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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 다 때려 박았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김성식 감독
2023년 10월 24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어딘지 비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인 공간에 있는 듯해요. 영화 속 ‘설경’ 같달까요.” 장편 데뷔작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의 퇴마 연구소>)로 관객을 찾은 김성식 감독의 개봉 소감이다. <군함도>부터 <부산행>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헤어질 결심> 까지 장르도 감독도 모두 다른 이 영화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조연출 김성식이다. 다채로운 작품에서 경험을 쌓아온 김 감독, 자기가 좋아하는 요소는 ‘다 때려박아’ <천박사 퇴마 연구소>를 완성했다고 소개한다. 주연을 맡은 강동원의 아름다운 모공과 주름까지 포착한 디테일한 클로즈업, 설경에 악인을 가둔다는 짜릿함과 카타르시스, 화려하고 압도적인 사슬 이미지 등 빼어난 비주얼과 귀가 먹먹한 사운드까지 온 가족이 즐길 오락 영화라 말한다.

제작사인 ‘외유내강’과 인연이 깊은가 본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를 어떻게 연출하게 됐나.

외유내강에서 3~4년 전부터 개발하고 있던 시나리오였고, <헤어질 결심> 촬영을 막 끝냈을 무렵에 연출을 제안받았다. <군함도>(2017) 연출팀으로 함께 일한 적이 있었고, 내가 애니메이션과 출신이라 VFX 적인 요소가 강한 <천박사 퇴마 연구소> 연출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처음 글을 받고, 약간 밋밋한 느낌이라 쇠사슬 같은 설정을 추가했다.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같은 어반 (도시) 판타지 등을 참고했다.

원작인 웹툰 ‘빙의’를 강동원 배우를 염두에 두고 직접 각색했다고. 혹시 캐스팅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플랜B가 있었나.

‘천 박사’와 귀신을 보는 캐릭터(유경) 등은 참고했지만, 많은 부분 창작과 각색을 거쳤다. 솔직히 강동원 배우가 캐스팅 안 되면 만들 자신이 없었고 (회사 입장은 알 수 없지만)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과 그 주인공을 좋아해서, ‘천 박사’ 캐릭터에 투영된 부분이 많다. 헐렁하게 웃다가 갑자기 액션하고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등 이런 모습을 강동원 배우를 떠올리며 썼었다. 다행히 동원 선배가 OK 하셨고, 전작인 <전우치>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서 눈빛과 표정 등 진중함을 일구어냈더라.

강동원이라는 멋진 피사체를 담아 내기엔 역부족 같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처음 만났는데 너무 잘생긴 거다! 그런데 계속 보다 보니 옆집 형 같고 친근해지더라. (웃음) <공작왕>을 비롯해 좋아하는 만화나 영화가 많이 겹쳤고, 맛집 이야기를 나누는 등 친하게 지냈다.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고, 선배와 후배를 두루두루 잘 챙기는 분이다. 현장 분위기를 업해주는 건 물론이고, 자잘한 살림살이까지 도맡아 해 준 것 같다.

언급한 설경에서 ‘사슬’이 나오는 시퀀스는 박진감 있는 장면 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낯선 소재인 부적 설경과 이를 뚫고 나오는 사슬의 존재라니, 새로웠다.

사슬을 통한 영적인 단죄가 영화의 메인 포인트 중 하나였다. 사슬이 마치 하나의 인격체처럼 보이도록 해서, 저승의 신 같은 존재가 악인을 끌고 간다는 느낌으로 들어갔다. 여기에 사운드를 더해 박력 있게 표현하려 했다 판타지 콘텐츠에서 등장하는 무당이 너무 가벼운 존재로 그려지곤 해서 평소 아쉬움이 있던 참이었다. 예부터 농경사회에서 무당은 풍년과 복을 빌어주는 중요한 존재였고, 이러한 그들의 본질적인 역할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서 묘사해 봤다. 그간 훌륭한 감독님들 곁에서 배우면서, 이미지 한 장 한 장에 내러티브가 담겨있다는 가르침을 받았고 이에 충실히 따르고자 했다.

가짜 퇴마사 ‘천 박사’ 강동원과 그의 기술직 파트너 ‘인배’ 이동휘의 코믹 합이 좋다. 영화의 가벼운 톤과도 잘 어울린다.

연출부로 참여했던 <사바하>가 오컬트에 집중했다면 <천박사 퇴마 연구소>는 애초부터 추석 가족 영화로 기획됐던 작품이다. 가족영화로 무섭지 않고, 유머있게 끌고 가려 했고, 이동휘 배우가 웃음 방면으로 큰 도움을 줬었다. 동갑이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정말 열정적으로 여러 아이디어를 내줬었다. ‘자기만 믿으라고, 열 번 웃겨서 네 번 터지면 다행’이라면서 걱정을 덜어줬다. 덕분에 많이 의지했고, 크게 힘을 받았다.

캐릭터마다 특기가 있는데, ‘유경’(이솜)은 단지 귀신을 보기만 하더라. 어떤 슈퍼 파워를 기대하기도 했는데… (웃음)

MCU 세계관의 ‘완다’(엘리자베스 올슨)처럼 변할지도! 아직 봉인이 덜 풀린 걸 수도 있고, 잘 보면 그가 들여다보는 ‘범천’(허준호)의 공간에 있는 그림들에 여러 정보가 담겨 있다. 삼라만상을 콘트롤할 눈일 수도 있고… 이번은 시작이다 보니 좀 더 캐주얼하게 간 것 같다. 나름대로 후속편에 대한 상상을 많이 하는 중이다. 전사도 만들고 후사도 만들고, 스핀오프도 만들고! 하하! 설경이 펼쳐지면서 게이트가 열리고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시리즈, 게임 등 여러 매체로 확장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범천’의 공간과 ‘유경’이 사는 마을 등 색감의 대비가 뚜렷한데, 색채 디자인에서 강조한 부분이 있다면.

범천의 공간은 푸른색을 기조로 콜드한 그레이 톤으로, 유경의 마을은 붉은색과 흰색 위주로 캐릭터에 따라 강하게 대비했다 선악이 분명한 영화라 색채 대비에 집착적(?)으로 매달렸던 것 같다 원하는 톤과 무드를 위해 마리아 렉스의 사진집을 참고했고, 미술팀과 소통하는 데도 유용했다 설명보다 사진집을 보여주니 바로 알아차리더라 박찬욱 감독, 봉준호 감독님 모두 사진첩을 많이 보는 거로 알고 있다.

박정민과 지수(블랙핑크)의 까메오 출연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침 무당(박정민)과 그가 모시는 선녀(지수)로 호흡을 맞췄다.

선녀로 어떤 분을 캐스팅할지 고민했는데, 후보 리스트를 보니 지수 씨가 제일 눈에 들어왔다. 원래 찐팬인 데다 (내가) 힘들고 외로울 때 위로해 준 분이라, (웃음) 한 번 물어나 보자 했는데, 마침 스케줄이 비었다고 흔쾌히 수락해 주더라! 나중에 인스타그램을 찾아보니 팬이 어찌나 많던 지 깜짝 놀랐다. 이런 분을 2~3m 공중에 매달아 촬영했으니… (웃음) 팬들께 죄송하고 기꺼이 해준 지수씨께는 정말 고맙다. 영화를 먼저 본 박찬욱 감독님이 지수씨를 보더니, 누구냐고 물으면서 촬영 날 ‘왜 연락하지 않았느냐’고 농담하시기도. 정민 배우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때 같이 작업한 경험이 있어서 부탁드렸더니, 역시 흔쾌히 수락하며 ‘한 번 봐달라’며 준비해 왔는데, 그냥 그대로 쭉 갔다. 현실과 동떨어진 캐릭터를 땅에 착 붙은 듯 소화했더라. 이중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배우가 아닐까 한다.

<군함도> <부산행>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헤어질 결심> 등 다양한 영화의 연출부로 경험을 쌓았고 마침내 입봉했는데, 소감 한 말씀! 또 조감독과 감독은 어떻게 다르던가.

음… 어딘지 비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인 공간에 있는 듯하다. 영화 속 ‘설경’ 같달까. (웃음) 육체적으로는 조감독이 더 힘들다. 감독은 의자에 앉아 있으면 되는데 조감독은 발로 뛸 일이 정말 많다. 배우들과 의견을 나누며 큰 방향을 잡아가는 등 재미있었는데, 막상 개봉하니 무게감과 부담감이 마구 생긴다.

마지막 질문이다. 지금까지 여러 유명 감독과 작업했는데 제일 취향이 맞는 감독을 꼽는다면. 또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부산행> 연상호 감독님이 특히 잘 맞았던 것 같다. 어떤 번뜩임이 있고, 같은 애니메이터 출신이라 그런지 이야기가 잘 통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플라이>(1986) 같은 기괴한 스토리에도 관심이 많고, 또 멜로는 원래 관심 없었는데 <헤어질 결심> 이후 흥미가 생겼다. 이번 <천박사 퇴마 연구소> 같은 어반 판타지 장르를 좀 더 하고 싶고, 또 어반 멜로, 어반 SF 같은 복합장르도 하고 싶다.


사진제공. 외유내강

2023년 10월 24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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