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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하기보다 나만의 ‘재원’으로”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추영우 배우
2025년 12월 29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애매하게 따라하느니, 제가 생각한 재원으로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오세이사>)의 추영우는 부담스러운 원작의 그림자 앞에서 자기 선택을 믿었다. <중증외상센터>, <옥씨부인전>, <광장>, <견우와 선녀>, 그리고 <오세이사>까지. 2025년 올해 선보인 작품만 다섯 작품인 소위 ‘대세 중의 대세’인 추영우다. 그가 평범한 고등학생 ‘김재원’으로 관객 앞에 서서, 한층 차분하고 내밀한 얼굴을 꺼내 보인다. 매일의 기억이 사라지는 소녀를 사랑하는 소년이라는 설정 속에서, 그는 과장되지 않은 감정과 담백한 태도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원작 소설과 일본 영화의 성공이라는 부담, 한국판에 대한 시선, 그리고 ‘평범함’을 연기해야 했던 고민까지. 추영우는 이번 작품을 “배운 점이 정말 많았던 영화”라고 돌아본다. 촬영 현장부터 캐릭터 구축 과정, 감량 비하인드, 그리고 배우로서의 현재와 앞으로까지 솔직한 이야기를 들었다.

올 7월에 크랭크인하여 크리스마스이브에 개봉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주연 배우로서 기쁨이 크겠다. 개봉 소감과 또 주변 반응은 좀 살펴보고 있는지.
촬영도 비교적 빠르게 끝났고, 후반 작업도 감독님이 정말 많이 노력해 주셔서 빠른 속도로 끝났다. 개봉일도 크리스마스이브로 맞추려고 많은 분들이 애써주셔서 참여한 배우로서 감사할 뿐이다. 작품에 대한 반응은 막 찾아보는 스타일은 아닌데, 시사회나 무대인사에서 만난 지인이나 가족 등 주변 분들은 좋게 말씀해 주시더라. 조만간 모자 쓰고 극장에 가서 엘리베이터나 화장실 같은 데서 관객 반응을 직접 살펴보고 싶다. 물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스크린 데뷔작인데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영화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등을 연출한 김혜영 감독님을 너무 좋아했고, 신시아 누나의 영화 <마녀 2> 등 전작을 너무 인상 깊게 봤었다. 같이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슬픈 로맨스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마침 시기적으로도 스케줄이 맞았고, 영화에 대한 로망 또한 컸기에 참여하게 됐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데 스크린으로 자신의 얼굴을 보니 어떻든가.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영화를 좋아하셔서 나도 많이 봤었다. 이번에 스크린을 통해 내 얼굴을 보며 느낀 점이 내가 사소하게 표현해도 화면으로 너무 잘 보여서, 이런 부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드라마는 다른 일을 하며 볼 수 있지만, 영화는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오롯이 집중해서 보는 것 아닌가. 또 즉각적으로 그 반응을 느낄 수 있어서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스포츠 성장물이나 공포 영화도 좋고, 장르는 가리지 않고 계속 영화에 도전하고 싶다.

원작 소설과 일본판 영화가 모두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 부담도 있었을 것 같다. 일본판의 경우 국내에서 일본 실사영화로는 이례적으로 120만 명에 육박하는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소설도 그렇고 일본판을 정말 재미있게 봤었다. 보면서 울기도 했고, 주연 배우도 좋아해서 부담이 없지는 않았다. 일본판 팬들이 많이 보실 거라 생각하니 고민도 되더라.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재원 캐릭터가 나와 어울릴까’ 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감독님과 관계자 어른들이 제안 주실 때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믿음에 힘입어 결정했던 것 같다. 일본판과의 싱크로율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겠지만, 우리 영화는 일본판을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다.

일본판의 남주는 ‘병약미’로 크게 사랑받았는데, 캐릭터를 달리 접근했다고.
처음에는 비슷하게 가보려고도 했었다. (웃음) 화이트닝도 하고, 살도 더 빼고, 머리도 길러봤는데 어울리지 않더라. 애매하게 따라하기보다는 내가 생각한 ‘재원’으로 가는 게 맞다고 느꼈다. 일본판과 내용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니 크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평범한 남자 고등학생, 머리 스타일을 비롯해 매우 무난한 모습으로 가져갔다. 내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렸던 것 같다. 너무 밝지도 그렇다고 어둡지도 않은 주변에 있을 법한 아이. 그래야 더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체중 감량을 얼마나 한 건가. 팔뚝에 불거진 핏줄이 종종 눈에 들어오던데.
재원에게 병이 있다는 사실이 후반부에 드러날 때, 관객에게 납득되도록 덜 건강해 보이고자 살을 뺏었다. 시나리오 받을 당시, 88kg로 몸이 큰 상태라 두 달 동안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고, 식단하며 감량했다. 팔뚝의 핏줄은, 이 얘기 많이 하시던데 (웃음), 원래 핏줄이 좀 굵은 편이다. 촬영 말미엔 75kg 정도였는데, 오히려 찍고 나서 살이 더 빠졌다. 교복을 핏되게 입은 것도 풍성하게 입어보니 더 건장해 보여서 그런 거다.

일본판이 애틋함과 아련함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면, 한국판은 좀더 밝고 싱그럽더라. 한국판만의 매력은 무얼까.
좀 더 원색에 가깝다고 느꼈다. 재원에게 친구 ‘태훈’(진호은)도 생기고, 가족 관계도 바뀌어 아버지(조한철)와 나누는 일상이 나온다. 무엇보다 공간과 배경이 완전히 한국적이다. 한국 학생들이 실제로 할 법한 데이트들이 많이 나온다. 정서적으로 더 풋풋하고 현실적인 연애로 다가갈 것 같다. 일본판이 관객을 이야기에 몰입해서 보게 했다면, 한국판은 저마다의 첫사랑이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이지 않을까 한다.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웃음)

원작에서 각색된 부자 관계도 인상적이더라. 아버지를 위해서 요리하고 사과 깎고 빨래를 개는 등 소소한 일상이 정겨웠다. 원래도 집안일을 좀 하는 편인가.
부자 관계로 바뀐 부분이 개인적으로 더 슬펐고, 조현철 선배님과의 연기도 너무 좋았다. 선배님과는 넷플릭스 <광장>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인데 마치 진짜 아빠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편했다. 집안 일은… 빨래는 평소에도 개는 편인데, 이번에 잘 개는 법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감독님께 보여드리고 따라했었다. 사과는 원래 잘 못 깎는다. (웃음) 손 다칠까봐 일부러 무딘 칼을 주셨는데 그래서인지 더 안 깎이더라.

재원의 대사가 절제돼 있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라 연기하기 어려웠을 것 같더라.
그래서 이번에 정말 많이 배웠다. 재원은 너무 평범한 인물이고 대사도 정말 무난해서 오히려 갈피를 못 잡았던 순간도 있었다. 이 친구를 드러내기 위해,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웃음) 현장에서 이것저것 더해 보기도 했는데 감독님이 오히려 진정시켜 주셨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그 의도를 알겠더라. 영화의 톤과 정서에 녹아 들어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고,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한층 더 굳어졌다!

재원은 후반부에 큰 반전을 지닌 인물인데, 이를 어떻게 빌드업했는지.
정말 고민을 많이 한 지점이다. 그의 병에 대해 미리 힌트를 줄 수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교통사고로 인한 선행성 기억상실로 자고 일어나면 기억이 리셋되는 ‘서윤’(신시아)의 하루를 즐겁게 채워주는 역할에 집중하고자 했다. 달리기를 못 한다는 대사가 있기는 하지만, 크게 힌트처럼 느끼지 않기를 바랐다.

‘서윤’ 역의 신사아와의 호흡은 어땠나. 일명 ‘같그’(같은 그림체)로 케미가 좋다는 평이 많다.
최고였다. 둘이 나누는 대사가 많은 편은 아니여서 내가 즉석에서 이것저것 시도해 봤는데 (누나가) 다 받아줬다. 연결되거나 전환되는 장면에서는 서로 세심하게 의견을 주고받기도 했고. 현장분위기도 매우 좋았다. 재원, 서윤, ‘지민’(조유정), 태훈이 함께하는 씬이 많아서 우리 넷과 감독님까지 서로 잘 챙기는 분위기였다.

고등학생 ‘재원’을 연기하며 실제 학창 시절도 많이 떠올랐을 것 같다. 그 시기 추영우가 궁금하다. (웃음)
재원과 꽤 비슷했던 것 같다. 무난했고 그리 튀지도 않았다. 공부도 적당히 했고, 열심히는 했지만 막 엘리트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또 재원처럼 조용히 연애도 해 봤고! (웃음) 가끔 예고 다닌 친구들 혹은 화려하게 학창 시절을 보낸 친구들에게 당시 이야기를 들으면 부럽기도 했는데, 돌이켜 보면 그 평범함 덕분에 재원에 좀 더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무언가를 하려고 욕심내지 않았다. 사실 그 나이대 남자애들만의 미묘한 감정이 있지 않나. 그러니까, 부끄러운데 부끄럽지 않은 척하고 신나지만 그렇지 않아 하는 척 등 이런 면을 살려 보려 했었다. 장면으로 예를 들자면, 재원이 처음에 서윤에게 고백할 때 사실은 엄청 떨리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거든. 이때의 이야기 톤에 대해 많이 고민했었다. 어쩔 수 없이 배어 나오는 어설픔이 있으면 했고, 그래야 또래 아이 같고 진짜 같다고 느낄 것 같았다.

안판석 감독의 <연애 박사>를 비롯해 차기작이 줄줄이다. 쌓아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웃음) 작품 선택 기준은.
정말이지 너무 감사한 상황이다. 작품 선택 기준은 최대한 ‘다양하게’이다. 로맨스 장르라고 해도 그 안에는 저마다의 결이 있지 않나. 좋은 감독님과 함께한다는 것도 중요하다. <연애 박사>는 안판석 감독님의 작품이라 특히 좋았다.

이렇게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무얼까, 스스로 생각하는 배우로서의 장점은. 또 앞으로 지향점은.
음… 나라는 사람이 캐릭터를 묻히기 쉬운 성격인 것 같다. 변덕도 있고 애매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그래서 캐릭터화하기 수월한 면이 있다. 보통 레퍼런스를 여러 개 섞어 나만의 방식으로 캐릭터를 만드는 걸 좋아한다. 해외 배우나 애니메이션을 참고하기도 하는데, 이번 ‘재원’은 너무 평범한 인물이라 오히려 더 어려웠다. 그의 리액션 하나하나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다행히 친구들이 ‘예전의 어리숙한 네가 보여서 좋았다’고 말해줘서 한숨 놨다. 지금은 말했듯이 최대한 다양한 장르에서 여러 역할을 하고 싶다. 공포 영화도 해 보고 싶은 게, 촬영장이 어떤 분위기 일지 상상이 안 되거든. 반대로 심리·추리·범죄극은 아직은 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 (웃음) 동시에 지금 나이대에 할 수 있는 청춘이야기도 잘 담아내고 싶은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많이 본다고 하니, 궁금해서! 좋아하는 작품과 배우를 꼽는다면.
좋아하는 작품이 너무 많다. 연말이니 영화 <라스트 홀리데이>(2006), <언터처블: 1%의 우정>(2011)을 추천한다. 좋아하는 배우는 짐 캐리다. 정말 지구상에서 연기를 제일 잘 하는 것 같다. 멋있는 배우는 브래드 피트, 우리끼리 밸런스 게임하면 난 무조건 브래드 피트 편이다! (웃음)



사진제공. ㈜바이포엠스튜디오


2025년 12월 29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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