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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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다중 언어 통역사 ‘주호진’이 글로벌 톱스타 ‘차무희’(고윤정)의 통역을 맡으며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다. 김선호는 여러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천재 통역사 ‘주호진’으로 변신해, 서로 다른 언어 때문에 빚어지는 오해를 사랑으로 치유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사람은 각자의 언어가 있다는 대사에 꽂혀 작품을 선택했다"는 김선호. 하지만 천재 통역사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단순히 말의 번역을 넘어 마음의 온도를 맞추기 위해 "정말 홍삼을 먹어가며 버텼다"는 그는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를 오가는 화려한 로케이션 속에서 특유의 다정한 눈빛으로 '안정형 다정남'의 정석을 보여준다. 현장에서는 분위기를 위해 '오지랖 넓은 E'를 자처하지만, 카메라 뒤로 돌아오면 금세 방전되고 마는 '본 투 비 I' 김선호. 낯가림 가득한 수줍음 뒤에 숨겨진 단단한 연기 철학과 그가 이번 작품을 통해 깨달은 소통의 진짜 의미를 직접 들어보았다.
◆ 홍삼 먹으며 버틴 다국어 연기, '리액션'으로 살려낸 생동감
다중 언어 통역사 역할을 유창하게 소화한 김선호에게 이번 연기 호평은 “단순한 자신감 충전보다는 고된 도전 끝에 얻은 가능성의 확인”이었다. 다중 통역의 미묘한 뉘앙스를 살리는 과정은 험난했다. 오죽하면 "홍삼을 먹어가며 버텼다"거나 "외국어 대사에 집중하느라 오히려 한국어 대사를 버벅대기도 했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외국어 대사 뒤에 이어지는 한국어 대사를 두 시간 넘게 헤맬 정도로 현장의 긴장감은 상당했다.
특히 이탈리아어의 열정적이고 빠른 템포를 호진의 정적인 성격과 조화시키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는 "한 사람이 너무 다양한 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다"며 현지의 속도를 완벽히 따라갈 순 없었지만 호진만의 템포를 구축하는 데 애를 썼다. 가장 큰 부담은 오히려 익숙한 일본어였다. 익숙한 만큼 작은 어색함도 쉽게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4개월간의 연습 끝에 현지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
로맨스 연기의 핵심으로는 ‘리액션’을 꼽았다. 리액션이 상대방의 이미지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하다고 믿기에, 호진의 문어체 대사가 활력을 잃지 않도록 모든 자극에 리얼하게 반응하려 노력했다. 일명 ‘셀렘 유발’ 눈빛 연기에 대해서는 "의식하지 못했는데 자꾸 말씀해 주셔서 (그 소문을) 인지하게 됐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로맨스라는 장르가 대중의 상상을 자극해야 하는 만큼, 현실감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상대의 반응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중립적인 상태를 유지하고자 했다는 김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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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로라의 경이로움과 일본의 기차, 팀워크를 다진 로케이션
<이 사랑 통역 되나요?>에서 해외 로케이션을 통해 담아낸 그림 같은 풍광은, 작품의 설렘을 완성하는 일등 공신이다. 김선호는 캐나다 밴프에서 오로라를 마주한 순간을 잊지 못한다. 시차 적응 실패로 잠들어 있던 그를 깨워 오로라를 함께 보게 해준 동료 고윤정의 배려는 여전히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첫 촬영지였던 일본에서는 고윤정과 더 가까워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기차를 타고 다음 역에서 내리기로 약속했으나 내리지 못해 그다음 정거장에서야 상봉하게 된 것. 당황스러운 순간에도 쿨하고 털털하게 반응한 고윤정 덕분에 오히려 팀워크가 단단해지는 계기가 됐다.
1화에서 호진과 무희가 철도길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두 배우가 꼽는 최고의 명장면이다. "위험하니 건너오지 말라"는 무희의 말은 서로를 마음에 담기 시작한 두 사람의 시작을 암시한다. 기차 경적과 소음 속에서도 오롯이 서로의 눈빛에 집중했던 순간이다. 이탈리아 촬영 막바지, 스태프들이 뿌려준 인공 눈이 실제처럼 아름다워 울컥했다는 그는 사소한 로케이션의 순간들이 모여 호진과 무희의 서사를 완성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 F와 T의 대본 바꾸기, 결핍을 채워가는 방어기제의 해제
‘주호진’은 겉으론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상처받지 않으려 감정을 숨기는 방어기제가 강한 인물. 김선호는 작가에게 캐릭터의 결핍에 대해 질문하며 내면을 쌓아 올렸다. "호진이 너무 단단하기만 하면 무희의 돌발 행동을 수용하기 힘들 것 같아, 적당히 흔들리는 면도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 성격은 전형적인 'F(감정형)'인 ISFP지만,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T(사고형)'인 고윤정과 대본을 바꿔 읽으며 연구했다. "의도 없이 팩트만 말하는 방식을 이해하다 보니 어느덧 호진의 진심에 닿아 있었다"고 덧붙였다.
말을 마구 내뱉는 무희와 감정이 정리되지 않으면 입을 닫는 호진. 둘 다 소통에 서툰 인물들이지만, 그렇기에 서로의 언어를 통역하며 채워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특히 고윤정이 1인 2역으로 소화한 '도라미'에 대해서는 “호진과 무희 사이의 진정한 통역사”로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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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이라는 뿌리와 넷플릭스, 소통의 범위를 확장하다
김선호는 지난해 글로벌 히트한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의 ‘충섭’으로 사랑받은 데 이어, 주호진으로 다시 한번 글로벌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금도 충섭으로 기억해 주는 팬들을 보며 배우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여전히 두근거리는 소회를 밝혔다.
왕성한 글로벌 활동 중에도 그는 대학로 연극 무대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는다. "연극 무대는 나의 시작이고, 선배들이 다져 놓은 레퍼런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며 연기의 기본은 결국 사람 간의 소통임을 강조했다. 그가 정의하는 소통은 '상대의 언어를 인정하는 것'이다. 연극 연습을 통해 상대의 대사가 끝났다고 소통이 끝나는 것이 아님을 배웠다는 그는, “말뿐만 아니라 행동까지 각자의 기준점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할 때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평소 현장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먼저 말을 거는 '오지랖 넓은 E'처럼 활동하다가도 집에 오면 방전되는 전형적인 'I' 성향의 김선호. 유영은 감독의 명료한 디렉션 아래 호진의 단단함 속에 사랑스러운 말랑함을 더하며 설렘 가득한 로맨스의 정석을 일궈냈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6년 2월 20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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