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바다소녀의 당찬 연기 <드라이브> 박주현 배우
2024년 6월 17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인간수업>으로 강렬하게 눈도장 찍은 배우 박주현이 패닉룸 무비 <드라이브> ‘한유나’로 관객을 찾는다. 납치된 차 트렁크 안에서 라이브 방송으로 6억 5천만 원을 벌어야 살아나갈 수 있는 극한의 위기 상황! 좁은 공간, 낙차 큰 감정 연기, 수중 자동차 탈출씬까지 물리적으로 또 정서적으로 힘든 역할을 근사하게 소화하며 극을 오롯하게 홀로 이끌어 존재감을 과시한 박주현을 만났다. 부산 출신에 평소 바다를 너무 좋아해 자칭 ‘바다소녀’라는 박주현. 새로운 도전이자 많은 걸 배운 작품이라고 <드라이브>를 소개한다.

트렁크에 갇혀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쉽지 않은 역할을 맡았는데 시나리오를 처음 본 느낌은.
조금 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설정 자체는 센 편이었지만, 재미있고 속도감 읽게 읽히더라. 감독님이 보통 분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뵈니 상상하던 것과 아주 달랐다. 좀 예민한 부분이 있겠다 싶었는데 실제는 순수한 눈의, 웃음과 열정이 가득한 분이었다. 한편으로는 장소가 트렁크로 한정되어 있어 자칫 지루하지 않을지 걱정됐었다.

납치범이 유나에게 하는 요구가 점점 강도가 세지고 폭력적이 돼 가는데, 그 수위에 이견은 없었나. 일종의 도전이었을 것 같다.
사실 그렇게 세게 느껴지지 않았고 한편으로는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준비하면서 아프리카 TV 나 다른 라이브 방송을 찾아보니, 재미있지만 거리낌 없고 꽤 거친 부분도 있더라. 사실 <드라이브>와 다른 각본을 비슷한 시기에 받았고 어느 걸 할지 고민했었다. <드라이브>는 혼자 이끌어가야 해서 잘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몰매 맞을 수 있지 않나. 한편으로는 냉정한 평가를 한 번은 받고 싶기도 했다. 다른 작품은 선배님 여러 분과 같이하는 거라 짐을 나눠질 수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적었다. 그런데 당시 함께 촬영하던 선배(<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이선균)가 <드라이브>가 배울 부분이 많겠고, 잘할 수 있을 거라며 추천해 주셨다. 일단 결정하고 나서는 걱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자신감 없이 임하면 연기에서 바로 읽히기 때문에 스스로 잘할 수 있다고 세뇌했었다. (웃음)

한 시간 동안 라이브 방송해서 6억 5천만 원을 버는 건 좀 무리 아닌가. (웃음)
사실 유튜브로 얼마만큼 수익이 발생하는지 잘 모르지만, 납치 라이브 상황을 보고 전 국민이 돕는다면 불가능할 것 같지 않더라.

고자극을 추구하는 요즘 콘텐츠 소비 행태와 패닉룸 무비를 결합한 스릴러인데, 메시지보다 장르성에 초점을 맞췄더라.
처음부터 감독님과 ‘하나의 톤으로 쭉 달리는 영화, 재미있고 즐길 수 있는 영화’로 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언급한 SNS 폐해에 대한 메시지가 없지는 않지만, 이를 인위적으로 부각하지 않았다. 감독님이 군더더기를 정말 싫어하신다. 다소 불친절할 수도 또 현실감이 떨어진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의 생략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모든 걸 다 담아 일일이 설명하다 보면 곁가지가 많아져서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트렁크 공간은 세트인지 실제인지, 어떤 식으로 촬영했는지 궁금하다.
외관은 실제 차 트렁크를 촬영했고, 내부는 카메라가 들어올 공간 등을 고려해서 세트로 만들어 촬영했다. 두 달 내내, 마치 출근하듯이 촬영했는데, 트렁크 장면만 거의 한 달 반 동안 촬영했던 것 같다. 좁은 공간에서 계속 엎드려 있어야 해서 힘들었지만, 재미도 있었고 카메라 앵글이나 조명 각도 등 새롭게 배운 부분도 많다 트렁크 구조를 어떻게 짤지 감독님, 촬영 감독님, 조명 감독님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이 모여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며 매번 회의했었다.

개인적인 만족감은 어떤가.
처음 기술 시사하면서 당시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느꼈다. 그렇지만, 언제든 아쉬움은 있다.

어느 부분이 아쉬울까.
좀 더 섬세했다면 하는 부분들이 있다. 원래 성격이 쾌활하고 긍정적이라 스스로를 예리하게 벼린다고 할지 이런 면이 부족하다. 넷플릭스 <인간 수업> 당시 (김진민) 감독님이 내 보완점을 많이 잡아주셨었다. 그때는 현장에 가면 인사하는 데만 한 시간 걸릴 정도로 여러 곳에 관심이 분산됐던 것 같다. 그런데 이 또한 에너지를 쓰는 거라 연기하는 순간을 위해 에너지를 응축할 필요가 있더라. 그래서 예민하지 않은 성격임에도 촬영장에서는 편안함을 경계하고 일부러 예민해지려고 노력한다. 또 이렇게 예민하게 만들기 위해 더욱더 준비를 철저히 하는 편이다. 세뇌만으로는 자신감이 올라오지 않으니까. (웃음)

‘유나’는 피해자지만 마냥 선한 인물은 아니다. 성공을 향한 욕망이 크고, 필요하면 배신도 하는데 어떻게 접근했는지.
캐릭터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연기에 도움되지 않아서 나쁜 면을 보기보다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대중의 사랑과 관심에 왜 그렇게 목매는지, 물론 조회수와 팔로워는 곧 돈으로 연결되기 때문이겠지만, 돈 이외의 다른 이유를 찾았던 것 같다.

중·후반부 유나가 스스로 손등에 칼을 꽂는 장면 전후로 기류가 달라지는 인상이다. 이전이 수동적으로 당했다면 이후는 납치범에 적극적으로 대항한다고 할지.
유나는 직업적인 특성도 있겠지만, 자체로 타인의 사랑과 관심을 목말라하는 친구다. 그래서 추악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물론 뒤로는 이간질이나 배신 같은 저열한 행위를 하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예쁘고 멋있어 보이고자 애를 쓴다. 해당 장면은 그동안 가리고 살았던 유나 안의 잔혹성이 표출됐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반항과 자해를 함으로써 범인이 의도하는 흐름대로 따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수중 탈출 장면을 찍을 때 어렵지는 않았나.
바다소녀이기도 하고, (웃음) 부산 출신에 어릴 때부터 바다를 너무 좋아해서 거의 매주 갔었다. CG가 아니라 실제로 차에 물을 다 채운 후 촬영했는데, 하면서 오만 생각을 다 했던 것 같다. 물속에서는 의사소통이 안 되니까, 내가 진짜로 위험을 느껴 혹시 구조 신호를 보낸다 해도 위에서는 연기로 오해할 것 같아 걱정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러면 정말 리얼해서 좋은 건가 싶기도 하더라. 이전에도 수중 촬영을 한 적이 있는데 이번이 제일 위험하고 아찔했다.

범인의 정체가 뜻밖이었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어느 지점에서 범인을 알아차렸는지 궁금하다.
사실 글을 처음 읽을 때가 오롯하게 대본에 집중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일단 참여하기로 하면, 연기할 인물 위주로 보게 되니 말이다. 긴장감을 끝까지 이어가는 힘이 충분한 글이었고, 나 역시 왜? 누구야? 이렇게 생각하며 읽다가 중·후반쯤 알아차렸다. 평소 스릴러를 즐겨 봐서 원래 좀 촉이 좋은 편이다. (웃음)

개인적으로 만족도 높은 장면이 있다면.
딱 한 장면을 뽑기는 어렵지만, 극한으로 몰리는 과정에서 장면과 시너지를 일으킨 모먼트가 몇 번 있었다. 예를 들면, 원래는 소리쳐야 하는데 진이 너무 빠진 나머지 오히려 웃음이 나고 와중에 눈물까지 나더라. 원래와 다른 해석이지만, 씬과 어울려서 그대로 갔다.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외친 애드립 같은 욕설과 비속어도 그렇다. 설정만 대략 정해 들어가서 즉흥적으로 처리한 대사가 많았 거든.

대중에게 각인한 넷플릭스 <인간수업> 이후 드라마 <마우스> <좀비탐정>, 개봉을 앞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원래부터 배우를 꿈꾼 건가.
그렇진 않다. 대학 입시 준비하던 중, 당시 노래(음악)하는 걸 좋아했고 연기하면 노래 실력도 향상된다고 해서, 노래학원이 아닌 연기학원을 갔었다. 입시반이 아니라, 성인이나 어르신도 많은 취미반 같은 수업을 들었는데, 보통은 내성적인 분이 외향적으로 되고자 오셨더라. 내가 너무 외향적이니 주변에서 ‘넌 여기 왜 왔냐’고 의아해하기도. (웃음) 어쩌다 동국대학교 연영과에 지원해 예비 4번을 받았는데, 연극·영화 공부는 4년 동안 해도 좋겠다 싶었다. 당시 연영과 하면 동국대, 중앙대, 한양대 이렇게 세 군데 정도밖에 알지 못했고,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학원선생님이 한예종에 지원해보라고 해서, 급하게 거의 마지막에 지원했고 운이 좋게도 붙었다. 그때는 정말 표준어를 잘 못해서, 처음에는 혹독하게 사투리를 쓰지 않으려 노력했었다. 친구나 가족과 전화도 잘 안 하고 말이지. 그런데 함정은 한 번 전화하고 나면, 한 일주일은 표준어가 안 됐다는 것!

노래를 좋아할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때 밴드 활동도 했고 여러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고. 또 차기작 소개를 부탁한다.
기회가 되면 노래하거나 음악을 사랑하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7월 개봉 예정이고, 드라마 <완벽한 가족>의 방영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완벽한 가족>에서는 지금까지 했던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착하고 순한, 다소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인물이라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것 같다.


사진제공. ㈜메리크리스마스

2024년 6월 17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0 )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