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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배우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소지섭
2018년 3월 18일 일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군함도> 이후 따뜻한 영화가 하고 싶던 차에 마침 일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리메이크작 제안을 받았다. 원작의 인기에 대한 부담보다는 아빠 ‘소지섭’이 상상이 되지 않아 잠시 망설였지만,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 하기로 했다. 다행히 그의 상대역은 ‘멜로퀸’ 손예진, ‘퀸’덕분에 얼떨결에 ‘킹’이 되기도 했다고, 기대갈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지섭은 말한다. 외국 예술 영화 수입사 ‘51K’에 참여하기도 하는 등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하며, 때론 팬들과 만남에서 자작곡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는 소지섭.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 욕심이 많이 사라졌다며,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 지금도, 조금씩 노력 중이다.

일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큰 틀은 변하지 않되 한국적으로 변주하려고 했다. 너무 정적인 것보다는 어느 정도 가볍고 즐거운 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건 연출을 맡은 이장훈 감독님은 물론 (손)예진이나 나, 모두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원작이 워낙 인기를 모았던 작품인데 캐스팅 제의를 받고 어땠는지.
원작에 대한 부담감보다 내가 아이 아빠를 연기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그래서 결정까지 좀 시간이 걸렸는데 시나리오가 볼수록 좋은 거다.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다.

음, 아빠 역할을 하고도 넘칠 나이가 됐는데? (웃음)
그거야.... 당연한데, 내가 아빠인 모습이 상상이 안 가더라. 일본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인데, 우리 영화는 좀 더 원작 소설에 가까운 편이다.

당신이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아빠 역할이 잘 어울리더라.
사실 아이와 장시간 있어 본 적이 없어서 촬영하기 전에 친구 아이들과 몸으로 좀 부딪히면서 놀아줬었다. 남자아이다 보니 몸으로 놀아줘야 했는데 상당히 힘들더라.(웃음) 특히 그 아이가 거꾸로 들고 이런 걸 그렇게 좋아했는데 한편으론 신기했다.

아이들과 어울려 놀면서 실제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던가.
결혼과 아이, 생각이 있다가 없다가 자주 변한다. 이번에 느낀 게 아이랑 놀아주려면 너무 늦으면 안 되겠다 싶었다. 체력이 달리겠더라.

어떤 아빠가 되고 싶은가.
솔직히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 없다.

극 중 홈비디오를 통해 갓난아기와 함께 있는 모습도 나온다.
당시 10분 내외로 짧게 촬영했는데, 너무 잘 나와서 모두 놀랐었다. 아기가 울든 웃든 거기에 맞춰서 촬영하려 했었는데 다행히 울지 않더라. 아기가 너무 작아서 잡으면 부서질 것 같아 난 잘 만지지도 못했었다.


극 중 아들 ‘지호’를 연기한 아역 배우 김지환과의 호흡은. 금방 친해졌나.
지환이가 연기를 장시간 해 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걱정했었는데 참 잘하더라. 정말 에너자이저다. 지친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캐스팅 이후 두 번째 만남부터는 ‘아빠’라고 부르라고 했다. 호칭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으니 말이다. 그랬더니 이후 진짜 친해지더라.

배우 박서준도 아빠라고 부르는데....후후
하하, 난 어색했는데 그분(박서준)도 어색하지 않았을까?

극 중 어린 아들의 챙김을 받는 순하고 서툰 아빠다. 이런 병약한 캐릭터는 처음인 거 같다.
아픈 역할은 했었는데 진짜 병약한 건 처음인 듯하다. 살을 뺀다고 해도 내가 과연 연약해 보일지 좀 고민했다. 그래서 몸이 약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아빠의 모습을 편안하게 보여주고자 했다.

의외로 연약한 모습이 꽤 잘 어울리더라! 이장훈 감독도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나. 전에 간담회에서 감독님이 병약하고 안쓰럽게 느껴졌다고 하자 깜짝 놀라더라. 놀란 이유는.
그게, 내가 이렇게 몸집이 큰데, 누군가 이런 나를 보고 약하고 안쓰럽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새로웠다. 그래서 놀란 거지.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만족도는 어떤가.
솔직히 얘기하자면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좋아서 51% 정도 만족한다. 그리고 우리 작품이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꼭 내가 출연해서가 아니라 이런 편한 사랑 이야기가 오랜만에 나왔는데 이번에 잘 돼야 앞으로 더 다양한 작품들이 또 나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만족한다고 하면서 너무 박한 거 아닌가.
훗, 그렇지 않다. 51%와 49%는 그게 단 2% 차이지만 완전히 다르다. 51%라는 건 내 나름대로 아주 만족한다는 의미다.


일본판이든 이번 한국판이든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깊은 감성 드라마다. 감성을 끌어내기 위해 참고한 자료가 있나.
이미 본 건 어쩔 수 없지만, 원작이 있는 작품은 일부러 안 보려 하는 편이다. 나도 모르게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까 말했듯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원체 좋아했던 작품이었다.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는지.
음.... 순애보? 상대를 지켜주고 싶은데 만날 수 없는.... 그게 참 슬픈 일 아닌가. 슬프면서도 동화 같은 따뜻함이 좋았다.

20대 청년을 연기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20대라는 나이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어려 보이려 한다고 해서 어려 보이는 것도 아니고. 그 부분은 후반 작업에 맡겼다. 다행히 잘 나온 거 같다. 극 중 ‘우진’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었다.

극 중 ‘우진’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다시 만나지만 결국 또 떠나 보내는 참 슬픈 인물이다.
새드 엔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극 중 ‘수아’(손예진)가 “이따가 나중에 와, 기다리고 있을 게”라고 하지 않나. 결국엔 해피한 영화라고 본다. 지금도 어딘가엔 ‘우진’ 같은 인물이 많지 않을까. 단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그 상대와 같이 있고 싶어 하고, 떠난 후에도 그리움에 빠져 사는 남자. 그런 점이 너무나 좋았기에 살리려고 했다.

실제 본인의 성향은 어떤가? ‘우진’같은 면이 있는지.
그게....사랑을 한다면 그렇게 하려고 하는데, ‘우진’만큼은 못 할 거 같다.

그간 작품을 통해 ‘순애보’적인 사랑을 많이 보여 줬었다.
지금까지 영화보다 드라마를 많이 했는데,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인 다 그래야 한다. (웃음) 그렇지 않은 주인공이 별로 없다. 잘 생각해봐라.

드라마에서 성공했듯이 이번 영화의 성공을 기대해도 좋겠다. (웃음)
글쎄, 멜로 영화 시장이 워낙 작다보니.... 개인적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한다. 살면서 중간 중간에 꺼내 볼 수 있는 그런 영화 말이다.


순애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소지섭에게 ‘사랑’이란.
참, 그런 어려운 질문을....감독님이 해준 이야기가 기억난다. 사랑이란 옆에 있어 준 것만으로도 좋은 거라고. 그 말에 공감한다. 혹 희생이 따르고 손해를 보더라도 옆에 있는 것만으로 좋다면 그게 바로 사랑 아닐까.

상대역이 ‘멜로퀸’ 손예진인데, 연기 호흡은. 그녀가 ‘멜로퀸’인 것이 실감 나던가.
어휴, 당연하다. 그녀가 ‘수아’(손예진)를 맡는다고 해서 안심이 됐고, 그녀에게 얹혀? 가기도 했다. ‘멜로퀸’과 함께하니 얼떨결에 내가 ‘멜로킹’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 날 그렇게 부르더라. (웃음) 그녀는 완벽주의자라고 할까. 현장에서 감독님이 오케이 해도 자신이 부족하다 싶으면 계속 반복하곤 했었다. 괜히 멜로퀸 연기가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당신도 완벽주의자? 어떤 편인가.
음, 나는 감독님이 오케이하면 나도 오케이 하는 걸로! 그런데 (손)예진을 지켜보며 저절로 내 연기를 다듬게 되더라. 그런 면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기억에 남는 대사나 장면을 꼽는다면.
일전에도 얘기한 적이 있는데 버스 정류장에서 나란히 서 있는 장면. 서로의 마음을 어느 정도 확인하는 순간이라 설렘이 가득하다. 또, 초반 ‘지호’랑 같이 생활하는 모습들이 기억에 남는다. 부족한 아빠 탓에 아이가 힘들게 사는 것 같아 괜히 내가 미안하더라.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좋겠는지.
영화라는 게 하나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보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바도 다를 거다. 우리 영화가 순애보를 전하는 멜로 영화지만 그 속에는 부모의 사랑, 친구 간의 우정 그리고 부부간의 정 등등 다양한 사랑을 담고 있다. 그렇기에 보고 행복한 기분에 젖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평소 작품 선택 기준은.
그때그때 다르다. 다만 연달아서 비슷한 느낌의 작품은 피하려고 한다. 이번에는 <군함도> 이후 마침 따뜻한 영화를 하고 싶던 차였다. 아마 이후 작품은 좀 더 센, 장르적 성향이 강한 영화를 할 것 같다.


개인적인 질문으로 들어가 보자. 예전 인터뷰에서 내성적인 성격이라 배우일이 49%는 즐겁지 않지만 51%가 즐겁기에 계속 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즐거운 수치가 좀 올랐는지.
아까 말했듯 ‘2%’차이가 수치로는 작을지 몰라도 그 의미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렇기에 늘 51%이고 싶다. 더 올라가길 바라지 않는다. 아마 51%이기에 지속적으로 하고 싶은 작업이 생긴다고 본다.

팬들과 만남에서 자작곡을 부른다고 들었다.
배우 ‘소지섭’이 내뱉는 말은 주어진 대사이지 내 생각이나 하고 싶은 말이 아니다. 하지만 자작곡 노래는 내가 하고 싶은, 내 이야기니까. 그런 기회를 통해 얘기하곤 한다.

요즘 외국 영화를 보면 제공에 ‘51K’(기자 주: 소지섭이 관여하고 있는 영화 수입사)가 종종 눈에 띈다. 실무에도 관여하는지. 즉, 수입할 영화를 직접 선정하기도 하나?
아직까지 영화 마켓에 동행한 적은 없다. 다만 나중에 보고 선택하는 작품은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책임 하에 진행하는 일이 아니기에 누가 ‘51K’에 관련해 물어보면 숟가락 얹고 있다고 대답하곤 한다.

‘51K’ 작품 중 좋았던 영화를 꼽는다면.
노코멘트하련다! (웃음)

얘기 안 해주니 더 궁금해진다. ‘51K’의 수입 영화 선정 기준이 있다면.
내가 보지 못한 상태에서 선택한 것도 있고 이것도 비즈니스이기에 개인적인 취향만을 주장할 수는 없더라. 간혹 ‘51K’와 ‘소지섭’이 같이 쓰인 영화들이 있는데 그건 내가 좀 더 깊이 관여한 영화라고 보면 된다.


살면서 지키고 싶은 가치 혹은 삶의 철학이 있다면.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고 있고, 앞으로도 이 일을 하겠지만 솔직히 ‘좋은 배우’가 뭔지, 어떻게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는지 지금도, 미래에도 모를 것 같다. 다만 좋은 배우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그렇게 되기 위해 조금씩 노력 중이다.

좋은 사람이라.... 너무 막연하다.
거창한 게 아니라 나와 같이하는 사람들이 다음에도 나와 기꺼이 작업하길 원하는 것, 그러면 되지 않을까. 나는 나와 함께했던 사람들, 나를 봐주는 사람들이 잘 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뭔가 초탈한 것처럼 느껴진다. 욕심이 없는 편인가 보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닌데 어느 순간 욕심을 내려 놓게됐다. 그렇다고 모든 욕심에서 초탈한 건 아니다. 다만 나 혼자 잘 되기보다는 함께하는 사람들과 같이 잘 됐으면 하는 거다.

배우로서의 욕심 혹은 목표는.
좀 전에 얘기한 좋은 사람과 비슷한 맥락이다. 업계에서 ‘소지섭’을 떠올릴 때, 동료 배우나 제작자 그리고 감독들이 고민하지 않고 기꺼이 같이 일하고자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영화계에도 미투 물결이 일고 있다. 한마디 해달라.
얼마나 꺼내기 힘든 이야기였겠나. 미투에 동참하는 분들에게 지지를 보내고 그들의 용기 있는 행동이 헛되지 않았으면 한다. 누구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변혁을 이끌 수는 없고 모든 사람이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차기작 계획은.
다음은 아마도 MBC 드라마일 것 같은데 확정되진 않았다.

최근 행복했던 순간은.
믿지 않을지 모르지만, <지금 만나러 갑니다> 시사회 때 최근 가장 기뻤다. 걱정했었는데 반응을 보고 안심이 되면서 행복해지더라.

2018년 3월 18일 일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사진 제공_ 매니지먼트 51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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