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데뷔 10년 차인 배우 신혜선. 나이는 먹어도 머릿속은 아직도 어린 것 같다고, 마음은 예전 그대로라고 털어놓는다. 여전히 하고 싶은 장르도 역할도 많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낀다고 한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꾸준하게 활동해 온 그는 일명 타율 좋은 배우다. 출연 드라마마다 높은 시청률을 뽑아낸 까닭인데 이렇듯 훌륭한 선구안의 핵심은 ‘타이밍’이다. 어떤 느낌의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할 때마다 공교롭게도 딱 걸맞은 작품이 들어오고 덕분에 좀 더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중고거래 범죄를 다룬 <타겟>은 그간 꼭 해보고 싶었던 스릴러라는 장르와 기존의 개성 강한 캐릭터와는 결을 달리하는 평범한 인물이라는 점에 무엇보다 끌렸다는 신혜선이다. 영화의 매력으로 현실 밀착한 공포와 두려움을 꼽는 그가 관객에게 듣고 싶은 평은 ‘극장에서 보면 좋을 영화’라는 칭찬이다.
중고거래를 대상으로 한 범죄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현실에 기반한 공포라 섬?섬?하며 봤다. (웃음) 처음에 공감이 되든가.
사실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아무래도 텍스트로 접하다 보니 (주인공이) 얼마나 무서울지 실감나지 않았다. 매체를 통해 관련 사건을 접했을 때도 막연하게 힘들겠다고 생각했지만, 마음 깊이 공감하지는 못했었다. 그 고통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막상 연기해 보니 알겠더라. 정말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아닌가, 그 부분이 제일 두렵게 다가왔다.
평소 스릴러 장르를 하고 싶었다고.
원래 스릴러 장르를 좋아한다. 또 이제 데뷔한 지 10년 됐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짧게 느껴진다,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해서 꼭 해보고 싶었다. 장르뿐만 아니라 평범한 인물이라는 점도 좋았다. 그간 뚜렷한 캐릭터를 주로 해와서 그런지 ‘수현’(신혜선)의 무색무취라고 할지, 주변에 흔히 볼 법한 직장인이라 이런 평범함에 오히려 끌려던 것 같다.
평범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어떻게 감정을 잡아나갔나.
‘그놈’이 괴롭히는 정도에 따라 수현이 얼마나 무서울지, 그 공포심을 키워 나가는 게 관건이었다. 일상을 침해당하는 불편함과 두려움을 서서히 증폭해 나간다면 관객 역시 수현에게 자연스럽게 이입될 것 같았다. 두려움과 떨림의 수위를 조절하는 데 가장 신경 쓰며 연기했었다.
중고거래를 한 경험이 있나.
아직 기회가 없었다. 평소 온라인을 많이 활용하지 않는 다소 아날로그적인 사람인 데다 그렇게까지 부지런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한 번은 방을 정리하며 쓸만한 물건이 있으면 중고로 팔아보자는 얘기가 나오긴 했는데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래도 7살짜리 조카가 있어서 곁에서 중고거래를 자주 지켜봤었다. 아, 그리고 외할아버지께서 보이스피싱으로 상당한 금액을 피해 본 경험이 있다. 그때 가족들이 굉장히 힘들어했는데 이게 참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았다. 사기를 당했다는 자책감, 가족들에 미안함 그리고 범인들에 대한 분노 등 여러 감정이 뒤섞였더라. 며칠 전에는 ‘아빠, 나야. 핸드폰 잃어버렸으니 문자 줘’ 이런 문자를 받았는데 스탭 중 한 명도 똑같은 문자를 받아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수현은 중고거래 사기범에게 대응과 응징을 하다가 범죄 대상으로 찍힌다. ‘그만하라’는 경고 문자도 무시하는데, 실제라면 어떨까.
완전히 쫄보라 (웃음) 모르는 사람과 감정적이든 뭐든 트러블을 생기게 할 것 같지 않다. 평소에도 겁이 많은 편이다. 자동차 속도가 좀만 빨라도, 80km만 넘어가도 무섭고 이제는 놀이기구도 완전히 무섭더라. 그러니 피싱 문자나 메일 등을 받는 것도 당연히 겁이 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수현처럼은 아니라도 어느 정도 응수하지 않을까 한다. 수현이 대단히 정의롭고 성격이 센 인물은 아니지만, 당하고만 있는 소심한 성격은 아니라 극 중 행동에 충분히 납득이 갔다.
수현은 ‘그놈’에게 신상정보까지 다 털리는데, 대중에게 노출되는 직업인으로서 좀 더 공감되는 면이 있던가.
개인적인 부분과 직업적인 부분은 다른 것 같다. 배우로서 나이나 학력, 경력 등이 알려지는 건 상관없다. 게다가 요즘에는 사생활 보호에 민감해서 개인적인 상황이 (의도치 않게) 알려져서 불편했던 적은 거의 없다. 하지만, 누군가 사적인 부분, 예를 들면 핸드폰이나 메일의 내용 같은 걸 알고 있다고 하면 정말 공포스러울 것 같다.
극 중 수현이 처한 상황 중 어느 부분이 가장 무섭던가.
실제 나라면 ‘적당히 넘어가라’는 카톡을 받는 것부터 무서워서 바로 그만했을 거다. (웃음) 무엇보다 수현이, 귀가했는데 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고 화장실에 물방울이 묻어 있는 걸 본 순간! 나라면 정말 오싹했을 것 같다. 혼자 사는 집인데 누군가 화장실을 쓴 흔적이 남아 있다면 정말 공포 그 자체 아닌가. 비슷한 경험이 있는 게, 요즘 촬영차 제주도에 머무는데 하루는 청소하는 분이 안 온다는 연락을 받았었다. 그런 줄 알고, 숙소에 들어와서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다가 화장실에 새 휴지가 걸려 있는 걸 보고 어찌나 놀랐던지! 알고보니, 예정과 다르게 오셔서 청소하고 가신 거였다. 그런데 수현처럼 협박받는 입장에서 비슷한 상황에 놓인다면? 생각만 해도 너무 무섭다.
액션 등 힘든 점은 없었나.
액션이라고 하기에는 맞기만 해서 (웃음)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수현’을 때려야 하는 상대 배우분이 많이 어려워했다. 때릴 때 굉장히 조심스러워하고 또 많이 미안해하더라.
단역부터 주연까지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온 배우 중 하나로 손꼽힌다. 퓨전 판타지 사극 <철인왕후>를 비롯해 매번 캐릭터를 찰지게 소화한다는 생각이다. 연기 원동력은 뭘까. 또 연기하며 언제 희열을 느끼나.
음, 원동력은 하고 싶은 역할이 계속 생긴다는 것? 요즘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혹은 날씨 때문인지 예전보다 조금씩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에는 이런 장르, 저런 역할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끊이지 않는다. 사실 약간은 끈기가 없는 사람이라 특별한 취미도 없고, 한 번 꽂히면 집중하지만 관심이 식으면 쳐다보지도 않는 편이다. 먹는 것도 마찬가지로 질릴 때까지 먹다가 물리면 끝인데 이런 성향이 오히려 일을 계속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한 작품에 모든 걸 쏟아붓고 나면, 그 열정은 이제 다음 작품으로 옮겨가는 거지. 연기하는 건 늘 재미있고 좋지만 특히 기쁠 때는, 내가 전달하고자 한 느낌을 표정이나 대사로 표현했을 때 관객과 시청자가 캐치 혹은 공감해주는 순간이다. 이때 가장 재미있고 희열을 느낀다. 배우는 책(대본)과 시청자의 중간자, 그러니까 글과 시청자의 매개자라는 생각이라 글을 재미있게 전달했을 때 제일 기쁘다.
특히 드라마 타율이 높은데, 선택하는 기준은.
과찬이다. 작품을 보는 눈이 있다기보다 ‘타이밍’의 문제인 것 같다. 이런 느낌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면 공교롭게도 해당 글(대본)이 들어오는 것 같다. 그러면 아무래도 한 번 더 눈길이 가고, 좀더 열정적이고 재미있게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주로 캐릭터에 포커싱했다면 지금은 조금 다른 관점 즉 좀 더 넓게 작품을 보려 한다. 이번 <타겟>도 그렇고, 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도 그랬다. <타겟>은 지극히 평범한 캐릭터라 내가 한 번 만들어 나가고 싶었고, <이번 생도 잘 부탁해>는 감독님과 작품의 방향성이 마음에 들었었다. 장황해졌는데 결론은, 예전에는 캐릭터를 주로 봤다면 이제는 재미 플러스 도전 혹은 경험해 보고 싶은 작품을 선택하는 것 같다.
하고 싶은 장르와 역할은 무얼까.
진짜 많다. SF 물도 해보고 싶고, 또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건 귀신이 나오는 공포물이다. 이게 약간의 대리만족 같은 건데 겁이 많고 무서워 죽겠는데도 공포 영화를 즐기는 편이다. <타겟> 촬영하면서 짬짬이 차 안에서 ‘심야괴담’ 같은 프로를 보는데 너무 무서워서 불면증이 올 정도인데도 또 보게 되더라. 그래서 한번 도전하고 싶다.
마지막 질문이다. 데뷔 10주년 소감 혹은 각오 한마디!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데뷔할 때의 느낌이 여전한데 말이다. 10년차가 되니 몸이 약간 안 따라줘서 나도 모르게 지칠 때가 있지만, 그럴수록 건강 관리를 잘해서 더욱더 파이팅 넘치는 배우가 되려 한다. (웃음)
사진제공. 아이오케이컴퍼니
2023년 9월 1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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