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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 오빠와 이렇게 친해질 줄 몰랐다” tvN <엄마친구아들>정소민 배우
2024년 10월 15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내향인이다 보니 내향인으로서 넘지 않아야 할 선을 너무 잘 알고 있거든요.” <엄마친구아들>(이하 <엄친아>)에서 ‘배석류’ 역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정소민의 말이다. 30년 소꿉친구인 ‘최승효’(정해인)와 찐친 바이브를 보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제로 이렇게까지 친해질 줄 몰랐다는 것. 친해진 비결은 서로 내향인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 안에서 장난을 치는 등 최대한 공격적으로 대한 덕분이라고 한다. ‘석류’를 통해 평소 생각하던 삶의 방향에 더 힘이 실렸다는 정소민을 만났다. 석류는 좋아하는 것들로 삶을 채워 나가고 싶은 자신의 생각과 맞물려 있는 캐릭터라고. 그만큼 반가웠고 또 순탄하지 않은 그 과정을 보며 안스러웠으며,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응원하고 싶었다고 한다.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종영했다. <엄친아>를 떠나보낸 소감은.
촬영도 방송도 모두 끝났지만, ‘석류’는 앞으로도 계속 응원하고 싶은 캐릭터라 만나서 너무 행복했다. 촬영하면서 체력적으로 지칠 법한 데도 모두가 끝까지 웃으면서 마무리했고, 이러한 현장을 만나는 것 자체로 매우 행복한 일이라는 걸 잘 알기에 많이 그리울 것 같다.

석류는 어떤 캐릭터로 남을 것 같나.
음… 내게 아픈 손가락 같은 캐릭터? 그가 겪고 있는 아픔과 인생의 큰 갈림길에 선 그의 상황에 공감이 많이 됐다. 옆에 있다면 위로를 건너고 싶은 친구였고, 한 발 떨어져서는 응원하고 싶은 친구였다.

영화 <30일> 인터뷰 당시, 자기검열이 강한 편이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어느 부분에서 그랬을까.
많이 생각한 부분이다. 석류는 아프고 난 후, 어느 순간 망가지고 있는 자신을 느끼고 뿌리라 할 수 있는 ‘혜릉동’과 그 사람들 곁으로 돌아간다. 스스로 치유하고자 마음먹은 거지. 그렇지만, 이런 생각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도 또 생각이라는 게 한순간에 바뀌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마음먹기까지에서 오는 약간의 버퍼링 같은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었다. 내가 만약 석류라면 어떨까. 가장 중요한 사실을 숨기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마음으로 가족과 친구를 대할까. 이 부분은 배우 스스로 채워나가야 하는 부분이라, 깊이 생각했던 것 같다. 마냥 예전 같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확 바뀔 수도 없는 그 사이에서의 미묘한 균열을 고민했었다.

석류가 과거 위암이었다는 사실에 놀란 시청자가 많았다. 원래부터 알고 들어간 설정인지.
4화까지 대본을 보고 촬영에 들어갔고, 관련 이야기는 미리 들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작가님께 ‘석류가 아팠을 때 그 마음이나 상황에 대해 미리 써놓은 글이 있다면 공유받을 수 있을지’ 부탁드렸고, 공유받았었다. 석류가 아팠을 때의 서사를 촘촘히 들어가야, 그 사실이 드러나기 전의 연기도 잘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상황에 공감이 갔던 것은 우리 주변에도 예고 없이 건강 이상 문제가 찾아오는 경우를 많이 봐서였다. 그때, ‘석류가 스스로 부러지겠다’고 느낀 시점이 언제일지 생각해 봤었다. 수술대에 누운 순간일지, 혹은 건강을 회복하고 회사에 복귀한 후일지, 작가님께 물어보니 ‘배석류잖아’ 하시더라. (웃음) 석류는 사실 두려운 마음이었는데 억지로 괜찮은 척 끌고 왔던 거라는 피드백을 받았고, 그렇게 그의 과거를 채워 나갔었다.

혹시 석류처럼 인생의 극적인 변화나 가치관이 변화한 순간이 있었을까.
석류는 자기가 쭉 가던 길이 어느 순간 스스로를 망치고 있다는 걸 깨닫는데, 사건으로 치면 직장에서 벌어진 해프닝이 계기가 된다. 이를 통해 나 역시 돌아보게 되었는데 그러니까, 내 삶에 있어 어느 편이 옳은 방향성인지, 또 어떤 극적인 계기가 있었나 하고 생각해 봤었다. 그런데 이게 드라마틱하기보다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한 것 같더라. 특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러면서 내 삶의 방향성과 가치관을 더 자주 들여 보게 된 것 같다. 굳이 어떤 사건 하나를 꼽는다면 조카의 탄생이 아닌가 한다.

이어지는 질문으로, 내 인생의 명장면 하면 떠오르는 혹은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있을까.
음… 명장면은 아니고 언젠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만약 내가 죽는다고 가정할 때, 그 순간 떠오르는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무엇일까 하고 말이다. 그때 생각난 장면이, 아주 어릴 때의 희미한 기억이었다. 한여름에, 저희 네 가족이 거실에 이불을 펴놓고 쪼르르 누워서 이야기하다 잠든 적이 있었는데 바로 이 장면이 떠오르더라. 사실 평소에는 전혀 생각지도 않던 기억인데 그 순간 떠오르는 것을 보면서, 삶이라는 게 그렇게 거창하거나 드라마틱하지 않구나, 생각보다 소소하고 일상적이구나 하고 느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내가 편하고 행복할 수 있는 즐거운 순간으로 내 삶을 채워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석류는 ‘요리’라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하는데, 평소 요리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원래 거리가 멀었는데 이번에 촬영하면서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 (웃음) 셰프 선생님을 너무 잘 만나서 재미있게 배운 덕분이다. 만약, 레시피 대로만 따라 하는 레슨이었다면 내 성향상 크게 재미를 붙이지 못했을 거다. 영어도 마찬가지였다. 촬영이 비는 날 영어와 요리 수업을 다녔는데 둘 다 너무 좋은 스승님을 만난 덕분에 진짜로 흥미가 생겼다. (웃음) 드라마에 나왔던 요리는 한 두 번씩 셰프님과 만든 경험이 있어,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석류처럼, 정소민이 연기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한다면, 무슨 일을 했을 것 같은지.
연기는 너무 오랜 시간 해와서 내 몸의 일부 같아, 잘 상상이 안 된다. 한편으로는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다고 해도 그 또한 연기에서 비롯한 극대화된 내 생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책방 사장님을 하고 싶은데, 만약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까지 책을 좋아했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책을 주로 한 아기자기한 공간을 갖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꾸며진 공간, 상상만 해도 좋다. (웃음)

30년 소꿉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승효’ 정해인 배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찐친 바이브, 얼굴합이 예술 등등 석류-승효의 케미에 대해 칭찬일색이다.
어렸을 때부터 찐친 관계라 친하게 보이기 위해 초반부터 많이 노력했었다. 그럼에도 둘 다 너무 낯을 가리는 성향이다 보니, 처음에는 어색함이 없지 않았다. 정말 이렇게까지 친해질 줄 상상도 못했다. 둘 다 내향인이다 보니, 내향인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너무 잘 알기에 그 선 안에서 장난도 많이 치는 등 최대한 공격적으로 대했었다. 그 선을 넘어가면 무례가 되기 때문에 적정선 안에서 친해지려 했었다. 오빠가 열린 마음으로 다가와 준 덕분에 가능했지 싶고, 그래서 오빠에게 감사하다. 진입장벽이 높은 성격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웃음) 같이 여러 의견을 나누었고, 또 내 의견을 많이 수용해주었다.

석류에게 승효는 어떤 존재일까. 암선고를 받고 처음 연락한 상대가 아닌가. 또 만약 그때 연락이 닿았다면 승효는 뭐라고 했을 것 같은지.
사실 가족과도 못 나누는 속이야기나 감정이 있지 않나.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힘든 수치스러운 부분도 있고 한데, 이런 걸 가감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상대가 승효라고 생각했다. 아마 승효에게 석류도 마찬가지일 거다. 어떤 부분에서는 가족보다도 더 가까운 존재, 한마디로 너무 귀한 존재다. 그때 석류와 승효가 통화했다면, 승효는 ‘다 때려치우고 들어와’ 이랬을 것 같다. 연락이 어긋나면서, 석류가 밑바다까지 내려가서, 더 이상 숨쉬기 힘들어질 때까지 참다가 집으로 돌아온 것 아닌가. 만약 승효가 알았다면, 석류를 그런 상황에서 끌어내 주었을 것 같다. 둘은 그런 관계니까.

석류의 감정선이 승효에 비해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시선도 있는데, 석류는 승효를 언제부터 남자로 인식했을까.
석류의 내레이션으로 나온다. ‘어쩌면 내가 먼저였을지도 모른다’라고. 아마도 시작은 아주 어릴 때, 수영장에서 귀를 대주는 장면이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당시는 그 감정을 몰랐을 거다. 크고 나서도 비슷한 감정이 있었겠지만, 마음 한편에 꼭꼭 숨겨둔 상태로 친구로 지냈다고 생각한다.

정소민에게 승효 같은 존재가 있을까. 그러니까 고민을 나눌 존재 말이다. 또 정소민에게 있어 혜릉동 같은 공간이 있다면.
한 사람에 집중되어 있는 건 아니고 고민의 종류에 따라 털어놓는 대상이 분산되어 있는 것 같다. (웃음) 가족과 나누는 유대감이 있고, 친구와 나누는 또 다른 유대감이 있고. 지금은 무지개다리를 건넜지만, 반려견과 나눴던 감정의 교류 역시 컸었다. 공간도 마찬가지로 분산되어 있는 것 같다. 집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이 주는 위안이 물론 있지만 말이다. 주택으로 이사 가고 나서 이런 집의 역할을 더욱 크게 느끼게 된 것 같다. 이사한 지 한 10년 됐는데 집에서 있을 때는 정말 쉬는 느낌이 든다. 작은 화단과 텃밭이지만, 그 사이에서 커피 한잔하는 여유가 있고, 또 가족에게서 얻는 편안함, 조카에게서 얻는 기쁨 등 여러 종류의 즐거움이 있다.

현실에서 정소민은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석류와 승효는 너무 유니크하지 않나. 거진 30년 동안 가깝게 지낸 건데, 주변에서 이런 관계를 본적이 없어서…(웃음) 내게 대입해 보긴 어려운 것 같다. 또 친구라는 정의도 사람에 따라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다. 어디까지 친구인지 그 선이 매우 다양하더라. 누군가에게는 친구라는 호칭이 엄청나게 진입 장벽이 높은 개념일 수 있는데, 내 개인적으론 친구의 범위가 넓은 편이다. 나는 다 친구라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은 나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말이다. 가령 (윤)지온, (김)지은, 해인 오빠 모두 내겐 친구인데 그들은 어떨지! (웃음) 그들의 감정은 자유니까 강요하고 싶진 않다, 또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해도 서운하지 않다! (웃음)

로맨스가 후반부에 몰려 있어서 아쉽다는 시선도 있었다. 또 엔딩에서 결혼 약속만 하고 보여주지는 않는 데 만족하는지.
작품을 어떻게 보는가는 시청자(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층이 시청하는 만큼 여러 의견이 당연히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겠다’ 하고 생각한다. 대체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의견을 많이 내고 최선을 다하지만,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을 내 영역으로 끌고 오지는 않는 편이다. 대본 안에서 최대한 석류와 승효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이루어 나가야겠다, 로맨스가 나올 때까지 잘 채워 가보자고 의기투합했었다.

가벼운 이야기인데 석류-승효의 첫날 밤 꽃무늬 침구가 화제가 됐다. 너무 로맨틱하지 않다고! (웃음) 재미있는 촬영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은데 좀 풀어놔 달라.
첫날 밤 그 방과 침구는, (웃음) 승효가 석류를 위해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기억나도록 꾸민 컨셉트였다. 두 사람에게 처음 맞은 큰 관계의 전환이라 서로 어색하게 누워있는 건데, 꽃무늬 침구를 보고 시청자가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말했듯이 어떻게 보는지는 오롯이 시청자의 몫이니까. (웃음)

해인 오빠와의 촬영은 뒤로 갈수록 너무 좋았다. 특히 서로의 의견에 대해 티키타카가 잘 되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오빠의 반응이 너무 좋고 열린 마음으로 다 수용해 주었다. 오빠도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주어서, 같이 만들어 간다는 데 성취감이 컸고 의지도 많이 했었다. 또, 이번에 선배님들과 같이하면서 (선배님들이) 귀엽고, 따뜻하고 뭉클한 기억이 많다. 특히 극 중 석류 아빠인 조한철 선배가 은퇴하면서 기자와 인터뷰하는 씬에서는 그 순간 선배님이 마치 진짜 아빠처럼 느껴졌었다.

드라마 <장난스러운 키스>(2010)부터 지난해 흥행에 성공한 영화 <30일>까지 코믹에 일가견이 있다고 늘 생각했었다. 이번 <엄친아> 역시 로코, 그러니까 코믹 요소가 있는데 어떻게 살리려고 했는지.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고맙다. (웃음) 사실 장르라는 틀 안에 갇히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말했듯이, 관객(시청자)이 어떻게 보고 느끼는지, 그것이 정답인 것 같다. <엄친아>를 로코라고 보는 분도 또 그렇지 않은 분도 계실 것이기에, 어떤 정의를 내리고 거기에 맞혀 연기하기보다 주어진 이야기와 캐릭터에 충실하려 한다. 같은 작품이라도 어떤 캐릭터에 이입해 보느냐에 따라 감상이 너무 달라지기 마련이고 나역시 그렇다. 예전에 영화 <스파이더맨>을 보고 운 적 있는데, 스파이더맨과 삼촌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보니 아주 슬프게 다가왔던 것 같다.

평소 작품 선택 기준은 무엇인가.
시기마다 조금씩 변하는데 지금은 대본 즉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인다. 내가 빠져드는 이야기인지 이 점이 중요하다. 글을 읽으면서 빨리 촬영장에 가서 다 같이 만들어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지가 제일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이번 <엄친아>는 석류의 서사에 공감가는 부분이 특히 많았다. 장녀로서 책임감도 그렇고 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또래의 젊은 세대가 느끼는 아픔, 힘듦, 번아웃 같은 부분도 그랬다. 더불어 부모님 세대 이야기도 동시에 그려지니까, 부모님 입장에서도 공감도가 크고 무엇보다 두 세대를 동시에 다루는 점이 좋았다.

석류가 성장했듯이 그를 통해 당신도 성장했을 것 같다. <엄친아>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정말 그렇다. 삶의 어떤 이상적인 방향을 정한다 해도 관성이 있기 때문에 바로 그 길로 진입하지는 못하지 않나. 가까워지기까지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방향을 정해 놓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언젠가는 어느새 그 길로 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석류를 보며 이런 생각이 좀 더 강해졌다. <엄친아>는 진짜 그리운 현장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일상에서 또 다른 작품 하다 가도 그 현장이 그립다는 생각이 들 것 같을 정도로 행복했었다. 다들 너무 보고 싶을 것 같다. 특히 감독님과 촬영 감독님의 만담꾼 같은 케미가 그리울 것 같다.


사진제공. 이음해시태그

2024년 10월 15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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