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셀러브리티>로 데뷔 7년 만에 원톱 주연을 맡았다.
안 떨렸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솔직히 굉장히 떨렸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거 같아서 한시름 놨다. (웃음) 주연을 맡는다는 건 내가 곧 작품의 톤 앤 매너를 결정하고,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작품의 메시지와 직결된다는 뜻 아니겠나. 그런 점이 부담이었는데, 어느 정도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웃음)
작품에 합류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감사하게도 대본을 먼저 받았다. 읽어보니 SNS와 인플루언서에 관련된 이야기더라. 특히 SNS는 없으면 못 살 정도로 자주 이용하는데,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주체적으로 나서서 할 수 있는 캐릭터라면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웃음) 또 김철규 감독님의 전작들도 재밌게 봐서 꼭 참여하고 싶었다.
특히 SNS와 밀접한 세대이고 직업이지 않나.
직업이 연기자인 만큼 SNS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그래서 극중 라이브 방송을 하거나 포스팅하는 부분에서 생소한 건 없었다. 작가님과 감독님께서 연구와 조사를 많이 하셨지만 두 분보다 내가 SNS와 더 친밀하다 보니 함께 고민하면서 촬영했다. '메시지보다는 DM이라고 해야 현실성이 있어요’, ‘요즘은 게시물이 아니라 스토리를 많이 올려요'라는 식으로 조언해드렸고 감독님도 유연하게 받아들이시고 반영해 주셨다. (웃음) 우리와 밀접한 소재를 다루는 만큼 작품이 사실적으로 그려져야 한다는 점에 모두 동의했고, 시청자가 이질감을 느끼거나 몰입이 힘들지 않도록 노력했다.
어느 날 갑자기 평범한 직장인에서 인기 인플루언서가 된 ‘아리’를 연기했다.
우선 스타일링에 많은 공을 들였다 ‘아리’의 위치가 변함에 따라 평범함부터 화려함까지 모두 보여줘야 했다. 감정적, 연기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시각적인 변화가 있어야 재미를 느끼고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께서도 스타일링에 많은 의견을 주셨고, 스타일링과 관련한 팀을 따로 붙여주시기도 했다. 감사하게도 좋은 옷을 많이 입고 촬영했다. 캐릭터를 위해 짧은 단발로 머리를 잘랐는데, 관리하는 게 여간 수고로운 게 아니더라. (웃음)
연기적으로는 어디에 주안을 뒀을까.
‘아리’라는 인물이 경쟁자, 친구, 가족을 비롯해 굉장히 많은 사람을 마주하지 않나. 근데 ‘아리’가 대하는 또 다른 엄청난 상대가 있다. 바로 SNS다. ‘아리’가 SNS를 대하는 감정은 폭이 넓고, 시시각각 세밀하게 바뀐다. 거기에 ‘아리’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도 담겨있다고 봤다. 이런 ‘아리’의 감정이 작품의 메시지를 대변하는 부분이 분명 있기에 더 설득력 있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아리’와 함께 '_bbbfamous'라는 계정을 쓰는 인물이 극중 큰 역할을 한다. ‘아리’를 위기에서 구해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큰 악플러이기도 한데.
'_bbbfamous'를 연기한 김노진 배우가 자세히 보면 나와 닮았다. 그래서 무서운 거다. 감독님께서 일부러 그렇게 캐스팅을 하신 거 같다. 나를 증오한 나머지 범죄까지 저지르게 된 사람을 찾아냈는데, 나랑 너무 닮아 있는 거다. ‘아리’ 또한 '혹시 나는 다른 사람에게 그렇지 않았던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사실 촬영할 때도 김노진 배우와 내가 닮아서 신기하다 생각했는데 방송으로 보니까 그 부분이 확 와닿더라,
단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악질적인 비방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다. 공감되는 지점이 있었겠다.
사실 내 경우엔 실제로 악플을 그렇게 많이 받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굳이 찾아보지 않는다. 오히려 피하는 편이다. 극중 ‘아리’가 악플을 읽는 장면이 있는데 촬영 당시 실제 화면에 악플을 띄워서 읽었다. 그 수위가 너무 높아서 끔찍하고 힘들더라. 배우로서, 보여지는 직업으로서 다양한 피드백을 듣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쉽지만은 않은 거 같다. 이 일을 하면서 많은 동료들이 악플로 인해 아파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연기하면서 그들 모습이 떠올라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되고 가슴이 아프더라.
작품을 통해 간접경험해본 인플루언서의 세계는 어떻던가.
명과 암이 분명히 존재하는 세계? 어떤 직업이든 보이지 않는 피, 땀, 눈물이 있기 마련인데 여기가 특히 더 그런 거 같다. 인플루언서라는 일을 하는 분들,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또 얼마나 치열한 사회 속에서 사는지 알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작품이고, 그만큼 정말 많은 분들이 엄청난 노력을 쏟고 있다. 단순히 하나의 작품을 넘어 한국 콘텐츠의 발전에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담감이 크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캐릭터를 책임감 있게 연기하는 것뿐이다. 기대해 주시는 시청자들이 많으니까 그에 부응하기 위해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나게 된 이 소중한 행운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으로 얼굴을 알리고, 이번 <셀러브리티> 주연을 맡은 데 이어 <오징어 게임> 시즌2에도 합류하면서 '넷플릭스의 공무원', '넷플릭스의 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웃음)
내 입으로 그렇다고 인정하는 건 아니지만, 너무나도 감사한 표현이다. (웃음) OTT 작품들이 다양해지면서 창작자나 배우 입장에서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졌다. 그런 면에서 감사하고 있다. <셀러브리티>가 공개되면서 넷플릭스에 얼굴이 크게 떠 있으니 부모님이 참 좋아하신다.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다섯 번이나 정주행하셨다. 그게 가장 기쁘다. (웃음)
넷플릭스 이외에도 드라마 <오늘도 사랑스럽게>, <망내인>의 출연이 확정됐는데.
나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도전이기 때문에 해내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쉴 줄 모른다. 사실 쉬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웃음) 일을 하는 게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고, 하나하나 끝낼 때마다 스태프, 배우들과 교감하고 배우는 게 너무 많다. 연기자 박규영으로서 배우는 것도 많은데 인간 박규영으로서도 성장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일을 멈출 수가 없다. (웃음) 욕심이라면 욕심이 좀 있는 거 같다.
어렸을 적부터 배우는 걸 정말 좋아했다. 배움의 과정 자체를 즐기고, 거기에 결과까지 좋아서 자신감이 생기면 그게 다음 도전을 하는 원동력이 되더라. 지금까지 모든 방면에서 그렇게 살아왔다. 인생에서 버릴 순간이 하나도 없다. 과거의 내가 해온 선택과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의 딸’ 외에도 가지고 싶은 타이틀이 있다면. (웃음)
내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꽤 오랜 시간 고민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나는 ‘들꽃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웃음) 들꽃은 단숨에 시선을 끌진 않아도 은은하고 편안한 매력이 있다. 나도 들꽃처럼 잔잔하게, 편안하면서도 긍정적인 나만의 향기를 풍기고 싶다.
사진제공_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