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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아홉에도 로맨스 하고 싶어” 디즈니+ <화인가 스캔들> 김하늘 배우
2024년 8월 25일 일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대한민국 상위 1% 화인가를 둘러싼 상속 전쟁과 그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는 나우재단 이사장 ‘완수’(김하늘). 그녀는 경호원 ‘도윤’(정지훈)의 도움으로 화인가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데. 출생의 비밀과 재벌가의 암투, 불륜 등 자극적인 소재로 제대로 시청자들에게 ‘매운 맛’을 보여줬던 디즈니+ <화인가 스캔들>이 얼마 전 막을 내렸다. 1998년 <바이 준>으로 데뷔 해 30년 가까이 로맨스 여왕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완수’ 역의 김하늘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 <화인가 스캔들>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오랜만에 옛날 감성이 묻어나는 드라마라 끌렸다. 나는 음악도 옛날 발라드를 좋아한다. 그런데 요즘엔 그런 감성 음악이 잘 안 나오지 않나. 드라마도 그렇다. 나는 20대 때부터 그 당시로서는 가장 트렌디했던 작품들을 해왔기 때문에 이런 아침드라마 같은 감성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다. (웃음) 특히나 내 나이 또래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한국을 시작으로 홍콩, 싱가포르, 대만에서 디즈니+ TV쇼 부문 1위를 기록했다고.
그 지점이 의외였다. 어린 시청자들이나 해외 시청자들까지도 이렇게 좋아해주실 줄은 몰랐다. 가장 신기했던 건 극중 ‘완수’와 시어머니의 고부 갈등에 깊이 있게 공감해주시더라. 덕분에 SNS 팔로워가 늘었고 해외 팬 분들로부터 편지도 받았다. 새삼 디즈니+의 저력을 알게 됐다. (웃음)

시즌2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OTT 작품이 이번이 처음이라 지금까지 한 번도 시즌제를 해본 적이 없다. 기회가 된다면 시즌제로 <화인가 스캔들>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팬들께서 농담 삼아 시즌2가 나온다면 거기선 ‘완수’와 ‘도윤’의 아이가 납치되는 거 아니냐고 그러시더라. (웃음)

옛날 감성의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었을 거 같은데. 대사에 대해 호불호가 꽤 나뉘더라. (웃음)
나, 지훈 씨, 감독님 모두 현장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조금 더 자연스럽거나 담백한 대사로 바꾸면 어떨까 했는데 원본을 능가할 만한 대사가 없더라. (웃음) 결국 배우들의 몫이 됐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게 '나랑 잘래?'라는 대사다. 너무 직설적이어서 연기하기 쉽지 않았다. 이 장면을 촬영 초반에 찍었는데, 지훈 씨와도 친하지 않았고 현장 분위기도 무척 진지해서 NG는 내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지훈 씨와 친해진 이후로는 촬영 중 웃음을 참지 못해 NG가 많이 났다. (웃음) 나나 지훈 씨나 한 번 터지면 잘 멈추지를 못한다. 지훈 씨가 ‘내 여자 할래요?’라는 대사를 할 땐 둘 다 너무 웃느라 한동안 촬영을 멈춰야 할 정도였다. 배우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대사들이었지만 내 주변 친구들은 다들 좋아하더라. (웃음)

정지훈 배우와는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 어떻던가.
나나 지훈 씨, 정겨운 배우까지 나이가 다 엇비슷해서 현장이 굉장히 화기애애했다. 특히 지훈 씨와 겨운 씨는 동갑이라 더 가깝게 지낸 거 같다. 지훈 씨가 먼저 내게 다가와줬고 육아나 맛집 얘기를 하면서 가까워졌다. 언젠가 지훈 씨가 대역 배우 없이 직접 액션을 소화하는 걸 옆에서 지켜봤다. 정말 '진짜 액션'을 하더라. 상대 배우가 이렇게 제대로 액션 연기를 하는 건 나도 연기하면서 처음 봤다. 이제 우리 둘 다 몸을 사려야 하는 나이라고 생각하는데 지훈 씨가 액션하는 걸 보니 놀랍더라. (웃음)

공교롭게도 이번 작품과 올해 상반기 방영된 <멱살 한번 잡힙시다>에서 연달아 불륜하는 남편을 둔 아내를 연기했다.
내 나이 또래가 주인공인 작품 중에선 남편의 불륜이 없는 게 없다. 그게 트렌드일까. (웃음) 생각해 보면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는 주인공이 불륜과 관련돼 있거나 남편이나 다른 관계에서 불륜이 꼭 껴있더라. (웃음) 그게 최근 대세인 거 같다.

로맨스 필모로는 국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로맨스 장르 외에 다른 장르나 새로운 캐릭터가 욕심날 것도 같은데.
언젠가 로맨스 코미디 장르에서 슬리퍼 신고 츄리닝 차림으로 골목을 쏘다니는 옆집 언니처럼 잘 망가지고 엉뚱한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다. (웃음) 내게 없던 새로운 면모를 감독님들이 꺼내주셨으면 좋겠다. 어찌됐든 로맨스란 장르를 너무 사랑하고 계속 하고 싶다. 스물아홉 때 <90일, 사랑할 시간>을 찍었다. 그리고 서른아홉에 <공항 가는 길>을 찍었다. 두 작품 모두 내게는 깊은 의미로 남아있다. 그래서 마흔아홉이 되어서도 로맨스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 (웃음)

어떤 점 때문에 로맨스를 선호할까.
나랑 감성이 너무 잘 맞다. (웃음) 내가 감정적으로 세밀하고 예민하다. 평소에 이런 부분을 있는 그대로 다 표현하면 나나 주변 사람이나 다 피곤하지 않겠나. 그런데 이런 성향이 멜로 연기할 때는 도움이 되는 거 같다. 인물과 상황에 몰입해서 내 그림대로 연기해나갈 때 희열감이 크다. ?

올해 벌써 두 편의 드라마를 공개했다. 연기만 해도 바쁠 텐데, 아이까지 있다. 워킹맘으로서의 삶은 어떤가.
하루는 24시간으로?정해져 있는데 할 일이 두 가지로 늘어나니까 힘들긴 하다. 그걸 쪼개는 게 쉽지 않더라.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되지 않나. 엄마이기 전에 배우였고, 그 일을 20년 넘게 했기 때문에 아직은 연기하는 게 훨씬 수월하다. 반면에 육아는 처음이라 너무 어렵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지만 간혹 내가 없어진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아이 키운 지 7년 됐는데 문득 ‘나 김하늘인데’하는 생각이 들더라. 현장으로 돌아오니 몸은 힘들어도 진짜 나를 만난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봉사 활동을 꾸준히 하는 걸로도 유명한데. 수년 전부터 미혼모와 입양 단체에 후원을 하고 있다고.
과거에는 후원하는 게 노출되는 게 부끄럽기도 했다. 그러다가 생각이 달라졌다. 어느 날 우연히 고아원에서 봉사하던 중 한 아이가 입양되는 모습을 보게 됐다. 현장에서 모두가 울었다. 그때 이런 좋은 일들이 더 알려져야 이 친구들이 입양이 되겠구나 싶었다.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얼마나 축복 같은 일일까. 전까지만 해도 선행을 알리는 것이 부끄러웠는데 그때 이후 적극적으로 홍보하게 됐다.


사진제공_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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