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박서준, 한소희의 캐스팅만으로도 공개 전부터 많은 이목을 모았다. <경성크리처>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연기를 한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다양한 작품에 참여했지만, 언젠가는 시대극을 꼭 경험해보고 싶었다. 작품을 선택할 때 나의 어떤 새로운 면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항상 고민하는데, 그런 면에서 시대극은 굉장히 매력적인 장르였다. 그러던 와중에 운 좋게 <경성크리처>를 만나게 됐다. 일반적인 시대물이 아니라 크리처까지 더해져 너무 궁금했고 신기했다. 무엇보다 그 냉혹한 시대를 살아간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좋았다.
두 개의 시즌, 제작 기간만 2년이 걸렸다.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래 촬영한 작품이다. (웃음)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길어질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웃음) 시즌 1을 끝내고 시즌2를 남겨둔 상황에서 약간의 휴식기가 생겼지만 마음이 작품에서 뜨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쉬어도 쉰 것 같지가 않더라. (웃음) 항상 긴장돼 있던 거 같다.
시즌2까지 2년 동안 현장 스태프?단 한 분도 바뀌지 않았더라. 모두 같은 뜻이구나 싶었다. 오랜 시간 같은 사람들과 작업하다 보니 직장생활을 하는 건 이런 기분일까 느끼기도 했다. (웃음) 그래서 끝날 때 굉장히 아쉬웠고 이런 이야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이태원 클라쓰>로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끈 만큼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경성크리처>를 선택하는 데 더 큰 용기가 필요했겠다.
나는 인기를 좇아서 살아온 사람이 아니다. 내가 하는 일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그 인기를 이용해 더 높은 곳으로 가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경성크리처>를 선택했을 때 주변에서는 걱정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나 스스로는 그런 걱정은 해본 적 없다. (웃음)
일제강점기가 우리에게 아프고 무거운 역사이지 부끄러운 역사는 아니지 않나. 해외 시청자를 비롯해 이 시대를 모르던 사람에겐 새롭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그 역사를 잊고 있던 사람에겐 경각심을 줄 수도 있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무게감을 이루 말할 수가 없지만 그 시대를 살았던 분들의 마음가짐이 어땠을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에 주안을 두고 임했다.
넷플릭스 공개 직후 일본에서도 상위권에 진입했다.
일본의 반응을 전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주변 일본인 친구들은 의미 있게 봤다더라. 그것만으로도 우리 작품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충분히 잘 전달되지 않았나 싶다. 한국 콘텐츠의 힘이 커졌기에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 책임감도 느껴진다.
시즌1 파트1이 공개되고 난 뒤 일부 혹평이 뒤따르기도 했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혹평을 겸허히 받아들이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상처도 받는다. (웃음) 그렇기에 나쁜 반응은 나도 모르게 멀리하게 되더라. 뭐가 어떻게 아쉬운지는 누가 얘기해주지 않아도 나 스스로 알 수 있다. 모든 피드백을 거부한다는 게 아니라, 나쁜 말보다는 좋은 말을 신경 쓴다는 의미다. 좋게 봐주신 분들에 대해서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시즌제로 가는 것에 대해 정동윤 감독님, 소희 씨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올해 시즌2가 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 시즌1에서 속도감이 아쉽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시즌2는 확실히 속도감이 빠르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예상과 다른 지점도 있을 거고 새로운 배우도 출연할 거다. 많은 분이 만족스러워할 거라 생각한다.
파트1이 공개됐을 때 ‘장태상’이라는 인물을 너무 가볍게 그린 게 아니냐는 반응을 봤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반응이다. 하지만 앞에서 ‘장태상’의 위트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뒤에서의 변화가 두드러질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 촬영한 장면이 고문 받는 장면이었는데 드라마 전체를 통틀어 유일하게 재촬영한 장면이기도 하다. (웃음) ‘고문을 받는다’ 하면 막연하게 떠오르는 것들이 있지 않나. 처음 찍을 땐 무겁게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가님, 감독님이 무거운 상황이지만 그 안에서도 ‘태상’이라는 캐릭터를 보여주는 연기를 해줬으면 좋겠다?했고,?그때 ‘태상’을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가닥이 잡혔다.
변화하는 ‘태상’을 보여주면서 힘들었던 점은?
모든 장면을 순서대로 촬영하진 않는다. 이 장면에선 감정을 어느 정도로 표현해야 할지 정도의 차이를 미세하게 설정하는 것에 신경 썼다. 처음 ‘태상’의 성격을 과장되게 표현한 건 일종의 빌드업이었다.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시청자들에게도 설득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액션 연기는 힘들지 않았나.
몸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지만 감정 때문에 힘든 게 더 컸다. 감정이 들어가면 해야하는 동작을 놓치거나 한 번씩 실수가 나온다. (웃음) 10회 엔딩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상황이라서 체력적, 감정적으로 가장 힘들었다. 3일에 걸쳐서 찍었고, 드론 띄우는 샷이 마지막이었다. 동이 트일 무렵에 담으려고 계속 촬영하면서 감정과 체력을 쏟아냈다. 정신력으로 버틴 순간이었다. 촬영이 끝나고 모니터링을 하는데,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 싶더라. 추우면 얼굴이 많이 쪼그라들더라. (웃음) 그간 식단관리하느라 힘들었는데 이제는 안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한소희와 로맨스 비중이 적어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드라마처럼 초반에는 좀처럼 만날 일이 없었다. 한 달 가까이도 못 마주친 적도 있었다. (웃음) 그럴수록 함께하는 장면이 더 기대되더라. 오랜 기간을 같이 하다 보니 끝나는 게 아쉽기도 했다.
소희 씨에게는 깊이감이 있다. 특별히 말을 하지 않아도 모든 사연이 설명되는 느낌을 받았다. 분위기도 너무 좋고, 그밖에도 배우로서 좋은 자질을 많이 갖고 있다. 현장에 가면 100명이 넘는 스태프들이 카메라에 담긴 한 사람만을 보고 있다. 배우로서 그에 대한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배우 한?명의?컨디션이 현장 전체의 상황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그래서 현장에선 빨리 친해지려 한다. 나는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현장이 편해져야 연기하는 데 지장이 없다. 그런데 소희 씨는 살갑게 너무 잘 하더라. (웃음) 현장 분위기를 밝게 이끈다. 배워야 할 점들이다.
작년 마블 히어로물 <더 마블스>로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영화 <드림>,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예능 <서진이네>를 연달아 공개하며 바쁜 한해를 보냈는데. 올해는 어떤 계획이 있나.
올해 삼재라더라. 토정비결이 안 좋다. 그럴수록 열심히, 조용히 지내야하지 않을까. (웃음) 평범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지내고 있다. 지난 2~3년 동안 꾸준히 작품을 찍었는데 공개가 뒤늦게 된 게 많다. 그 기간이 힘들었다. 좋은 평이든 나쁜 평이든 피드백이 있어야 다시 나아갈 에너지가 생기는데, 계속 작업만 했더라. 작년에 묵혀뒀던 작품들이 한 번에 공개가 되면서 다양한 반응을 얻으니 큰 힘이 됐다. 올해는 모두 다 무탈하게 지낼 수 있는 시기가 되면 좋겠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또 다시 고민하며 지내보도록 하겠다. (웃음)
사진제공_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