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배우 겸 감독 그리고 시나리오 작가, 이젠 제작까지? 방은진 감독이 제작을 맡은 사연은 이렇다. 채널 CGV의 ‘영화 제작 프로젝트’ 취지에 동의했고, 나아가 후배 감독에게도 참여할 기회가 돌아갈 거라 더 좋았다. 그래서 개런티도 없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모베터 필름’이라는 제작사를 만들어 동분서주했다. 그렇게 <메소드>를 완성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인생이 계획대로 되더냐고 반문하는 그녀지만 언젠가는,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한다. 바로 배우를 위한 학습 공간, 재교육의 공간인 ‘액터스 스튜디오’(Actors Studio)를 마련하는 것! <메소드>의 주인공처럼 ‘메소드’ 연기를 향해 노력하는 수많은 ‘배우’를 위하여 말이다.
(해당 인터뷰는 <메소드> 관련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2013) 이후 오랜만에 신작이다.
촬영 직전까지 갔던 작품이 엎어졌고, 그 후 투자받으려 했던 두 편 정도가 잘 안 됐다. 설마, 설마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국정 농단 사건과 관계가 있었지 않나 싶다.
전작들과 달리 <메소드>는 직접 제작까지 했다. ( 제작사 ‘모베터 필름’, 대표 방은진)
지원을 받으려면 내 이름으로 제작해야 한다고 해서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다른 작품을 쓰던 참이었는데, ‘엣나인필름’의 정상진 대표가 프로젝트가 있다고, 1억짜리 작품 하나 들어가자는 거다. 하다 보니 1억이 2억이 되고 결국 3억을 가지고 하게 됐다. 3월에 시나리오 작업 들어가서 6월 3일에 촬영 시작, 23일에 끝냈다. 예산이 없으니까 편집실이나 믹싱실도 전부 다른 작품 틈새로 들어가야 해서 포스트 프로덕션이 길어졌다.
어떤 프로젝트인지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영화 채널 CGV에서 영화를 제작해 보겠다고 한 거다. JTBC의 ‘전체관람가’와 유사한 콘셉이라고 할까. 물론 ‘전체관람가’의 경우는 예능으로 많이 치우쳤지만 말이다. 추후에 신인 감독도 참여할 거라 내가 스타트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 생각했다. 사실 3개월 정도면 끝날 거라 생각했는데 결국 다른 작품보다 빨리 끝낸 것도 아니다.
후배 감독에게 길을 열어 주는데 의미를 뒀나 보다.
아무래도.
<메소드>는 극 중 연극 ‘언체인’을 준비하면서 얽히는, 동성간의 감정을 그린다. 시나리오도 직접 작업했는데.
연극 연출하는 제자가 있는데, 어느 날 ‘언체인’ 대본을 보여주며 연출을 부탁하더라. 물론 고사했다. 제자에게 그간 연극 연출을 몇 번 의뢰를 받았지만, 나는 그 정도의 경험도 능력도 없다고, 연극 연출은 다른 영역이라고 고사를 했는데, 또 한 번 찾아온 거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를 설명하며, ‘언체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게 어떨까 내가 제안했다. 연극 배우가 진짜 사랑에 빠지는 얘기가 흥미롭겠더라. 뭔가 엄청난 의미를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다.
타이틀을 ‘메소드’로 정한 이유는.
원래는 ‘언체인’으로 하려고 했는데, 연극에는 어울리는데 영화 제목으로는 별로더라. 그래서 ‘메소드’가 어떨까 주변에 건의하니 처음에는 좀 어렵지 않냐는 반응이었다. 그렇다면 주석을 달자 해서 ‘메소드: 극 중 인물을 자기화해서 연극하는 방식’ 이렇게 설명을 붙여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다. 그런데 너무 웃긴 거다. 의미야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고 관객의 수준이 얼마나 높나! 그래서 설명은 지우고, 영화 시작할 때 자막으로 뜨는 ‘알 파치노’의 명언인 “오로지 진실할 뿐이다. 거짓을 말할 때조차도” 로 대체했다.
연극 ‘언체인’과 극 중 연극 ‘언체인’의 차이점이 있다면.
뼈대는 거의 가져오고 내가 중간중간 첨가했다. 대표적인 게 극 중 ‘내가 나를 가뒀어’, ‘나도 나갈 방법을 잊어 버렸네’ 이런 대사들이다. ‘재하’(박성웅 분)가 철저하게 무너지는데 이에 수긍하려면 관객에게 연극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야 해서 말이다.
<메소드>를 본 제자의 반응은. 연극 ‘언체인’은 공연을 이미 한 건가.
12월에 무대에 오르는 거로 알고 있다. 제자가 <메소드>에 대해 너무 재미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메소드>는 결국은 파멸에 이르는 사랑, 광적인 감정을 다룬다. 개인적으로 그런 감정에 공감이 되나.
당연하다. ‘사람을 죽일 수도 있겠구나’ 싶은 강한 사랑을 한 경험이 있다. 표현이 조심스러운데 내가 진짜로 죽인다는 건 아니니 오해 말라! (웃음) 그래서 시나리오 작업 과정에서 함께 집필한 작가에게 일단은 발로 차고 때리는 장면을 넣으라고 조언? 했다. 거짓과 거짓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내가 때리고 있더라. 물론 인간이 거기까지 가면 안 되지만 말이다.
요즘 선보이는 ‘퀴어영화’에서는 여성이 주인공인 경우가 꽤 있는데,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연극 ‘언체인’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면 된다.
‘동성애’에 관한 평소 생각은.
동성애를 인정은 하지만 솔직히 내가 잘 모르는 세계다. 그렇기에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는 게 누가 될 듯하다. 다만, 내가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지지하는 안희정 지사가 트윗에 이렇게 쓰셨더라. 당신도 20년 전에 인정을 안 했고, 이해를 못 했다고. 그런데 이제는 인정한다고. 왜냐하면, 실재하는 이웃이고 실재하는 현실이니까. 그 말이 인상 깊었다.
제작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는지.
동성애 소재라 하니 평점을 1점 주고 이런 분도 계시더라. ‘너도 동성애자냐!’, ‘에이즈를 조장한다’ 등등 댓글이 어마무시하더라. 또, 종교계에서 굉장히 싫어하더라. 심지어 촬영장소가 선교사 사택이었는데 내용 증명이 날아와서 변호사와 상의하기도 했다. 변호사가 표현의 자유이고, 인권침해라는 판례가 있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 나 스스로는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고, 30대 중반에 불교를 공부하기 시작했지만, 타 종교를 모두 인정하는데....참....
무슨 말인지 이해하고 백프로 동의한다.(웃음)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캐스팅에 대한 우려는 없었는지.
전혀. 극 중 주인공이 사랑 감정에 빠졌다가 다시 빠져나오지 않나. 그들이 어디 도망가서 살았다 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결국, <메소드>는 메소드 연기를 추구하다가 자신이 연기로 끌어들인 상대에 의해 스스로가 처절하게 지는 이야기 아닌가! 범죄를 저지르거나 위악적인 행위를 했을 때 그것에 대해 응당한 댓가를 치른다면 관객이 용서해 주는 게 있지 않나. 박성웅이 그걸 모를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박성웅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쓴 건가.
절대 그건 아니다. (웃음) 시나리오를 쓸 때는 지상에 없는 인물을 떠올리며 쓴다. 아마도 대다수 감독이 그렇지 않을까. 누군가를 대상으로 쓰는 건 한계가 있다.
극 중 애매한 지점이 연극에 관심 없던 ‘영우’의 감정 변화이다. 처음에는 ‘재하’를 향한 감정의 연장으로 연극에 몰두하는 거 같았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연극에 빠졌기에 ‘재하’에 대한 감정이 생긴 건가 싶더라.
연극에 몰두하는 ‘재하’에게 경도돼서 연극에 빠지기 시작한 거다. ‘재하’에 대한 어떤 감정이 생겼기에 연극을 열심히 하게 된 것은 아니다. 연극을 무시했던 인물이 상대역에 대해 경외감 비슷함을 느끼면서 열중하게 된 거지. 반면, ‘재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자기 수준으로 상대를 끌어올리려 했던 거다. 영우는 처음 재하의 집을 방문하고 나서 그들의 세계에 속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고 이게 행동으로 나타나면서 재하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 후 재하의 오랜 연인인 ‘희원’(윤승아 분)이 둘의 감정을 눈치채고 계속 혼란이 유지된다.
내가 반대로 생각한 거군!
음....사실 두 가지로 다 해석 가능하도록 찍은 거긴 하다. 관객에게 여지를 남겨두고자 했다. 아마 러닝 타임을 좀 더 길게 하고 ‘영우’에 좀 더 집중했다면 더욱 그랬을 거다. 그런데 나는 재하의 혼란에 포커스를 두고 싶었다. 그는 메소드 연기를 하긴 하지만 이미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다. 자기로서는 그야말로 하룻강아지를 끌어준 건데 스스로가 물에 빠진 거다. 같이 빠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거고. 영우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메소드에 빠져들어서 현실인지 연극인지 모르는 감정 상태에 있던 거라고 본다. 그가 죽이러 재하의 집에 숨어들지만, 결국 두 사람 (재하와 희원)의 추억이 어린 두상 하나만을 깨뜨리고 돌아오지 않나. 그리고 나서 무대에서 철저하게 복수하고 났더니 영우에게 돌아오는 건 씁쓸함과 공허함인 거지. 여기서 중요한 게 이제 공연이 시작이라는 거다. 앞으로 두 달 동안 공연을 하겠지. 그들에게 과연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닌가! <메소드>가 어느 정도 자본에서 자유로운 영화라 열린 결말도 과감하게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난 <메소드>가 꼭 배우의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본다.
배우의 이야기만이 아니라면 <메소드>를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손에 잡히던가. 어느 때는 사랑에 빠졌다고 스스로를 기만하기도 한다. 감정의 유약함이라고 할까. 우리가 상처받는 많은 감정들. 그런 부분을 말하고 싶었다.
<메소드>를 함께한 배우들과의 호흡은.
‘재하’를 연기한 박성웅은 흔들림이 없는 배우다. 무명 시기가 있었고 연극에서 시작했기에 ‘재하’에 딱 어울린다. 그에게도 새로운 역할이라 아주 끌렸다고 하더라.
‘영우’를 연기한 오승훈은, (웃음) 그에게 <메소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도전이었다. 첫 영화 출연인 데다 바로 3일 전에 캐스팅됐다. 그다음 날 의상 피팅하고 다음 다음날 촬영하러 왔으니까 정말 정신이 없었을 텐데 다 해내더라.
‘희원’역의 윤승아는 스스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사실 윤승아를 평소 잘 몰랐는데 내가 시놉시스를 쓸 때부터 다른 활동 안 하고 우리 영화를 기다려 줬다.
지금까지 변화의 시기에 있는 배우와 작업을 많이 한 거 같다.
그 시기의 배우는 여느 때보다 훨씬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매달린다. 그러니 좋은 연기가 나올 수밖에 없지. 어차피 내가 배우를 모시는 감독인 건 맞는데, (웃음) 너무 휘둘리게 되면 작품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캐스팅 타이밍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코미디를 두 편 정도 했는데 또 코미디 시나리오를 내밀면 하겠나!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유해진, 오달수의 경우가 딱 그렇다. 해진이가 당시 바쁘기도 했지만 ‘누나, 죄송하지만 그간 너무 해왔던 역할이라’ 이러면서 고사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내가 그 입장 충분히 이해하니 죄송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결론은 당시 해당 배우가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파악하는 게 캐스팅을 잘 할 수 있는 비결 아닌 비결인 거!
오승훈이 신인임에도 박성웅의 ‘센 기’에 눌리지 않더라.
돋보였지 않나? 촬영 들어가기 전에 승훈에게 딱 하나, 상대에게 집중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 저절로 연기가 될 거라고 말이다. 그는 집중력이 좋고, 군더더기가 없고, 좋은 목소리를 지녔다. 촬영하면서 굉장히 디테일하게 디렉션을 줬는데 그걸 다 따라와서 솔직히 놀랐다.
<메소드> 연출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극 중 배우가 연극도 하므로 연극과 현실이 너무 흡사해서도 그렇다고 괴리되어 따로 놀아서도 안 되는데 그 부분을 배우가 힘들어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래서 지금 잘 하고 있다고 확신을 심어주려 했다. 어차피 연극에 대한 궁금증은 따로 해소할 것이기에 그냥 진정성 있게 연기하라고 했다. 사랑이면 사랑 감정 자체로 말이다. 그래서 키스신도 마치 첫사랑에 빠진 것처럼 숨 막히는 어떤 감정신이 나올 수 있던 거 같다.
연출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너무 짧은 시간 안에 완성하느라 여러 가지 어려움에 관해 배우들과 이야기할 시간이 부족했다. 처음에는 어디까지 요구할 수 있을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더라. 나중에 따로 시간을 가지고 서로 상의를 거쳐 조금씩 고쳐갔다.
개인적인 질문으로 넘어가 보자. 대표적인 배우 겸 감독이자 교수, 그리고 ‘강원영상위원회’의 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캐스팅이 안 들어와 배우로서 활동 안 한 지 꽤 됐고, 학교는 벌써 떠난 지 3년 째다. 학교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더라. 싸우고 싸우다가 결국 나왔는데 다시 학교로 돌아갈 거 같지는 않다.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곳이 성신여대인데, 그 인연으로 당시 제자들을 마치 ‘딸들’처럼 돌보고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요즘에는 강원영상위원회 일로 바쁘게 지낸다.
그렇다면 ‘배우’로서 캐스팅은 언제든 환영인 건가. (웃음)
그런가!? 작년에 스케줄이 안 맞아서 못한 게 있고, 이번에 드라마 캐스팅 제의가 왔는데 나중에 이미지가 안 맞는다고 하더라. (웃음) 또, 주변에서 드라마는 음.....솔직히 좀 말리기도 한다.
자신의 작품에 배우로서 출연하는 건 어떤가.
그건 아주 어릴 때, 치기 어린 시절에 했던 생각이다. 연출하고 직접 주연한 작품을 언젠가는 한 편은 하리라고. 왜 ‘기타노 다케시’나 ‘우디 알렌’도 자신의 영화에 직접 출연하지 않나, 그런데 나는 아직 그러한 역작을 내놓지 못했기에....지금은 하나라도 잘 하자가 내 모토다. 하나라도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또, 지금 현재로서는 개발 중인 작품, 중단 돼 있던 작품을 완성하는 게 먼저다.
영화 일적으로 혹은 영화 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인생이 계획대로 되던가! 그렇지 않다는 걸 너무 많이 겪어 왔기에 막 목표를 세우고 하진 않지만 하고 싶은 건 있다.
무엇인가.
내가 나눌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계속 생각했었다. 처음에는 나누는 것과 가르치는 건 별개라고 생각했는데 연기서를 번역하면서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됐다. 서울예대에서 7년, 이후 성신 여대에서 2년, 거의 10년 가까운 시간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그 시간을 거치면서 깨달은 건 우리나라 학교 시스템과는 맞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액터스 스튜디오’(Actors Studio)를 운영하고 싶어졌다. 입시생 대상이 아닌 배우를 재교육하는 학습 공간으로 말이다. ‘우타하겐’의 저서 ‘산 연기’(respect for acting)를 봐라, 그녀는 80세 넘어서까지 배우를 재교육하면서 저서를 집필했는데 그 책이 정말 나한테 도움이 많이 됐다. 마음의 스승이다. 공헌이라면 너무 거창하지만 뭔가 세상에 도움 되는 일을 하고 가야 하지 않을까.
후배 양성을 하고 싶다고 봐도 무방한가.
단, 학교 시스템 안에서는 아니다. 하고 싶은 것도 있지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책무라 할까. 배우는 끊임없이 재교육이 필요한 존재다.
준비 중인 작품과 앞으로 활동 계획은.
작년에 초고까지 냈다가 중단한 게 김별아 작가의 소설 ‘채홍’이다. 그거 마무리해야 하고, 또 각색하는 아이템이 하나 있다. 어쩌다 보니 <메소드> 제작까지 했기에 영화를 개봉해도 일이 끝난 게 아니다. 그래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충전의 시간을 잠깐이라도 갖고 다시 계약해 놓은 작품들 작업해야지. 다행히 이제는 시대가 좋아져서 나만 잘하면 되지 않나. (웃음)
개인적인 질문인데 ‘라마’(반려견, 골든 리트리버) 는 잘 지내는지.
아, 작년에 보냈다. 그래도 다행인 게 당시 너무 바빴는데 마지막을 지킬 수 있었다. 라마를 6월 11일에 보내고 눈물을 안 흘렸다. 못 울은 거지. ‘라마’를 통해서 강형욱 조련사와 인연을 맺었다. 그 얘기 아는지?
작년에 췌장암이 호전됐다고 쓴 글을 본 기억은 있는데....강형욱 조련사와 어떤 인연인지 궁금하다.
평소 EBS 프로그램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꼭 챙겨 보는 편이다. 그날 밤도 보고 있는데 윤승아한테 카톡이 온 거다. 강형욱 조련사를 아느냐고 말이다. 강형욱 조련사가 리트리버가 정말 좋은 친구였다고, 그때 반찬이랑 싸다줘서 고마웠다고, 그래서 자신이 이렇게 잘 컸다고 감사하다고 전해달라고 했다는 거다.
무슨 얘기인지? 자세히 들려달라.
라마가 7개월 때 맹인 안내견 훈련소에서, 3개월간 훈련을 받았었다. 그곳에 당시 17세의 강형욱이 있던 거지. 그의 첫 훈련 개가 ‘라마’였던 거다. ‘라마’ 만나러 가면서 내가 반찬도 싸다 주고 한 거다. 그동안 부끄럽고 해서 연락을 못 했다고 하는데 그 연락을 받고 나서 24시간 내내 울었다. 이번에 그를 만났는데, 그때 내가 찍어 줬던 사진을 아직 가지고 있더라.
아! 7개월의 라마와 17세의 강형욱이라, 나도 눈물이 나려고 한다.
개를 한 마리 키운다는 게 단순히 개를 키우는 게 아니다. 라마는 나의 엄청난 스승이었다. 그의 첫 친구인 강형욱을 만난 게, 정말이지....이런 인연도 있구나 싶었다.
최근 행복한 순간은.
요즘 햇빛이 너무 좋아서....햇빛을 굉장히 좋아한다.
2017년 11월 3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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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_모베터 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