 한선화는 자신의 지난 시간을 이렇게 설명한다. 영화 <파일럿>(2024), <퍼스트 라이드>(2025) 등을 거치며 특유의 리듬감과 능청스러운 연기로 코미디 장르에서 존재감을 쌓아온 그는 화려한 변신보다 매 작품 주어진 역할에 충실해온 시간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비슷해 보이는 캐릭터라도 미세한 차이를 끝까지 고민해온 과정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믿음이다.

그가 선택한 신작 <교생실습> 역시 그런 태도의 연장선에 있다.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작품상과 배우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이 작품은 수능 귀신에 맞서 ‘죽음의 모의고사’를 치르게 된 MZ 교생 ‘은경’의 이야기를 그린 하이스쿨 호러블리 코미디다. 과도한 사교육과 무너진 교권이라는 현실을 B급 감성과 장르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영화 속에서 한선화는 과장 대신 진심으로 웃음을 만들어낸다. 스승의 날이 있는 5월, 기상천외한 세계관을 구축한 김민하 감독의 신작으로 돌아온 배우 한선화를 만나 코미디 연기에 대한 철학과 배우로서의 현재를 들어봤다.

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 <모자무싸>에서 배우 ‘장미란’ 역할로 보여준 연기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특히 극 중 감독과 대화하는 장면을 보면서, 실제 <교생실습> 김민하 감독과의 첫 미팅은 어땠을지 상상이 되더라. 미팅 후 감독과 작품에 대한 신뢰가 더 굳어졌다고.
잘 보고 계시다니 정말 감사하다. (웃음) <교생실습> 김민하 감독님과의 첫 미팅을 떠올려보면, 처음엔 대본이 워낙 독특해서 호기심이 가득했다. 그런데 감독님을 직접 만나보니 연출 의도와 메시지가 정말 확고하시더라. 궁금했던 지점들이 대화를 통해 믿음으로 바뀌었고, 감독님이 나와 동갑임에도 ‘선배’라고 부르며 내 경험에 강한 신뢰를 표하셨다. 그 독특한 세계관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데 있어, 나를 믿고 기대하는 부분이 크다는 게 느껴졌고, 이런 부분에 마음이 움직였던 것 같다. 딴 말이지만, <모자무싸>는 재미있게 촬영했지만 힘든 부분도 있었다! 특히 팔을 자르는 씬은 분장만 두 시간이 걸렸고, 새벽까지 반복해서 찍었는데 나중에 방송 보면서 엄마에게 내가 어떻게 찍었는지 막 설명했던 기억이 난다. (웃음) 그만큼 보람을 느꼈던 장면이다.

전작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2024)로 범상치 않은 감각을 보여준 김민하 감독이다. 전작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나.
일단 전작을 보고 ‘아, 이분 정말 독특하다. 세계관이 뚜렷하고 개성이 있으시구나’라고 생각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장르 영화로 사랑받으며 팬덤까지 있는 분이라 배우로서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또 감독님의 전작 중 인상적인 작품도 많았다. 단편 <버거송 챌린지>, 드라큘라가 나오는 <혈세> 등은 연출미가 상당히 돋보이는 작품이라 감독님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더라.

배우로서 주연롤이라든지 어느 정도 자리잡으며,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영화는 잘 하지 않는 경향이 있지 않나. 규모, 장르, 역할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작업하는 게 한편으론 대단하게 느껴진다.
확고한 세계관을 가진 감독님과의 작업은 늘 나를 자극한다. 사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 독립영화로 발을 뗐기 때문에, 우리 영화처럼 저예산 상업영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기꺼이 참여하고 싶다. 앞으로도 그런 행보를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평소 공포물을 잘 못 본다고 들었다. 이번 영화는 호러 베이스인데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두려움이나 걱정은 없었나.
처음에 공포 영화라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 평소에 몰입을 너무 잘해서 공포물은 괜히 가위에 눌릴까 봐 무서워하는 편이다. 그런데 <교생실습>은 전통 공포 베이스에 B급 코미디와 요즘 학생들의 고충이 섞여 있는 ‘호러블리’ 장르라 개인적으로는 무섭게 다가오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보고 진짜 무서운 정통 공포였으면 아마 못 했을 거다. (웃음)

이번 현장에서는 후배 배우들이 많아 ‘선배’ 혹은 ‘맏언니’ 포지션이었을 텐데, 새로운 경험이었겠다.
감독님마저 나를 ‘선배’라고 부르셨으니. (웃음) 내가 주인공이기도 하고 선배 위치에 있다 보니 한 신 한 신 놓치지 않으려고 전체적인 흐름을 많이 살펴봤다. 현장에서 내가 보고 느낀 부분에 대한 의견도 적극적으로 드리고. 일본 귀신 ‘이다이나시’ 역의 유선호 배우는 일본어를 처음 하는 건데도 불구하고, 일본어 대사를 한 번도 안 틀리는 걸 보면서 정말 기특하더라. 또 흑마술 동호회 3인방(홍예지, 이여름, 이화원)은 미리 호흡을 맞춘 부분이 많아서 내가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인사도 잘하고 싹싹하고 참 좋은 후배님들이었다.

MZ 교생 ‘강은경’ 역할을 맡았다.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쓴 점이 있다면.
은경이가 내뱉는 대사들이 굉장히 독특하다. ‘개쩌는데’ 같은 B급 감성이 묻어나는 MZ 대사들을 어떻게 해야 재미있을지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런데 나는 이런 대사들을 더 특별하거나 웃기게 하려고 애쓰기보다, 오히려 진지하게 예비 교사의 마음으로 연기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상황 자체가 워낙 독특하기 때문에 캐릭터까지 과하게 설정하면 ‘오버쿡’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개쩌는데’라는 말도 결국 기쁨의 표현인데 언어만 다른 것뿐이니까, 진지한 태도로 접근하는 게 세계관을 설득하는 방법이라 믿었다.

실제 본인의 성향도 MZ스러운 편인가.
사실 나는 약간 ‘훈장님’ 스타일이다. (웃음) 요즘 친구들은 위아래 상관없이 ‘~님’이라고 부르고 굉장히 쿨하더라. 어릴 때 활동을 시작했는데 그때는 예절과 예의를 중시하는 분위기였다. 평소 선배님들께 싹싹한 편이라 요즘의 ‘쿨함’과는 거리가 좀 멀다. 이번에 MZ 교생 역할을 하면서 ‘아, 쿨한 게 대세구나. 나도 쿨해지려고 노력해야겠다’고 실감했다. (웃음)

퀴즈 귀신 앞에서 보여준 ‘뀨’나 ‘오빵’ 같은 애교 섞인 장면들이 화제다. ‘신파는 절대 안돼!’ 이 대사도 그렇고 웃음 포인트가 많다. 아이디어를 보탠 부분이 있다면.
아, 그 애교 장면은 정말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사교성은 있지만 애교는 정말 없는 편이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해냈다. 언어 귀신에게 뺨을 때리는 설정 등은 현장에서 만든 아이디어다. 특히 교장 선생님역의 박철민 선배님이 내가 ‘뀨’ 했을 때 너무 잘 받아주셔서 장면이 잘 살아난 것 같다. ‘신파는 안 돼!’라는 대사도 참 어려웠는데, (웃음) 감독님이 말 그대로 ‘그냥 하면 된다’고 하시더라. 이 독특한 세계관은 처음 진입이 어렵지, 일단 들어가고 나면 그 안에서 마음껏 누리게 된다.

최종 빌런인 ‘이다이나시’를 무너뜨리는 건 결국 감동, 즉 참스승의 마음이다. 본인의 학창 시절은 어땠나. 기억에 남는 참스승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학창 시절의 나는 선생님들이 대부분 예뻐해 주시는 학생이었다. 인사를 잘해서 그런지 여기저기 동아리에 빈자리가 있으면 선생님들이 나를 꼭 불러주셨다. 덕분에 댄스반, 민속반 등 주로 예체능 쪽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나에게도 스승님 같은 분들이 계신다.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큰 도움을 주신 스승님이 계시고, 또 배우 연제욱 오빠도 나에겐 스승과 같다. 드라마 <신의 손-14일>(2014) 때부터 인연을 이어온 동료이자 선배인데, 늘 많은 가르침을 주는 든든한 존재다.

<파일럿>, <퍼스트 라이드> 등을 통해 코믹에 일가견을 보여왔고, 이번에는 쐐기를 박은 것 같다. (웃음) 잘 하는 비결이 있을까.
코미디는 정말 하기 어려운 장르다. 개그맨이 아닌 배우가 연기로 사람들의 웃음 코드를 자극하고 장면을 살려낸다는 게,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것 같다. 개인적으로 코미디라는 장르 자체가 더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다. 글을 쓰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해내는 사람도 정말 많은 고민을 해야 파괴력이 생기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감정으로만 되는 게 아니라 호흡과 리듬감까지 살려야 해서 ‘띄우는 연기’가 사실 더 어렵다. 하지만 촬영을 끝냈을 때의 만족감은 그만큼 크다.

배우로서 스스로 생각하는 본인의 매력이나 장점은 뭘까. 업계 분들이 꾸준히 불러주시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결국 나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아닐까 싶다. 연기를 시작한 지 벌써 16년이 됐다. 처음 시작할 때는 주인공을 빨리 하고 싶고 다작하면서 여러 역할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컸었다. 그러면서도 비슷한 역할이 들어와도 내게 주어진 역할에 늘 충실하려 노력했다. 비슷한 부잣집 딸 역할이라도 인물의 성격, 상황, 작품의 톤은 다 다르다. 나는 그 미세한 차이를 다르게 연기하려고 매번 고민하고 애썼던 것 같다. 이런 디테일을 잘 살리려 노력하다 보면 대중이 알아보기까지는 시간이 걸려도, 업계 분들은 결국 알아봐 주실 거라 믿었다. 한마디로 '볼 사람은 알아본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그 인물로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진정성 있게 임한 시간을 좋게 봐주시는 게 아닐까 한다.

어느덧 연기 데뷔 16년이라니! 연기를 대하는 지금의 마음가짐은 어떤가.
요즘 너무 행복하다. <모자무싸>에서도 배종옥, 구교환, 오정세, 박해준, 강말금 선배님 같은 훌륭한 분들 사이에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다. 현장에서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는 것 자체가 내게는 큰 자극이고 동기부여다. 원래 성향 자체가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진정성 있게 해야 재미를 느끼는 편이다. 진정성이 없으면 그럴싸하게 표현하지 못하니까, 어떤 역할이든 진심으로 하고 싶고 그래야 나도 즐겁다. 지난 세월도 그렇게 지내와서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교생실습>을 기다리는 예비 관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관객분들이 극장에 오셔서 우리 영화를 보며 즐거우셨으면 좋겠다. 감독님의 의도와 재미있게 만들려 했던 우리 모두의 마음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길 바란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인터뷰나 리뷰를 찾아보신다면 그 안에 담긴 철학과 메시지를 더 깊이 느끼실 수 있을 거다. 손익분기점이 21만 명이라는데,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웃음)



사진제공. 고스트스튜디오


2026년 5월 12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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