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여곡성>은 예전 ‘전설의 고향’식 공포다. 혹시 본적이 있는지. 또 사극으로 스크린 도전한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어릴 때 ‘전설의 고향’인지 모르고 ‘내 다리 내놔’를 봤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그 프로가 ‘전설의 고향’이었다는 걸 알았고, 그중에서도 특히 명작으로 꼽히는 에피소드였더라. 당시 너무 무서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서인지 같은 공포물이라고 해도 사극이 현대물보다 더 무섭게 느껴진다. 영화 제안을 받고 부담감보다 기쁨이 더 컸다. 흔히 만날 수 없는 장르 아닌가. 꼭 해보고 싶었다.
그동안 익숙하지 않았던 사극 메이크업과 분장이 처음에 다소 어색했지만, 연기할 때만큼은 평소 보여줬던 예쁜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무대 위 메이크업을 덜어내고 연기에 집중하고 싶었다.
영화의 만족도는. 그리고 사극 분장을 자평한다면. (웃음)
두 번 보니까 좀 전체적으로 보이더라. 처음 볼 때는 영화 자체보다 촬영 현장에서 고생한 것만 떠올랐었다. 내 만족도는…. 그래도 영화를 보고 다들 내게 고생했다, 수고했다고 말해주는데 그 한마디가 감사하다.
사극 분장의 경우, 내가 동글동글한 상이라 생각보다 괜찮지 않았나 싶다. 두상도 사극에 나름 어울리는 것 같다.(웃음) 또, 내추럴한 메이크업이 오랜만이라 모처럼 새로운 모습을 보인 거 같아 좋았다.
원작이 유명한데, 원작을 봤나.
원작을 볼 것인지에 대해 감독님과 상의했었다. 원작의 캐릭터와는 달라진 점이 있고 무엇보다 원작을 본다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 안 보는 게 좋겠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지렁이 국수 등 명장면으로 회자되는 부분은 찾아서 봤다.
‘옥분’(손나은)을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은.
원작과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번 <여곡성> 속 ‘옥분’은 천민 출신에 갈 곳 없는 고아로 팔려 왔다가 아기를 갖게 된다. 그러면서 가문을 둘러싼 비밀을 접하고 모성애가 욕망으로 변질한다. 아이를 지키고 살아남기 위해서였을 거다. 결혼도 출산도 경험이 없기에 할머니와 어머니 등을 비롯한 주변 분들을 떠올리며 그 감정에 공감하려 했다.
스크린 첫 주연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작업한 배우들이 모두 선배이니 어려웠을 것 같다.
이전에 드라마를 했지만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간 건 아니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전체적으로 극을 이끌어야 해서 걱정이 많았다. 누가 알려줄 것도 아니고 유명한 원작에 대한 부담감도 당연히 있었다. 하지만, 선배님들과 연기하는 것은 부담감보다 든든하고 편안했다. 그간 ‘무자식 상팔자’ 등을 비롯한 드라마를 통해 선배님들과 함께 작업하는 데 익숙해졌었거든. 막내 포지션이 오히려 의지할 수 있어 좋았다.
<여곡성>을 하며 내가 부족한 게 많았을 텐데 현장에서 선배님들이 힘을 많이 북돋아 주셨다. 내 연기력을 지적하기보다 편하게 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 주셨다고 할까. 아무래도 가수 출신 연기자라는 점에서 위축되는 부분이 생기는데, 그렇지 않도록 배려해 주셨다. 특히 서영희 선배님을 보며 많은 부분을 배웠다.
극 중 ‘옥분’이 타고난 신력이 뛰어난 인물인 데 비해 그를 활용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스포일러 문제로 자세하게 질문할 수 없지만, 결말 또한 그렇다.
사실 나도 그 부분이 아쉽다. 몇몇 장면은 편집된 것도 있다.
우물에서 펼쳐지는 액션 시퀀스와 적외선 촬영 등 사극 공포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가 여러 곳 있다. 촬영하면서 어땠나.
그 점이 우리 영화의 강점이 아닐까 한다. 액션은 처음인 데다 물속에서 하는 거라 힘들었다. 안에 잠수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안에 물이 들어가면서 엄청 무거워졌었다. 또 한복의 경우 그 안에 속치마를 몇 겹 껴입고 있어서 동작하는데 고생했다. 나중에는 체온이 떨어져 고생했었다.
적외선 촬영 역시 처음이었는데 정말 그렇게 조명 하나도 없이 깜깜한 상태에서 촬영할지 몰랐다. 선배님의 인기척만 느껴질 뿐 아무것도 안 보이더라. 촬영하면서는 과연 이 장면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었고, 완성본을 보니 관객이 어떻게 보실지 또 궁금하다.
관객 입장에서 가장 무서웠던 장면을 꼽는다면.
사골국 장면이다. 시나리오 읽을 때도 어떻게 촬영할지 가장 궁금했었다. 내가 나오는 장면이 아니라 촬영 현장에서 지켜보지 못한 게 아쉽다. 이후 완성된 장면이 어떨까 싶었는데, 정말 무서웠다. 사극에서나 나올 만한 공포 장면 아닌가!
‘에이핑크’ 멤버인 정은지 역시 공포 영화에 주연을 맡았다. 최근 크랭크업한 거로 알고 있는데, (공포물에 대해) 서로 얘기 좀 나눴나. (웃음)
서로 연기에 대해서 잘 얘기하지 않는 편이다. 각자 알아서 잘하고 있으리라 믿고 가끔 모니터링 정도 해준다. (은지) 언니의 경우 이번 여름에 촬영했는데 너무 더워서 고생했다고 하더라. 난 작년 겨울에 촬영하며 너무 추워서 고생했는데 말이다. 액션 연습이나 분장 등도 힘들었지만, 그 무엇보다 추운 게 제일 힘들었다. 그나마 한복이라 그 속에 옷을 여러 겹 있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날씨가 더우면 벌레 등이 꼬이고 해서 또 고생한다고 하더라. 한편으로 생각하니 여름이 아니라 다행이었던 것 같다.
아이돌 그룹 ‘에이핑크’로 데뷔했다. 연기자의 꿈은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나. 그룹내 다른 멤버들은 솔로 앨범을 냈는데 앞으로 솔로 활동 계획은 없는지.
가수로 데뷔했으니 당연히 솔로 앨범 내는 것을 꿈꾸긴 한다. (은지) 언니가 먼저 스타트를 끊었고 다른 멤버들도 준비 중이다. 앞으로 내게도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
데뷔 전 연습생 시절, 회사에서 연기 연습생으로 수업을 받게 해줬었다. 그전까진 감히 내가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수업 받으며 뮤직비디오 등에 잠깐잠깐 출연했는데 더 해보고 싶고 욕심이 생겼었다. 이후 ‘에이핑크’로 데뷔 후 회사에서 본격적으로 해보라고 권해서 도전하게 됐다. 이후 대학 전공 역시 연기 쪽을 선택했다. 시간이 된다면 연극도 해보고 싶다.
우문이지만, 연기와 노래 중 무엇이 더 어려운가. (웃음)
그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정말 대답하기 어렵다. 가수로서는 어느 정도 연차가 쌓여 이제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면, 연기는 그렇지 않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있다면.
영화의 경우 이제 첫걸음을 뗐다. 기회가 이어져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다. 꼭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고 캐릭터 역시 규정해 놓은 건 없다. 지금까지 ‘에이핑크’로 활동했던 이미지 덕분인지 밝고 통통 튀는 역할이 많이 들어왔었다. 이와 반대되는 어두운 역할을 해보고 싶다. 만약 예능을 한다면 여행하며 맛있는 음식 먹는 프로그램을 했으면 좋겠다. 아빠가 여행 프로그램을 좋아해서 같이 보다 보면 나도 하고 싶어진다. ‘신서유기’, ‘짠내투어’, ‘현지에서 먹힐까’ 등 요즘 재미있는 프로가 정말 많더라.
향후 활동 계획은.
<여곡성> 촬영 후 영화 시나리오가 좀 들어왔었는데 하고 싶은 것도 재미있던 것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활동 스케줄과 안 맞아 고사했었다. 지금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있는데 확실히 정해진 건 없다. ‘에이핑크’ 앨범의 경우 연말은 힘들고 그보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될 것 같다.
<여곡성>을 본(볼) 관객에게 한마디 한다면.
가을에 찾아오는 공포는 다소 생소할 것 같다. 선선한 날씨를 더 선선하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사극 공포가 오랜만에 개봉하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공포도 있지만 드라마적 요소의 비중이 크다고 본다. 그 부분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마지막 질문!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을 꼽는다면.
올해 일하며 문득 ‘이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라고 느꼈고 그 순간 소름이 확 들었다. 앞으로 계속 일할 수 있다는 거에 저절로 감사해지더라. 물론 데뷔할 때도 행복했지만, 당시엔 너무 어렸고 꿈을 이뤘다는 생각에 앞뒤나 주위를 돌아볼 여력 없이 달려나가기만 했었다. 이젠 어느 정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순간순간 너무 행복하다. 아무래도 요즘 날씨가 좋다 보니 감성적이 된 탓도 있다. (웃음)
2018년 11월 14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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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스마일이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