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대체불가 배우, 대체불가 사람’ 넷플릭스 <경성 크리처> 한소희 배우
2024년 1월 30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와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네임>으로 단숨에 20대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한소희가 <경성크리처>의 슬픈 눈동자를 지닌 토두꾼(사람을 추적하는 일을 하는 사람) ‘채옥’으로 글로벌 시청자를 찾았다. 인생을 걸고 10년째 행방이 묘연한 어머니를 찾는 딸 ‘채옥’, 그 추적의 끝에서 마주한 끔찍한 현실과 진실은 무엇일까. 파트1에 이어 파트2가 공개되면서 흥미로움을 더한 <경성크리처>지만, 호불호가 엇갈리는 가운데 악평 또한 소중한 시청자의 의견으로 존중한다는, 자기 점검의 계기로 삼는다는 한소희를 만났다. 건방지게 말하면, 자기만의 색을 지닌 대체불가의 배우 나아가 대체불가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해당 인터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파트2가 공개되면서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더 높였다. 이미 촬영을 끝냈다고.
공개된 후 반응을 살펴보는 중인데 내 인생에서 이렇게 많은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던지! (웃음) 처음이라 떨리고 신기할 뿐이다. 시즌1을 끝내면서는 2년 동안 촬영했음에도 사실 ‘끝’이라는 생각이 안 났었다. 시즌2를 하며 또 만난다고 생각하니 그랬던 것 같다. 시즌2 촬영은 지난해 가을에 끝냈고, 공개까지 마무리되면 정말로 끝났다는 생각에 좀 슬플 것 같다.

시즌2는 어떤 내용일지 가능한 선에서 힌트를 준다면.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웃음)
음… ‘채옥’(한소희)이 눈을 떴을 때 그게 착한 눈인지 나쁜 눈인지 살펴보시길! 시즌2는 보다 더 전개가 빨라서 속도감 있게 보실 것 같다. 또 2024년 배경의 현대물이라 어투나 단어 등에서 한층 시청하기 편하지 않을까 한다. 물론 떡밥도 있다!

인체 실험을 자행한 일본군의 만행을 직격하고 있어,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소재와 주제인데 망설임은 없었나.
우선 <경성크리처> 이전부터 자주 다뤄온 주제와 소재라고 생각해서 별로 문제되지 않았다. 예전에 내가 출연했던 <부부의 세계>와 <스토브리그>가 같이 백상예술대상 후보에 올랐고, <스토브리그>가 대상을 탔었다. 그때 <스토브리그>를 봤는데 너무 재미있고, 정동윤 감독님은 젊은 분인데도 정말 잘하는구나 싶었는데 마침 <경성크리처>를 연출한다고 하니 기회다 싶었다. 더욱이 <부부의 세계>때 인연이 있는 강은경 작가님이 각본을 맡았더라. <부부의 세계> 당시 마치 (나를) 자식처럼 살펴봐 주시는 부분이 있었거든. 작품의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하는 작업인지라 같이 하는 분들을 사랑하지 않으면 힘이 드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좋아하는 감독님과 작가님, 또 평소 좋아하는 배우이자 오빠인 서준 오빠와 함께하는 거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파트1 공개 후 SNS에 올린 안중근 의사 사진을 본 일부 일본 네티즌이 ‘혐일’이라는 등 항의하기도 했는데 무슨 생각이 들던가.
솔직히 ‘이게 왜 논란이 되지’ 하는 마음이었다. 혼자 드라이브하고 놀러 다니는 걸 즐기는 편이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 갔다가 사진을 찍었고, 며칠 후 사진을 정리하며 올린 건데 논란이 된다는 게 이상했다. ‘태상’(박서준)과 채옥 사이에는 남녀 간의 애정뿐만 아니라 전우애 혹은 동료애가 있고, 이는 <경성크리처>가 말하고자 하는 것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비단 두 사람만이 아니라 당대를 살았던 여러 인물의 삶을 보여주는 드라마 아닌가. 주인공인 태상-채옥에게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산 인물들에 집중하고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올린 것이다.

공개 초반에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크게 엇갈렸는데 이러한 피드백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시청자의 의견은 어떻든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촬영에 임했는데 시청자가 왜 우리 진심을 몰라줄지가 아니라, 내가 놓친 부분에 집중하려고 한다. 내 연기 부족이나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의도 같이 보완할 부분에 대한 책임을 시청자에게 전가하는 건 옳지 않다. 그래서 악플이라고 무시하고 모른척하지 않고!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고민하고 노력하는 게 숙제라고 생각한다.

채옥을 연기하면서 주안점은. 또 닮은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역할에 동기화하기 위해서는 어느 캐릭터이든 스스로 교집합을 찾기는 찾아야 한다. 그런데 ‘채옥’은 이러한 교집합을 찾는데 조금 시간이 결렸었다. 채옥은 자기 인생까지 걸면서 엄마를 찾아다닌 인물이 아닌가. 이런 점이 나와는 달랐고 또 시대적 상황도 현재와는 거리가 있지만, 단 한 가지는 닮았더라. 바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것, 세상에 뛰어드는 점이었다. 이 점을 믿고 갔던 것 같다. 시청자는 내 눈을 통해 ‘세이싱’이라는 괴물을 마주하게 되니까 내가 채옥이 되지 못한다면 괴물 역시 엄마가 되지 못할 거로 생각해, 이 부분을 가장 많이 고민했었다. 채옥이 10년이나 엄마를 찾아다닌 이유를 제일 많이 질문했던 것 같다.

질문 끝에 얻은 답은 뭘까.
처음에는 엄마가 없어졌다는 충격이었을 테다. 그다음은 엄마를 잡아간 사람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거쳐 마지막으로 초연함이라는 감정에 다다랐을 것 같더라. 이번 생은 엄마를 찾는 데 바치겠다고 결심한 거지. 채옥이 태상에게 ‘됐소,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겠소’라고 하는 건 아무도 믿기 어렵다는 마음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자기 몫이라는 생각에서 비롯한 거라고 본다. 10년 만에 괴물이 된 엄마를 앞에 두고 ‘어머니 맞아?’ 라고 할 수밖에 없는 건 화를 낼 수도 기뻐할 수도 없는 채옥의 심정이 투영된 결과라 생각한다.

괴물이 앞에 있다고 가정하고 연기했을 텐데 (완성본을 보니) 어떻게 상상했던 모습과 많이 닮았던가.
레퍼런스가 어느 정도 있었고, 감독님이 인간의 형상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씀을 주셨었다. 촬영 때, 초록색 막대기로 시선의 방향을 잡아주면, 한껏 감정을 끌어올려서 연기했었다. 특히 우는 장면에서는 어머니가 늘 지니고 있던 채옥이 선물한 네잎클로버 목걸이가 많이 도움됐다. 괴물과 싸우는 장면에서는 무술팀 중 한 분이 쫄쫄이 의상을 입고 상대해 줬는데, 같이 무술을 연습했던 분이라 그분이 웃음을 참고 있는 게 다 보여서 (나 역시) 웃지 않으려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네임>에 이어 연달에 액션 연기를 선보였는데, 두 작품에 차이점이 있을까.
<마이네임>은 조금 동작이 어설프고 이상해도 원테이크로 가져갔었다. ‘지우’(한소희)가 죽고 살기로 덤벼드는 인물이라면, 이번 ‘채옥’은 액션에 능수능란하고 기술적,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이다. 날렵하고 날쌘 액션이 핵심인데, 내가 아무리 연습해도 절대로 스턴트 언니를 따라잡을 수 없는 동작이 있어서, 예를 들면 180도 내려찍기 발차기 등이 그렇다. 어색하게 하느니 대역을 써서 멋지게 보이도록 했는데 그 와중에도 액션을 100%로 따라 하기는 했었다. 실제로 다 따라하며 저절로 가빠진 호흡으로 대사하는 것과 숨이 찬 것을 연기하는 건 천지 차이라 액션 호흡을 모두 따라갔었다.

액션뿐만 아니라 감정 연기도 훌륭하다는 평가다. 내면 연기는 어떤 식으로 준비하는지.
연기적인 측면에서 유달리 많이 달리는 댓글 중 하나가 ‘슬퍼 보인다’인데, 어떻게 보면 안 좋은 평가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슬퍼 보이는 눈이 어느 정도 좋은 것 같다. (웃음) 아직은 테크니컬한 무언가, 그러니까 연기 스킬이 부족하다 보니, 눈물 연기를 하려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끄집어내고 스스로 감정을 건드려서 연기하고 있다. 이게 한 번, 두 번 쌓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몸에 타격이 오더라. 몸이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고 더 이상 울지 않게 하는 거지. 누가 봐도 슬픈 상항인데 ‘이게 왜 슬퍼, 뭐가 슬프지?’ 이런 감정이 올라오는 거다. 슬럼프라면 슬럼프일 수 있는데 이런 시기를 지나 지금은 완전히 괜찮아 졌다!

인상적인 장면을 꼽는다면.
인상적이기보다는 가장 슬픈 장면은 있다. ‘마에다’(수현)가 금옥당에 찾아와서 태상에게 ‘덕평아재’(박지환)나 ‘나월댁’(김해숙) 등은 친구가 아닌 쓰레기라면서 그들의 배신행위를 하나하나 열거하는 장면이 있다. 이때 태상은 ‘이런 시절이 아니었으면 겪지 않았을 일’이라며 그들을 감싸는데 너무 슬프더라. 뒤에서 아무 말도 못하는 이들이나, 다 알면서도 품고 감싸안은 태상이나 시대가 낳은 비극의 희생자들 아닌가. 엄혹한 그 시절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우리가 고문 끝에 밀고한 그들을 배신자라 비난할 수 있을까. (말했듯이) 당대를 살았던 모든 사람의 이야기이기에 그 모든 사람에게 집중해서 봐주십사 당부 드린다.

현장에서 금쪽이를 자청했지만, 친화력이 좋기로 소문이 자자하더라.
그게 내가 온갖 곳을 다니면서 오지랖을 부리고 관여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웃음) 휴식이나 대기 시간에 가만히 있기보다 미술, 소품, 액션팀 등을 헤집고 다니고 혹 아무도 안 놀아주면 매트를 깔고 누워서 하늘을 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심심하면 또 여기저기 다니며 시비(?)를 걸기도 하고 그런다. 액션하기 싫다고 투덜대면서도 시키는 대로 다 하곤 해서 액션팀과 정말 많이 친해졌었다.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연이어 선보였는데 다음에는 어떤 모습일까. 염두에 두고 있는 캐릭터가 있다면.
2년 동안 채옥으로 살다 보니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진짜 잘 모르겠는데, 평범하게 현대를 살아가는 인물을 연기해 보고 싶다. 양친이 모두 계시고 적당한 크기의 자가 아파트에 사는 평범한 대학생? 남친이 있지만 너무 잘 생겨서 막 바람피우는 남친 말고 이 역시 평범한 남친이면 좋을 것 같다.

읽는 책, 드는 가방 등 일명 완판녀로 글로벌 영향력이 큰 셀럽인데, 부담감 혹은 책임감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부담이 되기 보다 내가 좀 더 좋은 책을 읽고 여러 사람이 멜 수 있는 가방, 혹은 쉽게 찾아 입을 수 있는 옷을 입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과 똑같은 물건을 쓸 때의 즐거움을 나 역시 잘 알기에, 고가가 아닌 쉽게 구할 수 있는 접근성이 좋은 물건을 공유하려 한다. 보통 쿠X에서 사는 편이라… (웃음)

마지막 질문이다. 배우로서 목표가 있다면.
나만이 낼 수 있는, 나만의 색을 가지고 싶다. 건방지게 말하면, ‘대체불가 배우’ 나아가 ‘대체불가 사람’이 되고 싶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4년 1월 30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0 )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