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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민석의 성장 확인할 수 있는 작품” <딜리버리맨> 김민석
2023년 3월 7일 화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지난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큰 사랑을 받은 채널 ENA와 <쇼윈도: 여왕의 집> 제작사 코탑미디어가 합심한 지니TV 오리지널 <딜리버리맨>이 1일(수) 첫 공개됐다. 귀신 보이는 택시 운전사 ‘영민’(윤찬영)과 천방지축 귀신 ‘지연’(민아)의 엉뚱살벌한 공조 수사에서 미스터리한 조력자 ‘규진’으로 분해 활약한 배우 김민석과 나눈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한다.


2021년까지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오다 지난해를 건너뛰고 올해 첫 작품인 <딜리버리맨>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무얼 하면서 지냈나. SNS를 보니 복싱에 푹 빠져있는 것 같더라. (웃음)
작품활동은 계속 했는데 공개 일정상 그렇게 됐다. (웃음) 복싱을 시작한 지는 1년 반쯤 됐다.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도 즐겁고 스트레스 해소가 되지만 그것 말고도 내가 정말 푹 빠져서 매일 할 수 있는 취미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엔 몸 잘 쓰는 사람이 부러워서 시작했는데 점점 운동이 내 일상에 스며들어서 이젠 복싱 매니아가 됐다. 시간만 나면 복싱하러 달려갈 정도다. (웃음)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희박한 가능성 하나에 매달려 다치고 깨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경외감이 느껴지는 동시에 한편으로 감사함이 든다. 나는 운 좋게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 예전엔 내가 잘난 사람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웃음) 이 세상엔 뛰어난 실력을 이미 갖췄지만 끊임없이 노력하는 숨은 고수들이 너무나 많다. 운동뿐만 아니라 배우도 그렇다. 그런 분들을 보면서 저절로 겸손함을 느끼게 된다.

앞서 드라마 <닥터스>에서 의사를 연기한 바 있는데 이번엔 의사 중에서도 빡세기로 유명한 응급전문의를 연기하게 됐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닥터스>를 다시 찾아봤다. <닥터스>로 신인상도 탔고 사랑도, 칭찬도 많이 받은 작품이라 당시에 괜찮게 연기한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의학용어를 잘 하려는 티가 너무 나더라. (웃음) 나름대로 힘을 빼고 연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좀 호들갑을 떨었던 거 같다. (웃음)

실제로 응급실에 가보면 의학 드라마와는 많이 다르다. 드라마 속 의사들은 항상 심각하고 소리를 지르는데, 실제 응급의들은 워낙 심각한 환자를 많이 봐서인지 초연한 구석이 있다. (웃음) 상황에 쉽게 동요하지 않는다고 할까. 그런 모습을 캐릭터로 표현하고 싶었다. <닥터스>의 ‘최강수’와 <딜리버리맨>의 ‘도규진’을 통해 김민석이라는 배우가 얼마나, 어떻게 성장했는지 확인하실 수 있을 거 같다.

역할이 의사인 만큼 이번에도 대사에 의학용어가 많더라.
전문용어는 확실히 외우기가 힘들다. 그래서 운동을 하거나 뛰면서 대사를 숙지했다. 가만히 앉아서 대사를 외우면 다 외웠다고 생각해도 막상 현장에서 잘 안 나오더라. 아무래도 내 공간이 아닌 곳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디렉션을 반영해가면서 어려운 대사를 치는 게 쉽지 않은 거 같다. 그래서 현장이 내 공간만큼 익숙해지도록 웬만하면 대기하는 시간에도 차에 안 들어가고 현장에 있었다. 공간을 지배해야 기가 안 눌리고 연기할 수 있으니까. (웃음) 괜히 환자 역의 배우들에게 인사하고 진짜 의사처럼 한마디씩 하고 수액도 만져보면서 병원 곳곳을 탐색했다. (웃음)

작품 1,2화만 공개된 현시점 기준 ‘규진’에 대해선 워커홀릭 응급의, 그리고 ‘영민’의 조력자라는 점만 밝혀진 상태다. 드라마에 어느 정도,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는지 미리 알 수 있을까.
일단 현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건 ‘지연’, ‘영민’과 삼각관계를 이룬다는 정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말하기 조심스럽다. (웃음) 드라마를 보고 직접 확인하시면 좋을 거 같다.

‘영민’ 역의 윤찬영, ‘지연’ 역의 방민아 두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지연’이 귀신이다 보니 민아와 연기적으로 합을 맞춘 장면은 별로 없다. 대신 현장에서 같이 떠들고 놀면서 많이 친해졌다. 민아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굉장히 많이 자극을 받았다. 자칫하다간 내가 나이만 먹은 형, 오빠가 될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하더라. (웃음) 같이 붙는 장면은 많이 없지만 연기하면서 고민이 생기면 서로서로 터놓고 의견을 나눴다. 찬영이와도 마찬가지다. 대화를 하면서 두 사람다 열린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남자들은 몸 한 번 부딪히면 저절로 친해진다. 드라마에 액션 신이 좀 있는데, 찬영이와도 그렇게 친해졌다. (웃음) 찬영이는 애교도 있고 예의 바르다. 보고 있으면 나이 든 형 입장에서 좋은 것만 먹고, 좋은 것만 보고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고 할까. (웃음) 그러면서도 자기 일 잘 하는 걸 보면 나는 저 나이 때 어땠는지 저절로 돌아보게 된다.

20대 초반의 당신은 어땠나. (웃음)
현장에서 말도 안 듣고 어른스러운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웃음)

팬들과 공유하고 싶은, 촬영하면서 생긴 특별한 비하인드가 있다면?
극중 민아가 귀신으로 등장하지 않나. ‘규진’은 ‘지연’을 못 보는데, 실제로는 민아가 눈 앞에 있으니까 연기하다가 시선이 자꾸 그쪽으로 가더라. (웃음) 이게 카메라에 계속 잡혀서 처음엔 여러 번 촬영을 다시 가기도 했다. 적응하는 데 좀 걸렸다. (웃음)

그간 고등학생, 대학생, 취준생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을 대변하는 역할들을 통해 발랄하고 통통 튀는 이미지로 크게 각인됐다.
배역을 선택할 땐 항상 그 시기의 나와 닮은 캐릭터를 골랐던 거 같다. 그때의 내 나이와 내가 느끼는 감정이 비슷한 캐릭터 말이다. 전에 연기했던 배역들이 발랄하고 통통 튀는 이미지였던 건 당시의 내가 그런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시 하려고 해도 안 된다. (웃음)

그렇다고 해도 내가 맡았던 캐릭터들이 나와 100% 똑같은 건 아니었다. 실제 성격은 그것보다 좀 더 거칠다고 해야할까. 아직도 친구들과 말다툼할 때도 있고 철이 덜 든 거 같기도 하다. (웃음) 사실 20대 후반까지만 해도 대중이 보는 나와 실제의 내가 다르다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컸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도 소년미 있는 캐릭터만 들어오다 보니 고민이 더 커지더라.

지금은 그 고민이 해결됐나.
어느 순간 ‘사람들이 내게서 보는 이미지, 좋아해주는 이미지를 굳이 바꿀 필요가 있을까?’ 싶더라. 좀 내려놨더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러다 차츰 액션물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게 잘 돼서 시리즈화되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미지도 변하더라. 선배들이 ‘남자 배우는 나이가 들어야 된다’는 말을 종종 했는데 이제서야 그 말이 이해가 된다. (웃음)

이것만은 꼭 도전해보고 싶다 하는 장르나 캐릭터가 있다면.
특별히 특정 장르나 캐릭터에 욕심은 없는데, 부산 사람으로서 부산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크다. (웃음) 부산 올로케이션에 부산 토박이 배우들이 나오는 그런 작품 말이다. 생각해보니 연기하면서 내가 나고 자란 고장의 말투로 연기한 적이 없는 거 같더라. 장르는 누아르도 좋고 휴머니즘도 좋다. 서울에 있는 김민석과 부산에 있는 김민석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과 만나 전에 보여준 적 없는 리얼하고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싶다.

10년 넘게 연기하면서 어느덧 30대에 접어들었다. 그간 연기에 대한 가치관도 많이 변했을 거 같다.
군대 가기 전엔 살아남으려고 연기를 했던 거 같다. ‘저 좀 봐주세요, 김민석이라는 배우가 여기 있습니다’ 외치면서 아등바등 연기했다. 그런데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게 있더라.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고 되는 건 되는 거구나, 흐름이라는 게 있구나’ 하면서 욕심을 많이 내려놨다. 이젠 좀 더 자기객관화가 되는 거 같고 무엇보다 일이 즐겁다. 작품에 내가 나오는 걸 보는 게 재밌고 오롯이 나를 위해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땐 남 앞에 나서는 걸 별로 안 좋아했는데 지금 내 모습을 보면서 친구들이 많이 신기해한다. (웃음)

마지막 질문이다. <딜리버리맨>을 어떤 분들께 추천하나.
<딜리버리맨>은 코미디, 액션, 판타지, 드라마, 스릴러 등이 ‘맛있게’ 섞인 복합 장르물이다. 다양한 관점에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 많은 분들이 즐길 수 있을 거 같다. 재밌게 보시고 힐링하셨으면 한다. (웃음)



사진. 박광희(Ultra Studio)/ 장소. The Manual Pil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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