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유머, 끝까지 한다! <비공식작전> 김성훈 감독
2023년 8월 4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1987년 발생한 레바논 외교관 납치사건 실화를 모티브로 한 <비공식작전>으로 김성훈 감독이 스크린 영화로는 7년 만에 관객을 찾는다. 묵직한 소재를 다룸에 있어 김 감독은 피랍이라는 고통의 기억보다 구출하는 과정, 즉 베일에 싸인 구조 작전의 여백을 상상력을 발휘해 채웠다. 각기 영화 <터널>과 시리즈 <킹덤>에서 합을 맞춘 바 있는 하정우와 주지훈을 좌우에 팔짱 끼고, 가벼운 톤앤 매너의 리드미컬한 오락 영화를 완성했다. 웃음과 유머를 놓지 않되, 타문화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려 노력했다는 감독을 만났다.

경쟁작들이 일주일 단위로 연이어 개봉하는 전쟁 같은 여름 극장가다. 심경은. (웃음)

솔직히 그간 입시나 군대 등을 거치며 긴장했던 적이 많았지만, 이렇게 장기적으로 잠을 못 잔 적이 있었나 싶다. 지금도 여유로운 척하고 있지만, 무지 떨린다! (웃음) 언론 시사하고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들으면 스스로 정리가 된다. 이후부터는 그 누구를 만나고, 새로운 질문을 받아도 한결 편하게 대응하게 된다.

‘피랍’이라는 가제로 오랫동안 알려졌는데 최종 타이틀은 <비공식작전>으로 낙점됐다.

그렇지, 2018년부터 이 작품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해서 2022년까지 ‘피랍’으로 살았으니 말이다. 4~5년간 써온 제목을 바꾼다는 게, 원체 각인돼 있다 보니 쉽지는 않았다. 처음으로 ‘피랍’이라는 가제에 대해 의문이 생긴 건 마지막 장면에서였다. 마지막에 음악과 함께 제목을 인장처럼 넣고 싶었는데, 이건 영화 <끝까지 간다> 때도 그랬다. 관객은 끝까지 봤고, 영화는 끝까지 왔다는 의미로 ‘끝까지 간다’는 제목이 다시 올라와도 이때는 어색하지 않았거든. 그런데 ‘피랍’을 넣으니 극의 엔딩과 영 맞지 않는 거다. ‘웬 피랍? 다시 납치된다는 건가’ 뭐 이런 느낌을 주더라. 엔딩을 바꿀 수는 없고, 또 ‘피랍’이라는 단어 자체가 무게감이 있어서 이보다는 좀 더 엔딩과 극의 톤과 어울리는 제목을 찾기로 했다. 그렇게 공모해서 뽑힌 제목이 ‘비공식작전’이다.

가볍고 경쾌한 톤을 지향했다고 했는데, 실화의 무게와 유머(웃음)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관건이었겠다.

가장 고민했던 지점이고, 영화의 시작과 연관된 고민이기도 하다. 처음 <비공식작전>을 제안받은 건 2018년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의 음악을 녹음하러 가는 체코행 비행기 안이었다. 확정은 안 했지만 대략 하기로 마음먹고 관련 사건을 살펴봤었다. 외교관이 납치된 실화지만, 결국 돌아왔으니 해피엔딩인 셈인데 그렇다면 어떻게 돌아온 걸까. 그 과정이 궁금해졌다. 마침 <킹덤>을 만들며 좀 더 큰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던 차였다.

베일에 싸인 ‘구조 과정’에 초점을 맞춘 까닭은.

납치라는 게 당사자에게는 아픔의 기억이라 그 고통에 집중하기보다 구하러 가는 과정, 그 이야기를 밝게 그려보고자 했다. 제작진도 이런 접근 방향에 흔쾌히 동의해 줬었다. 어떻게 무사 귀환했는지 그 실제는 모르지만, 그를 꼭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한 A라는 어떤 인물이 있지 않았을까 상상해 봤다. 그가 어떤 심정으로 작전에 자원했는지 생각해 보면, 측은지심의 발로가 아닐까 한다. 이런 마음을 표현하는 인물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고 그게 ‘민준’(하정우)과 ‘판수’(주지훈)다. 한마디로 전작 <터널>이 인간에 대한 예의를 이야기했다면, <비공식작전>의 기저에 깔린 정서는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이다. 그래서 민준이 외교관을 구하는 이야기로 출발했지만, 결국 홀로 남게 될 판수를 구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람이 사람을 구하는 이야기를 가볍게 전달하려다 보니 버디 액션 무비를 표방하게 됐다.

미국 발령을 약속받고 레바논으로 향하는 등 초반 민준의 행동을 보면 그리 측은지심이 느껴지진 않는데…(웃음)

인물이 꼭 작품 속에서 성장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 성장을 지켜보는 맛이 있지 않나. 평범하고 때론 찌질하고 억울한 면도 좀 있는 인물이 나중에 어떤 계기나 이유로 누군가를 구하는 데 진심이 된다면, 이런 전후의 온도차를 통해 좀 더 큰 감흥을 얻지 않을까 싶었다. 타고난 의인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상황에 따라 의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수요원이 아닌 외교관 민준의 탈출기라 타고난 순발력과 약간의 편법, 머리 굴리기 같은 요소로 캐릭터적인 재미를 더했다.

판수는 실존한 인물인가.

한국인이 모두 철수한 레바논 베이루트에 딱 한 명, 남은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그가 작전을 돕지 않았을까 하는 영화적 상상을 발휘해 봤다. 판수가 사기성이 농후해 보이고 그 진심을 헤아리기 어렵지만, 혼자 주절주절하는 장면을 보면 그의 전사가 살짝 드러나면서 최소한의 양심을 가진 인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죄의식을 갖고 있는 친구이고, 그의 여자친구 라일라는 이런 마음을 일깨우는 인물이다. 나중에 진심으로 민준을 도운 후 홀로 남겨질 운명이 되자, 전 재산 같은 망가진 차를 어루만지며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이지 않나. 이를 본 민준은 차마 혼자 떠나지 못했을 터이고.

<끝까지 간다>와 <터널>은 각본을, 이번 <비공식작전>은 각색을 맡았는데, 각색 시 중점을 둔 부분은.

<터널>도 원작 소설이 있었다. 마음대로 수정할 수 있냐고 묻고 오케이라는 답을 듣고 시작했었다. 이번에도 각본을 받고 수정 동의를 받은 후 각색을 시작했다. 기본 플롯은 유지하면서 캐릭터의 성격과 에피소드가 변경됐다. ‘민준’을 입신양명을 꿈꾸는 인물로 변주했고, 작전과 도망 과정에서 유머가 좀 더 곁들여졌다. 유머는 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포기할 수 없는 요소로 먹히지 않을 때까지 시도해 볼 생각이다. (웃음)

이번 유머 타율은 얼마나 될까. (웃음)

아직 개봉 전이라 자평하기엔 너무 이르지만, 온라인까지 총 4회 시사회를 가졌는데 의외로 웃음이 터진 부분이 생각보다 많았다. 좀 더 웃으면 좋겠는데 하는 장면도 있었고, 연속으로 터진 장면도 있었다. 웃음 터짐에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적정한 수준이 아닌가 한다.

웃긴 장면이라 하면, 홀로 남은 민준이 밤새 사막을 걸어 초췌하고 꾀죄죄한 몰골로 떡하니 등장한 씬을 빼놓을 수 없다. 다들 빵 터졌다.

우리 영화의 터닝 포인트 중 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하정우 배우가 연기를 정말 잘했다. 그날은 영화 속 나날들 중 가장 맑은 날로, 잘못을 저지른 판수의 모든 죄를 용서해 줄 정도로 깨끗한 날이었으면 했다. 사막 뒤로 보이는 산맥은 아틀라스산맥으로 2월에 촬영팀을 레바논에 보내서, 배경 소스를 미리 찍어 놨었다. 관객의 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민감하다. CG는 정보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정서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실사를 못 따라온다. 그 장면은 웃음과 더불어 둘이 이제부터 동행이라는 걸 설명없이 풍경으로만 전달하고 싶었고, 이를 위해 소스 촬영한 후 합쳐서 살짝 눈이 남아 있는 산맥의 그림을 완성했다.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내전, 혼란 그 자체인 1980년대 레바논이라는 이질적인 문화권을 배경으로 하며 경계한 지점이 있다면.

평소 한국을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를 보고,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이름으로 참 이상하게 그린다고 생각했었다. 사실 영화를 찍기 전까지 레바논에 대해 잘 몰랐지만,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편견없이 그리고자 했다. 레바논은 이슬람국가가 아니고 이슬람교와 기독교가 분쟁중인 국가라 이분법적인 표현은 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갱단을 그리는 데 있어 어떤 종교의 부정적인 모습은 일절 곁들이지 않았다. 그들의 아픈 역사를 배경만을 위해 소비하진 말자, 가볍게 간다는 영화의 기조를 유지하되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자 했다.

후반부 좁은 골목길에서 펼쳐지는 카체이싱은 박진감 넘치더라. 해외에서 그 정도의 퀄리티 높은 장면을 뽑아 내기까지 고생이 많았겠다. (웃음)

자동차 액션에 욕심이 나던 차였다. 카체이싱은 기본적으로 자본과 노하우가 필요한 부분이다. 자본은 부족하지만, 노하우는 어느 정도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할리우드의 유명 프랜차이즈와 규모는 몰라도 차별점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언급한 후반부 탈출 시퀀스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가장 많이 칭찬받은 지점이었다. (웃음)

마지막 질문은 소소하게! <터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귀여운 견공이 등장한다. 애견인인 듯!

그러고 보니 의도하지 않았으나 계속 개가 출연했다! 사극 <킹덤> 조차도. (웃음) 실제로도 현지에 무리 지어 다니는 들개떼가 많다고 하더라. 민준의 대사 중 ‘여기는 개들까지 왜 이래!’ 하는 대사가 있을 정도로 개를 등장시킬 때와 등장시키지 않을 때의 느낌이 달랐다. 각기 장단점이 있지만, 개들이 없으면 하정우 배우 특유의 표정이 살지 않아서, 그러니까 나중에 터덜터덜 걸어온 민준의 표정을 만들려면 필요하겠다 싶었다. 처음에는 반려견 같은 귀여운 개에서 나중에는 형님들이 등장하듯 위협적인 대형견이 나타나, 사람과 동물 모두 합심해서 마치 온 주위가 민준을 위협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해 봤다.


사진제공. ㈜쇼박스

2023년 8월 4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0 )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