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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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에게 <모범택시>는 단순한 필모그래피 그 이상이다. 시즌을 거듭하며 ‘김도기’라는 캐릭터는 그의 인생 깊숙이 들어왔고, 무지개 운수 식구들은 진짜 가족이 되었다. 2025년 대상 수상의 영예와 함께 화려하게 마무리된 시즌3. 매주 TV 앞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본방을 사수했다는 그는, 종영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여운 속에 머물러 있다. 수학 선생부터 건달, 아이돌 매니저까지, 한계 없는 부캐 도전으로 시청자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 이제훈. “내가 받은 큰 사랑을 유효하게 보여드리기 위해 2026년에도 내달리겠다”는 다짐에는 20년 차 배우의 단단한 내공과 책임감이 묻어난다.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자부심, 그리고 다음 이야기를 향한 꺼지지 않는 열정까지. 우리가 사랑한 ‘다크 히어로’ 이제훈을 만나 <모범택시 3>의 비하인드와 배우로서의 내일에 대해 들어봤다.
시청자들이 제일 궁금할 질문부터 시작하자. (웃음) 시즌4의 가능성은.
김의성 선배님이 ‘김도기의 도가니가 나가지 않는 한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나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이야기되진 않았고, 산업적인 현실도 고려해야겠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모범택시 3>가 큰 사랑을 받으며 종영했다. 아직 여운이 있을 것 같다. <모범택시>로 다시 대상을 수상하며 2025년을 행복하게 마무리했는데, 수상을 어느 정도 예상했는지.
두 달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갈 줄 몰랐다. 종영하고 일주일 즈음 지나고 나서 실감이 나더라. 매주 본방사수하던 습관이 아직 남아 있다. (웃음) 지난주 금, 토요일은 유난히 허전했다. 애청자 여러분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여전히 무지개운수 식구들과는 단톡방에서 계속 수다 떨고, 서로 수고했다고 응원도 나눈다. 다음 주에 또 만나기로 했다. 아마 한 턱 내게 될 것 같다. 정말이지 대상 받을 줄 전혀 몰랐다. 작년은 질적으로도 또 시청률 면에서도 성과를 낸 작품이 워낙 많아 후보가 쟁쟁했다. 시상식에 <모범택시>가 다시 한번 초청받아 무지개운수 식구들과 함께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 뿌듯했다. 새해 종이 울리면서 대상을 받았을 때는, 정말 말로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감개무량하더라. 이 상은 혼자 받은 게 아니라는 걸 또 한번 확인한 순간이었다. 함께하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 거지. 받은 사랑을 자양분 삼아서 2026년에는 더 달려야겠다고 생각한다.
팀 모임 분위기는 어떤 편인가. 뭔가 소박하기도 하고 화기애애할 것 같은데. (웃음)
굉장히 험블하고 소박하다. 포장마차에 가기도 하고, 작년 11월에는 김의성 선배님의 환갑잔치도 있었다. 중식당이었는데, <모범택시> 팀뿐만 아니라 선배님과 작업했던 작품의 제작진과 배우진이 모두 모여 테이블마다 앉아 함께했는데 정말 유쾌하고 즐거웠다.
김도기와 무지개운수 식구들이 점차 가족이 돼 가는 데 그 관계성의 변화가 시리즈의 매력이 아닌가 한다. 시즌3의 달라진 점을 꼽는다면. 이번에는 특히 영화적인 색채가 강한 느낌도 있다.
무지개운수 식구들과 김도기 사이에 형성된 친근함이다. 시즌1의 차갑고 날카로운 김도기가 시즌2를 거치면서 유해지고, 이번에는 완전히 가족이 됐다. 이런 모습이 너무 좋고, 실제 일상에서 잡담도 하고 편안하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그대로 반영된 것 같다. 이번 시즌의 특징 중 하나가 강보승 감독님의 시네마틱한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난 점이다. 에피소드가 저마다의 퍼스널 컬러를 갖고 있다고 느꼈다. 감독님은 <모범택시>를 조연출하며 세계관 구축에 일조하기도 했고, 이번에 첫 메인 연출을 맡으면서 영화 쪽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온 실력을 날개를 단 듯 제대로 터뜨리신 것 같다.
<모범택시> 시리즈의 중심축으로서, 연출적으로도 의견을 내는 편인지.
참지 않고 솔직하게 의견을 내는 편이다. 프리프로덕션뿐 아니라 촬영중에도, 또 후반 편집본을 보면서도 가감 없이 말하고 수정 방향까지도 함께 고민한다. 결과물이 나오고 나서는 정말 크리티컬한 부분이 아니면 수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종의 최종까지도 끝까지 고민하고 함께 만들어 가는 부분이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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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3의 가장 큰 특징은 ‘부캐릭터’ 도전이었다. 이전 시즌과 차별점을 두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더라.
프랜차이즈화가 되다 보니 같은 캐릭터를 반복하면 식상할 수 있다. 시즌2를 하면서도 고민했던 부분으로, 시즌3은 특히 부담이 컸다. 다른 모습을 보이고 싶은 욕심이 컸고, 매번 도전적인 부캐가 등장해서 두려움도 있었지만, 시리즈를 사랑해 준 팬들이라면, 충분히 좋게 봐주실 거라 생각했다. 창조(?)의 고통은 있었지만, (웃음) 정말 즐겁게 했다.
야쿠자 두목 친구부터 아이돌 매니저까지. 저마다 다른 모습이지만, 큰 틀에서는 부캐의 추구미가 있었을 것 같다. 캐릭터가 글로 자세히 묘사되었을 것 같지는 않는데, 그 구축은 오롯이 배우의 몫이었지 싶다.
말씀대로 어느 정도의 설정은 주어지지만, 이를 구체화하는 건 내 몫이었다. <모범택시>의 주제의식과 메시지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외형부터 말투, 태도 등을 만들어 갔다. 흡인력 있고 유쾌한 캐릭터가 목표였다.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선사하고 싶었고, 다소 다크한 에피소드 안에서 웃음을 잃지 않았으면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혹은 어려웠던 부캐는. 아이돌 ‘엘리먼츠’ 에피소드에서는 댄싱도 선보였다.
그 에피소드는 K-팝 아이돌의 빛나고 화려한 이면의 어두운 이야기를 조명하는 편이다. 대본 수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도기가 매니저 역할을 하게 됐는데, 처음에는 대본을 받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웃음) ‘내가 이걸 해야 한다고?’ 했지만, 김도기는 매번 부캐마다 혼신의 힘을 다해서 보여줬으니, 이번에도 물러설 수 없었다. (웃음) 한 달가량 특훈했는데 정말 아이돌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몸소 체험한 시간이었다. 무대에서 많은 사랑을 받기까지 그들의 노고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니 더욱더 응원하고 한편으로는 존경하게 됐다.
원래 댄스 ‘잘’ 하기로 유명하다. 매번 팬미팅에서 선보여 왔고 또 오는 2월 말 예정인 팬미팅에서도 어떤 댄스를 보일지 기대가 크더라.
그런데 이번 팬미팅은 마침 데뷔 20주년이라, 지난 발자취를 작품을 통해서 좀 더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한다. 작품과 그 캐릭터 관련한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 같은데 또 모르지, 잠깐이나마 깜짝 출 수도. (웃음) 지금도 계속 구상 중이다.
아이돌 댄싱뿐만 아니라 일본어, 영어, 액션까지 소화했다. 도대체 김도기, 아니 이제훈은 못하는 게 뭔가. (웃음)
이전 시즌과 확연한 차별을 보여주는 게 첫 에피소드인 일본 편이었고, 이 경우 부캐 캐릭터가 일본어, 영어, 화려한 액션을 보여야 해서 확실히 부담되긴 했었다. 한편으로는 김도기는 못 하는 게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두 번째 중고차 에피소드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일지 촬영 직전까지도 매 순간 고민했던 것 같다. 김도기가 못하는 건, 잘 보면 수학이나 도박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 잘하지 못해도 노력하는 부분이 시청자들께 좀 더 다가가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배우로서 또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한편으로는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 장르적으로는 멜로나 로코를 통해서 활약할 수 있는 작품이 있었으면 좋겠다. (웃음) 예전에는 주어진 캐릭터에 집중하기만 하면 됐다면, 캐릭터가 쌓이면서는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게, 매번 도전이 되는 것 같다. 더더욱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멜로와 로코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번에 김도기와 ‘고은’(표예진)과의 멜로 라인을 기대하는 시청자도 꽤 많았다.
이번에 작가님이 남녀 케미스트리보다 좀 더 끈끈하고 가족 같은, 서로에게 울타리 같은 존재로 포커싱하셨더라. 사실 인생에 이런 존재가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모른다. 남녀 관계로 응원한 분들은 다소 아쉬울 수는 있지만, 시즌3에서 이런 관계성이 더욱더 공고해지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또 모르지, 시즌4에서는 어떻게 변할지! 오로지 작가님의 생각에 달린 것 같다. (웃음)
일본 배우 카사마츠 쇼, 윤시윤, 장나라, 김성규까지 매 에피소드마다 빌런 캐스팅도 화제를 모았다.
<모범택시>의 포맷이 뚜렷한 선과 악의 구도, 인과응보라는 면에서 강렬한 빌런이 시청자의 분노를 더 부추기기 때문에, 이번에도 이를 염두에 두고 캐스팅에 만반의 준비를 한 것 같더라. 더 잘 모시려고 서로 의견을 나누며 노력했고, 궁금함과 의문점을 동시에 충족시킬 분께 제안 드렸던 것 같다. 많은 사랑을 받아온 배우들이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일 때 놀랍고 궁금하지 않나. 윤시윤 배우, 장나라 선배님 등이 수락해주셔서 우리도 한편으로는 놀랐다.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 연기를 눈앞에서 직관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맛보았다. 이번에 사랑받은 큰 이유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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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택시> 시리즈의 의미, 나아가 프랜차이즈 캐릭터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일까.
한국 드라마에서 시즌3까지 성공적으로 이어진 작품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나름 성공적으로 시리즈를 이어왔다는 데 자부심이 있다. 현재 ‘이제훈’을 이야기할 때 <모범택시> 시리즈를 빼놓고 이야기하긴 힘들 것 같다. 한편으로는 배우로서 <모범택시>를 뛰어넘는 대표작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프랜차이즈 캐릭터는 시작과 끝이 있음에도 그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데 매력이 큰 것 같다. 해당 캐릭터로 산 시간이 작품 종영과 함께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지 않나. 이런 면에서 나는 굉장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현재 <협상의 기술> 후속편도 긍정적으로 노력 중이다.
당신이 ‘수도승처럼 산다’는 말이 있는데 (웃음) <모범택시>를 하면서 더욱더 강화된 부분이 혹시 있을까. ‘이것만은 꼭 지킨다’ 하는 철칙이 있다면.
배우로서 캐릭터를 의식하지 않을 순 없겠지만, 특별히 노력하는 부분은 없는 것 같다. 그냥 어렸을 때부터 받은 교육 ‘인사 잘하고, 친절하고, 나쁜 말 하면 안 되고’ 등을 지킨다는 생각이다. 기본적인 예의와 상식을 지키며 사는 거지. 내가 특별히 경각심을 가지고 바르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진 않는 것 같다.
캐릭터로 또 배우로 대중의 사랑을 참 꾸준하게 받아왔지 싶다. 팬들에게 어떻게 남고 싶은가.
작품과 캐릭터가 하나하나 쌓이면서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팬들이 애정하는 마음으로 지켜봐 주셔서 감사하다. 함께 늙어감에 있어서 (웃음) 조금이나마 삶의 기분 좋은 엔도르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희망차고 긍정적으로 사는 데 있어 보탬이 되는 기분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 이렇게 된다면 그래도 ‘잘 살았구나’ 하며 뿌듯할 것 같다.
‘열일’의 아이콘일 정도로, 쉼 없이 작품을 해 왔다. 20년을 연기해 온 원동력은 무얼까.
무엇보다 연기하는 걸 좋아한다. 창작의 욕구를 연기하면서 풀어왔던 것 같다. 때론 지치고 쉬고 싶은 순간도 있지만, 이럴 때마다 영화, 드라마, 예능 같은 콘텐츠를 보면서 환희와 감동을 느끼고 나 역시 계속 이런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추동력을 얻는다. 더 열심히 쓰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 내가 알지 못한 세상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를 더 겸손하게 만들고, 그럴 때마다 진짜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제공. 컴퍼니온
2026년 1월 29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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