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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진’이 연기하면서 성질머리 나빠져” 넷플릭스 <더 글로리> 임지연 배우
2023년 3월 30일 목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얼마 전 넷플릭스 전 세계 TV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성황리에 종영한 <더 글로리>. 김은숙 작가와 송혜교의 만남, 그것도 로맨스가 아닌 복수극이 될 것이라 예고하며 화제를 모은 <더 글로리>가 공개된 직후 주연 송혜교뿐만 아니라 임지연, 박성훈, 정성일 등 조연 배우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극중 ‘동은’(송혜교)을 향한 학교폭력을 주도한 가해자 ‘연진’으로 분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임지연과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더 글로리>가 넷플릭스 전 세계 TV쇼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거운데.
이젠 엄마마저 나를 ‘연진’이라 부를 정도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은 건 처음이다. (웃음)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한다. 신기하다. SNS에 해외 팬 분들이 늘어나는 걸 보면 놀랍고 감사하다. 우리나라 콘텐츠를 사랑해주신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다른 작품으로도 해외 팬 분들을 만나보고 싶다.

‘연진’의 대사들이 ‘밈’이 됐다. 유명 연예인, 유튜버부터 일반인까지 많이들 따라하더라. (웃음)
‘알아들었으면 끄덕여’ 같은 대사들은 내가 생각해서 만들어낸 포인트다. 솔직히 차 앞에 선 채 담배 피우면서 혼자 욕하는 신은 이 정도로 화제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웃음)

의외로 악역은 이번이 처음이던데.
내게도 큰 도전인 작품이자 캐릭터였는데 많은 분들이 미워해 주셔서 성공한 거 같다. (웃음) 캐스팅이 결정되고 얼마 뒤에 김은숙 작가님과 사석에서 만났는데 나더러 '진짜 착하게 생겼는데, 천사 같은 얼굴 뒤에 악마의 뭔가가 있을 것 같다'고 얘기하셨다. 어떤 역할이든 맡겨만 주시면 다 할 수 있다고 호기롭게 선언했던 데에서 그런 면모를 봤나 싶더라. (웃음)

‘연진’이 아니라 ‘동은’이나 ‘혜정’ 역할이었어도 이 작품을 했을 거다. ‘이건 무조건 내 거다’라는 느낌이 왔다. 시나리오부터 정말 재밌었다. 보통 대본만 읽고 그렇게 강렬한 인상을 받기 쉽지 않은데 정말 잘 짜인 재밌는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연진’이란 역할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항상 악역에 제대로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통해 진짜 제대로 해낸 거 같아 기쁘다.

김은숙 작가가 또 어떤 말을 전하던가.
‘연진’에게 ‘어떤 미화나 서사도 부여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고 나 역시 전적으로 그 말에 동의했다. 결코 용서받지 못할 악역이 되고 싶었다. 촬영하면서 '세상 사람들이 끝까지 나를 미워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작가님, 감독님도 같은 생각이었다.

캐릭터는 어떻게 준비했나.
‘연진’이가 제대로 해야 ‘동은’에게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지 않겠나. ‘연진’이 ‘동은’의 복수가 시작되는 계기인 만큼 캐릭터를 잡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처음엔 선배님들, 동기들에게 아이디어를 구해가며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했다. 아무 감정 없는 사이코패스처럼, 감정을 빼고 모노톤으로 연기하려고도 했고, 반대로 완전히 감정적인 캐릭터로 접근하기도 했다. 결국엔 진짜 나만 할 수 있는 ‘연진’을 만들어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내 목소리, 내가 가진 표정, 걸음걸이, 몸짓을 최대한 활용하려 했다. 그리고 입체적인 캐릭터였으면 했다. 감정적인 굴곡이 크고, 또 그걸 그대로 표출할 땐 표독해 보이지만 반면에 남편 앞에선 애교가 많아진다거나 엄마로서의 모습, 기상캐스터로서의 모습 등 ‘연진’에겐 다양한 모습이 있다. 악행을 저지르지만 착해 보일 땐 한없이 착하고 예뻐 보였으면 했다. 그런 다면적인 모습이 ‘연진’을 더 매력적인 빌런으로 만드는 거 같다.

특히 표정 연기에 관한 호평이 많더라.
‘연진’이는 침착하고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는 ‘동은’에 비해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인물이다. 그래서 표정 연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원래 내가 한쪽으로 웃는 버릇이 있다. 이걸 ‘연진’이에게 적용하면 좋을 거 같더라. 입도 크고 눈썹이 진한 편이라 표정 연기를 할 때 이 둘을 많이 활용했다.

흡연부터 욕설까지 전에 보지 못했던 면모를 이번 작품에서 많이 봤다. (웃음)
작품을 위해 담배를 배웠다. 이왕 하는 거 ‘맛있게’ 피우고 싶더라. ‘연진’이가 담배 피우는 장면에서 '흡연하는 분들에게 흡연 생각이 나게끔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웃음) 실제로 ‘연진’이 담배 피우는 걸 보고 스태프들이 '담배 피우고 싶다'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흡연하는 것도 그냥 연기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디테일하게 연기했다. 남편 앞에서 필 땐 그래도 최선을 다해 우아하게, 화가 났을 땐 거칠게? (웃음) 욕도 마찬가지다. ‘연진’에게서 욕이 빠질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 이왕 하는 거, 더 맛깔 나게 표현하는 게 좋을 거 같더라. 잘 보면 친구들에게 하는 욕, ‘동은’에게 하는 욕, 혼자 화를 주체 못하고 하는 욕 톤이 다 다르다. (웃음)

고등학생 ‘연진’을 연기한 신예은과 싱크로율이 높아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사실 신예은 배우와 만나기 전까지 싱크로율에 대한 생각과 부담이 없잖아 있었다. 그런데 첫 대본 리딩에서 우리 두 사람의 톤이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됐다. 원래는 신예은 배우가 연기하는 걸 보고 거기 맞춰서 연결하려고 했는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거 같더라.

아역 배우들이 현장에서 연기하는 걸 직접 본 적은 없고 넷플릭스에 작품이 공개되면서 처음 제대로 봤다. 너무 훌륭해서 놀랐다. (웃음) 내가 봐도 싱크로율이 잘 맞더라. 아역 배우들이 연기를 잘 해준 덕분에 성인 배우들도 칭찬을 받을 수 있었던 거 같아 감사하다.

‘동은’을 연기한 송혜교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송혜교 선배님은 우리들이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줬다. 첫 촬영까지만 해도 선배님과 빨리 친해져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이 있었다. '언니랑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웃음) 그런데 선배님이 굉장히 편하게 대해줬다. 마치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느낌이랄까? 맛있는 거 먹고 수다도 떨면서 금방 친해졌던 거 같다. 언니와 연기하는 데 크게 불편함이 없었다. 오히려 제일 편했던 게 ‘동은’이었다.

시즌2까지 하면서 오랜 시간 한 배역에 몰두해있다 보니 그에 따른 힘든 점도 있었겠다.
성질머리가 나빠진 거 같다. 미간 주름이 깊게 패였다. (웃음) 기상 캐스터 신이 몰린 날은 그나마 좀 온화한 편인데 2부 감옥 장면 같은 걸 찍고 집에 오면 세상이 다 짜증 나는 느낌이다. 캐릭터 자체가 워낙 예민한 성격이기도 하고 소리도 많이 질러서 내 성격까지 영향을 받은 거 같다. 현장에서 스태프들한테 '다음에는 진짜 착한 역할 할 거다'라고 자주 말했다. (웃음)

그렇다면 가장 힘들었던 신은 뭔가.
마지막 교도소 신이 제일 힘들었다. 배우로서 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있지 않겠나. 그런데 ‘연진’이 마지막에 철저하게 무너지고 좌절하는 모습에, 물론 그게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면서도 복합적인 감정이 들더라. 모든 사람들을 아래로 바라보던 ‘연진’ 본인이 그 아래로 내려갔다는 게 느껴졌을 때 나까지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찍고 나서 마음이 공허해졌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더 글로리>가 영광이란 뜻이지 않나. 임지연의 '영광'은 무엇일까.
<인간중독>(2014)으로 데뷔했을 때, 시사회 날 엄마가 오셔서 예쁜 꽃다발을 주셨다. 엄마 입장에선 쉽지 않은 영화일 텐데 다 보시고는 '우리 지연이 너무 예뻤어'라고 말해준 그 순간을 잊지 못하겠다. 가장 큰 영광의 순간이었다.

<더 글로리> 작업이 끝나자마자 차기작으로 tvN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 촬영에 돌입했다고. ‘연진’과는 정반대의 캐릭터라고 들었다. <인간중독>으로 데뷔한 이래 매해 한두 작품씩 공개하고 있는데.
항상 모든 작품을 열심히 했다. 항상 노력했고, 성장하려고 발버둥쳤다. 조금 느리더라도 나만의 길을 가고, 다양하게 도전하면서 성장해가는 내 모습이 좋아서 지금까지 왔다. 솔직히 학교 다닐 때부터 타고난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주변에 정말 끼가 다분한 친구들이 많았다. 가진 게 많지 않으니까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다 생각지도 못하게 어린 나이에 <인간중독>에 캐스팅됐다. 파격적인 신들이 많았고 덩달아 주목을 받으면서 감사하게도 일찍 데뷔하게 됐다. 그땐 사회초년생이었고 현장 경험도 전혀 없었고 연기를 잘하지도 않았다. (웃음) 앞으로 느리더라도 내가 잘하는 집요함과 끈기로 열심히 노력하겠다. 더 좋은 작품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열정 가득한 배우가,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다.

사진제공_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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