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대학교 3학년, 스물셋이 된 윤찬영은 어느덧 10년 차 배우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의 ‘청산’으로 단숨에 그 존재감을 각인했지만, 그 이전부터 쌓아온 연기 내공은 결코 만만치 않다. 엄마와 이별하는 소년부터(드라마 <마마>) 극단의 선택을 한 콜센터 실습생(영화 <젊은이의 양지>)까지 연기의 길을 탄탄하게 연마해 왔다. ENA 새 수목드라마 <딜리버리맨>의 주인공인 택시기사 ‘영민’으로 본격적인 성인 연기에 도전한 윤찬영을 만났다.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길쭉한 눈과 예술적인 보조개를 지닌 실물깡패 윤찬영, 한 살 차이인 시크한 여동생을 살뜰하게 챙기는 오빠라는 그와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드디어 교복을 벗었다! <딜리버리맨>의 생계형 택시기사 '영민'으로 본격적인 성인 연기에 나섰다.
극 중 ‘영민’은 스물여섯 살로 나보다 세 살이 많다. 아직은 ‘어른’이라는 걸 알아 가는 단계라 스물여섯 살의 내 모습은 어떨지, 무슨 생각을 할지 등을 떠올리며 연기했다. 많은 부분을 열어 놓고 임했고, 함께한 (김)민석 형, (방)민아 누나한테 많이 물어봤었다. 그랬더니 ‘다 똑같다고!’ 하더라. 학생 연기와는 또 다른 자유로움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꼈던 것 같다.
서른 살이 되면 어떤 모습일 것 같은지?
음.. 우선 군대를 다녀왔겠고 지금보다 좀 더 안정적인 삶을 살지 않을까! 지금은 경험해 보지 않은 일도 많고 또 해보고 싶은 일도 많다. 그러니까 20대 때는 도전하고 실패하고 또 부딪치고 하는 다이내믹하고 역동적인 삶을 추구한다면, 서른 살 정도 되면 가정적으로 일적으로 안정된 상황 속에서 연기에 더욱더 집중하고 싶다. 이런 면에서 서른쯤에 결혼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영민’ 캐릭터를 소개한다면.
영민은 빚을 갚아야 하는, 금전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괜히 ‘생계형 택시기사’라고 하는 게 아니다. (웃음) 겉으로는 짠돌이 같기도 하고 너무 물질적이고 속물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은 누구보다 남을 도와주려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친구다. 경찰이 되려고 했던 것도 다 이런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러다가 귀신 ‘지현’(방민아)을 만나 새로운 경험을 하며 좀 더 성장하고 한층 어른이 된다.
함께 사는 할머니를 살뜰하게 보살피는 등 따뜻한 캐릭터인데 본인과 닮은 면이 있나.
영민은 세상에서 할머니와 단둘이라 각별할 수밖에 없다. 사람을 ‘챙기는’ 면에서는 비슷하기도 하다. 이번에 촬영하며 주변을 둘려볼 여유가 좀 더 생긴 것 같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전화 드리고 찾아 뵙고, 또 주변 사람을 더욱더 챙기게 됐다.
고자극 고텐션 콘텐츠가 대세인 요즘 <딜리버리맨>만의 강점은 뭘까! (웃음) 어떤 분께 추천하고 싶나.
귀신과 동업하는 젊은 택시 기사와 함께 특별한 사건을 해결한다는 면에서 특별하지 않을까! 드라마를 준비하며 택시를 많이 탔는데 젊은 기사분을 한 번도 못 봤다. (웃음) 기억을 잃은 귀신과의 동행이라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판타지이나, 경제적인 상황 묘사 등은 매우 현실적이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한마디로 참신한 소재의 드라마라 남녀노소 모두에게 흥미롭게 다가갈 것 같다.
평소 택시를 자주 이용하지 않을 텐데 작품 준비를 위해 일부러 많이 탔나 보다.
택시보다는 버스를 애용하는 편인데 이번엔 택시를 정말, 종류별도 다 타봤다. 기사님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는 등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오프닝의 추격전부터 드라이빙 실력이 보통이 아니더라! 또 벽에 수직으로 서 있는 듯한 포즈도 그렇고 액션도 준비 많이 한 것 같다.
운전은 사실 좀 자신이 있기도 했지만, (웃음) <딜리버리맨>을 찍으며 실력이 엄청나게 늘었다. 진짜 택시 기사처럼 하루 종일 타다 보니 저절로 그렇게 되더라. 좁은 골목길을 주행하고, 종이상자나 쓰레기 더미에 부딪히는 등 거의 대부분을 직접 했다. 액션은 사전에 트레이닝과 합을 많이 맞추고 들어갔고, <지금 우리 학교는> 때 연습했던 게 크게 도움됐다. 덕분에 재미있게 나온 것 같다.
평소 운동을 즐기는 편인가.
축구를 좋아해서 일주일에 여섯 번씩이나 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하는 것도 보는 것도 좋아한다.
축구 실력은 어떤가? 특별히 응원하는 선수가 있을까?
음… 축구는 여럿이 하는 스포츠인데 모르는 사람과 함께하고 나면 (나에 관한) 많은 미담이 생긴다! 하하하!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너무 즐겁다. 해외리그 등 주요 경기는 무조건 챙겨보는 편이다. 손흥민과 김민재 선수를 좋아하는데 요즘 김민재 선수가 너무 잘한다. 어제도 챔피언스 리그에서 그 활약이 대단해서 난리가 났었다. 김민재 선수를 보며 수비의 재미를 깨달았다.
방민아, 김민석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는지. 팬들과 공유하고 싶은, 촬영하면서 생긴 특별한 비하인드가 있다면.
처음에는 형, 누나와 되게 어색할 줄 알았는데 너무 잘 해줘서 엄청 편했다. 두 분을 따라가려고 노력했고 이 과정에서 힘도 많이 받았다. 민석 형은 복싱을 매우 좋아해서 촬영장의 추위를 복싱으로 극복할 정도였다. 그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복싱을 시작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웃음) 민아 누나는 에너지가 매우 밝고 주변을 치얼업 시키는데 이런 면이 너무 좋았다.
2013년 어린이 배우로 데뷔했는데 왜 연기가 하고 싶었나.
가족들과 함께 시트콤을 보다가 문득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TV에 나온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줄 수 있겠더라. 그래서 연기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낯가림이 많은 편이라 처음에는 웃는 것도 제대로 안 됐었다. (웃음) 그러다가 조금 적응되니까 마치 놀이하는 것처럼 연기가 재미있어졌다.
<마마>, <지금 우리 학교는>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와 영화 <당신의 부탁>(2018), <젊은이의 양지>(2020) 같은 다양성영화까지 두루 섭렵해 왔다. 시청자(관객)가 그 성장을 흐뭇하게 지켜본 배우 중 한 명인데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나 장르가 있다면.
작품을 통해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성장하는 과정을 쭉 보여드릴 수 있었던 건 매우 뜻깊은 일이다. 이런 내 모습을 애정의 시선으로 바라봐 주신 시청자(관객)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좋은 방향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을 보여드리고 싶다. 다양한 상황과 역할, 감정 속에서 그 나이 때의 나만이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 노력할 것이다.
가벼운 질문이다. 인스타에 ‘슬램덩크’ 피규어를 찍어 찐팬임을 인증했던데 최애 캐릭터는? 또 MBTI 유형은 무엇인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결정하기 어려운데 그래도 한 명을 꼽는다면 강백호다. 평소 엉뚱하고 괴팍한 행동을 하던 그가 가끔 속마음, 즉 진심을 내비칠 때 정말 멋있다.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이끄는 와중에 팀원들의 실력을 최대치로 뽑아내는 등 팀에 크게 기여하는 면이 좋다. 원래는 제목만 알고 그 내용은 몰랐는데 처음 본 후 며칠밤을 새며 다 봤었다. MBTI는 유행에 뒤쳐진 편이라 잘 몰랐다가 요새 부쩍 관심 갖게 됐다. ENFP(재기발랄한 활동가)인데 과연 비슷한 부분이 많다. 일이 없어도 무조건 밖으로 나가는 등 외부에서 에너지를 받는 부분이 크다.
마지막 질문이다. 다음 작품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말하긴 힘들지만, 다시 교복을 입을 것 같다. 한데 학생은 아닌! 또 대학 동기들이 참여한 연극 공연을 보러 갔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기회가 되면 그들과 함께 (연극을) 잘 만들어 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
사진. 박광희(Ultra Studio)/ 장소. The Manual Pilates
2023년 3월 6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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