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이런 편견없는 기지배를 봤나!” (유튜브 ‘메타택시’ <띠동갑커플의 첫만남> 中) 서른아홉 살 띠 동갑 오빠를 만난다는 주인공을 향해 이런 멋진 멘트를 날리는 친구는 누구일까. 이제 막 연기에 입문한 배우 김자현이다. 지난 3월 ENA에서 방영한 귀신 태우는 택시라는 신선한 소재의 드라마 <딜리버리맨> 1화에 귀신으로 눈도장 찍었다. 최근 단편 영화 <무호흡>과 <나랑 바다보러 갈래?>를 찍는 등 점차 연기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세종대학교에서 무용을 전공한 그는 중학교 때부터 춤에 빠졌다는 춤꾼이다. 아이돌을 하고 싶었던 것도 춤을 추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중학교 때 유튜브를 통해 혼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춤을 배웠고, 이후 부모님께 말씀드려 정식으로 레슨받기 시작했다. 중학생때부터 혼자서 서울로 오디션을 보러 다녔고, 아이돌을 준비하며 대학에 진학하는 등 혼자서도 척척, 뭐든 주도적으로 행한다는 김자현 배우다. 춤이 전부였던 그가 연기는 어떻게 입문하게 됐을까.
“서사가 좀 길어요. (웃음) 아이돌을 준비하면서 연기 수업을 받고 싶다고 하니, 회사에서 없던 수업을 만들어 주셨어요. 꼭 병행하고 싶었거든요. 그룹 데뷔는 무산됐지만, 연기가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아이돌 준비할 때보다 더 행복해서 졸업 후 연기에만 집중하게 됐어요.”
“연기가 저라는 사람의 성향과 기질에 잘 맞아요.” 아무래도 예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아이돌은 자기 선택이 적은 편이다. 이에 비해 연기는 스스로를 투영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고 싶어요. 연기는 캐릭터 안에 저라는 사람을 넣을 수 있잖아요.” 어린 나이지만, 삶에 있어서 스스로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게 그의 평소 지론이다. 자기를 알아야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선택을 하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체성’을 파악하는 데 무엇보다 연기의 도움이 크다고 한다.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예요. 치킨집, 피자집, 음식점도 종류별로 다 해봤죠.” 언젠가 자기 사업을 하고 싶다는 그는 졸업 후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 카페를 맡아서 운영하고 있다. 아르바이트지만, 사장님이라고 할까.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배운다는 생각으로 매일 아침 7시에 오픈한다.
“연기에 있어서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직접 모든 일을 겪어 볼 순 없으니, 카페에서 얻은 직·간접적인 경험이 제 안에 쌓이는 듯해요.” 주중에는 카페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주로 오디션을 보거나 가끔 연습실에 나가서 몸을 푼다는 김자현. 꿈을 향해 나가는 긴 여정에서 지칠 법도 하건만, 되짚고 반성하며 성장하고 있다고 단단한 얼굴로 내일을 기약한다.
▶일문일답
부산 사투리와 일본어가 특기라고 하던데, 혹시 부산 출신인 건가. 억양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본가가 부산이고 대학 때 서울에 올라왔다. 영화의 전당 근처가 집이라 부산국제영화제 소식을 자주 접했고, 들으면 괜히 반갑다. 평소 사투리는 쓰지 않지만, 당연히 고향이라 익숙하다. 일본어는 일본에 사는 이모 덕분에, 초등학교 방학 때마다 가서 머물곤 해서 자연스럽게 익혔다. 언어 습득이 좀 빠른 편이다.
그럼 중학교 때 혼자 서울까지 연습생 오디션을 보러 다닌 건가. 부모님은 반대하지 않으셨나.
내 자랑 같지만, (웃음) 부모님께 하겠다고 말씀드린 건 꼭 해냈었다. 지금도 안정적인 길을 갔으면 하는 바람이 한편으론 있으시지만, 내 선택을 믿고 지지해 주신다. 중학교 때 아이돌을 하고 싶다고, 댄스 학원에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당장 보내 줄 수도 있지만, 일단 혼자 할 수 있는 걸 해 보고 이야기하라’고 하셔서 유튜브, 방송, 책 등을 참고로 혼자 연습한 후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렸었다. 이를 보고 부족한 부분을 지원해 주셨고, 중학교 때 오디션을 보고 1차, 2차, 3차까지 붙는 등 말로 만이 아니라 행동하고, 또 결과로 만들어 내니 내가 ‘진심’이라는 걸 믿어 주셨다. (웃음) 집안 분위기가 소통을 많이 하고 서로 지지해 주는 편이다. 지금 군대에 있는 남동생과도 사이가 굉장히 좋다. 마음이 잘 맞는 친구 같은 동생이다. 그도 마음먹으면 어떻게든 해내는 타입으로, 부모님이 믿어주고 우린 스스로 결과를 내는 선순환이라고 할지! 의미 있는 과정을 같이 만들게 됐다.
혹시 롤모델이 있을까.
좋아하는 배우는 많은데 어느 한 분으로 특정하기는 힘들다. 또 롤모델이라고 딱 정하면 나도 모르게 그 배우를 따라가게 될 것 같아서, 스스로 가두지 않으려 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은 문가영 님, 아이유 님이다. 문가영 님은 (나보다 한 살 언니다!) 자신을 토대로 캐릭터를 아주 잘 만들고, 인간으로도 깊이가 있는 아주 멋진 분이라고 느껴진다. 아이유 님은 그분이 가진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정서에 크게 공감이 된다. 밝고 단단한 모습 안에 얼마나 많은 두드림이 있었을지, 시련과 상처가 있기에 그런 멋진 곡과 가사 그리고 연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제일 잘했다고 생각하는 의사결정이 있다면.
직접 선택한 건 아니지만, 정말 잘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유전적이든 환경적이든) 우리 가족이라 너무 좋다. 어떤 선택이든 수반될 수밖에 없는 불안감을 희석하는 든든한 존재다. 또 결정을 내리기까지 아주 신중한 편이라, 설령 실패했다고 해도 그 실패에서 얻는 점이 있다고 믿어서 어떤 선택이든 후회하지 않는다.
차분하고 여리여리한 모습인데, 대범한 듯. 반전 매력이다! (웃음)
그런가! 외향적인 성격으로 MBTI는 ENTJ (가끔은 ENFJ)이다. 문가영 님이 ENTJ인데… 팬이라면 뭐 하나라도 닮고 싶은 그 마음 알까! (웃음)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해 보고 싶나. 또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많은 작품을 찍으며 경험을 쌓고 싶다. 무언가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 (웃음) 큰 작품이면 당연히 좋겠지만, 뭐든 다 순서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것부터 천천히 다져 나가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인간의 내면이나 심리, 불안과 불안정한 이면을 다룬 이야기를 좋아해서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면, 깊이 있는 사람이자 깊이 있는 배우이고 싶다. 성숙한 인간을 지향해서 그렇다. 너무 진지하면 스스로 피곤할지 모르겠지만, 성숙해가는 과정 자체가 곧 삶이라 생각해서다.
사진. 코난 작가
2023년 11월 2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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