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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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가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TOP 10 비영어 TV 부문 4위에 오르며 ‘K-영 어덜트 호러’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잔혹한 저주를 내리는 애플리케이션 ‘기리고’를 소재로 한 이 작품에서 배우 전소영은 주인공 ‘세아’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았다. 과거 부모를 잃은 트라우마 속에서도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위험에 뛰어드는 세아는 전소영의 열연을 통해 비로소 생명력을 얻었다.
앞서 ENA 드라마 <아너: 그녀들의 법정>에서 ‘한민서’ 역으로 확실히 눈도장 찍었던 전소영은, 이번 작품에서 한층 깊어진 감정선과 거침없는 액션을 선보이며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촬영 내내 긴장을 늦추지 않았던 그녀를 울린 건 마지막 날 스태프들이 건넨 진심 어린 한마디였다. “네가 아닌 세아는 상상이 안 된다”는 말, 전소영은 “배우에게 이보다 더 좋은 칭찬은 없는 것 같다”며 그 말을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남겨두었다고 한다. “자신을 믿지 못하겠다면 너를 믿어주는 사람을 믿고 나아가라”는 말을 이정표 삼아, 지옥 같은 저주 속으로 뛰어들었던 전소영을 만났다.
공개 후 글로벌 4위에 오르는 등 반응이 좋다.
생각보다 훨씬 뜨거운 반응이 와서 영광스럽고 감사할 따름이다. 요즘은 정말 하루하루가 꿈만 같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육상부 설정에 몸싸움 등 액션도 많았다.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증량도 했다고.
생각보다 힘든 건 없었다. 현장 분위기가 항상 밝아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구체적으로는 액션 스쿨에서 국가대표 선수분들과 함께 훈련하며 감을 익혔다. 처음엔 안전하게 액션을 소화하는 ‘감’을 잡는 게 가장 어려웠는데, 한 번 감을 잡고 나니 상대적으로 수월해지더라. ‘건우’역의 선호 배우와 시간을 맞춰서 같이 연습했는데 이런 훈련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다. 체중은 10kg에서 12kg 정도 증량했다. 평소 마른 체형이라 운동선수처럼 보이도록 허벅지나 몸집을 키워야 했다. 두 달 만에 근육으로만 증량하기엔 시간이 부족해서 야식도 먹고 살도 찌워가며 몸을 만들었다. 감독님이 자주 맛있는 걸 사주셔서 좋았다. (웃음)
첫 주연작인데 작품 합류 과정이 궁금하다.
오디션을 보고 합류했다. 세아가 국가대표 상비군에 선발됐다면서 기뻐하는 장면처럼 주로 밝은 장면들을 연기했었다. 발췌 대본이라 처음엔 <기리고>가 영어덜트(YA) 호러물인지, 세아가 주연인지도 몰랐다. 밝은 작품인 줄 알고 임했다. (웃음) 그런데 2, 3차 오디션을 보면서 감독님께서 내가 가진 슬픔에 대해 물어보셔서 '조금 슬픈 사연이 있구나' 추측만 하다가 전체 대본을 받고는 "어, 이것이?" 하며 놀랐던 기억이 난다. 연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터라 선배님들의 작품이나 대본집을 사서 공부하곤 했는데, (나중에 받은) <기리고> 대본은 정말 술술 읽혀서 꼭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아무것도 없는 나를 보고 선택해 주신 감독님께 너무 감사하다. 사실 YA 호러나 액션 장르가 처음이라 걱정과 고민이 많았다.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때마다 책에서 본 "너 자신을 못 믿겠으면 너를 믿고 있는 사람을 보고 나아가라"는 말을 떠올렸다. 그 말을 이정표 삼아 감독님만 믿고 '죽기야 하겠어'라는 마음으로 임했다.
자신이 주연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기분은 어땠나. (웃음)
너무 행복한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오니까 오히려 멍해지더라. 꿈인가 싶고, 꿈이라면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감독님, 선배님들, 넷플릭스 등 이 모든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걱정도 컸다. 이때 감독님이 미팅에서 "나는 너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테니, 너도 세아와 이 작품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던 게 큰 힘이 됐다.
박윤서 감독은 왜 당신을 캐스팅했다고 하던가.(웃음)
장르가 잔인하고 어두운 부분이 있다 보니, 밝은 친구가 세아를 해야 시청자들이 볼 때 너무 딥(Deep)해지지 않겠다 싶었다고 하셨다. 내가 지원자 중 가장 밝았다고 하시더라. (웃음) 또 멘탈이 세 보여서 "내가 무슨 말을 해도 흔들릴 것 같지 않더라"고 하셨다. 실제로 감독님 때문에 흔들린 적은 없었다. 다만 평소 무서운 걸 잘 못 봐서 현장에서 특수 분장을 볼 때마다 "내가 생각보다 세네"라고 스스로 다독이며 촬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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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빌기’는 공포 영화에서 많이 사용한 소재인데 이번에는 '소원 어플'이라는 소재가 신선하더라.
그간 기계와 귀신이 접목된 것은 많이 봤지만, 개인적으로 앱은 처음이라 굉장히 신박하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얼굴과 새로운 내용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앱에 대한 설명이나 만들어지는 과정 등이 이질감 없이 작품 안에서 잘 소개되고 있는 것 같다. 앱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해서도 잘 녹아 있다.
건우(백선호)와의 로맨스 장면도 인기다.
찍었을 때보다 확실히 더 잘 나온 것 같다. 선호 배우와 너무 친하다 보니 설레는 감정이 초반엔 잘 안 담겼는데, 감독님이 디테일한 감정을 짚어주셨다. 뽀뽀 장면은 대본에 있었지만 "한 번 더" 같은 애드리브가 더해져 풍성해졌다. 선호 배우가 최근 군 입대했는데, 휴가 나오면 5인방이 다 같이 만나기로 했다.
'5인방' 친구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우리끼리 모여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다. 각자 고등학교 때 겪었을 법한 짝사랑이나 친구 관계 이야기를 나누며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세아는 건우와 비밀 연애 중이지만 ‘나리’(강미나)를 배려하는 복잡한 관계인데, 이런 감정들에 대해 실제 학창 시절 이야기를 나누며 조율했다. 나중에 대립관계가 형성되기도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말 친하게 지냈다.
세아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노력한 부분은. 또 실제 싱크로율은 어떤가.
사실 겁이 굉장히 많은 편인데 장르물 주인공이라 겁을 없애야겠다고 생각했고, 또 힘이 과하게 들어가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려고 노력했다. 10대가 나온 액션이나 호러물을 찾아보며 표정, 호흡, 제스처를 연구했었다. 실제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대담한 편이다.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성격인데, 그런 면이 세아와 닮았다. 또 인간관계의 깊이는 비슷한 것 같다. 세아처럼 얕고 넓은 관계보다 좁고 깊은 관계를 선호하는 편이다. 내 바운더리 안에 있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준’(현우석)에게 "너였어도 그랬을 거야"라고 말하는 세아처럼, 소중한 사람이 힘든 것보다 차라리 내가 힘든 게 낫다는 주의다. 유치원 때부터 친한 친구들이 있는데, 이들도 5인방이다! 그들을 친구들을 떠올리며 연기하곤 했다.
촬영하며 기묘한 꿈을 꿨다고 들었다.(웃음)
평소 꿈을 잘 안 꾸는데 <기리고> 촬영 땐 귀신 나오는 꿈을 자주 꿨다. 꿈에서 깼는데 귀신이 목을 조르거나, 굿 장면 촬영 전날 저승사자가 나오기도 했다. 전소니, 노재원 선배님이 샤머니즘 장면을 찍기 전에는 꼭 악몽을 꿨는데, 덕분에 무섭고 소름 돋는 표정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실제로도 샤머니즘을 어느 정도 믿는 편이라 안 좋은 건 조심하려 한다.
완성된 작품을 보며 무섭거나 혹은 현장에서 무서웠던 순간은 없었나.
촬영장에서 이미 담력이 키워져서 완성본은 실제보다 그렇게 무섭지 않았다. CG는 피 정도밖에 없었고 현장 분장이 정말 무서웠다. ‘형욱’(이효제)과 ‘건우’가 동티 난 장면은 현장이 더 공포스러웠다. 눈이 빨개진 연기도 실제로 하고 찍은 거다. 다만 촬영 때 보지 못했던 과거 서사인 ‘시원’(최주은)과 ‘혜원’(김시아) 사이의 장면은 무서워서 눈을 살짝 가리고 봤다.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무엇이었나.
가장 힘들었던 건 나리와의 액션신이었다. 나리 역의 강미나 선배와 서로 너무 아끼는 사이다 보니 감독님이 "서로 안 다치게 조심하는 게 보인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한 번에 끝내자"고 약속하고 정말 열정적으로 찍었다. 마침 선배가 드라마 <트웰브>에서 액션을 경험하고 온 덕분에, 액션에 능숙해서 나를 많이 배려해 주었다.
감독님의 디렉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감독님이 테이크를 정말 많이 가셨다. 초반엔 10회 정도면 오케이가 나겠지 싶었는데, 무전기에 대고 "세아야, 나는 너 연기가 나올 때까지 끝까지 갈 거다"라고 하시더라. 스파르타식이었지만 결과물을 보니 납득이 갔다. 형욱의 목이 꺾이는 장면이나 나리를 때리는 장면은 재촬영까지 하며 공을 들였다. 신인 배우들을 배려해 최대한 순차적으로 촬영해 주신 덕분에 감정을 잡기가 수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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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입문 계기가 궁금하다. 승마나 유학 경력도 있던데.
부모님 덕분에 승마, 발레, 수영 등 운동을 많이 하며 행복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유학도 배우를 위해서라기보다 세상 보는 눈을 넓히라는 부모님의 권유였다. 그러다 TV에서 <태양의 후예>를 보고 "군인이 되면 송중기 같은 선배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때 엄마가 "배우를 하면 직접 만날 수 있다"고 하셔서 배우를 꿈꾸게 됐다. 서울예대에 진학했고 운 좋게 BH엔터테인먼트에서 연락을 받았다.
아빠는 처음엔 반대하셨지만 회사 분들과 미팅 후 2시간 만에 설득당하셨다. (웃음) 조건은 ‘10년 하고 안되면 포기하는 거야, 그동안 죽고 살기도 해봐라’ 였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예쁘다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웃음), 아빠는 '배우는 다 너 정도 생겼다. 연기를 특히 잘하는 것 아니면 힘들 수 있다'고 하신 터였다. <아너>로 주변에서 연락 받으면서도 '다 너 정도 하지'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런데 이번 <기리고>를 보시고는 '우리 딸 잘했다, 이 길이 네 길이었구나" 하며 누구보다 행복해하셔서 눈물 찔끔한 기억이 있다.
<아너>부터 <기리고>, <유미의 세포 3>까지 공개된 타이밍도 참 절묘하다. 이제 시작이라 앞으로 하고 싶은 장르도 역할도 많을 것 같다.
공개 시기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인데, 정말 타이밍이 좋아서 운이 좋다고 느낀다. 항상 ‘나는 신이 예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이번에도 다시금 느꼈다. (웃음) 5인방도 그렇고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앞으로도 선배님들께 연기적으로 많이 배우며 성장하고 싶다. 청춘물, 로코, 사극 등 다양한 장르에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병헌 선배님과도 꼭 함께하고 싶고, 김고은 선배님처럼 장르를 넘나들 수 있으면 좋겠다.
마침 김고은과는 <유미의 세포들 3>에서 함께 호흡했다. 조언받은 바 있는지.
<유미의 세포들 3>를 찍으면서 <기리고>를 같이 준비했었다. 주연으로서의 태도나 장르물 연기에 대해 여쭤봤는데, 선배님이 "아무 생각 하지 말고 그 캐릭터에 빠져들어라. 세아로서 그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해보라"고 조언해 주셨다. 그 뒤로 세아처럼 아침에 일어나서 혼자 식사하고 일부러 부모님과도 연락을 줄이는 등 세아의 패턴을 따라 해봤었다. 또 항상 겸손하라는 말씀도 가슴에 새기고 있다.
작품에 대한 반응이나 피드백 등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면.
마지막 촬영 현장에서 감독님과 스태프분들이 해 주신 ‘네가 세아 자체였다’는 말이다. 촬영 내내 내가 긴장감을 놓칠까 봐, 혹은 칭찬을 듣고 자만하다 다치기라도 할까 봐, 감독님께서 한 번도 그런 말씀을 안 하셨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많이 울었다. 사실 배우에게 ‘네가 아닌 세아는 상상이 안 된다’는 말보다 더 좋은 칭찬은 없는 것 같다. 그 말이 지금까지도 가장 깊게 마음속에 남아있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6년 5월 6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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