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연기인생 전환점! <세자매> 장윤주
2021년 2월 2일 화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부스스한 탈색 단발 머리, 화장기 없는 얼굴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입고 다니는 노란 패딩까지 촌스러운 차림새 어디에서도 탑모델의 자태는 찾아보기 어렵다. 각자의 사정을 안고 사는 세자매의 웃기고 울리는 인생을 담은 <세자매> 속 철부지 막내 ‘미옥’ 역을 맡은 장윤주는 이번 영화를 연기인생의 전환점으로 꼽는다.

<베테랑>(2015) 이후 6년 만이다. 그간 탑모델 겸 예능인으로 활약하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는데.
<베테랑>의 ’미스봉’으로 대중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지만 덩달아 고민도 많아졌다. 영화 이후 ‘미스봉’과 비슷한 배역만 들어왔고, 스스로도 연기에 대한 진실된 마음과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계속 연기한다는 게 조심스러웠다. 부담스럽기도 했고. 연기 활동을 이어나갈 것인지 혹은 연기를 할 수는 있을지 여러 방향으로 생각이 많은 시기였다. 그래서 들어오는 작품들을 전부 고사하고 있던 차에 <세자매> 섭외 제안이 들어왔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번 영화는 내 연기인생의 전환점이었다.

구체적으로?
시나리오를 받은 뒤 어떤 지점은 공감하며, 또 공감이 안 가는 부분은 왜 그런지 궁금해하며 읽다보니 어느새 내가 작품에 깊게 빠져 있더라. 게다가 문소리, 김선영 선배가 같이 한다고 하니 욕심이 안 나겠나. (웃음) 너무 잡고 싶은 기회인데 겁이 나서 문소리 선배에게 모든 걱정과 고민을 털어놨다. 출연 결정부터 이후로도 내내 문소리 선배가 연기나 인생과 관련된 고민을 성심껏 들어주고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해줬다. 김선영 선배는 무뚝뚝하게 표현해도 곁에서 항상 연기적인 디테일을 조언해줬다.

두 분의 전폭적인 도움 아래에서 지금까지 쌓아왔던 모델로서, 그리고 예능인으로서의 커리어와 이미지를 잠시 내려놓고 영화를 찍는 동안은 장윤주가 아닌 ‘미옥’으로 살았다. 캐릭터 안에 들어가 있는 게 매력적이고 즐거운 작업이라는 걸 깨달으면서 자신감은 물론 연기를 계속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더라.

두 번째 영화 작업은 어땠나.
작업 과정은 치열하고도 재미있었다. 또 놀라울 만큼 열정적이었다. 배울 점도, 어렵고 힘든 점도 많았지만 하나하나 함께 머리를 맞대 풀어가는 과정이 좋았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고 잘 지내는 성격이라 <베테랑> 때도 즐겁게 놀면서 촬영했는데 <세자매>의 현장이 좀 더 가족적인 분위기라고 할까. 작은 것도 나누고 더 세심하게 서로를 챙기게 되더라.

극중 연극 작가로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번번히 실패하는 세자매의 막내 ‘미옥’ 역을 맡았다. 탈색 단발 머리, 화장기 없는 얼굴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입고 다니는 노란 점퍼까지, 외적인 변화가 가장 먼저 눈에 띄더라.
모델 활동을 하면서 생긴 습관인데, (캐릭터에 맞게) 외모가 먼저 바뀌어야 마음도 움직인다. 처음 ‘미옥’을 접했을 땐 추상적이고 희미한 그림만 그려졌는데 지인이 머리를 탈색하는 건 어떻냐 묻더라. 순간 번뜩 미옥의 얼굴이 그려졌고, 거기에 맞게 메이크오버를 시작했다.

‘미옥’의 의상이나 헤어 메이크업 등 스타일링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오랫동안 패션을 했던 사람인 만큼 거의 한달 동안 스타일링에 대해 치열하고 집요하게 고민했다. ‘미옥’의 의상을 담당하는 의상 팀장님이 계셨지만 직접 쇼핑한 옷도 극중에서 많이 입었다. 방금 말한 노란 점퍼도 내가 구입해서 가져간 옷이다. (웃음)

성격적인 측면은 어떻게 이해하고 구현하려 했나.
‘미옥’은 어렸을 때 사랑받지 못했고 폭력 가정에서 자랐다. 하는 일에서도 자신감을 얻지 못하는 인물이다. 술에 의지하는 걸 인생의 낙이라 생각하는 ‘미옥’이 가여웠고, 사랑하며 연기를 했다.

자유분방한 패션에서 드러나듯 ‘미옥’을 마음 속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 언제까지나 응석받이 막내이고 싶고, 항상 애정에 목마르고, 작가로서도 잘 나가고 싶은 다층적인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캐릭터라고 해석했다. 그런 언행이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어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데 이게 유년시절의 상처로부터 비롯된 일종의 방어기제다. 아픔에 대처하고 방어하는 방식이 남들보다 독특하고 완강했던 거다.
‘미옥’이 자신을 방어하는 방식이 공감되던가.
개인적으로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표현 방식이 어긋날지라도 일단 행동을 취해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옥’에게 더더욱 이입되고 공감이 갔다.

문제를 참고 묵히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조건 터뜨리고 소통을 하는 것이 관계 회복의 시작이라고 본다. 결과적으로 ‘미옥’은 결말 이후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글을 내놓고, 양아들과의 관계도 친밀해지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리라고 믿는다.

언급한 것처럼 세 자매는 가정 폭력이라는 아픈 경험을 공유하는데.
우리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영화가 다루는 경험을 조금씩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한다. 칼로 찌르고 때리는 것만이 폭력이 아니라 정서적 폭력도 폭력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나도 어디선가 누구에게 그런 상처를 주지 않았을까 반성하게 된다. 관객들이 많이 울었던 것도 자신에게 조금씩 존재하던 그 상처를 꺼내어 공감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실제로도 세 자매 중 막내이지 않나. 영화를 촬영하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사실 우리 자매는 전부 다 성격도 다르고 그렇게 친하지 않다. (웃음) 그래서 친언니들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거나 속 깊은 감정을 공유한 적은 없었던 거 같다. 마음 아프게도 우리 가족 또한 <세자매> 속 ‘미옥’네 가족처럼 오랜 시간 크고 작은 미안함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한 채 지내왔다. 영화를 찍으면서 더 늦기 전에 가족들과 그런 지점들을 이야기해보면 좋을 거 같다고 느꼈다.

<세자매>가 관객에게 어떤 작품으로 각인됐으면 하나.
여성배우가 주연이긴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때문에 무조건 ‘여성영화’로서 관객에게 울림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더 많은 분들에게 위로와 따뜻함을 전해주는 작품으로 기억에 남고 싶다.

앞서 추후 연기활동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앞으로의 행보도 궁금한데.
일단은 연기와 친해지는 단계라 구체적으로 정해진 계획은 없다. 다만 옷에도 주인이 정해져 있듯 작품에도 인연이 있는 게 아닐까. 독립영화이든 상업영화이든 기회가 된다면 전부 해보고 싶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요즘엔 딸 덕분에 행복을 많이 느낀다. 딸이 먹던 사과를 내게 줄 때, 별 거 아닌 일 같지만 어린 아이가 부모를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고 소소하게 행복하다.

사진제공_리틀빅픽쳐스



0 )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