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김수진 기자]
영화 개봉 소감이 어떤가.
신동일 감독(이하 신) : <반두비>(2009) 이후 8년 만에 개봉한 영화다. 감개무량하다. 설레는 마음도 있다. 2016 부산국제영화제, 제주영화제에 이어 2017 오사카아시안영화제, 헬싱키아시아영화제 등 다양한 영화제에 초청받아 관객 분들에게 선보여 봤지만, 그때보다 지금이 더 기대된다. 과연 대중이 좋아해줄까 불안한 마음도 있다. 국내 영화 시장환경이 워낙 안정적이지 않아서 개봉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드디어 선보일 수 있어서 감격스럽다.
이혜은(이하 이) : 재작년 겨울에 촬영을 끝마쳤다. 고맙게도 성남시의 지원을 받아 무사히 완성시킬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신 감독님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루라도 빨리 노력이 빛을 발할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렇게 선보일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그 동안 여러 시사회를 다니면서 깨달았던 점은, 우리 영화가 어쩌면 생각한 것보다 더욱 남다른 감흥을 선사할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대선이 끝난, 축제 분위기 속에서 감상한다면 한층 더 특별하게 다가올 듯싶다. 얼마 전 성남시에서 열린 GV에서도 관객 분들이 즐겁게 감상하던 기억이 난다. 우리 영화야 말로 현 시대 상황 속에서 가장 큰 공감을 부를 수 있는 작품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신 : 우선 가족들은 ‘애썼다. 잘 만들었다’는 말을 해줬다. 지인 분들은 ‘예전 영화에 비해서 분위기가 따뜻해졌다. 여유가 생긴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사실 내 앞에서 대놓고 비판은 할 수 없으니 이런 덕담을 해준 것도 같은데.(웃음) 어찌됐건 호평해줘서 감사하다.
이 : <컴, 투게더> 첫 시사회 때 부모님을 초대했다. 그 전까지는 초대하지 않았었다. 이상하게 이번 작품 시사회에는 부모님을 초대하고 싶더라. 평소 어머니가 냉정한 편이다. 딸이 나온 작품이라도 재미없으면 보지 않으실 정도다.(웃음) 이번 시사회 끝나고 부모님을 뵈니, 두 분 눈에 눈물이 맺혀 있는 걸 봤다. 그러면서 영화 좋다고 진심으로 말해주시더라. 작품 자체도 감동적이었겠지만 오랜만에 딸이 시사회에 초대해줘서 감격하신 게 아닐까 싶다. 원래 빈말은 안 하시는 분들인데 칭찬해줘서 흡족하다. 지금까지 여러 영화제와 시사회를 다니며 본 반응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일본 오사카아시안영화제에 참석했을 때다. 솔직히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지 않나. 일본 관객 분들도 우리 영화를 보면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점은 한국 관객보다 좀 더 즐기면서 보더라. 아무래도 한국 분들은 마치 내 이야기 같아서 웃어야 하는 부분에서도 쉽게 웃질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일본은 반응이 사뭇 달라서 흥미로웠던 기억이 난다.
신동일 감독님과 이혜은 씨는 <코르셋>(1996)에서부터 인연을 만들어 왔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캐스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신 : 솔직하게 말해 처음부터 혜은 씨를 후보로 생각하진 않았다. 극중 ‘미영’의 나이를 지금보다 더 많게 설정했다. ‘범구’역에 배우 임형국이 먼저 캐스팅 됐다. 그러면서 부부 사이의 나이차를 고려했을 때 이혜은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연락했다. 20년 연기 경력과 그 전에 <코르셋>에서 보여준 열정을 생각하면 캐스팅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미영’의 치열한 모습을 보다 잘 표현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혜은 배우와 함께 작업하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며칠 전 성남시에서 진행된 GV에서 문득 느낀 거지만, 혜은 씨의 표정과 감정이 잘 표현됐구나 싶었다. 개인적으로 아끼는 장면도 생겼을 정도다.
어떤가, 칭찬 일색이다.(웃음)
이 : (웃음) 이렇게까지 말해줘서 감사하다. 사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신 감독님과의 교감이 잘 이뤄졌기 때문이다. ‘미영’은 나와 같은 또래인 캐릭터로, 인생의 전환기에서 위기를 맞이한 인물이다. 매번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 중요한 건 뭘까, 고민하는 캐릭터라서 공감됐다. 실제 나 역시 그런 고민을 갖고 있을 시기니 말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한 시간 만에 출연을 결정했다. 캐릭터의 감정선이 내 것인 것 마냥 싹 스며들더라. ‘미영’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첫인상이 너무나 좋았다.
이 :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교통사고 당하는 신이 있는데, 너무 강렬해서 다소 걱정을 했다. 나처럼 관객들도 충격을 받을 것 같더라. 어떻게 표현을 해야 자연스러울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연출적인 측면에서는 평범한 일상이 대부분인 우리 영화가 자칫 밋밋해 보이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런데 감독님의 연출력이 탁월해 안심할 수 있었다. 롱테이크로 장면을 포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잘 만들어 주셨다. 일상을 특별하게 드러내고 충격적인 장면은 자연스럽게 연출해낸 지점에서 감독님의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혜은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감독님은 이 영화의 톤앤매너를 어떻게 설정했는지 궁금하다.
신 : 본래 신동일식 드라마는, <반두비>(2009), <시선너머>(2010) 등 그전 작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처음부터 커다란 사건이나 갈등을 표면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일상 곳곳에 잠복돼 있던 다양한 형태의 갈등들이 어느 순간 확 터지는 게 바로 신동일 식 화법이다. 이 영화에서는 특히 직장과 가정이라는 울타리 내에서 폭발하는 순간을 조명했다. 궁극적으로 영화의 톤앤매너는 군데군데 페이소스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또 전체적인 시선은 다소 관조적이고, ‘낯설게 하기’ 기법을 통해 독특한 색채를 지니도록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영화가 이러한 내 연출 성향이 가장 확고하게 드러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이자면 우연한 사건과 필연이 조화를 이뤄 탄생한 이야기로 볼 수도 있겠다. 사실 기존 상업영화처럼 엎치락뒤치락 숨가쁘게 전개되는 것보다 서서히 감정이 증폭되는 것을 노렸다. 등장인물 세 명 모두 주인공이다 보니 한 명이 주인공인 영화보다 균형을 맞추는 면에서 다소 힘들더라. 그래서 콘티 구성 과정에서부터 더욱 정교하게 구상했고 영화의 속도가 처음부터 급박하면 보는 관객들도 지칠 것 같았기에 강약 조절을 했다.
성매매 업소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 ‘범구’의 모습처럼 독특한 색감의 장면이 더러 있었다.
신 : 통상적으로 엘리베이터는 폐쇄된 공간 아닌가. 공간의 특성을 이용해 창백한 분위기를 한층 더 살리고자 했다. 이러한 연출이 오히려 ‘범구’가 처한 상황과 잘 어우러질 것 같았다. 외국의 어느 평론가는 이 대목에 대해 ‘초현실적인 느낌이 난다’는 평을 했다. 영화 속 세 가지 이야기 중 ‘범구와 윗집남자의 에피소드’를 보면 낯설긴 하지만 한편으론 기묘한 느낌을 전하기에 그렇다. 또 아파트 층간 소음 때문에 ‘범구’와 ‘윗집 남자’가 인연을 맺지 않나. 층간 소음은 보통 주민들 사이 갈등요소인데 우리 작품에선 오히려 소통의 계기로 작용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만하다.
신 : 동성애냐 아니냐 의견이 분분하다. 어떻게 해석하든 난 관객들의 판단에 맡기고 싶다. 물론 ‘유경’과 ‘한나’가 갑자기 입을 맞춘다는 대목에서 예상하지 못한 전개였기에 다소 충격을 받을 순 있겠지만 상황 자체보다 이를 받아들이는 ‘한나’의 모습에 집중한다면 이상할 것도 없다. ‘한나’가 그동안 굴곡진 감정의 파노라마를 딛고 드디어 내적인 성장을 이뤄냈다는 어떠한 결과물로 봐주길 바란다. 그 장면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유경’ 역의 배우 한경현과 그 장면에 대해서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배우가 아직까지도 질문을 하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론 신기하기도 했는데. 아마 그 친구도 자연스럽게 상황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또 한번은 2016 제주영화제 폐막식 때 일이다. 당시 집행위원장이 꽤나 보수적인 분이었다. 그 장면을 어떻게 봤냐고 물었더니 위원장이 하는 소리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질문할 게 없다’고 말하더라. 경우에 따라선 논란의 여지가 없는 장면이었던 것이다.
이 : 신 감독님의 대답에 좀 더 보태자면, 만약 ‘유경’과 ‘한나’가 쿨하게 이별한다면 두 사람의 에피소드가 매력적이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두 사람이 입맞춤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음으로써 끝까지 질문을 던지는 것도 모두 감독님의 능력이 아닐까 싶다.
이혜은 씨에겐 감독님이 주로 어떤 디렉팅을 했는가.
이 : 신 감독님은 특별한 요구를 하지 않는 감독님이다. 배우들 대부분 시나리오를 읽고 상상한 것을 기반으로 촬영을 준비한다. 이를 바탕으로 우선 밑그림 그리듯 리허설을 하고 그리고 나서 본 촬영에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번 영화 촬영장에서는 리허설로 연기했던 부분을 실제 작품 속에 사용하고 그랬다. 감독님이 힘을 뺀,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호흡을 맞추며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연출자에게 정답을 요구하는 배우라면 다소 힘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번에 함께 했던 배우들은 모두 다 같이 즐기면서 작품에 임하는 분위기였고 그래서 더 좋은 결과를 내지 않았나 싶다.
신 : 내가 원래 디렉션이 없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배우들에게 대부분 맡기는 편이다. 간혹 표현이 과장됐다고 느껴질 때만 지적할 뿐이다. 표현이 약하다고 해서 지적한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신 : 마지막 컷에 미래 세대에 대한 희망을 담아냈다. 앞선 이야기가 아빠, 엄마, 딸이 각각 처한 위기가 대부분이었지 않나. 특히 갈등요소들 대부분은 우리 주변에서 한번쯤은 겪었던 혹은 앞으로 겪을지도 모를 보편적인 상황이라서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 결과, 이 갈등을 ‘한나’의 가족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방법을 보여줘야겠다 싶었다. 마지막 신이 바로 대처 방식을 상징하는 부분이었다. 갈등이 해소되기까지의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해서라도 관객들에게 영화의 전체 주제를 임팩트 있게 전하고 싶었다. 이와 함께 일종의 우리 사회에 팽배한, 경쟁의식 혹은 생존 논리로부터 ‘한나’의 가족이 자유로워지는 모습을 제시하고 싶었다. 또한 ‘한나’, ‘유경’, ‘아영’이라는 갓 스무살 된 청춘들에게 시선이 모아지는 것도 젊은 세대들이 앞으로 좀 더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실제 ‘한나’ 역을 맡은 채빈이 마지막 신을 위해 고생을 많이 하기도 했는데, 비가 내리는 와중에 흙탕물에서 뒹굴어야 하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채빈에게 촬영 전 ‘너에게 집중하면서 끝낼 거다. 궁극적인 주인공은 너이기 때문이다’고 말하자 매우 기뻐하며 연기에 임하더라. 여러모로 힘든 작업이었음에도 열정적으로 연기해줘 감사했다.
그러고 보니 이혜은 씨는 오랜만에 스크린 복귀다.
이 : 그렇다. <그랑프리>(2010) 이후 8년 만에 컴백했다. 그저 눈앞에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달려오니 지금에 이르렀다. 영화 관계자들은 이혜은이라는 배우가 계속 드라마에만 출연하니 영화는 안 하겠구나 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다. 사실 배우 생활의 출발점은 영화였다. 언제나 영화 현장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그래서 신 감독님에게 더욱 감사하다. 이번 <컴, 투게더> 촬영을 하면서 다시 한번 느낀 거지만, 영화 작업은 숨 가쁘지만 살아 있다는 느낌을 전한다. 생동감이 넘친다. 덕분에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도 예상치 못한 지점을 표현하는 등 발전의 여지가 많다. 영화 속 장면 하나하나를 함께 만들어가는 보람이 얼마나 큰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을 모를 것이다. 그런 행복함을 <컴, 투게더>를 통해 오랜만에 느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이젠 오히려 영화계에서는 신선한 배우로 통하지 않을까도 싶다.(웃음)
신 : 구상 중인 작품이 세 편정도 있다. 어떤 걸 먼저 작업할진 모르겠다. 벌써 홍보하고 싶지 않고.(웃음) 묵묵히 준비하겠다. 다만 어려운 예술 영화 혹은 심각하기만 한 작품이 아니라서, 지금 보다 더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 그런 말! 하지 마라. <컴, 투게더>도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웃음) 작품보다도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충분한가의 문제다. 대중성은 이미 차고도 넘친다. 감독님께서 전에 집필 중인 시나리오를 보여주셨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앞으로 감독님께서 본인의 작가주의적인 경향을 놓지 않으면서 동시에 대중과 소통의 여지가 있는 작품을 지속적으로 연출하길 기원한다. 그러고 보니 그 시나리오에는 내가 맡을 만한 역할이 없어 아쉬웠다.(웃음)
<컴, 투게더>가 관객 분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았으면 하는가.
이 : 김 기자는 혹시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10분간 관찰한 적 있나. 내 모습이지만 오랜 시간 지켜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지루해서라기보다 계속 보고 있으면 남 같기도 하고 더 나아가선 섬뜩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내 모습을 본다는 건 그만큼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이처럼 <컴, 투게더>는 아무것도 치장하지 않은 내 모습과도 같은 작품이다. 그저 보고 외면하는 게 아니라 여러모로 내 자신에 대한 고민을 하게끔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에서야 내 본래 모습을 받아들이고 화해하는 작품이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너무 적나라하게 들여다 봐서 다소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라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 더 나은 미래를 그려볼 수 있으니 고민 말고 우리 영화를 찾아보시길 바란다.
신 : 대부분 영화라는 게 한 번 보면 소비되고 마는 존재다. 그러나 내 영화는 관객들 마음 속에 영원히 남았으면 한다. 또 한가지는 당신 자신의 삶이 소중하다는 걸 깨닫고 돌아갔으면 좋겠다. 영화 속에서도 ‘나처럼 말고 너처럼 살아봐’라는 대사가 나오지 않나. 진정으로 ‘나’처럼 사는 게 무엇인지 느끼고 더불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우리 영화를 통해 만들었으면 한다. 삶의 가치관을 구축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겠다. 마지막으로 삶이 힘든 와중에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 것이다. 일시적인 만족감은 얻을 수 있겠지만, 이를 넘어 내 인생을 주변에 맡기지 말고 한층 더 주도적으로 변하길 바란다. 자신도 돌보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챙길 여지를 가졌으면 좋겠다. 나와 경쟁하는 상대도 알고 보면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남을 배려하는 삶을 이어 나가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이 : 가장 슬펐던 기억부터 떠오른다. 요즘 가장 지배적인 기억인데, 최근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 그럼에도 잠시나마 행복했었던 순간은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상담을 받을 때였다. 우리 아들은 활발하고 개성 강한 초등학교 3학년생이다. 1학년, 2학년 때 매번 상담을 가면 선생님들이 아이의 단점만 말씀하시곤 했다. 그런데 3학년 때 상담을 갔는데, 선생님이 갑자기 어제 있었던 일을 말씀하시면서 사담을 털어놓더라. 처음 겪는 경험이었는데 왜인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솔직히 엄청 긴장하고 찾아갔다. 그런데 선생님이 예상외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눠줘서 꿈만 같고 너무 좋더라. 알고 보니 선생님도 한 아들의 엄마였다. 그러면서 내게 “어머니, 아이는 너무 걱정 하지 마세요. 유니크한 아이랍니다”라고 말해줬다. 별말 아닌 것 같은데도 얼마나 큰 힘이 되던지. 근래 힘든 일만 있었는데, 그 당시만큼은 정말 행복했었다.
2017년 5월 15일 월요일 | 글_김수진 기자(sooj610@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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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이종훈 실장(Ultra Studio)