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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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영을 만나고 내일을 생각할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연기 경력 14년 차, 올해 성인이 된 이레다.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에서 유일한 가족인 엄마를 잃고도 씩씩하게 사는 긍정왕 ‘인영’을 연기한 후 어떤 변화가 있었다는 말이다. 인영의 ‘아님 말고’ 식 사고가 지금까지도 이어져, 자연스럽게 편해졌다고. 오랫동안 기다린 스무살을 맞아 주변의 조언에 따라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즐기고 싶다는 이레를 만났다. 공감과 재미를 주는 배우, 나아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레. 악인이 없어 피로도가 적고, 티키타카 재미와 한국무용을 이 영화의 ‘괜찮은’ 세 가지 요소로 꼽는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이하 <괜괜괜>)반응이 좋다. 개봉 소감 한 말씀! (웃음)
해외에서 먼저 관객과 소통했고 당시 팀끼리 좋은 기억이 많다. 영화 속의 말장난 같은 티키타카가 살아 있는데 이런 부분을 해외 관객이 공감할지 우려했는데 언어와 국가에 상관없이 호응하고 재미있어하셔서 신기했다. 한국 또한 어떤 반응이 있을지 기대되면서 무섭기도 하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도 컸는데, 다행히 재미있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이 많아 안도했다. 등장인물 중 악인이 없어 피로감이 덜하지 않을까 한다. 보신 분이 힐링되었다고 하시더라.
슬픈 이야기를 밝은 필터로, 웃음으로 승화했더라. 김혜영 감독이 굉장히 디테일하다고 들었는데 디렉션 방향은.
특별한 디렉팅보다 영화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인영’과 감독님이 닮지 않았을지 생각했었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감독님의 말투와 행동에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캔디 같은 캐릭터는 처음이 아닌가 한다.
첫 주연 데뷔작인 영화가 <소원>(2013)인데 생각해 보면 그때부터 강한(센)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괜괜괜>은 인영이 웃음으로 세상을 맞서는 느낌이었다. 촬영하면서 배운 부분도 많고, 진행할수록 인영을 더 이해하게 되었다.
인영과 닮은 모습이 있다면.
나 역시 웃음이 많고, 인영적 사고랄지 ‘아님 말고’ 하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괜괜괜>을 하고 나서 좀 더 밝아진 것 같다고 느꼈다. 아직은 코미디에 유연한 배우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감독님을 만나서 좋은 작품이 나왔으니 기회가 된다면 로맨틱 코미디나 밝은 역할을 또 해 보고 싶다. 밝은 역에는 자신 있다. (웃음)
한국무용을 선보이는데 연습을 많이 했겠더라. 준비는 어떻게 했는지, 혹시 지금도 계속하는 중인가.
촬영한지 4년이 지나서 그간 조금씩 해봤지만, 본격적으로 배우지는 못했다. 나중에 트레이닝을 받으면 좋을 것 같다. 당시 드라마 촬영과 겹쳤던 터라, <괜괜괜>에 집중하고 싶은데 드라마에도 최선을 다해야 해서 가능한 시간 내에서 춤을 연습했었다. 감독님이 틈틈이 연습하도록 배려를 많이 해 주셨고, 또 알다시피 인영이 춤을 잘 추는 친구가 아니라서. (웃음) 인영은 춤을 추면서 행복해하는 친구라 이를 컨셉으로 활짝 웃는 얼굴 위주로 촬영했다. 사실 잘 보면 빈틈이 많다.
인영의 웃는 얼굴이 인상적이긴 했다. (웃음)
한번도 카메라 앞에서 그렇게 환한 웃음을 보인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예쁜 정도로만 웃고 싶었는데 (웃음) 감독님이 이를 캐치하셨는지 ‘그러지 말고 환하게, 더 환하게 웃어’라고 하셔서 정말 광대가 아플 지경으로 웃었던 것 같다. 나중에 촬영한 것을 보니 감독님이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알겠더라.
4년 전에 촬영했다고 했는데, 당시의 모습을 지금 보니 무슨 기분이 들던가. (웃음)
당시는 스스로 나름 성숙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 현장에서 다들 나를 보고 왜 애기라고 불렀는지 알겠더라. 지금도 나를 이런 시선으로 보겠다 싶어 재미있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서 내 연기를 보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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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 감독은 인영이 작품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역할이라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필요했고, 그 나이대에 연기를 제일 잘하는 배우로 당신을 꼽았더라.
주변의 많은 분들이 너무 많이 도와주셔서 지금의 인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칭찬에 감사할 뿐이다. 처음 캐스팅 제안받고 너무 좋은 글(이야기)을 나만의 호흡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데 많이 신났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영화제에 가고, 개봉할 즈음이 되니 마냥 신나 할 일이 아니라 책임감 역시 따른다는 걸 알았다. 또 나만의 호흡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받아야 하는구나 싶었다.
츤데레 선생 ‘설아’ 역의 진서연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영화 홍보를 다니면서 느낀 점이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선배구나 싶었다. 선배님은 따뜻하고 평소에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신다. 형식적인 틀에 박힌 생각에 익숙해져 있을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해주고, 또 책에 대해서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 주신다. 배우로서 배울 부분이 많고 항상 만남이 기대된다. 이번에 선배님이 출간하는 책도 사인해서 주신다고 했다! 열심히 홍보하려고 한다. (웃음)
인영을 위로 하는 두 남자, 괴짜 약사(손석구)와 남사친(이정하)이 4년전 촬영 당시와 달리 모두 대세 배우가 됐다.
운이 너무 좋았다는 생각이다. 촬영할 때도 느꼈지만, 사람 자체가 너무 좋으신 분들이다. 이렇게 두 분이 잘되시니, 개봉하는 입장에서 더더욱 좋다. 손석구 선배와의 씬은 사실 하루만에 촬영했다.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어색해하고 있는데 석구 배우님이 리드를 엄청 잘 해 주셨다. 첫 만남부터 말이 잘 통한다는 느낌이었고, 그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서 티키타카가 잘 살은 것 같다. 정하 오빠 역시 내가 어려워할 것을 예상했는지 밝고 가볍게 다가와 주었다.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호흡이 트였던 것 같다.
올해 성인이 되었다. (이레 배우는 2006년생으로 중앙대학교 조기 입학) 그 소감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웃음)
내 생각에 성인이 되기까지 긴 시간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해서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넘어야 할 허들이 있다고 생각했고, 이는 대중이 나를 어떻게 봐주시느냐에 달린 것 같다. 나이보다 대학교를 일찍 들어가서 언니 오빠들과 함께 공부했는데 처음에는 간신히 턱걸이하는 느낌으로 긴장을 많이 했었다. 나이도 어리고 특별전형으로 들어와서 나를 불편해하는 친구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싶었고, 같이 배우고 싶다는 의지가 보이도록 노력했었다. 다행히 우리 기수 언니 오빠들이 이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너무 예뻐해준다.
지금은 시간 가는 게 아쉬울 정도다. 예전에는 나만 미성년이라 언니 오빠들이 나를 배려해서 술집이 아닌 고깃집 혹은 치킨집에 가서 제로콜라로 건배하곤 했는데 이젠 술집에도 들어갈 수 있어 너무 좋다. 오랫동안 스무살을 기다려 왔는데 주변에서 스무살을 찍자마자 시간이 빨리 지나가니 즐기라고 해서,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즐기려 한다. 그래서 올해는 휴학도 고민 중이다. 작품을 많이 해보고 싶고 여러 사람과 만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학교에서 많은 경험을 했고 내가 연기를 좋아한다는 걸 느끼기도 해서, 서둘러서 끝내기보다 여유롭게 가고 싶은 생각이다.
연기 경력 14년 차다. 그간의 시간을 돌아본다면.
이제는 연기를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으로 뿌리를 내리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말부터 이번 해 초에 특히 이런 생각을 했다. 후회하지 않는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고 올곧은 방향으로 더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다. 주변분들께 사랑받고 싶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 방법을 잘 모르겠다고 하니, 선택이란 게 번복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씀들 해주셔서 너무 딱딱하게 말고 유연하게 생각하려 하고 있다.
어린이 배우로서 스트레스나 사춘기 등 연기에 대한 회의를 느꼈을 법도 한데 어떤가.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 좋은 어른이 너무 많았다. 지금이 오히려 조금 아쉬울 정도로 당시 너무 많은 사랑과 귀염을 받았다. 그런데 호칭은 가끔 난처할 때가 있다. 어른이면 선배라는 호칭이 편한데, 실제로는 선배가 아닐 때 어떻게 불러야 할지 혹은 나에게 선배라고 하면 조금 난처하긴 했다. 사춘기는 사실 겪을 겨를이 없이 너무 빨리 시간이 흘러서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난 것 같다. 가끔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이런 감정이 문득 올라와 울컥할 때는 가족들에게 많이 기대었다. 또 ‘내가 왜 연기를 좋아하지, 왜 해야 하지’ 하는 고민은 지금도 하는 생각인데 답은 연기할 때 행복해서다. 왜 행복한지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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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배우에서 성인 배우로 넘어가는 일종의 관문이 있는데, 변화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변화라는 것이 내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내가 성인이 되었다고 해도 나를 보는 분들은 여전히 어렸을 때 모습을 떠올릴 수 있을 거다. 그래서 조급하게 딱히 어떤 선택을 한다기보다 자연스럽게 넘어가려고 한다. 어떤 역이 주어지든 그 역할에 충실하자는 생각이다.
배우로서의 목표나 방향성은.
내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무언가 다른 세상에 들어온 듯 해서다. 자기도 모르게 다른 인물에 이입하고 공감과 위로를 받는 허심탄회한 순간이 있지 않나. 이렇듯 안식처 찾듯이 쉼터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한마디로 공감과 재미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런데 요즘은 배우로서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너무 딱딱하지 않은 선에서 기준을 만들고 이를 지키려 하고 있다.
주변에 좋은 어른을 꼽는다면. (웃음)
회사(눈컴퍼니) 성현수 대표님이다. 배우로서의 비전을 말해주시고, 항상 내 말에 귀를 기울여 주신다. 고민 있으면 연락하고 하는, 무슨 일이든 터놓을 수 있는 어른이다. 배우 선배로는 진서연 선배가 떠오른다. 선배님과 함께 있으면 진짜 인영이 된 기분이 든다. ‘도전해 보는 거야, 아님 말고. 넌 그래도 돼’ 이런 말씀을 시원시원한 화법으로 해 주신다.
작품 외적으로 버킷 리스트가 있다면.
여행을 가고 싶다. 1월에 제일 친한 친구와 함께 일본으로 짧게 다녀왔는데, 부모님 없이 타지에 둘만 있는 첫 경험이었다. 너무 새로운 거다. 막 내가 애니메이션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 기억이 너무 좋아서 사람들이 왜 여행을 많이 가라고 하는지 실감했다. 여러 나라를 가고 싶기도 하고, 한 나라에 장기로 머물고 싶은 마음도 있다.
요즘에는 해외 진출하는 배우들이 많아졌다. 혹시 계획은 없는지.
구체적인 제안 같은 건 나보다는 회사가 잘 알 것 같다. (웃음) 여행하면서 한국뿐만이 아니라 훨씬 넓은 세상이 있구나 싶었고 그래서 꿈이 더 커진 것도 있다. 다른 나라에서 작품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작품만이 아니라 인터뷰 등 프로모션할 때도 언어의 장벽을 크게 느끼지 않도록 영어도 열심히 노력 중이다.
<괜괜괜>이 ‘괜찮은’ 세가지 이유를 꼽는다면.
일단 우리 영화는 악인이 없어 보는 사람의 피로도가 적을 것이고,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기 때문에 관객 개개인의 사정에 따라서 공감과 위로를 전할 인물이 있을 거다. 또 물 흐르듯이 툭 치면 탁하고 나오는 티키타카, 마지막으로 한국무용을 다루는 콘텐츠가 많지 않아서 새로운 장면(광경)을 볼 수 있을 거다. 군무를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웃음)
사진제공. 눈컴퍼니
2025년 3월 10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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