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오징어 게임2>가 공개 이틀 만에 93개국 글로벌 넷플릭스 시리즈 TOP 10 1위에 오르는 등 전 세계 차트를 올킬했다. 더불어 공개 3주 만에 <오징어 게임>, <웬즈데이>에 이어 넷플릭스에서 역대 3번째로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이 되었다. <오징어 게임>이 완성되기까지 숨은 주역인 김지용 촬영감독, 정재일 음악감독, 채경선 미술감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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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용 촬영감독
늦었지만, <오징어 게임2> 공개 소감은.
김지용 시즌1은 참여하지 않았고 팬의 입장으로 지켜봤었다. 팬으로서 촬영할 수 있어 좋았다. 기쁘다.
정재일 음악은 후반 작업이라 사실 스튜디오에 쳐 박혀 있었다. 시즌2가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너무 훌륭하게 나와서 감동하면서 작업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 중이다. 감독님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하고 있다.(웃음)
채경선 시즌1부터 함께 했고, 시즌2는 생각지도 않다가 참여하게 됐다. 시즌1이 너무 사랑받아서 부담스러운 한편 잘 맞춰 가보자는 마음이 있었다.
황동혁 감독과 피드백은 어떻게 주고받는지. 다시 말해 현장에서 감독은 어떤 분인가.
김지용 영화 <도가니>(2011)때부터 같이 작업해서 서로 잘 아는 사이다. 그래서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로, ‘좋다, 아니다’ 하고 바로 의견을 나눈다.
정재일 굉장히 열려 계시고 디렉션을 주지는 않지만, 피드백은 매우 정확하게 주신다. 감독님께 음악을 들려드릴 때는 항상 숙제 검사 받는 기분이었다. (웃음) 따뜻하고 냉철한 분이다.
채경선 황 감독님은 스탭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편이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확장되도록 열어 두시는 분이라, 창작하는 입장에서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다. 다만 심사숙고해서 한 번 정하면 이를 고수하시는 편이다.
시즌1이 너무 크게 성공해서 시즌2에 부담감은 없었나.
김지용 촬영 일정으로 시즌1과 시즌3은 함께하지 못했다. 시즌1의 팬으로서 ‘시즌2를 내놓으라’ 하는 입장이었다가 참여하게 되었다. (웃음)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고 객관적으로 임할 수 있는 포지션이었던 것 같다.
정재일 음악하는 사람은 스튜디오 안에서 감독님과 단둘이 작업하는데, 부담감보다는 시즌1을 작업할 때 ‘시즌2를 안 하신다고 들었는데 하시네?’ 이런 생각이었다. 스크립트를 보니, 다시 게임장에 들어가서 살육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피를 많이 봐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시즌2는 따뜻하면서도 시니컬한 느낌으로, 시즌1보다 진화된 화면이라고 생각했다.
채경선 솔직히 어깨에 짐이 올라온 느낌이었다. 초반에 시나리오를 읽고 이 부담감을 어떻게 극복할지, 시즌1보다 잘하고 싶은데 쉽지 않았다. 시즌1에서 모든 걸 다 쏟아부었는데 시즌2는 또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었다. 부담감을 덜어내는 데 초반 에너지를 쏟았고, 마인드 컨트롤해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았었다. 하던 방식대로 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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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경선 미술감독
시즌1과 시즌2의 차이점은.
김지용 시즌1은 참여하지 않았지만, 시나리오상에 쓰여 있었다. 성기훈이 이미 아는 공간으로 돌아갔는데 어떻게 바라볼지, 숙소에서 깨어날 때 어떤 풍경일지. 보면 시즌1과 시즌2에 차이가 있다. 세세한 부분에 변주를 주었고, 시청자도 조금은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듯하다.
정재일 시즌1이 맨땅에 헤딩하는 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시즌1의 아카이빙을 비롯해 좀 더 많은 재료가 있었다. 시즌2는 유난히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 많았다. 이병헌 배우가 게임에 참가하고, 이정재 배우가 시즌1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 된 것, 또 이 둘이 협력하고 대립하는 등. 시즌1에서 느끼지 못했던 모든 사람이 한 사람이 되어 서로를 응원하는 지점이나 OX 투표 등 이런 부분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시즌 1보다 푹 빠져서 작업했고, 시즌3은 더 강력할 거다.
채경선 이미 나왔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장과 숙소 등에서 시즌1 때 부족했던 부분을 좀 더 동선이 수월하고 안전하게 시공했다. 한마디로 시즌 1을 업그레이드시켰다고 보면 되겠다. 디자인적으로는 새로운 게임이 나오면 그 컨셉트에 맞추었고, 초반에는 초록색의 체육복을 하늘색으로 바꿀지, 가면을 그대로 갈지, 숙소의 이불을 바꿀지 등 엉뚱한 도전을 생각하기도 했었다. (웃음) 숙소에 있어서는 OX 투표 현황판이 가장 큰 변화라, 이를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할지 고민했다. 색감 조명 톤 등을 고려해서 감독님과 촬영감독님이 야광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건 안 된다고 했다.
시즌1을 이어받되 시즌2만의 새로움도 더해야 했을 텐데 신경 쓴 부분은.
김지용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영희의 경우 처음에는 인형같이 보이다가 점점 더 살인 기계처럼 보이도록 괴상하게 찍고자 했다. 시즌1보다 좀더 체험적으로 느끼도록 카메라가 인물과 가까이 갔다. 중간 중간 참가자의 관점에서 찍었고 한편으로는 좀 더 멀리 떨어져 전지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처럼 시점에 차이를 두었다. ‘둥글게 둥글게’ 게임에서는 위에서 부감으로 살육의 현장을 잡도록 했다.
정재일 시즌1 때도 그렇지만, 음악은 테마가 있으면 이를 반복하면 되는데 <오징어 게임>은 각 챕터마다 전혀 다른 게임이 나와서 테마를 변주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혼자서는 도발적인 생각을 많이 했지만, 일단 감독님이 좋아하셔야 통과되니. (웃음) 감독님이 유일하게 구체적으로 주신 디렉팅이 있는데 시즌1을 상징하는 몇 가지 테마 중 ‘웨이 백 덴’(Way back Then)이라는 곡이 있는데 그 질감대로 한 번은 시즌2에서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이를 똑같이 녹음해서 변주해 ‘웨이 포워드(Way Forward)’라고 곡명을 지었다. 또 5인 6각 게임은 엄청난 비극 속에서 따뜻함을 느낀 챕터로, 이때 음악을 굉장해 몰입해서 만들었는데 감독님 역시 좋아해 주셨다. 클래식부터 시작해서 모든 삽입곡은 스크립트에 감독님이 모두 지정해 주신다. 예를 들면 ‘Fly to the Moon’, ‘그대에게’ 등도 다 그렇다. 내 역할은 지정해 준 곡을 편곡하고 시즌1과 시즌2가 다르도록 변주하는 것이었다.
채경선 미로 복도의 경우 색감의 배치에 변화를 줄지 고민하다가 하나의 정체성처럼 그대로 가져갔다. 다만 시즌1이 수직 느낌의 공간이었다면 시즌2는 와이드하게 가서, 좀 더 넓어진 미로 복도로 만들었다. 시즌1을 발판 삼아 좀 더 정밀하게 작업했다. 가령 메트리스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고생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소품팀과 협력하여 가볍게 만드는 식이었다. ‘영희’ 인형 같은 경우는 시즌1때 나온 것 그대로인데, 조금 달라졌다는 말씀도 하시더라. 또 시즌1때 영희를 디자인하면서 ‘철수’도 같이 디자인했는데, 이걸 실제로 만들게 될 줄은 몰랐다. (웃음)
이번에 제작비가 1,000억 원가량으로 알려졌는데, 어떻게 예산면에서 좀 풍족했는지. (웃음)
김지용 예산은 언제나 그렇다. 예산이 제일 크다는 시리즈나 아주 작은 영화나 어떤 포션은 항상 모자라다. 상대적인 풍요로움이 있는 것이지 언제나 아쉬움은 있는 것 같다.
정재일 오케스트라 부분을 제외하고는 내가 다 작곡하고 연주하기 때문에 음악에 있어 예산은 크게 변화가 없었다. 시즌1부터 오케스트라의 사용이 거의 없어서 다른 작품과 크게 다른 차이가 없었다. <오징어 게임>은 오히려 팬데믹을 겪으면서 오케스트라를 줌으로 녹음하는 바람에 비용이 더 줄어든 것 같다. 예전에는 비행기 타고 현지에 가서 녹음 작업해야 했거든.
채경선 시즌1 때도 이렇게까지 세트를 만들고 큰 세트장을 오래 대여할 수 있어서 즐거운 작업이었다. 많은 미술감독이 부러워했을 거다. (웃음) 이런 예산과 규모는 처음이라 원 없이 디자인했다. 언제 또 이렇게 작업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하고 싶은 디자인과 미술을 다 시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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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일 음악감독
새로운 게임 중 ‘둥글게 둥글게’의 회전목마 무대와 이때 사용된 음악이 해외에서도 화제다.
정재일 <오징어 게임2>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곡이라고 들었다. 황 감독님께서 오래전부터 결정하신 노래였고, 나는 콘트라스트를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부분이다. 의도치 않게 각종 배신이 일어나는 긴박한 상황과 대비되는, 해맑은 음악을 위해 그간 쓰지 않았던 매우 일렉트로닉한 사운드를 사용했다.
채경선 ‘둥글게 둥글게’ 세트장의 경우, 3개의 디자인 컨셉이 있었다. 회전목마, 3호선 지하철, 주공 아파트였는데 그중에서 회전목마가 선택되었다. ‘인호’(이병헌)가 어떤 마음으로 이 게임을 설계했을지 생각해 봤는데 가족과 같이 가보고 싶은 곳이 놀이동산이고, 그 안에 상징 같은 기구가 회전목마라 떠올린 컨셉이었다.
1화 딱지맨과 성기훈이 러시안룰렛을 하는 장면의 붉은 조명이 인상적이다. 이 장면의 컨셉트는.
김지용 붉은 조명의 근원은 OX라 하겠다. 시즌1과 시즌2를 보면 선택의 순간 테마가 빨강과 파랑이라, ‘오징어 게임’의 안과 밖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걸 조명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과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 세계적인 거장과 작업했다. 두 분의 작업 방식에 차이가 있다면. 또 해외에서 러브콜을 많이 받는다고.
정재일 두 분의 작업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봉 감독님은 음악에 마스터 플랜을 가지고 계시고, 심지어 곡 제목까지 정해 줄 정도다. 황 감독님은 한편으로는 즉흥적인 면이 있어서, ‘그냥 알아서 해주세요’ 하신다. 공통점은 두 분 모두 매우 정확하고 날카롭다는 사실이다. 내가 조금이라도 겸연쩍은 어떤 부분을 들려주면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이건 이래야 할 것 같아요’ 피드백을 주시는데 수긍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만든 버전이 마음에 들 때가 많거든.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대가의 숨결인가 싶더라. 감사하게도 두 분 덕분에 작품 기회도 많이 얻고 해외에서 공연도 하고 스크립트도 많이 받고 있다. 런던의 한 회사와 계약하게 되어 솔로 음반도 발매하게 됐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5년 2월 17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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