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나를 믿고 자연을 따른다 <리틀 포레스트> 임순례 감독
2018년 3월 11일 일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리틀 포레스트> 속 주인공 ‘혜원’(김태리)에게 보낸 편지에서 엄마(문소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네가 고향의 흙, 햇빛, 바람을 기억한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거야”라고. 그렇다. 우리는 모두 뿌리를 단단히 내릴 수 있는 자신만의 토양이 필요한 존재이다. <세상 밖으로>(1994, 조연출), <우중산책>(1994, 각본과 연출)을 시작으로 대중에게 널리 사랑받은 <우리 생애 행복한 순간>(2007), <제보자>(2014) 그리고 이번 <리틀 포레스트>까지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여성 영화인인 임순례 감독. 그녀의 토양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녀는 자신과 자연이라고 답한다. 스스로를 믿으며 자연에 순응하는 삶. 그 어떤 불안감과 회의감이 밀려드는 순간에도 넘어지지 않을 수 있는, 넘어져도 다시 일으키는 단단함의 근원이다.

<리틀 포레스트>는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만화 ‘리틀 포레스트’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이 워낙 사랑받았던 만화이고 일본에서 2부작으로 이미 영화화된 바 있다. 리메이크를 결정한 이유는.
영화의 제작을 맡은 ‘영화사 수박’ 대표로부터 제의를 받았다. 이후 영화를 찾아 봤는데 솔직히 너무 일본 색이 짙고 정적이었다. 일본 내에서도 영화가 상업적으로 그다지 흥행하지 못한 거로 알고 있다. 젊은 여자가 시골에 내려가 일상을 보내는 이야기 자체가 상업적인 폭발력이 적어 고민했는데 ‘영화사 수박’ 대표는 너무 힐링을 받았다고 하더라. 그 얘길 들고 한국적 힐링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시 생각하게 됐다. 처음 제안을 받은 게 약 3년 정도 전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영화가 너무 자극적이고 폭력적이지 않나. 게다가 자극의 수위가 점차 세지고 제작비는 어마어마해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작고 잔잔하지만 다른 결을 지닌 영화를 만들었으면 했다.

원작을 옮기는 과정에서 신경 쓴 지점은.
일본영화를 그대로 가져가는 건 의미 없다고 생각했기에 리메이크이지만 새롭게 다시 만든다고 생각했다. 한국 관객의 취향과 트렌드를 무시할 수 없으니 말이다. 일단 일본판처럼 두 편으로 갈 것인지 한 편으로 압축할 것인지를 고민했는데 대체로 한국 관객은 호흡이 빠르고 짧은 편이라 한 편으로 하기로 했다.

원작을 좋아했던 한 사람으로서 ‘영화사 수박’ 대표의 마음이 이해된다. (웃음) 원작이 요리하는 과정을 자세히 묘사한다면 한국판은 좀 더 인물과 관계에 중점을 둔 것 같다.
아무래도 압축을 해야 했기에 에피소드와 요리를 반정도 쳐내고 집중과 선택을 하는 게 중요했다. 한국적인 요리를 선정하고 엄마와의 사연을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했다.

원작에서 가장 공감이 안 되는 부분이 아마도 엄마의 가출? 일 것이다. 그 부분을 잘 각색했더라.
사실 엄마가 말없이 떠난 부분은 납득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그 부분을 공감할 수 있도록 엄마의 사연을 첨가했다. 또, 개인적으로 지루한 것을 못 참기에 나름 유머와 웃음 포인트를 삽입했다. 그리고 인물과 공간이 제한적이니까 그 외 요소, 즉 음악이나 색감을 이용하여 다채로움을 부여하려 했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특히 사운드에 신경 썼다. 요리할 때, 먹을 때, 빗소리, 벌레 울음 소리 등등 시골 풍경에 따른 사운드를 비중 있게 다루려 했다.


원작과 크게 바뀐 부분 혹은 차별화 되는 점이 있다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시골에서 혼자 사는 여성이기에 안전에 신경 써주고? 싶었다. 그래서 고양이를 개로, 그것도 큰 진돗개로 둔갑시켰다. 그 외 ‘혜원’이 겪고 있는 상황이 현재 한국의 젊은 세대가 느끼는 어려움이라 생각했기에 그런 부분을 선명하게 설명하려고 했다. 일본 영화보다 러닝 타임이 짧기 때문에 요리 과정과 레시피를 과감하게 생략했는데 그게 꼭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영화에서 요리가 중요한 매개체인 것은 확실하지만 요리가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재 개봉하여 좋은 평을 받고 있다. 관객의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했는지. (웃음)
아니, 주연을 맡은 김태리와 류준열이 어느 정도 팬덤이 있는 배우라 관심을 받을 거로 생각했지만 이만큼까지는 예상 못 했다. 기대 이상의 호평과 좋은 성적이다.

극 중 ‘혜원’이 먹는 음식은 단순히 먹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녀와 엄마를 연결하는 매개이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계절 음식이 참 정갈하면서 소담스럽다고 느꼈다. 직접 제안한 음식이 있다면.
아카시아 튀김이다. 실제 아카시아 튀김을 해먹은 적이 있는데 너무 맛있었고 의외의 신선함을 보여줄 수 있을 거 같아 제안했다. 아마 젊은 세대들 중 아카시아 꽃을 본 적이 없는 친구도 있을지도.(웃음)

‘힐링’이라는 단어가 너무 자주, 의례적으로 사용되는 요즘이다. 그럼에도 이번 <리틀 포레스트>는 진정한 힐링 영화라고 생각한다.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장면 혹은 대사를 손수 꼽는다면.
음, 그게 쉽지 않은 게 내가 관객 입장에서 완전하게 객관적으로 영화를 볼 수 없는지라.... 굳이 꼽는다면 ‘혜원’이 지붕 위에 올라가 고치는 장면이다. 잠시 머무는 장소라 생각해서 고치지 않고 지내다가 결국엔 지붕을 손 본보지 않나. 그것도 남에게 부탁하는 게 아니라 손수. 그건 그 공간에 대한 ‘혜원’의 애정이 드러난다고 본다. 그리고 기억나는 대사는 엄마의 편지 중 ‘지금 내가 떠나는 건 보다 잘 돌아오기 위한 출발선이라고 하자, 엄마는 네가 그곳에 뿌리를 내리길 바랐어. 고향의 햇빛과 바람과 흙냄새를 기억한다면 어떤 어려움을 만나도 극복할 거라 믿어’ 이 부분이다. 그리고 ‘나만의 작은 숲을 찾겠다’ 이런 내용은 원작에 없었고 첨가된 것으로, 관객이 어떻게 느낄지 궁금했는데 의외로 잘 호소한 거 같다.

‘엄마도 이제 미뤄뒀던 일을 할 때가 되었다’는 내용의 내레이션이 중년 여성에게 상당히 소구할 듯하더라.
그럴 수 있겠다. 엄마가 딸인 ‘혜원’을 독립적으로 키운 건 엄마 스스로도 독립적인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도 꿈이 있는 여성이었고, 다만 딸이 단단한 뿌리를 갖추기까지 기다려 준 거지.


‘혜원’이 뿌리내린 토양이 고향의 햇빛, 흙, 바람이라면, 당신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을 거다.
일단 나 자신에 대한 믿음 그리고 자연이다. 자연은 인간과 비교하자면 거대한 존재이고 절대 진리의 존재이다. 저절로 자연 앞에서 겸손해지고 경외심이 커진다. 자연의 순리대로 산다면, 마치 농부가 농사 짓는 것처럼, 삶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지닌 에너지가 밝고 자연과 동물이 함께 하는 현장이라 촬영 분위기도 당연히 좋았을 거 같다.
영화의 분위기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일단 또래 배우들이 정말 친구처럼 촬영했고 배우 외 스탭들도 아주 젊은 편이었다. 마치 친구끼리 모여서 영화 찍는 느낌이라고 할까. 게다가 촬영장을 옮겨 다니는 게 아니라 한 장소에서 계속 하니 시간적, 공간적으로 여유가 있었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큰 현장이었다. 누군가 잘못하거나 실수하면 짜증이 날수도 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예를 들면, 의상팀이 아주 중요한 소품을 숙소에 놓고 온 거다. 왕복 1시간 반이 걸리는데 누구 하나 짜증 내지 않고 오히려 그 친구가 민망하지 않도록 웃으면서 기다리더라. 당해 차 촬영 마치고 돌아가면서도 “다음에 또 와야 해?” 이런 마음이 아니라 “다음에 또 언제 오지?” 이렇게 다음 현장을 기대하는 거 말이다. 아마도 현장의 그런 에너지가 작품에 녹아들어 한층 편안한 작품이 된 거 같다.

촬영 현장에서 출연하는 동물들, 심지어 곤충까지도 이름을 지어주셨다고?
극 중 ‘혜원’이 키우는 강아지 이름이 ‘오구’ 다. 그래서 ‘구’ 자 돌림으로 이름을 지어줘 봤다. 닭은 달걀을 낳으니 ‘에구’, 벌레는 ‘벌구’, 메뚜기는 ‘메구’, 이런 식으로 애칭으로 부른 곤 했었다.

<리틀 포레스트>는 여주인공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그녀 혼자 극을 이끌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만큼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였을 거 같다. 김태리를 캐스팅한 이유는. 당시 <아가씨>(2016)로 가장 핫한 배우였기도 하다.
자연스러운 매력을 지닌 친구가 섭외 1순위였는데 그런 면에서 보자면 선택할 수 있는 배우층이 두텁지 않았다. 김태리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극 중 ‘혜원’이 시험에 떨어지고 다소 주눅 든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당당하고 주체성이 있는 친구인데 그런 이미지가 김태리와 잘 맞겠더라. 내가 선택했다기보다는 나는 단지 제안을 했고, 그녀가 좋게 봤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사실 그녀 입장에서는 쉬운 선택이 아니었을 듯한 게 원탑으로 드라마를 끌고 가야 하고, 흥행이 보증되는 장르도 아니지 않나. 그럼에도 결정해 줬고, 그녀의 출연이 확정된 후 다른 배우의 캐스팅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동물 보호 단체 ‘카라’의 대표로 활동하는 거로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극 중 맛깔스러운 요리가 많이 등장함에도 고기 요리는 없다.
일본판에는 주인공이 직접 오리와 생선을 잡아 요리하는데 그 부분을 뺀 이유는 배우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견딜 수 있을지에 관해 약간 걱정이 됐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면 정말 웃기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음, 그게 뭔지 궁금하다.
왜, 우리가 영화에서 맛있게 음식 먹는 장면을 보면 그 음식이 먹고 싶어지지 않나. 가령, 영화 속에서 짜장면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영화 끝나고 집에 가면서 짜장면 먹을까 한 번 고려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만약, 우리 영화에 고기 요리가 나와서 혹시라도 그 장면을 보고 그 음식을 먹으려 한다면 나도 모르게 육식을 권장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이런, 어떻게 보면 황당한 생각이 약간은 있었다. 물론 그 때문에 일부러 고기 요리를 배제한 것은 아니다. 더 큰 이유는 극 중 ‘혜원’이 손수 가꾼 제철 재료로 밥상을 차리는데, 고기를 사려면 시장에 나가거나 어딘가에서 사와야 한다. 아니면 요리를 위해 키우던 동물을 잡아야 하는데 그 점이 개인적으로 개연성 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일부러 고기 요리는 절대 안 돼! 이게 아니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거 같다. 사실 영화를 보고 그 부분(고기 요리가 없는 것)을 못 느끼시는 분도 많다. 극 중 ‘혜원’과 친구들이 떡볶이를 먹는 신이 있다. 당시 요리가 ‘떡볶이’로 딱 정해진 건 아니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매운 요리를 먹는다는 설정이었는데, 고기를 안 먹는 내 입장만 생각하는 건가 싶어서 스탭들에게 닭도리탕으로 할까 제안했더니 오히려 반대하더라. 우리 영화엔 떡볶이가 더 어울린다고. 내 입장에선 땡큐였던 거지!


당신이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동물 보호 단체 ‘카라’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카라’는 말 그대로 동물 보호 단체로 동물의 복지와 권리를 향상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는 길냥이와 유기견은 물론 식용을 위한 농장 사육 동물, 실험동물, 야생 동물, 전시동물, 쇼동물, 모피용 사육 동물 등 모든 동물을 대상으로 한다. 2002년에 창설되어 현재 17년 차로 내가 2009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인 ‘오구’(기자 주: 극 중 주인공 ‘혜원’의 반려견 이름)도 ‘카라’ 활동으로 인연을 맺은 강아지라고 들었다.
아, 그건 영화에서 보면 ‘오구’가 강아지 때부터 성견까지 나온다. 그래서 강아지를 연기한 ‘오구’(기자 주: 극 중 ‘오구’를 연기한 어린 강아지 이름이 실제로도 ‘오구’임) 와 성견을 연기한 ‘진원’, 이렇게 두 마리의 개가 등장한다. 성견 ‘오구’를 연기한 건 ‘진원’이라는 진돗개인데 그 친구는 우리가 양평 개농장에서 구조했던 친구로 이후 입양 보내서 잘살고 있었고, 여러 행사에서 자주 만나곤 했었다. 이 영화 하면서 무조건 ‘진원’이와 같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여건상 강아지 ‘오구’와 성견 ‘오구’를 동시에 촬영해야 했었다. 그래서 어린 강아지를 어디에서 섭외할까 고민하던 중 보호소에서 데려다가 촬영하고 후에 입양을 보내자고 결정했다. 사실 펫샵에서 강아지를 분양하는 것도 취지에 안 맞고 그렇다고 촬영을 위해 어린 강아지를 빌려줄 견주도 없을 테니 말이다. 수소문 끝에 천안에 사는 개인 활동가가 네 마리 강아지를 임보(임시보호)하고 있다고 들었고 찾아갔다.

그 얘긴 나도 들었다. 네 마리 개 중 ‘오구’만이 숫컷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웃음). (기자 주: 극 중 ‘오구’는 수컷임)
맞다. 제일 못생겼었는데 남자란 이유로....(웃음) 영화 끝내고 입양 보내려 했었는데, 결국 못 보내고 우리 PD가 입양했다. 평소 까다롭게 굴더니 차마 다른 이한테 보낼 수 없었던 거지. 지금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사실 PD는 고양이만 키웠었는데 생전 처음으로 ‘개’인 ‘오구’를 입양한 거였다. 알다시피 개와 고양이는 너무 다르지 않나. PD 왈 ‘아침에 헤어졌는데 저녁에 퇴근해서 오면 왜 이렇게 반가워하냐며, 이런 이산 가족이 없다’고 하더라.(웃음) 이젠 적응해서 잘 살고 있다.

맞다! 아침에 헤어졌는데 마치 10년 쯤 못 만났던 것처럼 반가워 하는 개의 모습을 보면 ‘내가 뭐라고....’ 이런 감격스러움에 젖곤 한다.
알지, 알지!


최근 문학, 연극계에 미투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 영화인으로서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생각은 많지만, 내 몇 마디 말로 영화계 상황을 다 담아내기는 어려운 거 같다. 다만 영화나 방송 그리고 연예 쪽은 아무래도 대중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는 분야다 보니 더 도드라진다고 본다. ‘미투’가 단지 영화계를 비롯한 예술계만의 문제는 아닐 거다. 권력을 가진 남자의 횡포와 이에 공적으로 보호할 장치를 갖추지 못한 한국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이자 어둠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적절한 대처가 없었던 것이 한꺼번에 봇물 터지듯이 터진 것이라고 본다. 비단 특정 분야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인 거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 계마다 대처하는 방법과 해법이 다를테지만, 문제를 좀 더 본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게 그 해결 방안의 종착점이 아닐까 한다. 우리 여성 영화인 모임에서도 현 사태를 소홀하게 흘려보내지 않으려고 한다.

<세상 밖으로>(1994, 조연출), <우중산책>(1994, 각본과 연출)을 시작으로 대중에게 널리 사랑받은 <우리 생애 행복한 순간>(2007), <제보자>(2014) 그리고 이번 작품까지. 한국 여성 영화인을 대표해왔다. 우리 영화계의 문제점 혹은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음, 여성 영화인이 예전보다 수적으로 많아지고 활동 장르도 다변화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그렇지만 여전히 전체적인 비중이나 흥행 면에서 보자면 너무 미약한 게 사실이다. 양성 평등이라는 말을 도저히 말할 수 없을 정도인 거지. 이건 여성 감독 개개인이 지닌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배급과 투자가 규모가 큰 영화로 몰리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본다. 작은 영화는 장르적 속성이 약하다 보니 설 자리가 없고 이건 여성 감독의 약세로 이어진다. 이건 비단 영화를 준비 기획하는 여성 감독의 문제만이 아닌 게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다양한 영화를 감상할 수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한국 영화계의 수직 계열화가 해소돼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도! 이번 <리틀 포레스트>가 잘 자리 잡았으면 한다.

이번 <리틀 포레스트>의 성공을 계기로 좀 전에 언급한 작지만 다양한 영화에 대해 기대를 품어도 좋지 않을까.
글쎄, 일단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김태리와 류준열을 동시에 캐스팅할 수 있었던 건 어떤 면에선 행운을 잡은 거니까. 사실 장르적 속성이 약한 영화가 지속해서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일회성 혹은 특수성으로 끝날 확률이 꽤 높다고 본다. 이번 <리틀 포레스트>가 흥행한다고 해서 본질적인 문제가 해소되는 건 아니다. 본질적 해결이란 다양한 영화 제작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이 변화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본다. 개인적인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공적인 지원 등이 어우러져야 하는 거지. 결론은 관객, 기획, 제도적 변화,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맞물려 변화해야 한다고 본다.

제도가 정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렇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조금씩이라도 변화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내가 독립, 작가 영화를 지향하는 사람도 아니고 나 역시 상업영화 테두리 안에 있는 한 사람으로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와 대중이 좋아하는 영화의 접점을 찾고자 고민하고 노력하려 한다.


개인적인 질문이다. 당신에게 ‘영화’란 무엇일까.
영화란, 내가 친구나 가족이 아닌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는 창구이다. 동시대의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으로서 관객에게 한국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건네는 거지. 영화를 통해서. 나와 타인이 공감할 수 있는 매개체가 나에겐 영화인 거다.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있는데, 지금 말하기 힘들다. 확실하게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말하는 게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확실한 건 정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는 거다.

최근 인상적인 일이나 행복한 순간은.
어떤 하루가 아주 특별하다기보다는 그날 그날 작은 일에서 행복을 찾는 거 같다. 요즘에는 아침에 개와 산책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 이제 10살 된 우리 ‘겨울이’, 나와 함께 해줘서 고맙다!

2018년 3월 11일 일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사진_박광희 실장(Ultra Studio)

0 )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