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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병에 걸릴 나이는 아닌지라” 넷플릭스 <더 글로리> 정성일 배우
2023년 3월 31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글로벌 히트 친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의 최대 수혜자라 해도 과언이 아닌 배우 정성일. 일명 ‘나이스한 X새끼’ 하도영으로 절제된 품격을 보여준 그는 시청자들의 도영을 향한 열띤 반응과 인기에도 담담한 모습이다. 여전히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등 평소 같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전보다 많은 시나리오를 받고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면에서는 기쁘지만, ‘연예인병이나 스타병에 걸린 나이는 아닌지라’ 들뜨고 자만하기보다 자기 템포대로 나가려 한다는 정성일을 만났다.

(*해당 인터뷰는 <더 글로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락으로

“작품은 당연히 잘될 거로 확신했지만, 하도영이라는 캐릭터가 이렇게 사랑받을 줄은 몰랐어요.” 과분한 사랑과 관심에 얼떨떨하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한다.

“예솔(오지율) 아빠로 남은 것과 이를 위해 살인한 부분요.” 하도영을 연기하면서 가장 공감한 부분과 공감하지 못한 부분을 묻자 ‘아주 쉽고 명확한 질문’이라는 정성일이다.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직접 육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기에 ‘키운 정’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 익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자신 역시도 하도영 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고.

반면 살인은 공감하기 힘들었고, 행할 수도 없는 영역이라 오롯이 캐릭터로서 접근하려 했다. 도영이 그러한 결정을 내기기까지 그 동기를 찾으려 많이 노력했단다.

“파트2 공개 전까지 하도영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에 걱정이 많았어요. 이유가 어쨌든 명확한 살인자니까요. 그 직전까지만 갔다면 부성애 같은 명분으로 변명의 여지가 있겠지만요.” 김 작가는 파트2에서 하도영이 가장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물이라고 예고한 바 있고, 정성일 역시 이에 동의한다. 하도영이 과연 그 후 잘 살아갈 수 있을지 후사를 떠올려 보기도 했다는 그는 살인만큼의 나락이 어디 있겠느냐며 반문한다.

나이스한 X새끼

김은숙 작가의 대본은 연기자에게 성공의 지름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흥행 보증 수표인 작가와 함께한다는 건 대중성과 인기를 그만큼 담보하기 때문이다.

“무슨 역할인지 몰랐어요. 대본을 받고 나서야 알았죠. 처음 리딩하고 나서는 뭔가 짤릴 것 같은 느낌에 (웃음) 매니저한테 너무 기대하지 말자고 얘기했을 정도예요.”

사연인 즉 촬영에 들어가기 1년 전쯤 사무실을 통해 김 작가의 차기작에 출연할 것 같다는 언질을 받았고, 이후 대본을 받고 나서야 ‘하도영’ 캐릭터라는 걸 알았다. 첫 리딩에서는 지레 겁을 먹은 나머지 자신감이 많이 다운돼 있었는데 김 작가와 대화를 나눈 후 캐릭터를 잡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연기는 항상 어려워요. (웃음) 어떻게 하면 인물의 정서나 기분을 잘 드러낼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하도영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밖으로 표출하기보다 쌓아 뒀다가 한 번에 터지는 인물이라 이런 면이 자연스럽게 카메라에 담겼으면 했어요. 의도한 건 아닌데 나중에 보니 예상보다 얼굴 (근육)을 많이 활용했더군요.” 짧은 대사 안에 캐릭터의 특성을 녹여내는 건 결코 녹록지 않은 작업인데, 미세한 표정 변화와 제스처로 그 어려운 걸 해낸 정성일이다.

극 중 하도영은 타고난 귀족이다. 남을 부리는 게 당연하고 선을 넘는 자에게는 철저하게 응징한다. 일명 ‘나이스한 X새끼’다.

“나이스한 X새끼라는 워딩 자체가 양면성이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면을 어떻게 구축하고 표현할지 노력했는데요. 돌고 돌아보니 작가님이 써 놓은 글 속에 있더군요.” 하도영의 캐릭터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씬은 바로 기사에게 와인을 주는 장면이다. 정성일이 가장 신경 쓴 장면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도영은 사람을 하대하지만, 몸에 밴 행동이지 어떤 의도는 없어요. 그런데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X새끼처럼 보일 수도 있죠.” 다시 말해 하도영은 선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악인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가 어떤 ‘의도’를 갖고 타인을 함부로 대한다면 그건 나이스가 빠진 X새끼라는 것. ‘나이스’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연기톤을 잡으려 했다는 그는 하도영의 이러한 면을 시청자들이 사랑해 주는 것 같다고 추측한다.

스타병에 걸릴 나이는 아닌지라

“예전에 저에게 송혜교는 그야말로 톱스타이자 연예인이었죠. 그런데 같이 작업하고 사석에서 몇 번 만나서 밥 먹고 하다 보니 이젠 그냥 동료예요. 제가 ‘넌 참 피곤하겠다’ 하고 농담하기도 합니다. 일거수일투족이 기사가 되니까요. ‘스타도 사람이구나’ 싶게 털털하고 가식없는 친구예요.” 의외로 대장부 같은 면을 지닌 송혜교가 촬영하면서 큰 의지가 됐다는 정성일, 그와 같이 바둑 두는 장면에서는 배우 송혜교의 단단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정성일은 어릴 때 이런 꿈을 꾼 적이 있다고 한다. 바로 유명한 배우가 된 자신이 고향에 가서 옛 친구와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는데, 이때 그를 알아본 주변인들이 싸인 한 번만 해달라고 하자 친구가 아주 뿌듯해하는 꿈! 성공을 꿈꾸는 이들이 머릿속에 한 번쯤 떠올려 봄 직한 그림인데, 이번에 비로소 실현된 것 같다고.

“너무 많이 변했죠.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도 예전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에요. 가족들이 너무 좋아합니다.” 그의 큰 버팀목이었던 누나 역시 말로 표현하지는 않아도 얼마나 뿌듯해하고 있는지 보인단다.

이러한 변화에도 그는 여전히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오르고 있다.

“무대를 너무 좋아하고, 약속한 공연이라 지키는 건 당연합니다. 대학로라는 공간이 관객에 있어서 좀 한정적인 부분이 있어요. 무슨 말이냐면 오셨던 관객만 오는 경향이 있거든요. 늘 보던 분이 보고 또 보고 하는 거죠. 요즘에는 일반분도 많이 오세요.”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으로 일반인의 발걸음을 향하게 하는, 변화를 일구었음에도 ‘미미한 변화’라고 겸손을 표한다.

“성공해서 좋고 감사하죠. 일하는 영역에 있어서 더 많은 선택권이 생겼고 인지도가 올라간 만큼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지니까요. 하지만, 일상이나 일하는 데 있어서 크게 변한 건 없습니다. 너무 서두르지는 않으려고 해요.” 연예인병이나 스타병에 걸릴 나이는 이미 지났다는 정성일, 지금 까지의 템포대로 앞으로도 한 발짝 한 발짝 꾹꾹, 전진을 다짐한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3년 3월 31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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